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이야기
태백산은 소의 천엽처럼 생긴 산으로 수많은 골짜기와 방대한 유역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태백산을 다 돌아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남쪽으로는 경북 봉화군이고 동쪽으로는 경북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시이고, 북쪽으로는 태백시, 서쪽으로는 정선군, 영주시에 닿아 있다. 행정 구역상 경북 영주시에 있는 부석사도 태백산 부석사라고 말한다.
백두(白頭)가 호랑이의 머리라면 태백은 등뼈에 해당된다.
대동강과 한강이 젖줄기여서 평양과 서울이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지라면 포항, 울산, 부산은 등뼈의 끝인 항문에 해당되기 때문에 포항 제철에서는 쇠똥이 쏟아져 나오고, 울산 정유공장에서는 기름이 쏟아져 나오며, 항구에서는 자동차를 포함한 많은 물자를 연신 실어내기에 바쁘다.
태백산 유역에는 송림(松林)이 울창하고 잡목이 거의 없다. 춘양목이라는 적송(赤松)이 대부분이다.
울진에서 불영계곡을 지나 내륙으로 조금 들어오다 보면 소광천 입구가 있고, 여기에서부터 북쪽으로 소광계곡이 나있는데 흔히 소광 팔십 리라고 말한다. 이 소광계곡 깊숙이 들어가면 춘양목 군락지가 있는데 높이가 약 30m에 이르는 춘양목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춘양목을 실어 나르기 위해 일제시대 때 철로를 놓았다고 할만큼 춘양목은 고급 목재이다. 나이테의 간격이 아주 촘촘하기 때문에 옛날에 왕궁을 지을 때에는 이 춘양목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역시 가장 비싼 목재로 취급하고 있다.
현재 내가 지내고 있는 곳은 태백산 유역의 남쪽 끝부분인 봉화군인데 이 지역에는 송이버섯이 많이 난다.
송이버섯은 잡목이 없고 송림이 울창한 곳에서만 나는 버섯이다. 그 맛과 향이 빼어나고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가격이 무척 비싸다. 비쌀 때에는 1kg에 50만원을 넘을 때도 있다.
송이버섯은 기온이 약간 서늘해지는 9월 중순 무렵부터 나기 시작하여 10월 중순 무렵까지 약 한 달 간 생산된다. 땅에 습기가 많아야 하기 때문에 여름과 가을에 걸쳐 비가 많이 내리고 가을 기온이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을 때에 많이 생산된다.
송이버섯의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송이 철이 되면 동네 인심이 고약하게 된다. 어느 산에 송이 도둑이 들었다는 둥, 누가 따갔을 것이라는 둥, 입소문이 무성해진다. 그래서 이때가 되면 개인 소유의 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산도 지켜줄 겸, 송이도 따줄 겸, 동네 사람을 따라다니며 송이버섯을 직접 따볼 기회가 있다.
송림이 울창한 산 속에서 솔향기를 맡으며 송이를 따러 다닐 때에는 심마니가 된 기분이다.
송이버섯은 머리 부분인 갓이 펴지지 않은 것은 상품, 조금 펴진 것은 중품, 우산처럼 완전히 펴진 것은 하품으로 분류하는데 그 가격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갓이 펴지기 전에 따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갓이 크게 펴진 것은 쉽게 눈에 띄지만, 갓이 펴지기 전에는 솔잎이 떨어져 쌓인 솔갈비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렇지만 해마다 올라온 자리에는 어김없이 또 올라오기 때문에 그 자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쉽게 따낼 수가 있다. 그래서 송이가 나는 자리는 아들한테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송이 생산지에 살다 보니 그 비싼 송이를 실컷 먹을 수가 있었다. 송이를 캐서 등에 지고 이 산 저 산 돌아다니다 보면 부러지는 것도 있고, 산짐승들이 먹고 남은 것도 있고, 약간 썩은 것도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모아 송이 파티를 여는 것이다.
사실 맛에서는 상품과 하품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일반 사람들은 송이국을 끊일 때 온갖 재료를 다 넣어 끓이는데 이렇게 하면 송이의 특이한 향이 죽어버린다. 송이국을 끓이는 아주 간단한 방법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다.
먼저 애호박을 썰어서 소금으로 간을 하고 국을 끓인다. 국이 다 끓고 나면 송이를 넣고 불을 약간 약하게 하여 2-3분 정도 끓여서 먹으면 된다. 처음부터 송이를 같이 넣거나 너무 오래 끓이면 송이의 향이 날아가 버리고 질긴 송이만 남게 된다. 잠깐만 끓여도 송이는 익고 국물에도 그 향기가 그대로 배어 있다.
또한 뜸을 들일 때 잘게 찢은 송이를 올려놓기만 하면 송이향기 그윽한 송이밥이 된다.
여럿이 둘러앉아 그 비싼 송이를 실컷 구워 먹는 모습을 일본 사람들이 본다면 아마 기절할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송이 한 개로 여러 번 국을 끓여먹는다고 하니까.
송이버섯은 산이 베풀어주는 귀중한 선물이다.
◦ 글쓴이: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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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07.1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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