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나비처럼 찾아간 날 순간 멈추어 잊고있던 대상을 기억해내는 일 급작스런 저녁이 오듯 아득하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안부가 뜸해진다는 것은 성글게 잊혀지는 일일테고
무엇을 보고 꽃이라 기억했나요 세상의 무게를 덜어내듯 고요를 깨는 소리들
휘청이며 부는 바람 한무데기가 통바람골 지나 겁도없이 내게로 고꾸라진다
시ㅡ 그날까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게 이상 하다 분명히 몇해 전만 해도 이런 내가 아니었는데
흐릿해져 가는 것도 있고 방금 읽은 글귀가 낙점이 되어 날아가 버리네
그냥 힝하고 웃어넘기면 편해 그날까지 기억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거래 맞다 맞아
시ㅡ벽 혹은 문
잠시 파도타기같은 것이라 해도 산처럼 다가오는 여러겹의 벽이 삼켜버릴것처럼 무섭기도 하겠다
정면 돌파하면서 벽이 아닌 문으로 나오기란 쉽지않은 상황들 내 인생에도 우선권을 주자
사는법도 생각하는 법도 지혜로 훈련하자 선택은 다 좋은것만 뽑히지 않는다 벽이 끝내 벽이 아니게 그 벽을 열고 나오면 모두가 산다
시ㅡ흐름 우리가 잊고 있는 것중 하나가 밤처럼 찾아온다 모든 흐르는 것은 순간이 있고 그 순간은 영원으로 향하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말 "순리대로 살자" 빗소리도 가지런히 들려오니 그 어떤 연주보다 다채롭다 이대로 사는 일 물결같은 흐름이겠다
시ㅡ찔레꽃
뜰 입구에 하얀 찔꽃을 심었지 그리고 여름이 오면 나도 하얗게 구름농이로 피었지 피다가 또 피다가 참을수 없으면 앉아서 울었지 찔레꽃처럼 몽실거리는 레이스 옷소매로 하얀 내눈물을 꾹꾹 닦아도 해마다 찔레꽃은 엄마라는 그리움으로 와서 원없이 피었지
시ㅡ작심하는 고요
단순한 헤어짐도 이 나이엔 쉽지 않아 사제가 떠나는 날 그 자리에 가지않았던 이유 하나 가치있는 일이면 조화롭기 마련 고요하게 화내지 않고 기도하듯 흘러가야 나답지 차분히 둘러보니 가진게 많아 예쁘게 매만지고 살림살이 하는게 참 좋은 데 소식이 끊어진 사람 생사를 몰라 살림하는 여자의 젖은 앞치마는 늘 시처럼 흔들리고 밖에는 이미 집으로 돌아온 날개들이 번득이는데 방창에 붙은 여치는 잠도 잊고 나대신 울어댄다
시ㅡ 2024년 8월15일
팔월 중순까지 채운 무더위가 끝내 내게 준것은 이석증의 난무다 뜰잔디는 빗물먹고 햇빛바르고 기세가 무성한데 어찌하여 나의 달팽이관은 녹아내려 밤낮으로 헐떡거리는가 자유독립선원문이라도 외쳐야 한다면 지금 당장 외치고싶다 나를 몹쓸 어지러움에서 해방시켜주시오 대한독립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