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리를 펼치며 되찾은 여름
요즘 따라 더위가 유난히도 견디기 어렵다. 아침부터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방 안 가득 들어찼다. 에어컨을 켜면 온몸이 찌뿌듯하고, 선풍기 바람은 금세 더위에 지쳐 미지근해진다. 뭘 해도 마음이 개운치 않은 날이었다.
그렇게 뭔가에 쫓기듯, 베란다로 나갔다. 이유 없이 걷던 발길이 하늘을 올려다보게 했다. 생각보다 높고 맑은 하늘이었다. 더운 날의 하늘은, 늘 무거운 줄만 알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투명했다.
그 하늘 아래, 문득 눈에 띄는 물건 하나.
몇 해 동안이나 베란다 한쪽에 기대어 있던 대자리였다.
손도 대지 않고 잊고 살았던 그것을 꺼내 보았다.
먼지가 수도꼭지를 따라 까맣게 흘러내릴 때, 내 마음 어딘가도 함께 씻기는 것 같았다. 부드러운 솔로 결을 따라 조심스레 닦고, 시원한 물에 헹궈 말렸다. 햇빛을 잔뜩 머금은 대자리는 금세 빳빳하게 굳어갔고, 그 사이 내 마음도 어쩐지 조금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한참 후 도서관에서 돌아와 베란다에 말린 대자리를 다시 펼쳐보았다. 손끝에 닿는 촉감이 참 좋았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딱 그 계절에 맞는 온기였다.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대자리는 여전히 여름을 품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꺼낸 물건 하나가 마음을 이렇게 따뜻하게 만들 줄이야. 잊고 있던 어떤 것을 다시 꺼내 펼칠 때, 내 안의 오래된 계절도 다시 피어난다. 바쁘다는 이유로, 새로운 것이 더 편하다는 핑계로 묻어두었던 일상의 작은 기쁨을 나는 오늘에서야 되찾았다.
오늘 밤 나는 대자리 위에 누워, 여름의 소리를 다시 들을 것이다. 선풍기 바람이 지나가는 결, 귀밑머리를 스치는 땀방울, 그리고… 아주 오래전 여름날의 기억.
오늘 나는 아주 소소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나의 여름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