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보살경 제4권
15. 촉루품(囑累品)
그때에 지인보살이 부처님 앞에서 아뢰었다.
“원컨대 부처님이시여,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법을 펴는 이들을 일으켜 세우소서. 최후 말세에 이 정법의 경전을 듣고 미묘한 뜻을 받아 기쁨을 드러내고, 이러한 까닭으로 모든 법을 빠르게 알고, 지혜를 분별함에 미쳐서 속히 뜻의 힘을 얻고, 모든 법을 분석하여 판단하고, 도의 지혜를 훤히 알며 태어난 곳에서 식념(識念)을 잊지 않고 대법(大法)의 광명으로써 시방에 비추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인아, 만약보살이 이 법품(法品)을 관찰하면 대지혜로 업의 끝없는 근본을 밝힐 것이며, 큰 공덕을 쌓음이 한량이 없을 것이다.
만약 장차 오는 세상에 이 법품을 받아 지니고 소리 내어 읽고 외우며 다른 깊은 경전의 보살장(菩薩藏)의 모든 도무극을 부지런한 마음으로 받들어 행하면,
마군의 일이나 인연이 능히 편리함을 얻지 못하고, 죄의 덮개에 덮이지 않으며,
부처님이 미리 수기를 주어 두세 분 부처님을 뵙고 마땅히 생겨남이 없는 법인(法忍)을 얻는다.
그 법인을 얻는 자는 또한 마땅히 이 위없는 도품을 얻어 스스로 모든 법을 알고, 자재로움을 얻어 불국토를 깨끗하게 장엄하고 성문(聲聞)을 구족하며, 그 도의 가르침을 받아 보살행을 받든다.
이와 같이 지인아, 부처님은 인가[印封]를 내려 일체 의심을 끊고 최후 말세에 네 가지 뜻의 자재한 업을 얻어 보살대사의 법을 행하고, 이 경전을 받아 옹호하며 넓고 큰 서원의 갑옷을 입게 한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 자기 덕의 근본이 매우 크고 끝이 없어 양을 제한하지 못하고 헤아릴 수 없음을 받는 것이다.
둘째는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선(善)의 근본을 나타낸다.
셋째는 여래의 바른 법인 경전의 요체를 여쭈어 받는다.
넷째는 법장을 굳게 지녀 무앙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도로써 교화함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어서 최후 말세에 장차 깊은 법을 보호하니,
무엇을 네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모진 세상에 있어서 정진으로 거두어들여 정법을 받아 행한다.
둘째는 만약 액난으로 제일 고통스럽거나 다투어 정법을 어지럽히거나 가지고 있는 법품으로 사람이 함께 다툴 때가 있으면 교화하여 화합하게 하고 정법을 옹호한다.
셋째는 인욕을 행하여 어질고 온화함을 갖춤이다.
넷째는 말세에 있어서 마음에 한을 품지 않고 왕래하고 두루 다니되 항상 자비로 가엾게 여김을 행한다.
이것이 네 가지이니, 깊은 법을 이루고 빨리 일체지에 이른다.
그때에 발타화(颰陀和)ㆍ교왈도(橋曰兜) 등 5백 보살과 다른 보살들도 부처님께서 설하신 이 도품(道品)의 정법을 듣고 모두 부처님 앞에 머물러 있으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여 말하기를 ‘뒷날 말세에 정법을 옹호하겠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오른손으로 모든 보살을 어루만지며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족성자여, 부처님은 무수겁 동안에 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익히고 쌓아 큰 보배창고를 이루었으며,
매우 부지런히 고행하여 곤란한 재액을 참고 한없이 제도하여 대안락을 얻게 하였고,
몸의 편안함을 버리고 일체 중생을 근심하며 이에 도법을 이루어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었다.
어진 덕을 쌓는 등 만약 배우고 외워 이 법에 이를 자가 있으면 널리 사부대중을 위하여 그 뜻을 펴 설명하였으며,
만약 3품법(品法)이 허물어지려 할 때면 마땅히 일으켜 세워 보호하며 이에 끝없는 큰 광명을 드날렸다.”
부처님께서 거듭 족성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아버지와 같고 그대들은 아들과 같으며,
부처님은 임금과 같고 그대들은 신하와 같다.
아버지는 자애하고 자식은 효도하며, 임금은 올바르고 신하는 충성하면 천하는 화평할 것이다.
나는 무수겁 동안 이 정법 도덕의 보장(寶藏)을 익혀 널리 팔방과 상하에 유포하여 모든 하늘과 인민, 일체가 자애롭고 효도하며 스스로 부처님께 귀명하게 하였다.
부처님이 크게 가엾게 여김으로써 모두 다 제도함을 입었다.”
그때 모든 보살 대중은 발타화ㆍ교왈도 등 5백 군중을 따라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부처님 앞에서 아뢰었다.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을 받들어 힘이 있는 대로 뜻을 다하여 장차 말세에 부처님께서 베푸신 가르침을 옹호하겠습니다.
오직 원하건대 여래께서 일으켜 세우고 은혜를 드리워 주십시오.
최후 말세에 이 정법의 도(道)의 보배의 창고로 하여금 널리 팔방과 상하에 유포되게 하셔서 일체가 다 은혜를 입게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위신력을 더하여 이 법품을 설하실 적에 무앙수의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보살 대중이 있었는데,
일생보처(一生補處)의 지위를 얻고 덕의 근본과 도의 지혜를다 갖추었으며,
무수 억천의 모든 하늘과 인민이 다 도심을 발하며,
부처님께서 ‘장차 오는 세상에 모두 불도를 얻어 각각의 명호가 있을 것이다’라고 수기를 주셨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설하시니, 지인보살과 일체 보살 발타화ㆍ교왈도 등 5백의 군중과 모인 4부 대중과 모든 하늘ㆍ세상 사람ㆍ아수라(阿修羅)가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것을 듣고 환희하지 않음이 없이 절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