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5일, 토요일, Tupiza, Hotel Mitru (오늘의 경비 US $11: 숙박료 40, 식료품 41, 인터넷 5, 환율 US $1 = 8 boliviano) 밤기차는 생각보다 편했다. 자고 있다가 앞자리에 앉았던 대만 부부가 깨워서 일어나 보니 기차가 Tupiza에 도착하고 있었다. 새벽 4시다. 일어나서 짐을 챙겨서 나가는데 어제 같이 탔던 배낭 여행객들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이상해서 물어보니 그들은 Tupiza에서 3시간 더 가는 아르헨티나 국경 도시 Villazon까지 가고 거기서 국경을 넘어서 아르헨티나의 Salta까지 간다. 그들과 하직 인사를 하고 대만 부부와 함께 기차에서 내렸다. 주위는 아직도 깜깜한데 호텔 소개를 하는 12살 짜리 소년이 우리를 맞는다. 기차 짐칸으로 가서 짐을 찾고 대만 부부와 함께 이 소년의 따라서 근처 호텔로 갔다. 숙박료가 25 boliviano이니 싼 곳이다. 방도 그런 대로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위치가 좀 외져서 다시 오겠다하고 원래 가려고 했던 Hotel Mitru로 가보니 숙박료가 40 boliviano이란다. 아름다운 정원, 산 경치, 수영장, TV 등 시설도 좋고 위치도 좋은데 가격이 좀 비싸다. 다시 전 호텔로 갔더니 그 동안에 방이 다 나가 버렸다. 같은 기차에 타고 온 배낭 여행객들이 우리 말고 또 있었나보다. 할 수 없이 Hotel Mitru로 돌아와서 40 boliviano 짜리 방에 짐을 풀었다. 숙소를 잡느라고 거의 한 시간 반 동안 아침 산보 겸 운동을 한 셈이다. 고생은 좀 했고 가격이 좀 비쌌지만 호텔이 마음에 들었다. 대만 부부도 우리 옆방에 들었다. 아침에 잠을 더 잔 후에 시내 구경을 나갔다. Tupiza는 인구 2만 5천의 조용한 소도시다. 아직도 고도는 2,950m로 높다. 미국 Arizona 주의 어느 소도시에 온 것 같다. 호텔에 딸린 여행사에 문의하니 Butch Cassidy와 Sundance Kid가 총싸움으로 죽었다는 곳은 San Vicente라는 곳인데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고 그곳을 가보려면 지프차로 왕복 10시간이 걸리는데 우리 둘만 가면 $100이 든다는 것이다. 비싼 금액이다. 사람을 더 모으면 좀 싸지는데 사람 모으기가 힘들 것이란다. 유럽 사람들은 흥미를 못 느끼고 미국 사람들이나 가는데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쨌든 좀 기다려 보기로 하고 사람을 더 찾으면 연락해달라고 했다. 우리 둘에 $50 정도면 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 갈 생각이다. 내일부터는 오전에는 Tupiza 주위 트레킹을 하고 오후에는 숙소 수영장에서 쉴 생각이다. 방에 있는 TV에서 축구 얘기가 자꾸 나와서 물어보니 오늘밤 8시에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있다한다. 볼리비아는 아르헨티나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그래도 경기를 볼 생각이다. 오후에 오랜만에 사진을 보내려 인터넷을 했는데 너무나 느려서 작업을 반만 하고 돌아왔다. 내일 계속해야겠는데 그 동안에 해놓은 것을 지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사람이 근처에 있는 시장에서 장을 봐와서 갈비찜을 만들어서 저녁으로 먹었다. 그런데 고기가 좀 질겼다. 고기 사는 법을 잘 몰라서 질 좋은 고기를 잘 못산다. 호텔에서 부엌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대만 부부도 우리 다음에 들어와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대만 부부는 내일 아침에 처음 본 호텔로 옮긴다고 한다. 모래 새벽 4시에 버스로 떠나는데 그 호텔이 버스 터미널 바로 옆이어서 옮긴다 한다. 이 호텔과는 불과 5분 차이인데 아마 돈을 절약하려고 옮기는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30대 중반 부부인데 아직 애는 없는 모양이다. 남편은 지난 1년 동안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중국어 강사로 일했는데 일이 끝나고 귀국하는 길에 4개월 동안 남미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네 생각엔 4개월도 긴데 1년을 하는 우리가 부럽다한다. 자기네도 언젠가는 우리처럼 1년씩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두 부부 다 영어를 잘하고 스페인어도 남편이 미네소타 대학에서 두 학기동안 공부해서 나보다도 더 잘한다. 여행지도 우리가 묵었던 아담한 Hotel Mitru Tupiza에서 만난 대만 여행객 부부 2003년 11월 16일, 일요일, Tupiza, Hotel Mitru (오늘의 경비 US $8: 숙박료 40, 식료품 12, 인터넷 8, 기타 2, 환율 US $1 = 8 boliviano) 아침 7시에 Tupiza 교외로 트레킹을 갔다. 호텔 여행사에서 지도를 얻어 가지고 남쪽으로 향해서 시내를 벗어났다. 그러나 지도가 시원치 않아서 금방 길을 잃어 버렸다. 그렇지만 경치는 좋았다. 이곳 경치는 서부영화에 나오는 그런 경치다. 간신히 지도에 표시되어있는 쓰레기 처리장을 찾았다. 그곳을 지나려 하니 개들이 여러 마리가 달려 나와서 짖어댄다. 개 주인은 그냥 처다 보고만 있을 뿐 개들을 불러들이지 않는다. 개들이 험악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가까이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 않아서 산 쪽으로 피해서 갔다. 두어 시간 걸었는데도 지도에 표시된 목적지가 안 나온다. 길을 잘 못 들었나보다. 더 이상 가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돌아가기로 하고 먼지 나는 차도를 피해서 강가로 들어서서 걸었다. 강에는 물이 가운데만 조금 있어서 걷기가 편했다. 앞이 확 터져서 경치가 좋았다. 마을도 조용하고 오아시스 같이 푸른 나무가 우거져서 빨간색 산과 푸른색 마을의 색깔 조화가 아름다웠다. 강을 따라서 Tupiza 시내까지 들어오니 오전 11시다. 4시간 동안 걸은 셈이다. 걸어서 하는 관광은 그런 대로 좋다. 차를 타고 하는 관광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볼 수 있으나 여유가 없다. 차를 타고 어디에 당도해서 사진 몇 장 찍고 또 차에 타서 다음 곳으로 움직이고 하는 식이다. 걸어서 하면 돈 안 들고 여유는 있으나 많이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많이 보는 것만이 꼭 좋은 건 아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오토바이 여행이 좋을 것 같다. 다음 여행은 오토바이 여행을 생각해 봐야겠다. 고장 잘 안 나고 기름 적게 드는 싼 오토바이면 족하다. 점심은 집사람이 시장에 가서 미국 라면을 발견해서 만들어 먹었으나 이 고장 양념을 써서 맛이 괴상하고 그것보다도 너무 짜서 못 먹겠다. 오후에는 어제 다 못한 사진 보내는 작업을 마치려고 인터넷 카페에 갔으나 문을 닫았다. 시장도 대부분 상점 문이 닫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일요일 이였다. 가난하게 살아도 굶는 사람은 없으니 일요일은 쉬면서 여유 있게 사는 것이 부럽다. Tupiza 근교의 산 풍경, 색깔이 특이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