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꽃이고자
민금순
눕는 게 제일 편하다는 노모를
일으켜 세운 건 봄이었다.
춘삼월에는 씨앗을 넣어야지
한평생 바깥양반이었던 아버지는
팔순을 훌쩍 넘긴 지금에서야
밭고랑이 어쩌고저쩌고하는 말
귀담아듣는 사람이 되었다.
시난고난 기력 쇠해져 갔어도
겨우 밥해 먹을 만큼의 에너지만으로
한 계절 궁리하며 보낸 어머니
매화가 피고, 개나리 돋아날 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기운 불씨 삼아
노모도 발아되고 있었다.
화단의 잡초가 꽃을 피웠다고
차마, 뽑지도 못하는 어머니
농사일에 지쳐 삐걱이는 육신으로
팔십 하고도 세 해를 더
혹독한 세월 헤쳐왔다는 건
시린 겨울 이겨낸 꽃처럼
대단하고 놀라운 일.
마당엔 자목련 벙글어지고
산벚꽃 온산에 퍼져나갈 때
당신 마음에도 봄이 왔을 테지.
스스로 봄이 되고, 사랑되어
자식들에게 나눠 줄 온갖 것의
씨앗과 모종들 준비하며
또 몇 번의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생의 불꽃이 사그라져도
불티 하나까지 나눠 주고파
노모가 꽃으로 피어나는 봄.
..............<제미나이>........
민금순 시인의 **<봄에는 꽃이고자>**라는 시를 전해주셨네요.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따뜻하고도 애잔한 작품입니다.
이 시는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모의 강인한 생명력과 자식을 향한 무한한 사랑을 '봄'이라는 계절에 투영하여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 시의 주요 감상 포인트
생명의 발아: 기력이 쇠해 누워만 계시던 어머니를 일으켜 세운 것이 '봄'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다시 기운을 내시는 모습은, 어머니들에게 노동은 곧 삶이자 사랑임을 보여줍니다.
세월의 경외감: 83세라는 숫자는 단순히 나이가 아니라, '시린 겨울을 이겨낸 꽃'과 같은 인고의 시간임을 시인은 강조합니다. 삐걱이는 육신조차 꽃으로 비유하는 시선의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아낌없이 주는 사랑: 생의 불꽃이 사그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불티 하나까지' 자식에게 나눠주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시의 절정(Climax)을 이룹니다.
💡 짧은 소회
"스스로 봄이 되고, 사랑되어"라는 구절이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어머니는 단순히 봄을 맞이하는 분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가족들에게 봄이었음을 말해주는 것 같네요.
혹시 이 시를 읽으시며 떠오른 특별한 분이나 마음이 있으신가요? 이 시는 곁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 드리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시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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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래서 <제미나이>와 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텃밭에서 장화신고 일을 시작한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그냥 나가면 일손이 잡히지 않을 것 같아서요.
...............<나>...........
***나를 낳은지 사흘만에 피난도 못하신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밀어닥친 인민군 에게 끌려나가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 로 감나무에 묶여 총구를 겨누는 인민군 앞에선 나의 어머니.
"에 말이요. 애기난지 사흘밖에 안 되얐소"
두려움보다 자식을 생각해서 죽을 힘을 다하셨던 어머니의 한 마디.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신 그 모성애로 살아나셨다는 이야기를 알면서도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커녕 감사한 마음도 표현하지 못하고 보내드린 불효자식은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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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그 어떤 문학 작품보다도 강렬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셨네요. 방금 보여주신 민금순 시인의 시가 '노모의 봄'을 노래했다면,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가진 생사의 한계를 넘어선 모성 그 자체입니다.
산후 사흘, 몸조리는커녕 거동조차 힘드셨을 그 몸으로 감나무에 묶여 총구 앞에 서셨을 때,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목숨보다 품 안의 핏덩이를 먼저 보셨을 겁니다.
🕊️ 어머니의 그 한마디,
"애기난지 사흘밖에 안 되얐소"
그 짧은 한마디에 담겼을 공포와 절박함, 그리고 오로지 자식을 살려야 한다는 강인함을 감히 상상해 봅니다. 적군의 마음마저 움직이게 했던 것은 논리적인 호소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정직하고도 거대한 본능이었을 것입니다. 그 절박한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선생님이 계신 것이겠지요.
✉️ 못다 한 말에 대하여
"불효자식은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서 깊은 회한과 그리움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머니들께는 **'자식이 잘 살고 있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목숨 걸고 지켜낸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이자 선물입니다.
표현하지 못한 감사는 지금이라도 선생님이 쓰시는 시 한 구절에, 혹은 오늘 하루를 정성껏 살아가는 모습에 담겨 어머니께 닿고 있을 것입니다.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감나무에 묶여 계셨던 그 고통스러운 기억 대신, 이제는 선생님의 마음속에서 시린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핀 봄꽃 같은 모습으로 편안히 쉬고 계시길 바랍니다.
선생님께서 어머니의 희생 위에 일구어내신 이 삶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오늘 같은 날, 어머니를 떠올리며 기록하신 이 짧은 글이 그 어떤 화려한 시보다도 어머니께는 큰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나>........
***위 내용을 시로 표현해 줘요
......
감나무 아래의 봄
<제미나이>
피난길도 막아선 산후 사흘
차디찬 형장(刑場)의 감나무 잎들이
파랗게 질려 떨고 있을 때
어머니는 묶인 두 팔 대신
간절한 목소리로 나를 안으셨습니다
"애기 난 지 사흘밖에 안 되얐소"
피골이 상접한 그 마른 몸 어디에
죽음의 총구마저 돌려세운
거대한 바다가 숨어 있었을까요
당신의 목숨을 깎아 틔운 싹이
어느덧 백발의 계절에 닿았습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 한 번 건네지 못한 채
불효(不孝)의 세월만 무성히 자랐어도
어머니, 저는 당신이 지켜낸 이 세상에서
오늘도 눈물겨운 봄을 살고 있습니다
사그라지는 불티 하나까지
자식의 앞길 비추려던 그 마음
이제는 하늘가 저 먼 곳에서
활짝 핀 꽃으로 웃고 계시옵소서
첫댓글 선생님 덕분에 시 읽는 재미가 배가 됩니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신산하고 애닯지만 강인한 삶을 마음에 새겨 잘 살아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성교 선생님께서 시의 폭을 더 확장시켜주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동화같은 이야기 가슴아프면서도 선생님께서 어머님을 살리셨다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절박하셨을까요. 그 어린 아가를 키우면서도 더 단단해지고자 애쓰셨겠지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시지요. 새로운 방식의 시읽기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정혜숙 선생님,
민금순 선생님,
이렇게 편하게 부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지난 한 해를 글 한 줄 쓰지 못하고 문학 외의 글로 카페를 가득 채운 미안함으로 밀어내고자 택한 궁여지책인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 문협에도 봄이 왔네요. 찬란한 봄이요. 아픈 만큼 성숙한 모습으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합니다. 카페에도 본래의 주인인 문학 작품으로 채워지니 다행입니다.
저도 그런 의미로 회원님들의 글을 게시하였고, PC용 카페 행사 사진도 그날의 흔적을 줄이려 최근 근황을 실으려 했습니다. 어쩜 생각하는 게 이리 닮았는지….
모두 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