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술 생각이 나 어제 먹다 남은 와인을 전부 잔에 따랐다.
그런데 이럴 수가...
이마트에서 32,000원 주고 할인 구매한 칠레산 <1865 까르미네르>가 깜짝 놀라게 한다.
뚜껑을 딴 지가 3일째인데 첫째 날의 느낌은 역시 검정된 <1865 까베르쇼비뇽> 이외에는 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게 만들었고, 둘째 날에는 머... 어제 보담 좀 나은데?? 정도였다.
오늘 셋째 날의 1865는 완전히 다른 와인으로 변신해 있었다.
평소에 홀짝 한 모금씩 마시던 집사람도 탄성을 자아냈다.
풍부한 과일향이 코끝을 찌르며 혓바닥에 다가오는 부드러운 감촉이 이제까지 먹어봤던 프리미엄급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원래 까르미네르는 보르도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었으나 다른 품종에 비해 워낙 낙과가 많아 상업성이 떨어져 재배업자들이 이를 모조리 뽑아버리고 비슷한 품종인 까베르 프랑이나 메를로를 심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에 바다건너 칠레로 넘어간 까르미네르는 기후 및 토양에 잘 적응했으며 품종 특유의 늦은 수확기로 인해 가을 뙤약볕에 깊이 농축된 맛으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또한 까베르쇼비뇽 보다는 조금 덜한 바디감, 탄닌과 산도의 저하가 오히려 차별화한 맛으로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하니 프랑스가 내팽개친 까르미네르가 오늘날 칠레의 대표 와인으로 각광을 받게 되는 이유이다.
ㅎㅎ <1865 까르미네르> 먼저 사세요. 일단 개봉해서 한 모금 마시고 뚜껑을 닫고 3일 후에 다시 함 드셔보세요.
코 끝을 찌르는 엄청난 향기와 혓바닥을 파고드는 부드러운 감촉...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