풀 세팅 vs 나 홀로 캠핑장서울 난지캠핑장 홈페이지는 한 달치 예약이 꽉 찼다.“가평의 한 유명 캠핑장에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 한여름 해운대가 생각나더라”는 얘기도 들렸다. 요즘 내로라하는 캠핑장들은 예약을 안 하면 언감생심이다. 대안은 뭘까?
수년째 캠핑이 인기를 끌면서 요즘 아웃도어 수요는 굉장히 세분화됐다. 취향과 구력 따라 선호도가 확실히 갈려서다. 일반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취향으로 나눌 수 있다. 이제라도 대세에 동참해보려는 초보 도전자가 한 그룹, 몇 번 다녀보며 제법 고수 흉내를 낼 수 있게 된 중급자가 나머지 그룹이다.
초보들은 장비와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캠핑장에 가야 쉽게 적응할 수 있지만 워낙 북적여 다소 시끄럽게 보낼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비교적 새로 생긴 대형 캠핑장을 찾는 추세다. 개인 장비도 좀 갖추고 유명 캠핑장에 한 번씩은 가봤을 중급자들은 슬슬 ‘나만의 장소’를 원한다. 고수급 마니아들은 텐트 짊어지고 섬에 들어가거나 아예 일본이나 호주로 눈을 돌리지만, 가족 단위 중급자들은 가급적 한적한 소규모 자연 캠핑장에 관심을 둔다.
풀 세팅 장비로 초보자에게 딱, 한적한 NEW 캠핑장초보자들의 심리를 가장 먼저 파고든 건 캠핑 수요에 민감한 아웃도어 브랜드와 여행사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대형 캠핑장에 브랜드 홍보 존을 운영하는 등 캠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장비 렌털을 겸하는 대형 캠핑장을 오픈하는 추세다.
여행사에서는 캠핑카를, 브랜드에서는 자사 제품 텐트와 장비를 세팅해놓고 대여료를 받는 식이다. 초보 캠퍼를 모객해서 제품 홍보까지 연계한다는 전략인데, 장비들이 깨끗하고 편리해서 입문자에게는 적당하다. 코오롱에서 충북 괴산에 오픈한 ‘캠핑파크’가 선구자 격인데, 하룻밤에 14만~18만원 선으로 모든 장비를 빌려준다.
여행사 모두투어는 강원도 홍천에 오토 캠핑장 두 곳을 열었다. 캐러밴(고정식 캠핑카) 17대가 설치돼 있어 몸만 가면 된다. 핀란드풍 펜션과 같은 곳에 있어서 미니 골프장이나 체험 학습장 등 펜션 부대시설을 같이 쓸 수 있다. 지난 8월 초 오픈해 아직 입소문이 덜 난 곳이라 성수기 끝물에도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사실, 캠핑 성수기는 가을부터다).
연합뉴스 사진기자이자 거의 매주 캠핑을 떠난다는 성연재씨는 “처음부터 너무 북적대면 캠핑 재미를 느낄 수가 없으니 규모가 비교적 크되 새로 생긴 곳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캠핑 본연의 불편함을 즐기는 ‘나 홀로’ 캠핑장편리한 브랜드 캠핑장이 자기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불편함에 익숙해진 중급 이상 캠퍼들이다. 사람 없는 숲 속에 나만의 집을 짓고 싶어서 가급적 멀리 간다는 사람들, 『캠핑폐인』의 저자 김산환씨는 “그게 캠핑 본연의 부름에 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내 장비’에 대한 욕심이 있고, 너무 복잡한 곳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가급적 이름이 나지 않은 작은 캠핑장을 찾아다니죠. 두가족 정도가 같이 가면 딱 맞습니다.”
포토그래퍼 성연재씨도 그런 곳 마니아다. 그가 가본 캠핑장 중 상당수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없다. 예를 들면 충북 영동군 양산면 ‘송호국민관광지’ 안에 있는 소나무 숲 잔디밭 같은 곳이다. 텐트 치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관리인도 없다. 그저 마음에 드는 곳에 아무렇게나 텐트를 치면 된다. 주차장이 멀어 야영장에 있는 리어카로 짐을 옮겨야 되지만, 식구들끼리 고생스럽게 텐트를 치는 게 오히려 더 재밌다는 귀띔.
널찍한 소나무 밭을 정원 삼아 놀 수 있고, 옆 텐트에서 나오는 소음이며 음식 냄새가 없어 순수한 캠핑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자연주의 캠핑장은 춘천 홍천강 소남이섬 근처의 ‘배바위 야영지’다. 홈페이지는 고사하고 예약도 안 된다.
사실 이름도 캠퍼들이 직접 붙였다. 홍천강을 바로 내려보는 모래밭에 텐트를 치면 그야말로 ‘야생’이다. 나홀로 캠핑, 혹은 가족들만의 조용한 캠핑에 도전한다면 추천. 혹시 편의 시설이 부족해 못 견디겠다면 배바위 맞은편에 ‘모곡밤벌 캠핑장’으로 건너가면 된다.
초보&중급자 모두 갈 수 있는 한적한 캠핑장 LIST평사리공원_섬진강변에 조성된 자그마한 공원으로 섬진강 매화마을과 화개장터가 가까워 하동 여행 베이스캠프로 삼아도 좋다. 11월부터는 화장실과 개수대가 폐쇄되니 참고할 것.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77
문의_055-883-9004
불갑사 오토 캠핑장_불갑사 관광 단지 안쪽의 캠핑장으로 공간이 널찍해 원하는 곳에 마음껏 텐트를 치고 텐트 바로 옆에 차를 댈 수 있어 편하다. 사찰까지의 산책로와 계곡이 예쁘다. 전남 영광군 불갑면 모악리 365
문의_061-350-5751
진부관광농원 캠핑장_두타산 자연휴양림 바로 아래, 수항계곡 옆 소나무숲에 위치한 사설 캠핑장이다. 대형 텐트 기준으로 약 50동 규모며 민박집과 방갈로를 겸해서 운영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아니지만 겨울로 갈수록 관광객이 많아지니 미리 예약할 것.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수항리 376
문의_011-365-6516
기획_이한 사진_중앙포토 어시스턴트_김산환, 성연재여성중앙 2012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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