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3일, 화요일, Rio de Janeiro, Ipanema Hostel (오늘의 경비 US $33: 숙박료 35, 버스 43 점심 13, 인터넷 8, 기타 1, 환율 US $1 = 3 real) 아침에 버스 터미널에 가서 내일 다음 가는 도시 Sao Joao del Rey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다시 보는 Rio de Janeiro의 버스 터미널은 역시 너무나 초라했다. Sao Paulo 버스 터미널은 멋있는데 Rio de Janeiro 버스 터미널은 왜 이렇게 초라한 채로 놔두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Rio de Janeiro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대부분 항공편으로 오기 때문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버스 터미널을 “신 버스 터미널 - Rodoviaria Novo Rio”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근래에 새로 짓고 이사 온 버스 터미널인 모양인데 한심스럽다. 버스 터미널 근처에도 달동네가 보인다. Rio de Janeiro에는 여기저기 달동네들이 많이 보이는데 옛날의 서울이나 부산처럼 산 위에 있다. 먼발치에서나마 본 이곳 달동네는 옛날 서울의 달동네에 비하면 고급인 것 같다. 집들 규모도 크고 주로 시멘트와 벽돌로 지었다. 차는 안으로 못 들어갈 것 같은데 확실치 않다. 집들 사이로 난 좁은 계단길이 보일뿐이다. 어쩌면 차가 들어가는 달동네도 있을지 모르겠다. 수도, 전기, 전화는 다 들어가는 것 같다. 이곳 달동네에는 서울의 달동네와는 달리 웬만한 사람들은 무서워서 못 들어간단다. 무엇이 무서울까? Lonely Planet에 Rio de Janeiro에 Favela tour가 (달동네 관광) 있다고 해서 문의했더니 며칠 전 마약 문제로 달동네에서 경찰과 총격전이 있어서 당분간 달동네 관광은 없단다. 혼자 들어가 볼까하다가 그만두었다. 무서운 것 보다 별로 흥미가 없어서였다. 달동네를 본적이 없는 유럽 사람들에게는 구경거리일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달동네를 많이 보아온 나에게는 별것이 아니다. Corcovado 산정에는 올라가지 않고도 Sugar Loaf 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하고 지도를 보니 Corcovado 근처 나지막한 산정에 전망대가 있다. 주위 동네도 안전한 것 같아서 걸어 올라갔다. 30분을 예상했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날씨는 한국 삼복더위처럼 더운데다 마실 물은 떨어져서 목은 마르고 두 번이나 동네 개들에게 쫓기면서 간신히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다. 오후 늦게는 안개가 걷히고 Christ the Redeemer 석상이 깨끗이 보였다. 오늘 Corcovado 산정에 올라갔어야 했는데 그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전망대에서 올라간 쪽으로 내려오지 않고 반대쪽으로 내려오니 아담한 동네가 나온다. 아파트 단지인데 건물도 고급스럽고 길도 깨끗하고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철창 담도 안 보인다. 흑인들은 하나도 안 보인다. 사람들도 깨끗해 보이고 분위기가 Ipanema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Rio de Janeiro에도 이렇게 깨끗하고 조용하고 아담한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인터넷 카페에 가서 한국으로 사진을 보냈다. Rio de Janeiro에서 두 번째다. 두 시간 작업을 해서 약 30장 보냈다. 점심은 같은 방에 있는 미국 청년 Peter와 함께 숙소 근처 por kilo 음식점에 가서 먹었다. 조금 비쌌지만 음식이 매우 좋았다. Peter는 3주 휴가로 브라질에 왔는데 San Francisco에 살던 여동생이 브라질 남자와 결혼해서 미국에 6개월 브라질에 6개월 씩 살기로 했는데 지금 Sao Paulo에서 살고 있단다. Peter는 현재 미국 Seattle에 살고 있는데 직업은 조각가란다. 자기가 좋아하는 조각가가 한국인 서동호라는 사람인데 아느냐고 나한테 묻는다. 내가 한국에 오래 안 살아서 잘 모르는데 귀국한 다음에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조각가로서는 생활을 하기가 힘들어서 현재는 웹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지만 조각가로 성공하는 것이 꿈이란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20대 말의 미남형의 인상 좋은 친구다. 일주일을 한 방에서 같이 지냈다. 내일은 Rio de Janeiro를 떠난다. Rio de Janeiro 평가를 해보자. 아름다운 항구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 San Francisco보다도 더 아름답다. 산, 바다, 만, 모래사장, 섬 등 없는 것이 없다. 그리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San Francisco도 산, 바다, 만, 모래사장, 섬 등 있기는 다 있어도 질적인 면에서 Rio de Janeiro만 못하다. San Francisco가 Rio de Janeiro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면 금문교 (Golden Gate Bridge) 정도다. 그러나 내가보는 Rio de Janeiro의 매력은 거기서 끝난다. 그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사람들이 망쳐 놓았다. 해변에 마구잡이로 지어놓은 싸구려 고층 건물들, 질주하는 버스들, 넘쳐흐르는 노숙자들 등으로 옛날엔 좋았던 Rio de Janeiro는 이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일 문제가 노숙자들인 것 같다. 대부분 흑인들인데 길에서 먹고 잔다. 주로 공원 근처에 사는 것 같은데 그들이 사는 공원 근처를 걷자면 대소변 냄새가 진동한다. 버스는 어찌나 난폭하게 달리는지 빈 좌석이 없어서 한 30분 정도 서서가면 정신이 얼떨떨해질 정도다. 좌우회전 할 때, 출발할 때, 정지할 때는 몸이 짐 덩어리처럼 요동을 한다. 큰 버스를 서울의 짜장면 배달하는 오토바이처럼 운전을 한다. 그러면서도 사고가 나는 것을 10일 동안 한 번도 못 봤으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많지만 버스들은 그런 사람들 전혀 신경 안 쓰고 질주한다. 사람들이 질주하는 버스를 피해야 하는 것이지 버스는 사람을 피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물가는 Buenos Aires보다 훨씬 비싸다. 치안은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Buenos Aires나 페루의 Lima보다 더 나쁜 것 같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사는 흑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조심해서 다니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Rio de Janeiro에 와서 꼭 볼 것이 세 가지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카니발, 해수욕장, 그리고 Christ the Redeemer와 Sugar Loaf 산 경치다. Christ the Redeemer와 Sugar Loaf 산은 날씨 좋은 날 한 번만 구경하면 되고 나머지는 해변 모래사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Rio de Janeiro를 잘 즐기는 방법이다. Christ the Redeemer 구경 갈 때는 기차보다 택시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은 별것 아니고 택시를 두 셋이서 어울려서 타고 가면 가격도 더 저렴할 수 있고 산정에서 기다려 주고 내려 올 때 전망대에서 서주고 한단다. 내려다보는 경치 사진 찍기에는 Christ the Redeemer가 있는 산정보다 중간에 있는 전망대가 더 나을 것 같다. 산정은 좋은 망원 렌즈가 없으면 Sugar Loaf 산 사진 찍기에는 너무 먼 것 같다. 여행지도 Rio de Janeiro의 상징 Sugar Loaf 산 Sugar Loaf 산을 더 가까이, 정상에 전망대가 조그만 하게 보인다, 정상에 올라가는 케이블카 라인도 희미하게 보인다 Rio de Janeiro의 고급 아파트 마을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깔끔한 아침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