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스 궁전‘은 96년 김영삼 대통령이 헌화했던 산 마르띤 장군 동상 바로 옆 산타페 대로에 있다. 까만 지붕에 하얀 건물로 기품 있는 전형적 프랑스식 건축양식으로, 1912, 3년에 완공됐다.
산따페, 에스메랄다, 마이뿌, 알베아르 등 네 개의 길 안에 있는 이 건물은 약간 벌어진 ‘ㄷ’자 모양으로, 지하 2층, 지상 3층 건물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화려함으로나 규모로나 손꼽히는 오래된 건축물의 하나로 원래 이름은 ‘빨라시오 화밀리아 빠스(Palacio Familia Paz)로서 ’빠스 가족 궁전“이란 뜻이다.
이 건물의 원주인은 이 나라 양대 일간지의 하나였고 지금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라 쁘렌사(La Pensa)’지의 창간자인 ‘호세 세 빠스(Jose C Paz)'이다. 그는 대단한 재력가로 그가 유럽 여행에 나서면 수행원들은 그가 마실 신선한 우유를 위해 젖소까지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건물의 거의 모든 재료는 ‘당시의 풍습’대로 유럽에서 수입했다. 그 재료는 아주 다양해서 어떤 계단 난간의 석주들은 상자에 담긴 파스텔처럼 모두 색상이 다른 대리석으로 각기 그 산지가 다른 것이라 하며, 각 방 벽난로도 모두 대리석으로 치장되었고 집기․가구․유리․거울․바닥 장식까지 모두 유럽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건물 곳곳에 많은 청동과 대리석 조각품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값진 그림들이 걸려있다.
이곳의 ‘살론 데 바일레(Salon de Baile․춤의 방)’라는 방은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의 ‘거울의 방’을 그대로 모사 했다고 한다.
이 건물은 1930년 국군클럽이 매입했다. 가끔 음악회나 전시회가 열리기도 하는 이곳에서는 클럽 회원의 결혼식이나 연회장소로 쓰인다.
지금은 안내가 일시 중단됐지만 건물 안에 있는 ‘국군 도서관’을 이용하면 장려한 빨라시오 빠스의 건물 내부를 부분적이나마 볼 수 있다.
도서관의 가구나 장식물들이 모두 골동품 같은 옛것들이어서 이곳에 있으면 과거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약 20여 좌석이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시의회 의사당 도서관처럼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 조용히 공부할 수 있다. 중후한 분위기가 넘치는 이곳의 결점이라면 의자의 쿠션이 너무 과도해 오히려 불편하다는 정도다.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이 도서관의 입장료는 없으며 신분증만 제시하면 열람할 수 있다. 시간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 반까지이다. 도서관 아래층에는 일반서적을 파는 서점도 있다.
도서관 입구는 알베아르(Marcelo T de Alvear) 745번지.
국군도서관 외에도 ‘국립 무기박물관’이 건물 남쪽에 있다. 아기자기한 약 20개의 전시실에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각종 병기가 전시되어 있는 남미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 전시관의 하나다.
노선버스는 2, 7, 9, 10, 17, 24, 28, 29, 45, 59, 64, 70, 91, 103, 105, 111, 126, 142, 146번 등이며 지하철이 인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