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유은숙 작. 데스벨리 중에서)
데스밸리-바람과 모래, 그리고 빛의 하모니
(글 : 사진평론가 장한기)
세상에 존재하는 의식을 지닌 모든 생명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끼게 되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러한 것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심리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반면에 기존의 여건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도전의식의 소유자들에게는 오히려 미개척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 정신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강한 의욕을 보이게 된다. 역사적으로 극한에 도전하여 지구상의 역사를 새롭게 쓴 미 신대륙의 개척자 콜롬버스나, 인간의 의지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남극이나 북극을 탐험한 아문젠이나 피어리스, 세계산악인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힐러리 경과, 에베레스트 고봉 14좌를 완등한 한국의 엄홍길, 세계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영석 등, 모두가 세계 최초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여 죽음의 공포에 이르는 극한의 세계를 극복할 수 있었기에 세계역사의 한 부분에 그들의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세계사진사에 있어서도 이와 다를 바 없는 역사적 인물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모두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여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사진가들이다. 20세기의 미국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순수파 사진가들 중 1910년대부터 50년까지 활약한 사진가 에드워드 웨스턴은 당시 세계예술계의 주류를 이루었던 회화주의 경향이 사진계에까지 밀려들어 사진가들조차도 회화주의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즈음, 웨스턴은 과감히 회화주의 사진을 거부하며 사진작품에서 주관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대상 그 자체를 객관적,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즉물사진을 추구 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그의 사진은 자연주의 경향으로 선회하여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에 혼신을 기울인다. 이러한 즉물주의 사진은 광학적인 기록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대상의 객관성 추구로서 그는 세계사진사에 즉물주의 사진의 창시자가 되었다.
즉물사진의 극단적인 기록성 추구는 웨스턴의 F-64그룹 조직으로 이어지고, 이를 회화적 사진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려는 수단으로 운영되었다. 즉물사진기법의 대표적 예는 카메라의 피사계심도를 최대한 깊게 하여 팬포커스 촬영을 하는 것이며, F-64그룹명칭 또한 대형 카메라의 최소의 조리개의 수치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사진가 유은숙의 데스밸리(Death Valley) 사진의 촬영기조는 20세기 사진가 에드워드 웨스턴의 즉물사진 사조를 따르고 있다고 보여진다. 유은숙 사진은 즉물사진의 대표적 경향인 사물의 객관적 기록성을 충실히 따르며 대상의 재현에 주안점을 두지만, 작가는 8년이란 긴 세월을 데스밸리에 집념하며 촬영하는 동안 데스밸리가 작가에게 던져주는 철학적 메시지를 깨닫게 된다. 그 메시지는 결국 선각자들이 깨달았던 것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면서 결과적으로는 작가의 감성과 주관적인 경향으로 되돌아와 자기반향적 사진으로 기반을 구축하게 된다.
웨스턴이 당시 산업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인간성 상실의 소외감을 사회적 경향의 인간성 회복에 역행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이에 반항이라도 하듯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자연주의 작품을 추진하게 되나, 그 역시 작가의 주관적 심리를 사진으로 표방한 자기반향적 사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상황 전개나 작품 소재 선택의 사유에 있어서는 유은숙 작가의 경우는 다소 상이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유은숙 작가의 데스밸리에 대한 도전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탐험가나 개척자적 기질이 발동되었음을 외면할 수 없다. 먼저 데스밸리라는 계곡의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죽음의 계곡이라는 어원 자체가 여성이 맞이하기에는 너무 벅찬 과제로 볼 수 있으나, 그녀는 오히려 그 죽음의 계곡이란 이름이 주는 무거운 중량 감을 몸소 부딪치며 극복해 보고자 하는 욕구를 분출시키는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어린시절 강원도 홍천의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험준한 산악지대의 대자연과 호흡하며 두려움을 극복한 경험을 가졌던 그녀에겐 오히려 험준한 자연에 도전해 보고자하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어느 건축설계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사진을 하는 사장의 도움으로 사진을 접하게 되었고, 두 분의 훌륭한 스승(김용휘 선생, 이종우 선생)의 가르침으로 사진에 입문하는 기회를 가진 그녀에겐 그것이 자신이 가야할 길임을 확신하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후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 연고가 있어 미국으로 건너가, 그간의 한국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풍경을 LA.와 뉴욕에서 전시하여 선풍적인 반응을 받았으며, 한국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미국에 전파하여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역할에도 기여하였다. 13년간을 미국 LA.에 머물며 데스밸리를 관광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생의 목표로 삼을 만큼의 큼직한 소재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8년이라는 세월을 데스밸리에 심취하여 수 천 롤의 필름을 쏟아 부으며 계절과, 낮과 밤을 잊을 정도로 촬영에 혼신을 쏟았다. 언젠가는 피사체에 이끌려 얼마를 깊이 들어갔는지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촬영에 전념하다가 길을 찾지 못하여 죽음의 공포를 체험한 적도 있었다는 작가의 변은, 작가의 작품집을 보는 순간 그 실체가 증명되었다. 영겁의 세월을 거슬러 태고의 신비를 보는 듯 하면서도 휘몰아치는 바람 앞에서 수많은 모래 언덕이 형성되었다가 사라지며, 백천만겁의 길을 만들고, 형언할 수 없는 형상을 연출하며 대자연만이 할 수 있는 신비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모래사막 데스밸리는 작가가 머물렀던 미국 LA.로부터 480Km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국 서반구에서도 고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남북의 길이가225Km이며, 동서의 넓이는 6~25Km에 달하는 거대한 지형으로 계곡의 대부분은 해면보다 낮고 최저 지형은 해발 -85.5m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전한다.
기온은 평균 40도를 상회하며 한여름의 최고기온이 57도에 이른 적도 있는 혹서지역이다. 또한 해저면 대부분이 소금층으로 덮여져 있으며, 가장 두터운 층은 두께가 무려 300m나 된다고 하니, 그 지역적 특수성이 어떤 곳인가를 짐작케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황금빛 모래 언덕과 작렬하는 태양의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변화 무상한 형상들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신비의 경지로 이끌어 인간생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있다. 사진가 유은숙의 사력을 보면, 그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한미현대예술협회 회원, 서울 강남구사진작가회 회원이며, 수상으로는 대한민국사진문화상 출판상 수상, 대한민국 사진대전입선 다수, 서울특별시 사진대전 우수상, 을 비롯하여 전국사진공모전 금, 은 ,동상 등의 입상경력이 있다.
작품집으로 "데스밸리-바람과 모래 그리고 빛의 하모니(2006,서울)" 가 있으며, 개인전으로는 "데스밸리-바람과 모래 그리고 빛의 하모니(2006, 세종문화회관, 서울)" 와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2005, C.P.S32갤러리, 미국, 뉴욕),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 (2004, 도산홀 갤러리, 미국 로스앤젤레스) 가 있다. 단체전으로는 미국서부사진작가협회 전시회 2회(2006, Carson City Hall/한국문화원,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미현대예술협회 회원전(2006, C.P.S32갤러리, 미국뉴욕), 서울강남구사진작가회 회원전 4회(강남 구민회관, 서울),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 10주년 전시회(2002, 경복궁역, 서울), 자연사진동호회 사진전(2002, 후지포토살롱, 서울), 포토훼밀리 회원전 7회(1989-2002, 명동유네스코/예총회관, 서울)경력이 있다. 작품 컬렉션으로, 주 뉴욕 한국총영사관(2005, 미국 뉴욕) 의 실적을 갖고 있다.
한국디지탈포토포럼(KDP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