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르헨티나 중간 선거의 의의 지난 10월 27일 일요일 아르헨티나에서 중간 선거가 실시되었다. 이번 선거는 1983년 10월 30일 알폰신이 승리하면서 민주주의를 회복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의 선거인 셈이다. 이번에 집권 K진영(전 대통령 키르츠네르와 크리스티 정부를 일컫는 표현)에서는, 8.11 예선이 지나면서 그 희망이 줄어들었지만, 국회양원에서 2/3를 넘겨 헌법을 개정하여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재,재선이 이뤄지길 내심 기대했었다. 그러나 야권진영에서는 크리스티나의 독선적인 장기 집권을 봉쇄하기 위하여 최선을 경주했던 선거였다. 그런 양 진영의 바람으로 과거에 전통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했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약 78%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가하였다. 투표에 기권하면 100페소의 벌금을 내야 하는 일반 유권자와는 달리 70세 이상과 16-17세의 유권자는 이런 의무가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이다. | ▲ 아르헨티나 시민권자는 한국인도 의무 투표. ?브레이크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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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여러 시민사회에서 선거참여를 독려하고 부정 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자원봉사도 많았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토착 원주민을 위해 그들의 언어인 퀘추아, 마푸체 등 그들이 사용하는 토착어로 선거 과정에 대한 자료를 번역해 정보를 제공하여 원주민들이 선거에 다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43,000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선거 감시원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2011년 대선 때 보다 여덟 배가 많은 숫자다. 그만큼 국민이 부정 선거를 방지하고 선거 참여 확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증거다.
이번 선거는 전국에서 국회의 하원 257명 중 반수인 127명과 상원 72명 중 1/3인 24명을 교체하는 선거였다.
아르헨티나는 대통령 제를 유지하면서 상원과 하원을 두고 있는 국가다.
임기 4년인 하원은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포함한 전국의 24개 주에서 인구 수 등을 참작하여 각 주에 의석수가 배정되고, 상원은 각 주당 3명씩으로 24개 지방에서 72명이 정원이다. 헌법은 국회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임기 4년인 하원은 2년 마다 반수를 갱신하고, 임기 6년인 상원의원은 2년마다 그 1/3을 갱신하는 것이다.
한국의 선거제도와 크게 다른 점은 한국의 국회의원 선출 방식은 비례대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각 선거구에서 고 득표 1인을 당선자로 선출하는 방법인데 비해, 아르헨티나 하원은 전국 257명을 각 주에 인구수 등을 상정하여 인원수를 배정하고, 그 배정 받은 숫자를 놓고 각 정당이나 정당 내의 정치그룹에서 각기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리스트의 책임자에 투표하여, 각 주 별로 각 정당 또는 그룹의 득표비율에 의한 당선자를 결정한다.
상원은 각주에서 선거 결과 최고 득표를 한 정당 또는 그룹에 우선 2명을 할당하여 당선 시키고, 차점 그룹에 1명의 상원 의원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번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에서 상원에 1등을 한 마우리시오 마끄리의 당인UNION- PRO의 가브리엘라 미체티(Gabriela Michetti)가 39.2%를 득표하고, 페르난도 솔라나(Fernado Solanas)가 27.65% 그리고 집권당인 ‘승리를 위하 전선(FPV: Frente Para Victoria)’의 다니엘 필무스(Daniel Filmus)가 23.3%를 각각 획득하였다. 이 결과 1등인 PRO가 두 명의 상원의원을 가져가고, 까리오와 연합하여(UNEN) 2등을 한 솔라가 1명을 가져가 본인이 상원의원 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다. 결국 아깝게 3등을 한 집권당의 필무스는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정부 여당의 포스터, 고 키르츠네르 대통령) ?브레이크뉴스
2. 전국의 선거 결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선거는 하원의 127석과 상원의 24석을 갱신하고 몇 지방 정부의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였다.
전국적으로 하원의원의 중요 세력의 득표율은, K와 그 연합 진영 32.16%, 페론 당 비주류 23.88%, 라디깔과 사회주의와 엽합 세력 23.73% 그리고 마끄리의 PRO와 연합세력이 7.67%의 지지를 받았다. 선거 결과 획득한 하원의 의석수는, K진영이 종전의 132석에 한석을 추가해 133석, 페론당 비주류는 34속에서 두석을 잃은 32석, 라디깔당과 연합 세력은 65석에서 61석, 그리고 PRO가 14석에서 20석을 각각 차지했다.
상원에서는 이번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등 8개 주에서만 갱신하여 전국적인 기준을 잡을 수는 없으나, 정부 여당인 K 진영에서 종전의 41석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에서 두석을 잃어 39석으로 남게 되었다.
이 의석 획득 내용만 보면 집권 여당은 하원에서 과반수인 129석에 4석이나 많은 133석을 얻었고, 상원에서도 의사 정족수 37석에 2석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집권 여당의 패배는 아닌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국회의원 의석 수 몇 석을 얻는 선거에 그치지 않고 2015년 대선을 겨냥하는 정부와 정당의 시각으로 볼 때 정부 여당의 대패로 해석된다.
지난 2011년 크리스티나 대통령이 재선하면서 전국적으로 득표한 54.11%에 비해 K가 이번에 얻은 32.16%는 무려 약 22%가 지지를 철회한 결과다. 또한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에서 약관의 세르히오 마사 후보가 크리스티나 대통령, 시올리 현 부에노스 주지사가 지원한 젊은 패기의 인사우랄데 정부 여당 후보에게 24개 구 중 20개 구에서 승리하고, 43.89%대 32.12%로 11% 이상의 표차로 대승했기 때문이다.
| 구분 | 득표율(%) | 획득 의석수 | 승리한 구청 (총 24구청) | 현 직책 |
Massa | 43.89 | 16 | 20/24 | 띠그레 구청장 |
Insaurralde | 32.12 | 12 | 4/24 | 로마데 자모라 구청장 |
더욱이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 꼬르도바 주, 산타페 주,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 그리고 멘도사 주 등 전국에서 67%의 유권자를 점하는 가장 중요한 5대 주에서 집권당이 모두 패했다. 이런 선거 결과를 두고 2015년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 정가에서는 두려움, 걱정 근심과 새로운 희망, 가능성이 서로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3. 2015을 향해 뛰는 사람들
2015년 대선이 2년이 남았다. 그러나 민심의 향방을 확인한 정가에서는 2015년을 향해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자는 변화를 위한 국민이 될 것이다. 물론 정부의 경제적인 실정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치안 문제, 부정 부패 등이 국민을 마음을 돌리게 했지만, 그 중에서 이번에 승리자는 단연 호르헤 마사(Jorge Mass), 마우리시오 마끄리스, 엘리사 까리오, 훌리오 꼬보스와 에르메스 비네르 등과 피노 솔라나 등을 들수 있겠다. 반면 패배자는 다니엘 시올리, 크리스티나 대통령, 마르띤 인사우랄데와 2009년 좋은 선거를 했던 데 나르바에즈 등이다.
그 중에서 2015을 향해 주목해야 할 정치인들은 다음과 같이 보고 싶다.
1)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
| ▲ 승리를 축하하는 마사 후보 ?브레이크뉴스 : 사진출처 아르헨티나 일간지 Clarin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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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3년 선거 결과로만 보면 세르히오 마사가 아르헨티나 정계에 단연 떠오르는 주인공이다. 막강한 권력을 상대로 한 선거에서 44% 가까운 지지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의 국회의원16명을 자기 사람으로 당선 시켰다. 그러나 그는 지금 2015년 대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마차를 말 앞에 두는 것과 같다’고 한다. 42세인 그는 아직 대선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는 선언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승리는 단순한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것의 훨씬 이상이다. 앞으로 그를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키르츠네르와 크리스티나의 사람으로 내각의 수석장관과 연금공단(ANSES)의 책임자로 있었던 것이 장점과 단점이 될 수가 있다. 2009년 집권당 선거의 책임을 지고 수석장관에서 물러난 후에 이번 선거에서는 확실하게 크리스티나와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여 지지를 획득했다. 8.11 예비선거에서 35.05%를 얻었으나 본 선거에서 43.89%를 얻어 8%이상을 증가 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벌써부터 주위에서는 대선을 위하여 경제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모여들어 유사 선거 캠프를 운영 중이다.
2) 다니엘 시올리(Daniel Scioli)
비록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크리스티나가 입원한 공백을 메워 사실상 선거를 진두지휘하고도 신인인 마사에 큰 표차이로 1등을 내주고 32.12%에 그친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역시 2015년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는 국회의원, 장관, 부통령 경험과 전국에서 가장 큰 부에노스 아이레스 현직 주지사란 이점이 있다. 크리스티나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저울질을 하겠지만 그 이외에 맡을만한 인물이 현제까지는 보이지 않는 것이 집권당의 고민이다.
3) 마우리시오 마끄리(Mauricio Macri)
▲ 마끄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장과 PRO포스터. ?브레이크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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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에노스 아이레스 마끄리 시장은 선거 당일 28일(일요일) 지지자들 앞에서 2015년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출마하는 출정식을 했다. 비록 그가 출마하지 않은 선거였지만 그의 당 PRO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시에서 집권당을 제3 세력으로 몰아내고 상원과 하원 그리고 시의원 선거에서 당당히 1등을 거머쥐었다. 그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확인한 선거였다. 기업인 출신으로 서민이 주를 이룬 주니어 보까 구단주를 역임하고 2회에 걸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르히오 마사와 마찬가지로 그도 향우 지방의 조직을 확장하고 일부 세력과 연합을 해야 할 것이다.
4) 훌리오 꼬보스(Julio Cobs)
부통령 재직시 한국도 방문한 바 있는 그는 라디칼 당 출신으로 크리스티나의 런닝메이트로 부통령을 역임했다. 농산물 수출세 인상에 대한 상원의 표결에서 가부 동수인 것을 당시 상원의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의 안과는 반대표를 던져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정치인이다. 이번에 멘도사주에서 49.7%를 득표하여 승리함으로써 패론당을 제외한 세력으로 집권당과 1대1의 구도가 형성된다면 반대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능력과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다. 알폰신과 델라 루아 등 라디깔당 대통령 등이 민주화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이래, 페론당에 밀린 라디깔당의 존재가 미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훌리리오 꼬보스를 비롯하여 23명이 당선되었고, 합계 39명의 의석을 확보하여, 이제 2015년 선거에서 라디깔당이 패론당의 대안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라디깔당과 연합 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총 5.580.798표를 득표하여 25%의 지지를 획득하였다. 아르헨티나 정계에 야당의 부재가 문제였는데 라디깔 당이 기타 세력과 잘 연대하면 집권의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런 희망을 갖는다. 이런 가정하에 훌리오 꼬보스가 그 중심에 설 것이 확실하다.
5) 에르메스 비네르(Hermes Binner)
사회당 출신으로 산타페주에서 집권당과 페론당 비주류를 합친 것만큼 많은 42.1%득표로 건재를 과시했다. 평소에 많은 사람의 신뢰를 받는 정치인으로 2015년 선거에서 야권 진영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중에 한명이다.
4. 향후 전망
아르헨티나 정치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변화가 무쌍하여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2년이란 기간은 정치에 있어서 짧지 않은 기간이다. 특히 비록 크리스티나 대통령이 세력이 불리하여 재,재선은 접었지만 그의 세력은 막강하다. 아직도 상.하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다. 법원과 권력 기관이 그의 편이다. 지난 28일 실패 후에 이틀 후엔 미디어법이 대법원에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사실상 야당 성향의 보스적인 신문인 끌라린지를 상대로 여러 가지 제약을 가하려는 정부의 법률에 헌법 소원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비록 여당에 불리하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과 정책 운영으로 국민의 마음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비판자들은 독선적인 크리스티나 대통령이 작은 소집단의 장막 속에서 나와 좀더 넓게 주의 깊게 국민의 의견을 듣고 아르헨티나가 처한 인플레이션, 경제 문제, 환율문제, 수출입 개방 문제, 치안 문제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 국면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박채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역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 연구위원.;parkco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