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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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달을 본다.
그는 손가락에 집착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자체에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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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손사모(손가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결성된다.
손사모는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는 조연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못한다.
마침내 손사모는 <손가락 연구소>를 설립하고
손가락 자체가 달이라고 극구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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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연구소가 커지자
회장, 총무 등 유급 종사자가 생겨나고
월급을 받는 전문직도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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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달은
조건 없이 세상을 비쳐주는 빛이 아니라
손가락 연구소 사람들을 먹여살려주는 고마운(?) 상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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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에는
손가락의 실체를 알고 당황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곳을 빠져나오기에는 너무 멀리 왔기에
고민과 갈등을 거쳐
그냥 그 곳에 눌러앉아 월급쟁이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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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위선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 중에는
진실로 손가락이 달이라고 믿는 순수한 사람도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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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조직이 된 손사모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로 하여금 손가락에 집착하게 한다.
한번 달을 본 사람은
미련 없이 손가락을 떠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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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손사모는
달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람의 눈을 찌르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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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친(?) 놈이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나선다.
그 미친 놈과
손가락에 대한 사랑으로 행복해하는 손사모 회원 간에 싸움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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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가 보니
한 놈은 미친 놈이요
한 놈은 어리석은 놈이다.
미친 놈과 어리석은 놈의 싸움을 보다 못해
현자가 한마디 한다.
“손가락은 손가락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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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말에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맞아, 손가락은 손가락일 뿐이야!”
현자의 지혜로운(?) 한마디가
미친 놈의 도발을 막고 손가락을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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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은 오늘도
자신에게 집착하는 사람의 눈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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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많습니다.
손가락이 손가락으로 있는 한,
시비를 걸 까닭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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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한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은 다 가짜이고
자신만이 유일한 진짜 손가락일 뿐 아니라
달 자체라고 떠벌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믿지 않으면 다 저주를 받게 된다고 공갈협박을 일삼으며
아예 다시는 달을 보지 못하도록 사람의 눈을 찌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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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찔려 달을 볼 수 없게 된 사람은
손가락의 노예가 될 뿐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을 자신과 같은 운명으로 인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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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을 찌르는 손가락이 있는 한,
저 역시 그 손가락의 실체와 위험성을 폭로하는 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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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에스프레소 크리스챤 카페 | 작성자 순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