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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서예대전에 작품 출품을 준비하면서 고운선생의 자료를 모아보았습니다.
혹시 누락된 자료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가야산에서
狂奔疊石吼重巒 바위 골짝 치닫는 물 첩첩 산골 뒤흔드니
人語難分咫尺間 사람 말은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려워라
常恐是非聲到耳 세속의 시비소리 행여나 들릴세라
故敎流水盡籠山 흐르는 계곡 물로 산 둘러치게 했나
계원필경 ‘12월화우이제야견시
與君相見且歌吟 그대여, 우리 오늘 만났으니 시나 읊고
莫恨流年挫壯心 더 큰 꿈 이루지 못한 건 한탄하지 말자.
幸得東風已迎路 다행히 봄바람이 우리를 길 맞이하리니
好花時節到鷄林 꽃피는 좋은 철에 계림에 도착하는 걸.(’)
진정상태위시(고변)
海內誰憐海外人 뉘라서 외국 사람 가엾게 여겨 보살펴 주리.
問津何處是通津 묻노라, 어디메가 내가 갈 나루로 통하는지.
本求食祿非求利 애초에 食祿만 구했고 利를 구하지 않았으며
只爲榮親不爲身 어버이의 영광을 위했고 내 몸 위하지 않았네.
客路離愁江上雨 떠도는 나그네의 시름, 강 위의 비처럼 내리고
故苑歸夢日邊春 고향 가고 싶은 꿈은 봄 햇살처럼 떠오른다.
濟川幸遇恩波廣 은덕 입어 다행히 국난극복에도 참여했으니
願濯凡纓十載塵 이제 갓 끈의 십 년 먼지 씻으려오.
‘贈山僧’
僧乎莫道 靑山好 스님들이여, 청산이 좋다고 말씀들 하지 마시오.
山好何事 更出山 산이 좋다면 왜 자주 산 밖으로 나오시는가.
試看後日 吾踪跡 두고 보시라. 나의 뒷날 자취를
一入靑山 更不還 한번 청산에 들면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않을 테니.
길을 가다가[途中作]
東飄西轉路岐塵 동서로 떠도는 길, 헷갈리고 먼지투성인데
獨策??幾苦辛 여읜 말 홀로 채찍하며 얼마나 고생했던가.
不是不知歸去好 귀향함이 좋은 줄 내 모르는 바 아니지만
只緣歸去又家貧 돌아간다 한들 또 집이 가난한 것을.
題伽倻山讀書堂’.
狂奔疊石吼重巒 미친 듯 바위 위를 내달으며 산을 울리는 물소리에
人語難分咫尺間 사람의 이야기는 지척에서도 알아듣기 어렵다.
常恐是非聲到耳 옳다 그르단 세상 시비소리 귀에 들릴까봐
故敎流水盡籠山 흐르는 물을 시켜 온 산을 감쌌다.
秋夜雨中
秋風唯苦吟 쓸쓸한 가을 바람 애닯은 노래
世路少知音 세상엔 날 알아 주는 이 없고
窓外三更雨 깊은 밤 창밖에는 비 듣는 소리
燈前萬里心 등불 아랜 만리 먼 길 외로운 마음.
장안의 旅舍 이웃에 于愼微장관이 살기에 시를 지어 부친다
上國羈棲久 상국에 와 객지생활 하도 오래니
多慙萬里人 만리 타향의 부끄러운 사람
那?顔氏巷 안자의 누항 같은 살림으로써
得接孟家 맹씨처럼 좋은 이웃에 살게 되다니
守道唯?古 도 지키어 옛글 공부 뿐
交情豈憚貧 사귀는 깊은정은 가난타고 싫어하리
他鄕少知己 타향에 알아 줄 이 없으니
莫厭訪君頻 그대 자주 찾아감 싫다지 마소.
寓興(생각을 붙여)
願言?利門 너 부디 이익길엔 생각을 끊고
不使損遺體 부모주신 귀한 몸, 상치 말아라.
爭奈探珠者 어찌타 眞珠를 캐는 저 사람
輕生入海底 목숨 걸고 바다 밑을 들어 가는고.
身榮塵易染 몸이 영화 티끌에 더럽혀지기 쉽고
心垢水難洗 마음에 낀 때는 물로도 씻기 어렵다.
澹泊與誰論 누구와 담담한 맛 의논하랴
世路嗜甘醴 세상사람들은 달고 취함 즐기는 것을.
途中作(도중에서 지음)
東飄西轉路岐塵 동서로 떠도는 몸 티껄길에
獨策??幾苦辛 외로운 채찍 파리한 말 얼마나 고생했노
不是不知歸去好 돌아감이 좋은줄 모르는게 아니지만
只緣歸去又家貧 돌아간다 한들 또 집이 가난한 것을.
蜀葵花(접시 꽃)
寂寞荒田側 거친 밭 언덕 적막한 곳에
繁花壓柔枝 탐스런 꽃송이가 약한 가지 누르고 있다...
香輕梅雨 첫여름 비갤무렵 가벼운 향기
影帶麥風歌 보리 누름 바람결에 비낀 그림자
車馬誰見賞 수레 탄 사람 누가 보아줄까.
蜂蝶徒相窺 그저 벌 나비만 와서 엿볼 뿐.
自慙生地賤 천하게 태어난 것이 부끄러워
堪恨人棄遺 세상에서 버림받아도 참고 견딘다.
등윤주자화사>
登臨暫隔路 塵(등임잠격로기진) 절에 올라 속세 먼지 잠시 떠났다만
吟想興亡恨益新(음상흥망한익신) 흥망을 생각하니 한은 더욱 새롭구나
畵角聲中朝暮浪(화각성중조모랑) 뿔나팔 소리에 아침 저녁 물결 일고
靑山影裏古今人(청산영리고금인) 청산의 그림자에 고금의 사람 있네
霜 玉樹花無主(상최옥수화무주) 옥 같은 나무 서리가 꺽고 꽃도 주인 없는데
風暖金陵草自春(풍난금능초자춘) 금릉 땅엔 봄바람 불어 풀만 홀로 봄을 맞네
뇌有謝家餘景在(뇌유사가여경재) 사시 집안 옛 풍광 그마저 남아있어
長敎詩客 精神(장교시객상정신) 시인에게 길이길이 회고의 정 젖게 하네
江南女 강남의 여인
江南蕩風俗 강남땅은 풍속이 음탕하기에
養女嬌且憐 딸을 길러 아리땁고 예뻐라
性冶恥針線 놀아나는 성품은 바느질을 싫어하고
粧成調管絃 단장 마치고 관현을 희롱하네
所學非雅音 고상한 곡조 배우지 않았기에
多被春心牽 그 소리 대개 춘정에 이끌리네
自謂芳華色 스스로 꽃답고 아름다운 그 얼굴
長占?陽年 언제나 청춘일줄 생각하네
却笑?舍女 아침내내 베털에서 북을 놀리는
終朝弄機? 이웃집 딸을 도리어 비웃나니
機?縱勞身 비록 베를 짜느라 몸을 괴롭혀도
羅衣不到汝 마침내 비단옷은 너에게 안간다고
古意 고의
狐能化美女 여우는 능히 미인으로 화하고
狸亦作書生 살쾡이는 글하는 선비로 화하네
誰知異類物 그 누가 알리 동물들이
幻惑同人形 사람 모양을 지어 속이고 홀리는 것을
變化尙非艱 변화하기 오히려 어럽잖으나
操心良獨難 마음가지기 진실로 어려워라
欲辨眞與僞 그 참과 거짓을 분별하려거든
願磨心鏡看 원컨데 마음 거울을 딱고 보소.
郵亭夜雨 나그넷집 밤비
旅館窮秋雨 나그넷집 깊은 가을 비는 내리고
寒窓靜夜燈 창아래 고요한 밤 차거운 등불
自憐愁裏坐 가엾다 시름속에 앉았노라니
眞箇定中僧 내 정영 참선하는 중이로구나.
山陽與鄕友話別 산양땅에서 고향친구와 작별하며
相逢?樂楚山春 서로 만나 잠시 초산의 봄을 즐겼더니
又欲分離官滿巾 다시 헤어지려니 눈물이 수건에 가득하네
莫怪臨風偏?望 바람앞에 슬피 바라봄을 괴히 여기지 말라
異鄕難遇故鄕人 타향에서 고향사람 만나기 참 어려운 것을.
題芋江驛亭 제 우강역정
沙汀立馬待回舟 모래 기슭에 말 세우고 돌아오는 배를 기다리니
一帶烟波萬古愁 일대연파가 만고의 시름일세
直得山平兼水渴 산이 평지되고 물이 또한 맑아져야
人問離別始應休 인간세상 비로소 이별이 없게 될 것을
春日邀知友不至 봄날에 벗을 청하였으나 오지 않아 절구의 시를 부친다
每憶長安舊苦辛 매양 장안에서 고생하던 일 생각하면
那堪虛擲故園春 차마 어찌 고원의 봄을 헛되이 보내리
今朝又負遊山約 오늘 아침 도 산놀이 약속을 저바리는 구나
悔識塵中名利人 뉘우치노라 티끌속의 명리인 알게 된 것을.
留別西京金少尹峻 서경 금소윤준과 작별
相逢信宿又分離 서로 만나 수일만에 또 헤어지게 되니
愁見?中更有? 갈림길에 또 갈림있는 것이 시름겹구나
手裏桂香銷欲盡 손 가운데 계향은 다 녹으려는데
別君無處話心期 그대와 이제 헤어져 마음 얘기 나눌 자 다시 없구나
贈金川寺主 금천사 주지에게 주다
白雲溪畔?仁祠흰 구름 시냇가에 절을 지으
三十年來此住持 서른해 내리 이 주지 일세
笑指門前一條路 웃으며 가리키노니 문앞의 한줄기 길이
?離山下有千? 조금 곧 산아래를 떠나면 천가닥이 되네
贈梓谷蘭若獨居僧 재곡난야에 혼자 사는 중에게
除聽松風耳不喧 솔바람 소리 밖엔 다른 소리 들리잖고
結茅深倚白雲根 깊숙히 구름 밑에 띳집 하나 매었구나
世人知路?應恨 세상사람 길 아는 것 응당 도로 원망하리
石上?苔汚?痕 티끌 묻은 신발자국 바위 이끼 더럽히네
黃山江臨鏡臺 황산강 임경대
烟巒簇簇水溶溶 메 뿌리 웅긋 중긋 강물은 넘실넘실
鏡裏人家對碧峯 집과 산 거울인듯 서로 마주 비치는데
何處孤帆飽風去 돛단배 바람태워 어디로 가버렸나
瞥然飛鳥杳無? 나는 새 어느결에 자취없이 사라지듯.
登潤州慈和寺上房 윤주 자화사 상방에 올라
登臨?隔路?塵 산에 올라오니 갈래길 먼지 잠시 멀어졌으나
吟想興亡恨益新 흥망을 되씹으니 한이 더욱 새로와라
?角聲中朝暮浪 화각소리 가운데 아침 저녁 물결인데
靑山影裏古今人 푸른산 그림자 속엔 고금인물 몇몇인고
霜?玉樹花無主 옥수에 서리 치니 꽃은 임자도 없구나
風暖金陵艸自春 금릉 따스한 바람에 풀은 절로 봄이로고
賴有謝家餘境在 사가의 남은 경지 남아 있어
長敎詩客爽精神 시객의 정신 길이 상쾌하게 하네.
秋日 再經??縣 寄李長官 가을날에 우치현을 다시 지나며 이장관에게 부침
孤蓬再此接恩輝 외로운 손이 두번 예서 신세지니
吟對秋風恨有違 가을 바람에 읊조리며 어긴 일 다시 서러워지옵네
門柳已凋新歲葉 문 앞 버들은 새 잎 벌써 시들었건만
旅人猶着去年衣 나그네 옷은 아직 작년 입던 그대로
路迷?漢愁中老 하늘같이 먼 길에 시름 속 늙어가는 몸
家隔烟波夢裏歸 바다 건너 내 집엔 꿈에니 돌아갈까
自笑身如春社燕 우습다 이몸은 봄 사일의 제비인가
?樑高處又來飛 그림 들보 높은 곳에 또 와 노니는 구나
送吳進士巒歸江南 오진사 만이 강남으로 돌아감을 전송하면서
自識君來幾度別 그대와 안 뒤 몇번째 이별인가
此回相別恨重重 이번 서로 갈림에는 한이 더욱 겹쳐옵네
干戈到處方多事 전쟁은 가는곳마다 한창 수선한데
詩酒何時得再逢 어느때나 다시 만나 시와 술을 같이 할까
遠樹參差江畔路 먼 나무는 강변길에 우뚝 우뚝
寒雲零落馬前峯 찬 구름은 말 앞 메에 떨어지네
行行遇景傳新作 가다가 경치 좋거든 새작을 전해주게
莫學?康盡放? 게으런 혜강의 버릇 제발 배우지 마소.
暮春卽事 和顧雲友使 늦은 봄 즉흥으로 동료사자 고운에게 회답하며
東風遍閱百般香 봄바람에 온갖 꽃 향내를 겪어 왔네만
意緖偏饒柳帶長 정서는 기나긴 버들가지에 더욱 끌리네
蘇武書回深塞盡 소무의 글월은 변방서 돌아오고
莊周夢逐落花忙 장주의 꿈은 낙화를 쫓아 바쁘네
好憑殘景朝朝醉 남은 경치 빙자하여 아침마다 취하노니
難把離心寸寸量 이별의 정은 촌촌이 헤아리기 어려우이
正是浴沂時節日 때는 정히 기수에 멱감는 시절
舊遊魂斷白雲鄕 옛 놀던일 생각하니 혼이 흰 구름 위에로.
和張進士喬村居病中見寄 장진사 교가 마을에 살면서 병중에 부친 시를 화답한다
一種詩名四海傳 시의 명성 사해에 떨치니
浪仙爭得似松年 낭선이 송년과 어떠한가
不惟騷雅標新格 소아가 신격을 드러내어
能把行藏繼古賢 능히 행장을 갖고 옛 어진이를 이었도다
藜杖夜携孤嶼月 교교한 달 아래 명아주 지팡이 짚고
葦簾朝捲遠村烟 갈대 주렴에는 먼 마을 연기 걷히고
病來吟寄?濱句 병이 들자 장빈 글귀를 읊어
因付漁翁入郭船 성에 들어가는 어옹의 뱃편에 부치노라.
春曉偶書 봄 새벽
?耐東流水不回 흘러가는 더 물은 돌아 못 오고
只催詩景惱人來 봄빛만 사람을 괴롭히누나
含情朝雨細復細 애틋한 아침 비 부슬 거리고
弄?好花開未開 꽃들은 피고 맺고 저리 곱구나
亂世風光無主者 난리때라 좋은 경치 주인이 없고
浮生名利轉悠哉 뜬 세상 명리도 쓸 데 없는 것
思量可恨劉伶婦 아내는 원망스레 소매 붙들고
强勸夫郎疎酒盃 구태 어이 술잔 자주 못 들게 하나.
泛海 바다에 배를 띄움
掛席浮滄海 배를 푸른 바다에 띄우니
長風萬里通 긴 바람 만리를 통하였네
乘?思漢使 뗏목 탔든 한나라 사신이 생각나고
採藥憶秦童 불사약을 구하든 진나라 동자가 기억나네
日月無何外 해와 달은 허공 밖에 있고
乾坤太極中 하늘과 땅은 태극의 가운데 일세
蓬萊看咫尺 봉래산이 지척인듯
吾且訪仙翁 내 우선 신선을 찾어 보리라.
題雲峯寺 제 운봉사
?葛上雲峯 칡 덩굴 부여잡고 구름 봉에 올라
平看世界空 굽어보니 온 누리가 텅 빈 듯
千山分掌上 산들은 올망졸망 손바닥에 놓이고
萬事豁 ?中 만사는 가슴속이 탁 틔누나
塔影日邊雪 탑 그림자 해 가의 눈이요
松聲天半風 솨솨 솔 소리는 반공의 바람일세
烟霞應笑我 구름과 놀이 응당 나를 웃을 것이
回步入塵籠 진세로 다시 걸음 돌리다니
贈雲門蘭若智光上人 운문서 난야 지광상인에게
雲畔構精廬 구름가에 정사를 지어 놓고서
安禪四紀餘 조용한 선정에 근 오십년간
?無出山步 지팡이는 산 밖에 나본 일 없고
筆絶入京書 붓은 서울로 가는 글월 안 쓰네
竹架泉聲緊 대 홈에 샘물 소리 졸졸
松?日影疎 송창에 햇빛이 성그네
境高吟不盡 맑고 높은 경지에 읊다 못하여
瞑目悟眞如 눈 감고 진여를 깨치려네
題輿地圖 제 여지도
崑崙東走五山碧 곤륜산이 동으로 뻗어 다섯 산이 푸르렀고
星宿北流一水黃 성수는 북으로 흘러 황하가 누리었네
姑蘇臺 고소대
荒臺?鹿遊秋草 버려둔 고소대엔 가을 풀만 우거지고 제 세상 만난듯이 사슴들만 놀고있네
廢院牛羊下夕陽 염소와 소가 차지한 옛 집터에 석양 해가 비치네
碧松亭 벽송정
暮年歸臥松亭下 늙은몸 송정아래 돌아와 누었으니
一抹伽倻望裏靑 바라다 뵈는 것이 가야산 뿐이로구나 칠한 듯 푸르른 빛이 곱게 눈에 띠이네
詠曉
玉漏猶滴 銀河已回 彷彿而山川漸變 參差而物像將開 高低之烟景微分
認雲間之宮殿 遠近之軒車齊動 生陌上之塵埃 晃蕩天隅 蔥籠日域
殘星映遠林之梢 宿霧斂長郊之色 華亭風裏 依依而鶴?猶聞
巴峽月中 ??而猿啼已息 隱映靑? 村逈而?鳴茅屋 熹微朱閣 巢空而燕語雕樑
罷?斗於柳營之內 儼簪笏於桂殿之傍 邊城之牧馬頻嘶
平沙漠漠 遠江之孤帆盡去 古岸蒼蒼 漁 聲瀏 蓬艸露? 千山之翠嵐高下
四野之風烟深淺 誰家碧檻 ?啼而羅幕猶垂 幾處華堂
夢覺而珠簾未捲 是夜?? 天地晴 蒼茫千里 ??八紘 漠水泛紅霞之影
疎鍾傳紫禁之聲 置思婦於深閨 紗窓漸白 臥愁人於古屋 暗??明
俄而曙色微分 晨光欲發 數行南飛之雁 一片西傾之月 動商路獨行之子
旅館猶? 駐孤城百戰之師 胡?未歇 砧杵聲寒 林巒影疎
斷?音於壁 肅霜華於遠墟 粧成金屋之中 靑蛾正盡 宴罷瓊樓之上
紅燭空餘 及其氣爽淸晨 魂澄碧落 ?高影於夷夏 蕩回陰於巖壑千門萬戶兮始開
洞乾坤之寥廓
새벽을 노래함
물시계 상기도 물이 떨어지고 있는데 은하는 벌써 돌아가고 말았네.
산천은 점점 변하여 가고 갖가지 물건이 떠오르니 높고 낮은 희미한 경치도 눈에 띄이며 구름 속의 궁전 뵈이고 수레 오가는 길에서 먼지이네.
멀고 먼 하늘가에 먼동이 트이더니 아름다운 기운이 감도는 새벽 별 힘없이 먼 숲위에 걸려있고 안개는 넓은 들의 빛을 거두고 먼 곳까지 새 빛이 퍼지네.
화정에서 듣던 학 우는 소리 지금도 들려오는 듯하고 파협 달 밝은 밤에 멀리 들리던 잔나비 슬픈 소리 이미 사라졌구나.
술 파는 집 푸른 깃발 은은히 보이고 촌 마을 초가집에서는 닭 우는 소리 들려 나오며 단청한 고대광실 희미하게 보이는데 제비는 등에서 나와 지저귀고 있네.
병영의 순라 피하고 벼슬아치 일찍이 의관 정제 엄약하며 변성의 기르는 말 자주 소리 지른다.
모래밭 길고 긴데 멀리 뵈는 강에 떠 있던 외로운 돛단배 다 사라지고 강 언덕은 오래된 연조를 말 하는듯 푸르고 푸르른데 고기잡이의 맑은 피리소리 들려 오고 쑥덤풀은 이슬이 담뿍 젖었구나.
맑은 산의 푸른 기운 혹은 높고 낮게 벌려 있고 사방의 들에는 바람연기 혹은 깊고 옅게 펼쳐 있고나 어느 뉘 집이런가 꾀꼬리 노래해도 비단방장 상기 드리어 있고 화려한 집 몇몇 곳은 꿈은 깨였으련만 구슬 발 아직도 거치지 아니하였네.
이때 온 누리 깨끗하고 천지는 맑고 맑아 천리 밖까지 푸르고 아득하며 온 사방이 환해지니 요수에는 붉은 놀의 그림자 떠오르고 이따금 들리는 종은 자금의 소리를 전하는듯.
임그린 아낙네 외로히 자는 깊은 방의 비단 창도 밝아오고 수심에 잠긴 사람 누워 있는 옛 집 어두운 창도 밝아 오더니 잠깐 사이 새벽빛 엷게 떠오르고 새벽 햇빛 나타나려 하자 몇 줄의 기러기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한 조각 달은 서편으로 기울어졌네.
장사차 홀러 나선 사람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여관 문은 상기도 잠겨 있고 벡번이나 싸웠을까 외로운 성안에 군사를 주둔하고 있으되 아직 오랑캐 피리 소리 그치지 아니했네.
옷 다듬는 소리 찬 기운을 풍기고 수풀의 그림자 성기었는데 귀뚜라미 소리는 사면에서 끊어졌고 서릿발이 먼 언덕에 어리니 금빛 같이 단장한 집에는 눈썹 곱게 그린 미인도 있었으련만 잔치 파한 옥으로 된 화려한 다락 위에는 속절없이 붉은 촛불만 남아 있구나.
이에 맑고 맑은 이른 아침이라 기분이 상쾌하여 맑은 내혼은 멀리 하늘높이 달리는듯한데 솟아 오르는 해는 높은 산을 밝게 하고 이에 따른 그림자 바위를 감도네.
이제는 집집마다 문이 비로서 열리고 고요하고 갑갑하던 온 세상도 활짝 열리었구나
陳情上太尉詩 (태위에게 진정한 시)
海內誰憐海外人
問津何處是通津
本求食祿非求利
只爲榮親不爲身
客路離愁江上雨
路園歸夢日邊春
濟川幸遇恩波廣
願濯凡纓十載塵
뉘라서 해외사람 보살펴 주리
묻노라 어디메가 내 갈 곳인가
부자는 내사 싫고 벼슬 살고저
어버이 위하여 그렇습니다
강상의 빗소리 이별의 시름
고향봄은 꿈속에 가물 거리네
제천이라 은파도 넓으시거니
씻어다오 갓끈에 낀 십년 먼지를
奉和座主尙書避難過維陽寵示 絶句三首(좌주상서가 난을 피하여 유양으로 가는 도중에 절구)
年年荊棘侵儒苑 處處烟塵滿戰場 豈料今朝覲宣父 豁開凡眼睹文章
유원은 갈수록 형극만 돋고
여기저기 싸움터엔 연기와 먼지
오늘아침 선부님께 절을 드리고
그 문장에 좁은 안목 넓힐 줄이야.
亂時無事不悲傷 鸞鳳驚飛出帝鄕 應念浴沂諸弟子 每逢春色耿離腸
난리 때라 일일이 아니 슬프리
난.봉은 다 제향을 떠나 가노라
기수에 목욕하던 제자께 그려
봄이 오면 이별의 애를 녹이네
濟川終望拯湮沈 喜捧淸詞浣俗襟 唯恨吟歸滄海去 泣珠何計報恩深
바라노라 흐린 세상 건져 주기를
씻었노라 글월 보고 속된 마음을
아득한 저 바다로 돌아를 가니
깊은 은혜 갚지 못해 눈물만 줄줄
歸燕吟獻太尉(귀연음으로써 태위에 드림)
秋去春來能守信 暖風?雨飽相? 再依大厦雖知許 久汚雕梁却自慙
深避鷹?投海島 羨他鴛鷺?江潭 只將名品齊黃雀 獨讓銜環意未甘
오가는 봄 가을이 꼭 신을 지켜
따슨 바람 서늘 비를 실컷 겪었네
또 다시 대하에 기대게 되니
조량을 더럽혀 어찌할가요
응.전을 피하느라 섬으로 갈땐
강담의 완.노가 부러웠다네
명품은 황작과 다름없는데
함환을 갖지 못해 섭섭합니다
酬楊贍秀才送別(양섬 수재의 송별을 답한다)
海?雖定隔年? 衣錦還鄕愧不才 暫別蕪城當葉落 遠尋蓬島?花開
谷鶯遙想高飛去 遼豕寧慙再獻來好把壯心謀後會 廣陵風月待銜杯
해 지나 바다를 건너 가지만
분에 넘친 금의환향 부끄럽구려
잎지는 무성땅에 이별 나눴고
봉도를 찾아 갈 땐 꽃이 피였네
교목을 기우리는 꾀꼬리거니
요시 어찌 다시 오길 꺼리겠는가
이 마음 잊지 말고 다시 모이어
관능의 풍월에 술잔 나누세.
留別女道士(여 도사를 유별하다)
每恨塵中厄宦塗 數年深喜識麻姑 臨行與爲眞心說 海水何時得盡枯
벼슬길에 쪼들린 진세의 몸이
마고 신선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이 자리에 진심 털어 말을 하자면
저 바다는 어느 때나 다 마를까요.
酬進士楊贍送別(양섬 진사의 송별을 답한다)
海山遙望曉烟濃 百幅帆張萬里風 悲莫悲兮兒女事 不須??別離中
아슬한 산 봉우리 연기 서리고
풍석 조각 바람에 펄렁이누나
행여나 사내로서 계집애 같이
갈린다고 지나치게 슬퍼를 마소.
楚州張尙書水郭相迎 因以詩謝
(초주 장상서가 수곽에서 맞이하기로 시로써 시하다)
楚天蕭瑟碧雲秋 ??高飛訪葉舟 萬里乘?從此去預愁魂斷謝公樓
소실한 먼 하늘 가을 빛 맑고
여준은 조각배를 찾아 드누나.
여기서 만릿길을 떠나를 가면
사공루 그리워 어찌 하리까
酬吳巒秀才惜別二絶句(오만 수재의 석별을 수답하다)
榮祿危時未及親 莫嗟?路?勞身 今朝遠別無他語 一片心須不愧人
고관되면 친하기도 어렵웁나니
이별의 괴롬을 슬프다 마소
갈리는 이 자리에 딴말 있겠나
꺼리낌 없구려 일편단심.
殘日塞鴻高的的 暮烟汀樹遠依依 此時回首情何限 天際孤帆?浪飛
석양에 높이 뜬 변방 기러기
먼 숲은 아른 아른 연기 어렸네
고개 돌려 바라보니 한 없는 인정
물결에 떠 오른 저 하늘가로……
石峯(돌 봉우리)
[中和甲辰年冬十月 奉使東泛 泊舟於大珠山下 凡所入目
命爲篇名 嘯月吟風 貯成十首 寄高員外]
(중화 갑진 시월에 사신차 대주산 밑에 배를 띄우게 되었다. 그때 보이는 대로 제목을 붙여서 풍월을 읊었던 시 열수를 고원외에게 보였슴)
??絶頂欲摩天 海日初開一朶蓮 勢削不容凡樹木 格高唯惹好雲烟
點?寒影?新雪 ?玉淸音噴細泉 靜想蓬萊只如此 應當月夜會?仙
높다란 그 꼭대기 하늘에 닿을 듯
태양이 비춰준 한떨기 연꽃인양
깍아 세운 벼랑이라 범상한 수목 엄두인들 낼 것이며
높은 품위는 오직 구름.안개 만을 벗으로 하네.
술을 가르킨 찬 모습은 새로 내린 눈을 장식했고
옥 굴리는 맑은 소리 시내에서 흘러오네.
봉래산 생각하면 거기도 여기와 같아
청녕코 달밤이면 여러 신선 모이리라.
潮浪(조수 물결)
驟雪?霜千萬重 往來弦望?前? 見君終日能懷信 慙我趨時盡放?
石壁戰聲飛霹靂 雲峯倒影?芙蓉 因思宗慤長風語 壯氣橫生憶臥龍
눈 서리 휘날리듯 천만번 거듭되고
오가는 사리 조금에 먼저 길 되풀이 하네.
그대는 해 지도록 신의를 지키건만
이내몸은 세속따라 지칠때로 지쳤네.
돌벽에 부딪침 우렁찬 소리는 벼락이 돌아온듯
구름 봉우리 꺼꾸러진 그림자 연꽃이 흔들 흔들.
종각의 거센바람을 타겠다는 말을 생각하니
웅장한 포부 가슴에 벅차 와룡을 추모해지네.
沙汀(조수에 밀린 모래 언덕)
遠看還似雪花飛 弱質由來不自持 聚散只憑潮浪? 高低況被海風吹
煙籠靜練人行絶 日射凝霜鶴步遲 別恨滿懷吟到夜 那堪又値月圓時
멀리 보면 마치 눈발이 날리는 듯
약한 몸이라. 언제 제몸을 가누지 못하네.
모이고 흩어지는 것은 조수물결에 맡기고
높아지고 낮아지는 것은 바다 바람에 의지되네.
연기가 비단폭에 자욱할 땐 인기척 끊어지고
햇빛이 서릿발에 비칠 때엔 학이 않아 쉬어가네.
떠나는 심정 섭섭하여 읊조리는 이 밤에
또 다시 달 마져 밝으니 그 정결 어이하리.
野燒(들판의 불붙은 품)
望中旌?忽?紛 疑是橫行出塞軍 猛焰燎空欺落日 狂煙遮野截歸雲
莫嫌牛馬皆妨牧 須喜狐狸盡喪? 只恐風驅上山去 虛敎玉石一時焚
바라보매 문득 깃발이 펄럭 펄럭
군사들이 변방을 쳐나가며 횡행하는듯
사나운 불꽃이 하늘을 찌르니 지는 해도 무색하고
미친 연기가 벌판에 뻗어 가는 구름 꿇는구나.
말소를 침에 방해된다 탓하지 마소
여우 삵이 모두 소굴을 잃음이 기쁘지 않은가.
다만 두려운건 바람이 산위에까지 몰고 가서
옥과 돌 차별도 없이 일시에 불붙는 일
杜鵑(진달래)
石?根危葉易乾 風霜偏覺見?殘 已饒野菊誇秋艶 應羨巖松保歲寒
可惜含芳臨碧海 誰能移植到朱欄 與凡草木還殊品 只恐樵夫一例看
돌 사이 박힌 뿌리 잎 마르기 쉬웁더라
풍상에 시달리어 병들은 듯 보여지네.
들국화는 가을 단장 자랑함에 맡겨 두고
바위 위의 소나무 강추위 이겨냄이 부러웁네.
가엾다 고움을 먹음고 외로이 바닷가에 섰건만
뉘라서 좋은 집 뜰앞에 옮겨다 심을가.
딴 초목과는 아무래도 다르련만
그래도 나무꾼은 분별없이 볼까 두려워.
海鷗(바다 갈매기)
慢隨花浪飄飄然 輕擺毛衣眞水仙 出沒自由塵外境 往來何妨洞中天
稻粱滋味好不識 風月性靈深可憐 想得漆園蝴蝶夢 只應知我對君眠
이리 저리 꽃물결 따라 나부끼는 그 모습
가볍게 털옷을 다듬고 나니 정말 물위의 신선일세.
자유로이 세상 밖을 드나들고
거침없이 선경을 가고오리.
고량진미 좋은 맛도 알은채 아니하고
풍월의 참 맛을 지극히 사랑하네.
아마 남화 늙은 이의 나비 꿈도
응당 내가 그대를 상대로 조는 것과 같으리.
山頂危石(산 마루의 위험한 돌)
萬古天成勝琢磨 高高頂上立靑螺 永無飛溜侵凌得 唯有閒雲撥觸多
峻影每先迎海日 危形長恐墜潮波 縱饒蘊玉誰回顧 擧世謀身笑卞和
천연적인 모습 사람의 힘으로 깍아낸 것보다 나아서
높고 높은 꼭대기가 푸른 소라처럼 섰구나.
날르는 폭포 따위로는 도저히 업신어길수 없고
오직 한가한 구름 만이 찾아 드는 구나.
높은 그림자는 매양 바다에 뜨는 해를 먼저 맞이하고
위태로이 섰는 모습은 조수 물결에 떨어질까 겁나는 구나.
아무리 옥이 많이 쌓였든들 뉘라서 돌아볼까
온 세상이 모두 제몸 생각 뿐 변화를 비웃네.
천부경(天符經)
천부경을 발견 해독하여 우리에게 전한 신라시대 고운 할아버지께서는 「난랑비 서문」에서 유, 불, 선 3교는 인류시원의 이 신교로부터 갈라져 나가 제2의 고등종교로 발전한 것이며, 유, 불, 선의 사상이 포괄된 모체종교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적어 전했다.
一 始 無 始 一 일시무시일이니
析 三 極 無 盡 本 석삼극 무진본이고
天 一 一 地 一 二 人 一 三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이라
一 積 十 鉅 無 ? 化 三 일적십거 무궤화삼이니라
天 二 三 地 二 三 人 二 三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이니
大 三 合 六 生 七 八 九 대삼합육 생칠팔구하고
運 三 四 成 環 五 七 운삼사성 환오칠하니
一 妙 衍 萬 往 萬 來 일묘연 만왕만래라
用 變 不 動 本 용변 부동본이요
本 心 本 太 陽 본심 본태양이니
昻 明 人 中 天 地 一 앙명인중천지일할지니
一 終 無 終一 일종무종일이니라
(해석엔 보는 사람과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으니 이점을 양해하시어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道(도)란 하나일 따름이라. 그러므로 하나로 비롯하되 하나에서 비롯됨이 없느니라. 도라고 이름하는 그 주체는 하나만 같음이 없고 도에 사무치는 그 묘함도 하나만 같음이 없으니 하나의 뜻이 크도다.
석삼극(析三極); 쪼갠다 함은 나눔이요, 한 끝이란 하늘과 땅과 사람의 지극한 이치라. 繫辭(계사)에 이르기를 “六爻(육효)의 움직임은 三極(삼극)의 도라.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아 셋에 이르러 그 변화가 다함이 없으므로 셋이 만물을 낳는다” 하였느니라.
무진본(無盡本); 하나란 천하의 큰 근본이며, 이것이 나뉘어 삼극이 되고 또 삼극이 이미 서매 만가지 이치가 다 이로 말미암아 나나니 큰 근본은 다함이 없느리라.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天一一地一二人一三); 이것이 곧 삼극이라 하늘은 하나를 얻어 하나가 되고, 땅은 하나를 얻어 둘이되고, 사람은 하나를 얻어 셋이 되니 하나를 한 번 함의 나뉨이라, 그러므로 도는 하나이되 하늘에 있으면 天道(천도)가 되고, 땅에 있으면 地道(지도)가 되고, 사람에 있으면 人道(인도)가 되나니 나누면 삼극이 되고 합치면 한 근본이 되느니라.
일적십거 (一積十鉅); 하나이란 數(수)의 비롯이요 열은 수의 마침(終)이라 하나로부터 비롯하여 쌓아 열이 되면 크니라 河圖(하도)의 열 수은 천지조화의 근본이니 그 이치 또한 깊이 합하니라.
무궤화삼(無 ? 化三); 하나에서 열까지 쌓아 이로부터 나아감은 천만 가지의 변화가 그 다함이 없으되 이는 다 삼극의 변화에 말미암음이니라.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天二三地二三人二三); 하나를 나누면 둘이 됨은 자연의 이치라, 繫辭(계사)에 이르기를 “하늘을 세움의 도는 陰(음)과 陽(양)이요, 땅을 세움의 도는 부드러움(柔)과 억셈(剛)이요, 사람을 세움의 도는 어짊(仁)과 옳음(義)이라 삼재(三才=三極)를 겸하여 두번 하나니 그러므로 易(역)은 여섯 그음(六劃)으로 그 卦(괘)를 이루느니라.
대삼합육생칠팔구(大三合六 生七八九); 하나를 나누어 둘로 만들고 하나에 두 갑절씩 곱하므로 여섯이 되나니 하늘과 땅과 사람이 제 가끔 그 둘씩 얻어 합치면 여섯이 되고, 이 여섯에 하나와 둘과 셋을 더하면 일곱과 여덟과 아홉이 되는지라, 대개 수는 아홉에 이르면 돌고 돌아 다시 나서 그 쓰임이 다함이 없나니 洛書(낙서)의 아홉수는 천지 조화의 작용이라 그 또한 이와 더불어 깊이 합하니라.
운삼사성환오칠(運三四成環五七); 셋이란 끝남의 근본이요 넷은 셋으로부터 나는 것이니 이것이 근본의 변화된 자리라, 그러므로 셋과 넷으로 운행한다 이르고 여섯이란 삼극의 크게 합침이요, 일곱이란 여섯으로부터 나는 것이니 이 또한 근본의 변화함이라, 그러므로 다섯은 여섯의 먼저가 되고, 일곱은 여섯의 뒤가 되므로 가락지를 이룬다 함이니 이미 여섯의 합침을 말하였고, 또 가락지를 이룸도 말했으니 그 여섯을 말하지 않음은 뜻이 그 가운데에 있음이니라.
일묘연만왕만래용변부동본(一妙衍 萬往萬來 用變不動本); 中庸(중용)에 이르기를 “그 물건됨이 둘이 아니면 그 물건의 남을 측량할 수 없다”하였으니 둘이 아니라 함은 하나를 말함이라, 이 하나의 묘한 옮김이 미루어 불어서 다함이 없는지라 흩어지면 만번가고 걷으면 만번오나니 간다함은 한 근본으로 만 가지가 다름이요, 이룬다 함은 만가지 다름으로 한 근본이라 그 묘한 작용의 변화를 가히 측량하여 잴 수 없나니 그 근본이 되어 일찍이 동작하는 바 있지 않으니라.
본심본(本心本); 마음의 근본은 곧 도의 하나이라 그러므로 사람으로 말하면 도의 근본은 또한 나의 마음의 것이라 기록에 이르기를 “사람이란 천지의 마음이라” 하였으니 또한 이 뜻이니라.
태양앙명 (太陽昻明); 마음의 광명이란 하늘의 태양과 같아 비치지 않는 곳이 없는지라. 孟子(맹자)가 이르기를 ”해와 달이 밝음이 있으매 빛을 써서 반드시 비친다” 하니 도의 근본이 있음을 말함이니라.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하늘과 땅과 사람은 하나이라, 사람은 하늘과 땅의 하나에 맞추어 三才(삼재)가 되나니 사람이 능히 그 본심의 하나를 잃지 않으면, 천지 만물의 근본이 나와 一體(일체)가 되므로 이른바 천하의 큰 근본을 세우는 이는 이에서 얻음이니라.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 도란 하나일 따름이라 그러므로 하나로 마치되 하나에서 마침이 없느니라, 孔子(공자)가 이르기를”나의 도는 하나로써 뚫는다” 하였고, 석가모니는 이르기를 “만가지 법이 하나로 돌아간다” 하였고 老子(노자)는 “그 하나를 얻으면 만사가 끝난다” 하였으니 그 정밀하고 미묘함을 다시 어찌 이에서 더하랴.
[난랑비 서문]
「國有玄妙之道 曰風流 設敎之源備詳神史 국유현묘지도 왈풍유 설교지원 비상신사
實內包含三敎 接化群生 且如入則孝於家 실내포함삼교 접화군생 차여입즉효어가
出則忠於國 魯司寇之旨也 處無爲之事 출즉충어국 노사구지지야 처무위지사
行不言之敎 周柱史之宗也 諸惡莫作 행불언지교 주주사지종야 제악막작
諸善奉行 竺乾太子之化也 제선봉행 축건태자지화야」
나라에 현묘한 도(道)가 있으니 풍류(風流)라 한다. 그 교(敎)를 창설한 내력은 仙史에 자세히 실려 있으니 실은 삼교(유교,불교,도교)를 포함하여 생을 접화하는 것이다. 들어와서는 집에서 효도하고 나가서는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노사구(魯司寇)의 뜻과 같은 것이요 무위로 일을 처리하고 말없이 교를 행함은 주주사(周柱史)의 종지(宗旨)와 같은 것이요 악한 일은 하지 말고 선한일은 받들어 행하는 것은 축건태자(竺乾太子)의 교화와 같은 것이다.
노사구: 공자가 노나라에서 대사구의 벼슬을 하였음으로 공자의 별칭임.
주주사: 노자가 주나라의 주하사의 벼슬을 하였으므로 노자의 별칭임.
축건태자: 축건은 천축의 별칭으로 인도를 일컬음이요 태자는 석가를 말함.
천부경(天符經, Chonbukyong)은 한민족(韓民族, 朝鮮族) 최고(最古)의 나라인 환국(桓國)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환웅(桓雄)이 하늘에서 내려온 뒤, 신지(神誌) 혁덕(赫德) 에게 명하여 녹도(鹿圖)의 글자로 기록하게 하였다. 이것이 바위에 전각(篆刻)된 것을 신라(新羅, Shilla, B.C. 57~A.D. 935)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보고 다시 첩(帖)으로 만들어 세상에 전해졌다. 그후 조선시대(朝鮮時代) 중종(中宗)무렵 이맥(李陌)이 태백일사(太白逸史)에 삽입(揷入)하여 그 명맥(命脈)을 잇게 되었다. 일십당주인(一十堂主人) 이맥(李陌)은 그의 직간(直諫)이 연산군(燕山君)의 노여움을 사게되어 갑자년(甲子年)에 충북(忠北) 괴산(槐山)으로 유배(流配)되어 귀양(歸養)살이를 한 사람이다. 16년 뒤 중종(中宗) 15년 (A.D. 1520) 이맥이 찬수관(撰修官)이 되면서 내각(內閣)에 소장(所藏)되어있는 여러 비밀서적(秘密書籍)들을 접하게 되었고, 귀양시절 채록(採錄)한 것을 합하여 삼일신고(三一神誥) 등 비전(秘傳)되는 기록과 함께 태백일사를 편집(編輯)하였으나, 유가(儒家)와 불가(佛家)의 사대주의(事大主義) 위세(威勢)에 눌려 감히 드러내지 못하고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왔다. 천부경(天符經)은 태백일사(太白逸史) 소도경전본훈(蘇塗經典本訓)에 포함(包含)되어 있는 것으로, 1898년 계연수(桂延壽)가 단군세기(檀君世紀)와 태백일사(太白逸史)를 합쳐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편찬(編纂)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모두하여 81자인 천부경(天符經)은 비록 간단한 문장(文章)이지만 수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다양하게 평가되며 그 해석조차 읽는 방법에서부터 적용 범위까지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천부(天符)는 여러 기록에서 환웅(桓雄) 시대부터 세상을 다스릴 때 사용한 것으로, '천부인(天符印)', '천경(天經)', '천부(天符)를 새긴 거울(鏡)' 등으로 나오는데, 주로 경전(經典)으로서 신고(神誥)와 함께 민중에게 설명하여 깨닫게끔 하고 있다. 구환(九桓)을 통일한 단군왕검(檀君王儉)이 지도자(指導者, 國人)들을 불러 약속하기를, "앞으로는 백성의 뜻을 물어 공법(公法)을 만들고 이를 천부(天符)라 할지니, 그 천부(天符)란 만세(萬世)의 강전(綱典)이며 지극히 존중(尊重)하여 아무도 이를 어길 수 없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그리고 천부경과 함께 강연(講演)하였던 신고(神誥)는 삼일신고(三一神誥, Samilshinko)라 하는 것으로서 "천신조화(天神造化)의 근원(根源)과 세상 사람들과 사물들의 변화(變化)에 대하여 상세히 쓴 것으로서, 옛 책에는 구분되지 않던 것을 행촌(杏村) 선생이 처음으로 5장(章)으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라고 이맥(李陌)은 설명하였다. 즉 삼일신고(三一神誥)는 천부경(天符經)을 보충하여 기술(記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천부경은 말하자면 법전(法典) 이상의 천상(天上)의 진리(眞理)로서 만물(萬物)의 생성(生成)과 변화(變化)에 대한 원리(原理)를 쉽고 간단하게 요약(要約)한 것이라 하겠다.
오늘날 전해지는 천부경(天符經)은 가로, 세로 각각 9자(字)씩 모눈(方眼)으로 한자(漢字)가 정렬(整列)되어 전체적인 모양이 정사각형(正四角形)을 이룬다. 전해지는 기록에서는 이 천부경이 처음에 녹도문(鹿圖文, 鹿書)으로 기록되었고, 토판(土版)에 전문(篆文)을 새겨 패용(佩用)하였으나, 아직 녹도문(鹿圖文)이 어떠한 모양의 글씨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평안북도(平安北道) 영변군(寧邊郡) 묘향산(妙香山)에서는 위와 같은 신지전각(神誌篆刻)이 발견되어, 이것이 천부경이라는 주장(主張)이 제기되고 있으며, 계연수가 확인한 전문(篆文) 각자(刻字)가 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기록 상으로는 여러가지 고대(古代) 문자(文字)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밝혀져서 인정된 문자(文字)의 역사(歷史)는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 문명(文明)의 남부 지역인 수메르(Sumer)에서 시작되었다. B.C. 3500~3000년 경에는 중국에서도 그림문자가 발생되었으며, B.C. 2900년 경 수메르의 우루크(Urg)에서는 그림문자가 쐐기모양의 설형문자(楔形文字)로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B.C. 1500년 경에 기호(記號)로 되었다가, B.C. 200~ A.D. 200년 사이에 체제가 완비(完備)되어 오늘날까지 거의 변하지 않은 채로 그대로 쓰이고 있어, 한자(漢字)가 제대로 사용된 것은 대략 진(秦, Chhin, B.C. 221~B.C. 207) 시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질서있는 짜임새에서는 처음부터 한자(漢字)에 준하는 문자(文字)로 기재하였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글자 하나 하나에 의미가 담겨져 있으며, 무엇보다도 반복되거나 연속된 문자들이 운률(韻律)과 함께 의미(意味)를 연결시켜주고 있어 의도적으로 구성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녹도문(鹿圖文)의 구성이 어찌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지금 볼 수 있는 빈틈없는 짜임새와 암호(暗號)같은 숫자에서 불러일으키는 혼돈(混沌)과 신비성(神秘性)은 한문(漢文)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81자는 아마도 한문(漢文)이 완벽하게 자리잡은 다음인, 기원후 2세기경 이후에 고전(古典)에 능통(能通)한 최치원(崔致遠) 할아버지에 의하여 재구성(再構成)되고 작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찌했든 이 천부경은 가로, 세로가 똑같은 글자수로 되어있기에 마치 마방진(魔方陣)과 같이 숫자의 조합(組合)으로 볼 수도 있고, 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으나, 한자(漢字)를 읽는 순서대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다시 왼쪽으로 줄바꾸어서 차례대로 읽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쉼표가 없는 관계로 어디에서 끊어 읽느냐에 따라 의미(意味)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앞뒤의 문자가 서로 뜻이 통하여 커다란 차이가 없이 골격(骨格)은 변하지 않은채 다양한 해석(解析)이 나올 수 있어서, 이 짤막한 문장(文章)에 묘미(妙味)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