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똘레도에서 국제 미아가 될 뻔하다**
<유로 스타스 호텔을 나서자마자 길가 가로등과 선명한 그믐달 모습 포착>
‘아깝잖아? 스페인에서 하루 여행이면
꼭 똘레도를 보고 가라고 한다는데
이제 떠나면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고...
시가지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는데...
그래, 거리 풍경이라도 더 즐감해 봐야지!’
<캄캄한 새벽 하늘과 달과 가로등과 무서움 모르는 한국여성 한 명과... >
새벽 5시 50분,
커텐을 젖히고 하늘을 보니
예쁘고 날씬한 그믐달이 파르스름하게 검은
새벽하늘을 별과 함께 장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나를 밖으로 유혹하고 있었다.
여명조차 아직 없는데 검푸른 새벽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보였고 땅 위엔 바람 한 점 없이
알싸한 새벽 기운이 더 없이 좋았다.
거리엔 지나다니는 차도 없고 걷는 사람도 없었다.
호텔에서 우측으로 걸어 내려와서
첫 사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택하여 걸으며
뜻도 모르는 간판을 눈여겨보고는
계속 우측 길로만 향해서 걸어갔다.
학교, 병원, 공원, 가게, 버스 정류장,
주거지역 등등을 보면서 걷는데
어쩌면 네온사인 간판 하나 없고
쑈 윈도우와 가게문에 셔터를
내려놓은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거의 30분 이상 걷다가 180도 뒤돌아서
갔던 길을 밟아 오는데 그 시간 즈음에는
도로에 차량들이 제법 지나다니고
버스도 운행되고 걷는 사람들도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었다.
<상가 지역 가로등과 안개가 끼기 시작한 새벽>
아, 그런데 알싸하고 기분 좋게 맑았던 날씨가
어느 결에 희뿌연 안개가
스멀스멀 짙게 깔리고 있었다.
시야가 맑지 못한 상황에서 건널목과
네거리를 몇 군데 지나면서
머릿속에 입력해 놓은 간판을 찾아 걷는데
‘어, 이게 아닌데...뭐야? 그 길이 그 길 같고 헛갈리네.
에라, 콩글리쉬라도 하면서 유로 스타스 호텔을 찾아가야지.’
어떤 아가씨가 걸어가는데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
“올라.”하고 인사를 한 뒤,
“Excuse me, I want to go to the Euro Stars Hotel.
Do you know the Hotel?"
그 아가씨 난색을 표하며 모르겠다는 표현을 하는데도
나는 "Euro Stars Hotel, Four stars." 하면서
손가락 넷을 펴보였지만 안 통했다.
어찌해야 되나 하고 있는데 맞은편 길에서
청년 한 사람이 걸어오기에 같은 질문을 했는데
다행히 알아들었다.
그도 호텔 위치를 자세히는 모르는 것 같았는데
우측 방향을 가리키면서 찾아가라고 하기에
고맙다하고는 마을길 같은 곳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더욱 생소한 길이고
도대체 동서남북을 알 수가 없고
내가 지나갔던 길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안개는 점점 자욱해지고...
걸어가는데 마침 차 한 대가 시동을 걸고 있기에
출발하기 전에 막 달려가서 손짓을 하니까 창문을 여는데
젊은이 둘이 앉아 있었고
내가 묻는 콩글리쉬도, 호텔이름조차도 못 알아들었다.
어쨌든 돌아서 갈 수는 없고 골목길을 향해
앞으로 한참 걸으니 휴~ 다행히 차가 달리고
인도가 있는 큰 도로가 보였다.
지나가는 장년 아저씨에게 영어로 건네니
알아듣고 호텔도 알고 있었다.
어느 한 방향을 가리키며 쭉 가면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있으니까
거기에서 다시 물어보고 찾아가라고 했다.
거리가 가까운가 물으니 15분 이내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고맙다하고 ‘오케이 걸어가 보자.’ 하고 걸어가는데
“택시”라고 간판이 써진 곳에 차 두 대가 서 있었다.
앞차에 가니까 뒤에 있는 차로 가라고 사인을 하기에
뒤차로 가서 유로스타스 호텔을 찾으니
같은 이름 호텔 두 군데가 있다면서 갸우뚱 거리기에
내가 별 네 개짜리 호텔이라고 해도 못 알아듣고
결국 그 근처 카페로 가더니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가기에 나도 쫓아 내려서 별 네 개
유로 스타스 호텔을 찾으니 알아들었다.
그가 택시기사에게 설명해주자 차는 이내 골목길 같은 데를
접어들었다가 빠져 나가니 우리가 탔던 버스가
오고가던 길이 보였고 내가 찾는 호텔에 당도하며
여기가 맞느냐는 어떤 사인을 하기에
“오케이.” 했더니 쉬어 주었다.
“Gracias. Wait a minute, please!”
<새벽 6시가 지난 시간인데도 이렇게 인적이 없슈...>
나는 조금만 기다리라 하고 방으로
부리나케 갔지만 문이 잠겨 있었고
식당에 내려가니 일행들이 모두 식사하다가
아침인사를 하는데 그냥 대충 대답하고
방친구한테 쫓아가서 열쇠를 받아
방으로 뛰어 올라가서 돈을 찾아 택시 있는 곳에 갔다.
사실 기본요금이었는데 한참 기다리게 했고
길 잃은 미아를 제 장소에 데려다 준 고마운 마음에
따따불의 요금을 건네며 “그라시아스!” 하며 손을 흔들었다.
<캄캄하고 낯선 길이면 좀 무서워할 줄도 알아야 하는디...여성적 멋이라고는 하나도 없슈>
호텔식당에 내려가서는 식사중인 일행들에게
“새벽에 미아 될 뻔 했어요.” 해 놓고는
가까운 곳에 앉아계신 신부님 테이블에 자리 잡고
빵 두 쪽, 우유, 과일, 요플레를 챙겨 먹고
방에 가서 짐을 챙겨 8시 30분 출발 시간에
다행히 지각을 면해서 민폐를 끼치지 않게 되었음을
성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유로 스타스 호텔 식당, 미아가 될 뻔한 와중에도 사진 찍을 거리라고 생각하면 찰칵>
똘레도---내 나름의 에피소드 하나 남기고
아쉬움도 남기고 떠나는구나.
첫댓글 그날 설명하던 모습이 생각나요...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