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자원봉사센터 2층 교육장
출석: 이여주, 김새롬, 한혜영, 정혜숙,김민정,이진수 (6명)
발제: 정혜숙 '사랑에 빠진 거인' (구드룬헬가도티어/브라이언 필킹튼/김승희 옮김)
발제문: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한 십오년 전쯤,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발견한 책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의 회원이 되고, 어린이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과 욕심이 마구 올라오던 시기였던듯 하다. 대형 어린이책 출판사들의 부스에 가서 전시된 책들중에 내가 아는 책들을 반갑게 찾고( 모임과 추천목록을 통해 잘게된 책들) 평소 욕심을 내던 그림책들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쇼핑의 즐거움을 누렸다.
비룡소 부스에서 옛날이야기를 뒤지던 중 나의 눈에 확 들어온 한권의 책. 그림이 먼저 눈길을 끌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읽었는데 플럼블라에 대한 강한 인상과 왠지모를 따뜻함과 뭉클함이 있었기에 책을 사서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나의 뿌듯함은 어디에서도 추천한 적없는 책을, 특별한 책정보 없이 내스스로 골랐다는 것 그리고 내가 어린이 책을 보는 눈은 아직 미숙하지만 좋은 책인것 같다, 잘 골랐다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생각했다. 나의 마음을 건드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고정관념으로 볼때 ‘사랑스러운’ 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플럼블라의 외모, 사랑받는 이라기 보다는 온 마음으로 사랑을 한 여인, 여덟이나 되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열심히 키워낸 플럼블라에게 자연스럽게 이입되었던게 아닐까. 그녀의 용기와 사랑하는 마음과 넘치는 에너지가 멋있으면서도 그 적극적ㅇ니 용기가 안쓰럽고, 혼자 여덟 아이들을 감당해내는 꿋꿋함이 슬프고, 아이들 한명 한명을 바라보는 깊은 애정이 아련하다.
거인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게으르다라고 한다. 거대한 몸집이 긴 세월에 한번씩 움직이니 당연하다. 거인은 아이슬란드의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연은 곧 거인이고 살아움직이는 생명이다. 거인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거대한 자연현상이 되어 지진으로 산사태로 나타난다. 비록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이지만 거인의 사랑과 기다림과 용기와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은 아름답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더욱 사랑하도록 만든다. 아이들을 자루에 넣어 옮길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고 결국 돌이 된 것은 인간과 달리 그저 있는 그대로, 순리에 따르는 순수함을 표현한것 같다. ‘전부 아름다움, 완전한 아름다움, 훨씬 아름다움, 작은 아름다움, 거의 아름다움, 아주 자그마한 아름다움, 모든 아름다움, 완벽한 아름다움’ 까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때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벅차오름이 느껴지기도 한다. 돌이 되었어도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아름다워 지는 여덟 아들과 아이슬란드의 어머니 플럼블라.
처음에는 플럼블라의 이야기에 빠져 미처 인지 하지 못했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마무리에 아리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이야기라는 걸 보여주면서 이 옛날이야기가 화산, 지진, 산사태가 많은 아이슬란드의 자연환경에 관련된 설화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설화나 전설은 인간이 자신이 살고있는 세상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는 다양한 노력중에 하나다. 산에 살고있는 거인의 움직임이 어떻게 우리에게 전해지는지를 생각하면 신비하고 경이로운 느낌을 준다. 영화 <모아나>를 볼때마다 첫장면에서 태초로 부터 이어져온 마을의 이야기를 할머니가 들려주는 부분을 보면서 항상 부러운데, 마을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로 전해내려오는 마을의 역사와 자연과 영험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살고있는 공간에 시간을 담은 생동감과 애정을 주는 것 같다.
아버지는 산사태나 지진을 두려워할 뿐 거인을 두려워 하지는 않지만 아리에게 거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몇년에 한번씩 찾아전오는 자연 재앙이 아니라 항상 함께 살고있는 거인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두려움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삶의 터전에 애정으로 바뀌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수빈이가 초등학교 2학년때 이책을 읽고 뒷이야기 쓰기에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 아리가 거인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내용을 썼는데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느낀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이미 많이 커버린 우리아이들에게 힘이 되도록 지금 내가 들려 줄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나눈이야기
-신입환영영상: 4/18일에 찍기로 함
-빛그림상영작품선정: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
-다음발제자: 김승희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마리야 이비시키나/책읽는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