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있는 요즘 동시 감상>
노루궁뎅이버섯 외 1편
김진광
얼마나 놀라
달아났으면
졸참나무, 떡갈나무 가지에
엉덩이가 걸렸는지도
모르고 도망갔을까?
“휴! 살았다” 하고
뒤돌아본 노루가
얼마나 놀랐을까?
“내 엉덩이 어디 갔지? 하고
얼마나 당황했을까?
*노루궁뎅이버섯 :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에 자람.
독수리 스티커
도로 투명방음벽에 붙어있는
독수리 스티커
“정말, 진짜라니까!”
“아니야, 가짜라니까!”
새들이 날아가며
말싸움 한다
“퍽!” 하고
새 한 마리 바닥에 떨어졌다
가짜라는 것을 아는
똑똑한 새가 떨어졌다
어머니 전상서
김진광
어머니, 궁금해요
그 흔한 집 한 채
왜 마련하지 못 했나요
어머니, 대리모 젖 먹고 자라면서
대리모의 자식들을 걷어 차
꼭 사지로 떨어뜨려야 하나요
어머니, 몰래 남의 집에
갔다가 버린 나를
왜 자꾸 불러요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마법에 걸린 듯해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인가요
이 더러운 피를 어떻게 씻나요
좀닦취꽃
김진광
봄철 꽃 피었다 다 지고
여름철 꽃 피었다 다 지고
가을철 끝나는 11월 어느 날
맨 끝자락 잡고 해안가에 핀
우리 땅 가장 늦동이 작은 꽃
잔치 끝난 집처럼
벌 나비 손님들 떠나가고
보잘 것 없고 아무 관심 없는
조그만 꽃잔치 구경 오는
발길 하나 없어 외로운가
차린 잔치 음식은 먹어야지
혼자 돌아앉아
눈물밥 먹네
바닷물에 밥 말아
짭잘한 눈물을 반찬으로
홀짝홀짝 눈물밥 먹네
서러운 좀딲취꽃
*산지는 제주도와 남부 해안가이며, 꽃은 5mm 남짓하며,
벌과 나비 없이 주로 자가수정을 한다.
닭의장풀 김진광
예수님, 삼일 만에 다시 부활하신 날
성경책을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꼬꼬댁-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삶은 달걀을 주신다
텃밭에 가니 며칠 전 호미로 매어놓은 닭의장풀이
꼬꼬댁- 이슬에 목 가누고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요 외친다
예끼, 그럼 안돼
예수님도 부활한 후 아직 이 세상에 오시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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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44집(2021)
누루궁뎅이버섯외4/김진광
박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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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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