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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문자 중에 "델타"가 삼각형 모양이라서
위에 봤을 때 삼각형 모양의 이런 비행기의
날개를 "델타익"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 시초가
되었던 미공군 초기 제트 요격기 F-102
델타 대거를 오늘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동안 카페에서 마련해주신 제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망설이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제가 올리는 글이라는 것이 제가 자칭 밀덕이라고 자부하면서 “알고보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식으로 여기저기 책이나 인터넷에서 관심을 갖고 축적된 정보/지식들을 짜집기식으로 기술하고 거기에 제 의견들을 가미한 그냥 “잡문” 수준이었는데 그게 뭐그렇게 대단한 글이고 이렇게 황송하게 마련해주신 게시판들을 선물 받을만한 자격이 있을까하는 마음이 생겼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뭐 대단한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뭐 이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었습니다만……요즘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곳 카페가 주인장 말씀대로 情으로 어울어진 곳이라서 비록 “잡문”이라도 회원님들 프라모델 취미에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주인장 말씀대로 情을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몇년 전에 이 게시판에서 미국 제트기 발전사를 연재했었는데 오늘 이어갈 생각입니다. 바로 이전 글이 F-101 부두 전투기였으므로 이어서 F-102 델타 대거 “요격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F-102는 미군이 본격적으로 요격기 전용으로 개발한 기종입니다. 여기서 “요격”이라는 개념이 왜 생겨났는지를 먼저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2차대전 대형 폭격기 편대가 수십대 장거리를 날아와서 전개하는 대규모 폭격은 연합군이든 주축군(나치,일본,이태리쪽 진영)이든간에 가장 공포스러운 공격일 수 밖에 없었고 독일 본토 폭격과 같이 군인과 민간인 구별않고 무차별 폭격의 희생자들이 될 수 밖에 없는 “학살”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폭격기 편대의 출현을 감지한 순간 최단시간내에 폭격기 편대들이 떠있는 고공으로 올라가 폭격기들에서 퍼부어대는 기관총 세례를 피해가면서 폭격기들을 격추시켜야 하는 임무가 매우 중요한 공군의 임무가 되었습니다. 즉 날아오는 적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출격하여 공격하여 폭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임무가 바로 요격의 개념이었습니다.
(2차대전 중에 미군 초기 주력 폭격기였던 B-24
리버레이터를 보면 앞뒤 좌우로 위치한
기총좌와 어머어마한 폭탄 탑재량으로 특히 나치
독일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습니다.)
나치의 경우 Bf-109가 “공포의 요격기”로 미군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매우 성공적으로 요격 임무를 수행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1940년 그 유명한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영불해협을 건너온 루프트바페 전투기와 폭격기들을 상대하는 영국 주력기는 스핏파이어와 허리케인이었구요. 미군의 경우 P-39 에어 코브라가 적의 주력 전투기들에 비해서 성능은 떨어졌지만 요격 임무에 요긴하게 사용하였고 P-38 라이트닝도 강력한 두개의 엔진으로 순식간에 고공으로 올라가서 요격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무엇보다 2차대전 말기에 투입된 P-51 무스탕은 연합군의 전투,호위,요격 모든 용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2차대전 중반에 소련공군에게 미국이
지원했던 초기 전투기 P-39 에어라코브라는
훗날 2차대전 최고의 전투기로 평가받는
P-51 무스탕은 말할 것도 없고, 루프트바페와
영국 공군의 대부분의 전투기들에 비해서
한참 떨어지는 성능으로 치욕을 겪게 됩니다.)
2차대전이 끝나고 미공군에게 요격 임무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게 되는데 가상 적국이라 할 수있는 소련은 2차대전때 폭격에 사용된 재래식 폭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핵폭탄을 탑재하고 날아오는 경우에 음속의 속도로 최대한 빨리 고공으로 날아 올라서 격추시키지 않으면 자신들이 일본 패망 직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서 저질렀던 엄청난 파괴의 수십배의 피해를 미국 본토에서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공군은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방공 공군을 창설하고 적의 핵폭격기를 신속하게 요격할 수 있는 요격 전용 마하 음속의 제트기 개발을 서두르게 됩니다. 새로운 요격기에게 요구되는 것은 최단시간 고공으로 올라가서 적기를 향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접근하여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 가속 능력과 마하 속력이었습니다. 오랜 항속거리도 필요 없었고 가속 능력과 초음속 속도을 위해서는 비행 안정성을 어느 정도 희생해서라도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F-102가 수평 미익이 아예 없는 삼각 주인과 수직 미익만의 구조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F-102 개발을 위한 시제기가 최초로 시험비행을 했던 싯점이 1950년대 초였다는 점만 봐도 얼마나 앞서나간 개념인지 알 수 있습니다. 불과 3년 전까지 2차대전 공중전은 프로펠러 전투기들이 대부분이었던 시절이었는데 말입니다…..
(F-102 델타 대거 요격기 비행 모습)
미공군은 차세대 전투기로 F-86 세이버를 개발하던 1948년에 제조사에 요구했던 성능은 운용고도 15,000m에 초음속 돌파가 가능한 제트 전투기였습니다. 그런데 소련 핵폭격기에 대한 공포심이 증가하면서 신형 요격기는 운용고도 20,000m에 마하 1.3이 가능해야하고 1955년~1959년 사이에 양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19개 항공기 제조사들에게 요구했습니다. 업체들로부터 제출된 프로젝트들 중에서 1951년 최종적으로 콘베어 社의 F-102가 선정되었는데 그들은 오로지 운용고도와 속도만을 위해서 음속 이하의 장거리 항속에서는 도리어 불리한 “델타익”(삼각 날개)을 채용하였습니다. 델타익의 비행기는 다른 형태의 비행기들에 비해서 초음속에서 실속 가능성이 적습니다. 어차피 장거리 임무보다 단거리 요격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델타익은 당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고 판단합니다.
미공군의 무리한 일정 독촉의 결과 개발 단계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1953년 첫 시제기의 첫 시험 비행은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8일 후에 두번째 시험 비행에서 이륙 직후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후에 개선 과정에서 대폭적인 설계 변경이 요구됨을 발견하게 됩니다. 부랴부랴 대책으로써 동체를 무려 2m나 키워야 하였고 캐노피 형상을 독특하게 삼각형 형태로 바꿨으며, 좀 더 추진력이 강한 엔진으로 교체하고, 주익의 형태 변경도 결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대폭 변경한 모습 덕분에 F-102는 당시 미공군 주력 전투기였던 F-86 세이버의 동체 길이 11.4m보다 무려 9m 넘게 긴 20.83m의 긴 동체가 되었습니다. 최대 속도는 미공군 요구에 거의 근접하는 마하 1.25(1,304km/h)였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미공군이 요구했던 20,000m 운용 고도 만족에는 실패하고 최종 운용고도는 16,800m로 확정됩니다. 참고로 무장 능력에 있어서 24발의 2.75인치 로켓탄과 여섯개의 유도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에 24발의 로켓탄 무장 대신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유도 미사일 1발의 무장이 가능하게 됩니다.
항속거리는 2,175km인데 F-86 세이버가 2,456km인 것을 비교해보면 요격 임무에서 항송 거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탓에 상대적으로 큰 체구에도 짧은 항속거리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1960년대 미공군 최대 성공작은 역시 F-86
세이버가 되겠습니다. 소련의 미그 시리즈가
미공군 전투기에게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열세를 면치 못했던 흑역사의 시작은
한국전쟁 중에 한반도 상공에서 벌어진
세이버의 승리 기록부터 였습니다.)
여기서 휴즈 社가 개발한 광역수색 성능과 완전 자동 추적 기능을 갖춘 발사 제어 시스템이 장착되었고, 필요한 경우에는 기지에서 출격한 후에 관제탑 방공망에서 원격 제어로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당시로는 첨단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미공군의 요구 기한에 맞춰서 1956년 최초 양산기 889대가 미공군에 납품되면서 드디어 F-102의 실전 배치가 시작됩니다. 이어서 F-102는 미공군 방공 사령부 소속 비행단과 국토 방위 공군 (Air National Guard)에 배치되었습니다.
미공군이 그렇게 두려워했던 소련의 핵 무장 폭격기의 본토 공격은 냉전 시대 내내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 개발된 F-102는 1960년대 베트남 전에 투입되면서 자신이 얼마나 어중간하고 쓸모없는 존재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F-86 세이버의 뒤를 이어서 미공군 주력 전투기로 자리 잡은 F-4 팬텀은 베트남에서 그 뛰어난 성능과 무장으로 월맹측의 미그 21전투기들과 전투/요격 양쪽 모두 눈부신 활약을 보이게 된 반면에 F-102는 미그 전투기들과 비교해서 전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조건이었습니다. 게다가 불안전한 엔진 결함 문제로 1964년~1969년까지 베트남 전에 투입된 기간동안 총 손실 댓수 14대 중에서 5대가 엔진 결함으로 추락한 결과라는 점에서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결국 구석으로 밀려서 주로 B-52 폭격기 호위 임무 위주로 사용되었는데 그나마 미그21을 만나서 격추당하게 되자 아예 베트남 전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게되어 변변한 공중전 전공도 기록하지 못하고 F-4 팬텀의 그늘에 가려버리게 됩니다.
(주로 미사일로 적기를 격추시키는 현대전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전천후 전투기
F-4 팬텀은 베트남 전 기간 내내 미공군이
소련제 미그 21로 무장된 월맹을 하늘에서만은
확실하게 압도할 수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런 초라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70년대까지는 미국 본토에서 사용되었는데 훗날 미국 43대 대통령이 된 조지 W. 부시가 1968년~1972년 텍사스에 위치한 국토 방위 공군 조종사로 조종한 기종이 바로 F-102였습니다.
(비록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국토 방위군 소속의
공군 부대였지만 텍사스 고향을 내 손으로 지키기
위해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군복무 시절에 조종
했던 기종이 바로 F-102였습니다.)
또한 1968년 미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었던 때에 일본 공군기지에 주둔하던 F-102가 오산 공군기지로 급파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F-102의 불운한 운명의 원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소 냉전 시대에 핵공격의 형태가 2차대전 직후 미공군 사령부에서 예측했듯이 마치 B-29에 원폭을 실어서 히로시마나 나가사끼에 날아가 떨어뜨리는 폭격기 투하 방법이 아니라 대륙간 유도탄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전쟁이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보다 신중한 개발 방향을 잡았어야 했다는 점입니다. 핵폭탄을 탑재한 소련 폭격기를 요격해야 할 일은 전혀 없었고 20,000m에 근접한 운용고도와 보다 빠른 속도를 위해서 포기했던 공중전에 필요했던 능력들이 부족했던 F-102는 F-4 팬텀의 전천후 임무 수행 능력에 밀려서 설 자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1964년 할리우드 화제작이었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핵폭탄을 탑재하고 적진으로 날아간 미공군 폭격기
조종사가 폭탄에 로데오 경기하는
카우보이처럼 올라타고 함께
투하하는 유명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영화가 개봉했던 1960년대
초기에 이미 핵폭탄은 폭격기가 실어나르는
개념보다 거대한 대륙간 미사일에 탑재해서
발사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즉 F-102
처럼 핵폭탄을 탑재한 소련 폭격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개발된 요격기는 딱히 할 만한
임무가 없는 셈입니다.)
첫댓글 전설의 귀환입니다. 아주 환영합니다.
잡문도 아니지만.. 누군가 이런것을 잘 정리해서 잠시나마 읽을거리를 제공하는것 자체가 정과 정성이 없으면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그 탱크의 역사와 의미..그 비행기의 탄생과 활약상등은 항상 우리 밀덕에게는 두근거림 입니다.
글 올리시는것 자체가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신다는 인사말로 알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언젠가 만나 꼭 같이 공연봐야죠!!^^
감사합니다^^ 주인장님 얼굴 뵈올 날 언젠가는 오겠지요! 저도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작가님의 컴백을 환영합니다!^^ 델타익을 왜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이유를 알게 되었네요, 흥미진진한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절친이랑 당구 치고 집에 들어오는데 반가운 댓글이 왔네요. 제가 여기에 제 글을 올리는 이유가 이렇게 고수님들의 정겨운 글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다가 대륙간 탄도에서 좀 우울해지긴 합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팬텀 이야기가 너무 짧아서 아쉽긴하네요. ^^;
F4 팬텀도 따로 써야지요^^
뻘짓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겠군요. 지난 이야기가 생각이 안나서 역주행 좀 해야겠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역주행까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