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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경 제2권
14. 항육사품(降六師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죽원(竹園)에서 1천 2백50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병사왕(洴沙王)은 이미 초과(初果)를 얻고,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더욱 독실하여 항상 훌륭하고 묘한 4사[事: 네 가지 필요한 물품]을 베풀어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공양하였다. 그리고 백성들과 착한 일 하기를 즐기고 백성들에게 불법을 권하고 지도하였다.
그 나라에 부란나(富蘭那) 등 여섯 외도의 스승이 있었다. 그들은 일찍부터 세상에 나와 삿된 소견과 뒤바뀐 주장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유혹하였으므로 어리석고 어두운 무리들이 그 사교를 믿고 또 널리 퍼뜨려 나쁜 무리들이 나라에 가득 찼다.
그 왕에게는 아우가 있었다. 그는 그 여섯 스승[六師]들을 공경히 받들면서 그들의 삿되고 뒤바뀐 소견을 믿고 혹하여 거기에 참된 도가 있다고 하여 가산을 기울여 그들에게 바쳐온 터였다.
부처님의 해[佛日]가 처음 나타나고 지혜의 물이 일찍부터 흘렀으나, 그는 교화받을 마음이 없이 어두운 겹 그물에 빠져 있었다.
그 형 병사왕은 그 아우를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으므로 은근한 마음으로 타일러 부처님을 믿게 하려 하였지만, 아우는 그 삿된 이치를 고집하여 왕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또 왕이 자주 명령하여 부처님을 청해 공양하라고 하면 아우는 말하였다.
“제게는 따로 스승이 있으므로 새삼스레 가서 구담(瞿曇)을 받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왕의 명령이라 차마 거역할 수 없어 말하였다.
“큰 모임을 베풀어, 오는 사람은 제한하지 않겠습니다. 만일 그가 스스로 오면 저는 마땅히 공양하겠습니다.”
왕의 허락을 받고 그는 공양할 거리를 장만하고 자리를 펴는 등 모임의 준비를 끝냈다. 그는 사람을 보내어 여섯 스승을 불렀다. 그들은 모두 와서 모여 윗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부처님과 스님들이 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그는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왕께서 전에 여러 번 구담을 청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를 위해 공양을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때가 다 되었는데도 그들은 오지 않습니까?”
왕은 아우에게 말하였다.
“만일 네가 직접 가서 청하지 못한다면 사람을 보내어 때가 되었다고 여쭈어라.”
아우는 분부를 받고 사람들을 보내어 아뢰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중을 데리고 모임에 오셔서 그 여섯 스승이 윗자리에 먼저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부처님과 스님들은 다음 자리에 차례로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신통으로써 그 여섯 스승과 그 제자들을 갑자기 아랫줄에 있게 하였다. 여섯 스승들은 창피하게 여겨 제각기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앉고 보면 도로 그 아래에 있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자리를 옮겨 위로 올라갔으나 여전히 자기들 몸은 아래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어 머리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단월들이 손 씻을 물을 돌릴 때에 윗자리에 먼저 오자 부처님께서는 그 시주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스승에게 먼저 올려라.”
시주가 물을 가지고 스승 앞에 가서 초롱을 들고 물을 따르려 하면, 초롱 주둥이는 저절로 막혀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도로 부처님 앞으로 가서 부처님을 비롯해 차례로 돌리면 그제야 물이 나왔다. 그래서 모두 손을 씻을 수 있었다.
손을 씻은 다음 축원(祝願)을 받을 때가 되어 단월들이 밥을 가지고 윗자리로 이르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본래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니 너희 스승 앞에 가서 그들로 하여금 축원을 하게 하라.”
그 분부를 받고 여섯 스승 앞으로 가니, 여섯 스승은 입이 닫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각기 손을 들어 부처님을 가리켰다. 부처님께서는 곧 웅장하고 맑은 음성으로 축원하였다.
축원을 마친 다음 음식을 돌릴 때가 되어 윗자리에서 차례로 돌리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너희 스승에게 먼저 올려라.”
음식을 가지고 가서 여섯 스승으로부터 시작해 돌렸다. 음식은 갑자기 공중에 떠올라 각기 그 머리 위에 떠 있었으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밥을 다 돌리고 나니, 음식이 도로 내려와 각각 제 앞에 놓여 있었다.
부처님과 스님들과 대중들의 식사가 끝나 발우를 씻고 양치질한 뒤에 도로 앉아 설법할 때가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단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스승께 설법하게 하라.”
그들이 이내 여섯 스승에게 설법을 청하였으나, 그들은 또 입이 닫혀 모두 손을 들어 부처님을 가리켰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을 위하여 부드럽고 연한 음성으로써 법의 성품과 그 이치를 분별해 연설하시어 그들의 뜻에 맞게 하셨다. 그들은 모두 설법을 듣고 마음이 열렸다.
그때 병사왕의 아우는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고, 그 밖의 사람들은 초과(初果)에서 3과(果)까지 얻고, 출가하여 번뇌가 없어지고, 위없는 도의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물렀으며, 그 마음의 사모하는 바를 따라 모두 그 원을 성취하였다. 그래서 각각 참다운 이치를 알고 삼보를 믿어 공경하였다.
그리고 그 여섯 스승을 천하게 여겨 다시는 받들어 공양하지 않았다.
이에 여섯 스승은 매우 번민하고 성을 내어 제각기 한적한 곳으로 가서 술법[奇術]을 배웠다.
그때 천마(天魔) 파순(波旬)은 저들의 마음이 약해져서 나쁘고 삿된 법을 펴지 못할까 걱정하고, 곧 내려와 여섯 스승의 모양으로 변하여 한 사람 앞에서 다섯 사람의 술법을 가르쳐 주었다. 즉,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몸에서 물과 불을 내기도 하고, 몸을 여러 개로 나누는 등 백 가지로 변화를 부렸다. 어리석은 무리들은 다시 그들을 믿고 받들었다.
그들은 전날 욕을 당하고 공양을 잃은 것을 분히 여겨 한데 모여 의논하였다.
“이제 우리 술법은 구담보다 못하지 않다. 우리가 전에 한번 욕봄으로 해서 사람들의 마음이 떠났으니, 기묘한 변화를 보면 넉넉히 저들을 항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왕에게 나아가 저들과 한번 승부를 판가름하도록 해보자.”
이렇게 결의하고 왕에게 나아가 자기들의 지혜와 신통과 영술(靈術)을 설명하고 말하였다.
“저 사문과 신기한 변화를 부려 시험해 보면 그 가부가 저절로 나타날 것입니다.”
왕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부처님의 덕은 넓고 크며 신통은 걸림이 없다.
너희들이 겨루어 본다는 것은 마치 반딧불로 해와 빛을 겨루고,
소 발자국의 물로 바다와 크기를 견주며,
여우 힘으로 사자와 용맹을 다투고,
개미 밥으로 수미산과 높이를 겨루려는 것과 같아서,
크고 작은 형상은 차별이 환한데, 어리석고 혹하여 크게 계획하니, 어찌 그리도 어리석은가?”
여섯 스승은 다시 말하였다.
“일은 겪어본 뒤에라야 아는 것입니다. 대왕은 우리들의 뛰어난 변화를 보지 못하고 편벽된 마음으로 저쪽만 장하다고 말하지마는, 한번 시험해 보면 크고 작은 것은 저절로 결정될 것입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겨루어 보고 싶으면 겨루어 보라. 그러나 다만 너희들이 스스로 욕을 부를까 걱정이다. 그런데 만일 부처님과 신통을 다투려거든 우리가 모두 같이 그것을 참관하도록 하라.”
여섯 스승은 말하였다.
“이레 뒤로 날을 정하겠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시합할 장소를 잘 손보아 놓으소서.”
여섯 스승들이 떠난 뒤에 왕은 수레를 타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들이 부처님과 신술을 시험해 보겠다고 시끄럽게 굴기 때문에 이치로써 나무랐지마는 그들은 단념하지 않았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 그 신력을 떨치시어 저 사악(邪惡)을 항복 받으시면 그제야 선(善)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들로 하여금 그 신통을 보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왕은, 부처님께서 신통을 겨루겠다고 허락하심을 알고, 곧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넓은 곳을 편편하게 닦고 좌상(座床)을 벌려 놓고, 온갖 당기와 번기를 세우고 꽃과 구슬을 꿰어 얽어 장엄하고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그 날을 기대하였다.
그 전날 부처님께서는 스님들을 데리고 왕사성을 나와 비사리(毘舍離)로 가셨다. 비사리의 여러 율창(律昌)들은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 맞이하였다.
그 날이 되어 사람들은 부처님을 찾았으나 계시지 않아 사실을 물어 보고, 비로소 비사리로 가신 줄을 알았다.
여섯 스승들은 떠돌며 외쳤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구담의 지혜와 도술이 보잘것없는 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의심하면서 우리 말을 믿지 않았지마는 술법을 다툴 기일이 되자, 제가 이기지 못할 줄 알고 그만 비사리로 도망쳐 가버렸다.”
그들은 더욱 뽐내면서 서로 이끌고 말하였다.
“어디든지 쫓아가 보자.”
그때 병사왕은 음식을 준비하여 5백 수레에 가득 실었다. 신하들과 14억 무리들도 각각 양식을 준비하고 부처님을 따라 앞뒤로 줄을 지어 비사리에 모였다.
여섯 스승들은 다시 여러 율창들에게 아뢰었다.
“우리가 저 구담과 신력을 시합하고 실성(實性)을 변론하는 것을 허락하시고, 만일 보고 들으려거든 이레 뒤에 오십시오.”
그때 율창들은 다시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들은 어리석어 스스로 도가 있다고 일컬으면서 부처님과 신력을 다투려고 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신력을 보이시어 항복 받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율창들은 신하들을 데리고 병사왕처럼 시합장소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하였다.
그 전날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구섬미(拘睒彌)로 떠나셨다. 구섬미의 우전왕(優塡王)은 신하들을 데리고 나와 맞이하였다.
이튿날 새벽에 비사리(毘舍離) 사람들이 부처님을 찾았으나 부처님께서는 이미 구섬미로 떠나신 뒤였다.
이 말을 들은 여섯 스승들은 더욱 교만하여져서 그들의 무리를 한데 모아 어디까지나 쫓아가려 하였다. 율창들은 음식을 준비하여 5백 수레에 싣고 부처님을 공양하려고 7억 대중을 거느리고 병사왕과 함께 구섬미에 모여 부처님과 여섯 스승이 신력을 시험하는 것을 보려고, 앞뒤로 줄을 지어 길을 메우며 갔다.
여섯 스승들도 구섬미에 이르러 우전왕을 보고 위에서와 같이 그 사정을 말하였다.
“사문은 스스로 돌아보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꾸 도망만 치므로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왕은 꼭 안정시켜 우리와 겨루도록 하여 주십시오.”
우전왕은 부처님께 여섯 스승들의 말을 설명하고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겨루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우전왕은, 부처님께서 그 나라에서 시합하시기를 바라고, 병사왕처럼 시합 장소를 준비하였다.
시합 전날 부처님께서는 다시 제자들을 데리고 월지국(越祇國)으로 가셨다. 월지국의 둔진타라왕(屯眞陁羅王)은 신민들을 데리고 나와 부처님을 맞이하였다.
그 이튿날 구섬미의 사람들은, 부처님께서는 이미 월기국으로 떠나셨다는 말을 들었고, 여섯 스승들은 곧 그 뒤를 쫓아갔다.
그때 우전왕은 팔억 대중과 병사왕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을 데리고 모두 월기국으로 가서 모였다.
여섯 스승들은 왕을 보고 제 말을 늘어놓았다.
“저 구담으로 하여금 우리와 시합하게 하십시오.”
둔진타라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왕은 시합 장소를 장엄하게 준비하였다.
날이 가까워 오자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특차시리(特叉尸利)로 향하셨다.
그 나라의 왕 인타바미(因陁婆彌)는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 나와 맞이하였다.
둔진타라왕은 5억 대중과 병사왕과 신하들을 데리고 부처님을 따라 특차시리로 향하였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인타바미왕에게 잔뜩 뽐내며 큰 소리로 말하였다.
“저 구담과 신력 시합하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인타바미는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왕은 시합 장소를 장엄하게 준비하였다.
그 날이 되자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곳을 버리고, 여러 스님과 함께 바라내로 가셨다.
바라내 왕 범마달은 신하들을 데리고 몸소 나와 맞이하였다.
그 이튿날 특차시리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떠나신 줄을 알았다. 여러 스승들은 부처님 뒤를 쫓아 달려갔다.
인타바미왕은 6억 대중과 병사왕 등과 함께 모두 부처님을 따라갔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앞에서와 같이 왕에게 청하였고, 왕은 앞에서와 같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회장 준비가 되고 그 날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곳을 버리고 비구들과 함께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으로 가셨다. 가비라위(迦毘羅衛)의 여러 석가 종족[釋種]들은 대중을 거느리고 모두 나와 맞이하였다.
그 이튿날 바라내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떠나심을 알았다. 여섯 스승들은 계속해서 쫓아갔다.
범마달왕은 8억 대중과 병사왕 등 여섯 나라 사람들을 데리고 줄을 지어 부처님을 따라갔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석가족들을 향하여 기술과 재능을 들어 시끄러이 말하였다.
“구담과 신력을 대결할 것을 허락하십시오.”
석가족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석가 종족들은 회장을 장엄하게 준비하였다. 그 날이 가까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사위국으로 가셨다.
사위국의 바사닉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모두 나와 맞이하였다.
석가족들은 그 이튿날에야 부처님께서 떠나신 것을 알았다. 여섯 스승들은 무리들을 데리고 뒤를 쫓아갔다.
석가족들은 9억 대중과 병사왕 등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내를 건너고 들을 메우면서 사위국으로 쫓아갔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파사닉왕을 보고 그 동안의 사정을 자세히 말하였다.
“우리는 구담과 신력을 겨루려 하였으나 기일만 되면 그는 도망쳐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중들과 함께 왕의 나라까지 쫓아온 것입니다. 대왕은 그를 시켜 우리와 대결하도록 하십시오.”
바사닉왕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부처님의 뛰어나신 신변은 헤아리기 어렵거늘, 어떻게 너희들의 그 비루하고 못남으로써 큰 법왕과 힘을 겨루려 하는가?”
여섯 스승들은 수선거리면서 말소리가 거칠어졌다.
바사닉왕은 나아가 부처님을 뵈옵고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들은 저처럼 간청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신통을 보이시어 저들을 항복 받아 일체 대중들로 하여금 거짓과 참을 분별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바사닉왕은 곧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회장을 편편하게 만들고, 향과 꽃을 많이 쌓고 좌상을 벌여 놓고 온갖 깃대를 세워 장엄한 준비를 끝냈다.
대중들은 모두 모였다.
섣달 초하룻날 부처님께서는 시험장으로 가셨다.
바사닉왕은 그 날 이른 새벽에 부처님께 공양하고 손수 양지(楊枝: 버들가지로 만든 이닦이)를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씹고 나서 나머지를 땅에 던졌다. 그러자 그것은 곧 살아나서 무럭무럭 자라더니, 줄기는 높이 뻗어 5백 유순(由旬)이요, 가지와 잎은 구름처럼 퍼져 그 둘레도 또한 그와 같았다.
거기서 다시 꽃이 피어 크기는 수레바퀴와 같고 또 열매가 맺어 크기는 다섯 말 드는 병과 같았다. 뿌리와 줄기ㆍ가지ㆍ잎사귀는 순전히 일곱 가지 보배로 되어 있고, 여러 가지 빛깔은 휘황찬란하였으며, 그 빛깔은 광명을 내어 해와 달을 가리었다.
그 열매를 먹으면 맛나기는 단 이슬 같고 향기는 사방에 퍼지며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즐거워졌다.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와 가지와 잎사귀가 부딪치면, 그것은 모두 화창한 소리를 내며 미묘한 법을 연설하여, 듣는 사람은 싫증이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의 변화를 보고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더욱 순수하고 도타워졌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뜻에 맞추어 설법하셨다. 그들은 모두 법을 이해하였고, 부처님께 귀의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천상에 나는 큰 결과를 얻었다.
둘째 날에는 우전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양쪽에 두 보배산을 만드시니 그 장엄함은 볼 만하였다. 그것은 온갖 보배로 되어 있고, 오색은 찬란하고 광명은 휘황하였다. 여섯 가지 나무는 그 산 위에 줄을 지어 섰고 꽃과 열매는 무성하며 미묘한 향기를 내었다.
그 한쪽 산 위에는 쌀이 누렇게 익어 부드럽고 아름다웠으며, 온갖 맛이 나고 달아 입에 맞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대로 그것을 먹었다.
또 그 한쪽 산 위에는 부드럽고 연한 풀이 살지고 맛 있게 자라, 그것으로써 축생을 기르는데, 먹고 싶은 놈은 가서 그것을 배가 부르게 먹고 즐거워했다.
대중들은 그 산의 신기한 것을 보고 공양한 뒤에는 모두 기뻐하면서 부처님을 우러러 사모하는 정이 더욱 깊어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 뜻에 맞도록 설법하셨다. 그들은 모두 법을 이해하여 위없는 마음을 내었고, 수많은 사람이 천상에 나는 결과를 얻었다.
셋째 날에는 둔진타라왕이 부처님을 청하여 공양하고 깨끗한 물을 받들어 양치질하시기를 기다렸다. 부처님이 물을 뱉어 버리시니 그곳이 보배 못이 되었는데, 사방 둘레는 각각 2백 리요, 순전히 일곱 가지 보배로 섞바뀌어 온갖 빛깔은 서로 비치고 광명은 찬란하였다.
못 속의 물은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고, 물 밑에는 일곱 가지 보배 모래가 모두 깔렸다. 여덟 가지 연꽃은 크기가 수레바퀴 같았고, 파랑ㆍ노랑ㆍ빨강ㆍ흰색ㆍ보라빛ㆍ녹색ㆍ자줏빛이 섞바뀌었다. 향기로운 향기는 사방에 멀리 퍼지며 그 연꽃 빛깔을 따라 제각기 광명을 놓아 그 광명은 천지를 휘황하게 하였다.
대중들은 그 보배 못의 기묘한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한량없는 덕을 칭송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의 마음을 관찰하시고, 방편으로 설법하시어 모두 이해하여 위없는 마음을 내게 하셨다. 그들은 하늘에 태어날 과보를 얻어 복업을 더욱 더한 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넷째 날에는 인타바미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그 보배 못 사방에 저절로 여덟 개 도랑물이 흘러 도로 못에 들어가게 하고 저절로 돌게 하니, 물이 흐르는 소리는 맑고 아름다웠으며, 모두에게 5근(根)ㆍ5력(力)ㆍ7각(覺)ㆍ8도(道)ㆍ3명(明)ㆍ6통(通)ㆍ6도(度)ㆍ4등(等)과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연설하여 격려하고 인도하였으며, 갖가지 법을 연설하여 듣고 보는 대중들은 모두 마음이 열리어 부처님께 귀의하였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어 복과 지혜를 더욱 쌓은 이가 매우 많았다.
다섯째 날에는 범마달왕이 부처님을 청해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입에서 광명을 놓으시니 황금빛이 휘황하게 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었고, 그 광명에 부딪힌 일체 중생들은 3독(毒)과 5음(陰)이 모두 저절로 사라졌고, 몸과 마음이 시원하고 즐거워져 마치 비구가 제3선(禪)을 얻은 것과 같아졌다.
대중들은 기이하다고 칭송하면서 부처님 덕을 마음으로 사모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들은 모두 그 법을 이해하고 큰 도의 마음을 내어 천상에 날 과보를 얻었고, 복을 더하고 지혜를 닦은 이가 매우 많았다.
여섯째 날에는 여러 율창들이 차례로 다시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그 모임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과 마음을 서로 알게 하셨다. 그래서 한 사람이 각각 여러 사람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선악과 뜻의 가는 업행(業行)을 모두 알게 되자, 그들은 모두 놀라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덕을 칭송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여러 가지 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들은 모두 이해하게 되어 부처 되기를 맹세하였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가 매우 많았다.
일곱째 날에는 석가 종족들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대중들로 하여금 모두 전륜성왕을 보게 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일곱 가지 보배와 1천 왕자와 여러 왕의 신민들이 그를 공손히 받들어 모시고 우러르는 마음이 줄지 않음을 모두 보았다. 그들은 놀라고 이상스럽게 여기면서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들 뜻에 맞추어 설법하셨다. 그들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의 마음을 내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는 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여덟째 날에 부처님께서는 제석의 청을 받았다. 제석은 부처님을 위해 사자좌(師子座)를 만들었다. 부처님께서 그 자리에 올라앉으시자 제석은 위쪽에 모시고 법왕은 오른쪽에 모셨으며 모든 대중들은 고요히 좌정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천천히 팔을 펴 손으로 자리를 만지시니, 갑자기 큰 소리가 났는데, 코끼리의 외침 같았다. 그때에 큰 귀신 다섯이 여섯 스승의 높은 자리를 끌어내어 부수어 버렸다. 그리고 금강밀적(金剛密迹)은 금강저(金剛杵)를 잡았는데 그 금강저 끝에서 불이 일어나 여섯 스승들을 잡아 치려 하였다. 여섯 스승들은 놀라 달아나다가 욕됨을 부끄러워하여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그리고 여섯 스승의 무리 7억은 모두 와서 부처님께 귀의하여 제자 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들이여”
그들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은 몸에 입혀져 모두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미묘한 법을 보이시자 그들은 번뇌가 없어지고 결박이 풀려 모두 아라한을 얻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8만 털구멍에서 다 광명을 놓으시니, 허공에 두루 찼다. 낱낱 광명 끝에는 큰 연꽃이 있고, 낱낱 연꽃 위에는 화불(化佛)이 있어 대중에 둘러싸이어 설법하였다. 대중들은 이 위없는 조화를 보고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더욱 융성해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그 응하는 바를 따라 큰마음을 내거나 천상에 날 과보를 얻거나 복과 선(善)을 대하거나 하는 이가 매우 많았다.
아홉째 날에는 범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몸을 변화시켜 높이가 범천에 이르렀고, 위엄은 번듯하고 의젓하여 헤아리기 어려웠으며, 큰 광명을 놓으시니 천지가 휘황하였다. 대중들은 우러러보며 모두 그 말을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미묘한 법을 열어 보여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내어 부처를 찾게 하시니,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열째 날에는 4천왕(天王)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색신(色身)이 모든 하늘에 두루 계심을 보게 하셨다. 4천왕에서 색구경천(色究竟天)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처 몸을 나타내어 큰 광명을 놓으면서 각각 대중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들은 모두 멀리서 우러러 분명히 바라보았고, 공경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더욱 더하여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니, 그 뜻을 따라 모두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거나, 혹은 천상에 날 과보를 얻거나 하는 이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열한째 날에는 수달(須達) 장자가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높은 자리 위에서 스스로 그 몸을 숨기고 아주 고요하게 하여 나타나지 않으셨다.
다만 광명을 놓고 부드럽고 연한 음성을 내어 미묘한 모든 법을 분별하시고 연설하셨다. 그 법을 듣고 깨달아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매우 많았다.
열두째 날에는 질다(質多) 거사가 부처님을 청해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자심(慈心)삼매에 드시어 금색 광명을 놓아 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셨다. 그 광명에 부딪히는 중생들은 3독(毒)의 마음이 사라지고 저절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중생을 평등하게 보기를, 아버지나 어머니나 형이나 아우처럼 하되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더하고 덜함이 없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묘한 법을 말씀하시니, 그들은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거나, 혹은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웠다.
열셋째 날에는 둔진타라왕이 부처님을 청하여 공양을 차렸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높은 자리에 올라 배꼽으로 광명을 놓아 두 갈래로 나누되, 몸에서 일곱 길이 떨어지게 하였다. 그 광명 끝에는 각각 연꽃이 있고 연꽃 위에는 화신불이 있어 부처님과 다름이 없었다.
그 화신불도 배꼽으로 광명을 놓아 두 갈래로 나누되 몸에서 일곱 길이 떨어지게 하였다. 그 광명 끝에는 연꽃이 있고 연꽃 위에는 화신불이 있었다.
이렇게 전변하여 대천 세계에 두루하였다. 대중들은 그것을 우러러 보고 놀라고 기뻐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따라 설법하셨다. 그들 중에는 큰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매우 많았다.
열넷째 날에는 우전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그때 우전왕은 부처님 위에 꽃을 흩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 꽃을 변화시켜 1천 2백50개의 보배수레를 만드시니, 그 높이가 범천에 이르렀고, 그 광명은 금산보다 빛났다. 온갖 보배의 여러 가지 빛깔은 아름답게 서로 비추어 한량없이 찬란하였고, 신기한 구슬과 영락을 그 사이사이에 섞박았다. 그 높은 수레 안에는 모두 부처 몸이 있었는데 큰 광명을 놓아 삼천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대중들은 그 변화를 보고 기쁜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이 뒤섞이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설법하시니 병을 따라 약을 쓰는 것과 같았다. 그들 중에는 모두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혹은 도를 얻어 천상에 나는 이도 매우 많았다.
열다섯째 날에는 병사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미리 왕에게 분부하시되, 음식 그릇만 준비하라 하셨다. 그래서 왕은 다만 그릇만 많이 준비하였다. 밥 때가 되자 모든 그릇에는 갖가지 맛나고 아름다운 음식이 가득하여 대중들이 실컷 먹고도 남았고, 먹은 뒤에는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하고 즐거워졌다.
그때 세존께서 손으로 땅을 가리키시니 18지옥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거기서 죄를 받는 티끌 수 같은 한량없는 사람들이 제각기 모두 말하였다.
‘나는 본시 이와 같이 악을 지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고통을 받는다.’
대중들은 그것을 모두 듣고 보고는 매우 슬프고 가엾어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부처님께서는 그들 뜻에 맞게 설법하셨다. 그들 중에는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이루 다 셀 수 없었다.
지옥 중생들도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들음으로 말미암아 공경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생겨 모두 멀리서 귀의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모두 천상이나 인간에 나게 되었다.
그때 병사왕은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서른두 가지 신기한 모습 중에서 몸이나 손의 모습은 일찍 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처님 발바닥의 바퀴 모양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대중들에게 모두 보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다리를 내어 대중에게 보였다. 대중들은 부처님 발바닥의 바퀴 모양이 단엄하고 빛나며 그 무늬가 그림 같아서 모두 환히 나타난 것을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왕은 더욱 기뻐하면서 다시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본래 어떤 공덕을 지으셨기에 그런 묘한 바퀴 모양을 이루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에 내 스스로 열 가지 선행을 닦았고, 또 남에게도 가르쳤기 때문에 이처럼 분명히 나타난 모양을 얻은 것이오.”
왕은 또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스스로도 열 가지 선행을 닦고 또 남에게도 가르쳤다는 그 일은 어떤 것입니까? 원컨대 가르쳐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시오. 과거 무수한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시타니미(施陁尼彌)였소. 그는 8만 4천 나라와 8만억 촌락과 1만 대신을 거느렸었소.
또 왕에게는 2만 부인이 있었소. 그러나 아무도 아들이 없었소. 왕은 매우 근심하면서 나라의 대(代)가 끊어질까 걱정하여 여러 하늘에 널리 기도하였소.
왕의 첫째 부인은 이름이 수리파라만(須梨波羅滿)이었소. 그는 몇 시간이 지나고 곧 임신된 것을 깨달았소. 아이를 밴 뒤로는 심성이 총명하여지고 인자하고 측은한 마음이 있어 남에게 선행을 권하였소. 달이 차서 한 사내를 낳았소. 얼굴은 뛰어나게 단정하고 모양은 두드러지게 아름다우며 온몸의 털구멍에는 모두 광명이 있었소. 왕은 몹시 기뻐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소.
곧 관상쟁이를 불러 그 길흉을 상보게 하였소. 관상쟁이는 자세히 보고는 찬탄하였소.
‘신기합니다. 이 아기의 상은 뛰어납니다. 그 덕은 천하를 편안하게 하여 천하가 공경히 받들 것입니다.’
왕은 더욱 기뻐하여 이름을 지으라고 명령하였소.
상쟁이는 아뢰었소.
‘어떤 기이한 징조가 있었습니까?’
왕은 말하였소.
‘이 아이를 밴 뒤로 그 어미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인자하여 선행을 권하였소. 다른 징조도 많았으나 이 징조가 매우 이상하였소.’
관상쟁이는 놀라고 기뻐하면서 왕에게 아뢰었소.
‘어머님이 미리 지혜로웠고 자기 몸에 광명이 있으니 이름을 나파라만(那波羅滿)―진(晉)나라 말로는 혜광(惠光)이라는 뜻입니다―이라 하소서. ’
태자는 점점 자라나서 그 지혜는 남보다 뛰어났소. 부왕이 세상을 뜨자 그 장례를 마치고 신하들은 모여 태자에게 왕위를 잇도록 권하였소. 그러나 태자는 굳이 사양하면서 말하였소.
‘나는 감당할 수 없다.’
신하들은 말하였소.
‘대왕이 이미 돌아가시고 오직 태자가 있을 뿐이요, 다른 형제가 없는데 싫다고 말씀하시니, 누구에게 미루어 줍니까?’
태자는 대답하였소.
‘세상 사람이 악을 행할 때는 반드시 순하게만 할 수 없소. 만일 그들에게 형벌을 주면 내게 죄됨이 적지 않을 것이오. 그러므로 만일 백성을 다스리되 열 가지 선행을 두루 행하게 할 수 있다면 나는 나라 일을 맡을 수 있소.’
신하들은 말하였소.
‘좋습니다. 원컨대 궁전에 오르소서. 열 가지 선행의 길은 명령을 내려 행하도록 하소서.’
그때 태자는 곧 왕위에 올라 인민들에게 명령을 내려 열 가지 선행을 두루 행하라 하였소. 백성들은 공경하고 순종하여 마음을 고치고 행동을 바꾸었소.
그때 마왕은 그것을 시기하여 왕의 교화를 무너뜨리려 가만히 글을 만들어 여러 나라에 보내면서 명령하였소.
‘전에 명령하여 선을 행하라 하였지마는 그것은 아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한갓 노고만 더하여 쓸 데 없는 짓을 한 것이다. 지금부터는 백성들이 열 가지 나쁜 일 행하는 것을 허락한다. 다시는 꺼리지 말라.’
여러 왕들은 이 글을 받고 그 다른 조서를 괴상히 여기되,
‘무엇 때문에 이치를 어기어 사람에게 악을 따르라고 권하는가?’ 하고,
각기 친서를 보내어 다시 그 까닭을 물었소.
왕은 그 글을 보고 깜짝 놀라 말하였소.
‘나는 그런 영을 내린 일이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곧 수레를 타고 몸소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을 만나보고, 그 다른 영은 고친다고 선언하였소.
그때 그 악마는 길가에서 어떤 사람으로 변하여 큰 불 속에 빠져 있었는데, 그 울부짖는 소리가 몹시 슬프고 간절하였소.
왕은 가서 물었소.
‘너는 왜 그러는가?’
그는 아뢰었소.
‘저는 전생에 남에게 열 가지 선행을 권하였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는가? 남에게 선행을 닦으라고 권하고 도리어 고통을 받겠는가?’ 하고 왕은 다시 물었소.
‘열 가지 선행을 권하였기 때문에 너에게 그런 고통을 받게 한다면, 이전에 그 권함을 받아 열 가지 선을 행한 사람은 좋은 갚음을 받았는가?’
그는 대답하였소.
‘이전 사람은 좋은 복을 얻었습니다. 다만 남에게 가르쳤기 때문에 홀로 이런 고통을 받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하였소.
‘다만 먼저 사람으로 하여금 좋은 복을 받게 하였다면 그 고통을 달게 받을 것이요, 그것을 한탄할 것이 없다.’
악마는 이 말을 듣고 곧 형상을 숨기고 사라졌소.
왕은 여러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열 가지 선행을 폈소. 백성들은 거기에 교화되어 몸과 말과 뜻을 조심하여 바른 교화가 두루 펴졌소. 백성들은 모두 우러러 사모하고 왕의 덕은 높아지고 빛났소.
그래서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날 때에 금바퀴가 먼저 응하고 일곱 가지 보배가 한꺼번에 이르렀소. 왕은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선으로 인도하는 것을 의무로 삼았소.
이와 같이 대왕은 알아야 하오. 그때의 그 시타니미왕은 바로 지금의 내 아버지 정반왕이요, 그 어머니는 지금의 내 어머니 마하마야이며, 그때의 그 혜광왕으로서 열 가지 선행으로 백성을 교화한 이는 지금의 내 몸이오.
나는 그 세상에서 스스로도 열 가지 선을 행하고 또 백성들에게 권해 그것을 행하게 하였기 때문에 오늘 이 발바닥의 천 폭의 바퀴 모양을 얻게 된 것이오.”
그때 병사왕은 다시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의 무리들은 미욱하여 자기들의 실력은 헤아리지 못하고 이양(利養)에만 탐착하고 질투심을 일으켜 세존과 신력을 겨루려 하였습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부처가 한 가지를 부리면 우리는 두 가지를 부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신묘하여 헤아릴 수 없는 신변을 나타내시니 저들은 그만 움츠러들어 한 가지 술법도 부리지 못하고, 제 꼴이 부끄러워 몸을 던져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리들도 모두 흩어져 스스로 그 재앙을 남겼으니, 그 미욱함을 생각하면 어찌 그리도 심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여섯 스승의 무리가 이름과 이익을 다투기 때문에 내게 대결을 구하다가 제 몸을 죽이고 그 무리를 잃은 일은 오늘만이 아니오. 지나간 세상에서도 나와 다투다가 나는 그를 죽이고 그 무리를 빼앗은 일이 있었소.”
왕은 꿇어앉아 다시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지나간 세상에 저 여섯 스승들과 싸워 그 무리를 빼앗은 일은 어떠합니까? 원컨대 자세히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명심하고 잘 들으시오. 과거 무량 무수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한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마하사구리(摩訶賖仇利)였소. 그는 작은 나라 왕을 거느리고 5백 부인을 두었소. 그러나 그 뒤를 이을 태자가 없었소. 그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소.
‘나는 차츰 나이가 들어가는데 왕위를 이을 만한 아들이 없다. 만일 하루 아침에 내가 죽게 되면, 여러 왕과 신민들은 명령을 받들지 않고 반드시 군사를 일으켜 백성들을 해침으로써 장차 나라가 어지럽게 될 것이니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마음이 근심 바다에 빠져 있었소.
그때 제석천은 멀리서 왕의 근심을 알고, 곧 하늘에서 내려와 한 의사로 변하여 왕에게 나아가 그 근심하는 까닭을 물었소. 왕은 그 사정을 그에게 이야기하였소. 의사는 아뢰었소.
‘다시는 근심하지 마시오. 제가 왕을 위해 설산에 들어가 여러 가지 약을 캐어 모아 그것을 부인에게 드려 먹게 하겠습니다. 그 약을 먹으면 모두가 반드시 아기를 밸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근심을 놓으면서 의사에게 말하였소.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의사는 곧 설산으로 들어가 갖가지 약초를 캐어 가지고 왕궁으로 메고 돌아와서 젖에 달여 큰 부인에게 주었소. 그러나 큰 부인은 냄새를 싫어하고 또 마음으로 믿지 않아 의사가 하늘로 돌아간 뒤에도 그것을 먹으려 하지 않았소. 그래서 다른 작은 부인들이 그것을 다 나누어 먹었소.
작은 부인들은 그것을 먹은 지 오래 되지 않아 아이를 밴 것을 깨닫고 그 사정을 큰 부인에게 알렸소.
큰 부인은 이 말을 듣고 후회하면서, ‘먹고 난 나머지가 있는가?’라고 물었소. 그러나 나머지가 없다는 대답이었소. 큰 부인은 재차 물었소.
‘그 약초는 지금도 있는가?’
‘아직 있습니다.’
곧 명령하여 젖을 가져다 그것을 다시 달여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소. 큰 부인도 그것을 먹은 지 며칠 안 되어 아이 밴 줄을 알았소.
그때 여러 작은 부인들은 달이 차서 모두 사내를 낳았는데 얼굴이 뛰어나게 단정하였소. 왕은 그 왕자들을 보고 뛸듯이 기뻐하였소. 그러나 큰 부인의 해산이 더딘 것을 답답하게 생각하였소.
큰 부인도 달이 차서 사내를 낳았소. 그러나 그 얼굴은 지극히 추해서 마치 썩은 나무 그루터기 같았소. 부모는 그것을 보고 마음이 언짢아서 이내 이름을 다라후시(多羅睺施)―진(晉)나라 말로는 주올(株杌)이라는 뜻이다―라고 짓고는 명령하여 기르게 하였소.
나이 점점 들어 다른 여러 형들은 모두 장가를 들었으나 오직 주올만은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그 뒤에 변방 나라에서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소. 5백 왕자들은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항거하였으나 첫 싸움에 패하여 성으로 되돌아왔소. 주올 왕자는 그 형들에게 물었소.
‘왜 쫓겨왔습니까, 무섭고 두려운 것 같습니다.’
형들은 말하였소.
‘싸움이 불리하여 적군에게 쫓겨 되돌아왔다.’
주올은 말하였소.
‘그 따위 적군에게 침범을 당할 수 없습니다. 저 천사(天寺) 안에 있는 우리 선조가 쓰던 큰 활과 고둥을 가져 오시오. 내가 가서 무찌르겠습니다.’
그 선조란 바로 전륜왕이오. 곧 여러 사람을 보내어 그것을 메고 와서 주올에게 주었소. 그가 활을 잡아매어 퉁기니 활 소리는 우레 같았고 화살 소리는 40리에 들렸소. 그는 활과 고둥을 가지고 혼자서 치러 나갔소.
진터에 나가 그는 먼저 고둥을 불었소. 그 소리는 벽력 같았소. 적군은 그 소리를 듣자 혼비백산하여 흩어져 달아났소. 적군은 물러가고 그는 돌아왔소. 부왕은 그제야 달리 대우하고 사랑하여 장가를 들이려고 여러 가지 방편을 깊이 생각하였소.
그때 어떤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율사발차(律師跋蹉)였소. 그에게 딸이 있었는데, 절세 미인으로 이름이 있었소.
마하사구리왕은 사신을 보내어 혼인을 청하되 그의 한 형을 가리키면서, ‘이 아이를 위해 당신의 딸을 청한다고 하라’고 하였소.
사신이 분부를 받고 가서 왕의 말을 자세히 전하자, 율사발차는 곧 혼인을 허락하였소. 사신은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소.
왕은 못내 기뻐하여 곧 수레와 말을 보내어 맞이하여 데리고 왔소. 그리고 왕은 주올에게 분부하였소.
‘지금부터는 낮에는 부인을 보지 말고 밤에만 서로 만나라.’
그때 여러 부인들은 서로 모여 이야기하면서 모두 자기 남편의 갖가지 재주와 덕을 자랑하였소. 주올의 아내도 그 남편을 자랑하면서 말하였소.
‘우리 남편은 용맹스럽고 힘이 장사며 또 몸은 부드러워 참으로 존경하고 사랑할 만하다.’
그러자 다른 여자들은 말하였소.
‘너는 말하라. 네 남편 모양은 흡사 썩은 나무 그루터기[株杌] 같더라. 만일 네가 낮에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주올의 아내는 그 말을 듣고 마음에 새겨 두었소. 그리고는 미리 등불을 준비하여 으슥한 곳에 감추어 두었다가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려 등불을 가져와 그 모양을 보았소. 그는 몹시 두렵고 무서워 그 밤으로 수레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가 버렸소.
날이 밝아 주올은 잠이 깨어 아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매우 걱정하면서 활과 고둥을 가지고 그 자취를 밟고 쫓아가 그 나라에 이르러 어떤 대신의 집에 의지해 머물고 있었소.
그 뒤에 여섯 나라의 왕들은 율사발차의 딸이 뛰어나게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모두 탐을 내어 군사를 일으켜 모여와 다투어 혼인을 청하였소.
그때 율사발차는 매우 당황하여 신하들을 모아 이 일을 의논하였소.
‘만일 한 사람에게만 주면 다른 사람들은 원한을 품을 것이니, 어떤 방법을 써야 저 흉적들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어떤 신하는 말하였소,
‘이 여인을 여섯 몫으로 나누어 한 군사에게 한 몫씩 주면 그 욕심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신하는 말하였소.
‘우선 널리 광고하기를 만일 누구나 저 군사를 물리치면 내 딸을 아내로 줄 것이요, 나라를 나누어 같이 다스릴 것이며, 또 거기에 큰 상을 주리라고 하면 될 것입니다’
왕은 ‘옳다’ 하고 곧 모집하는 광고를 내었소.
그때 주올은 곧 활과 고둥을 가지고 성을 나가 적군 앞에 나아가 고둥을 불고 활시위를 퉁겼소. 그 여섯 군사들은 놀라고 두려워 꼼짝하지 못하였소. 그는 군중으로 들어가 여섯 왕의 머리를 베고 그 관(冠)을 빼앗고는 군사를 거두어 거느리고 돌아왔소. 율사발차는 매우 기뻐하여 그 딸을 바치고 그를 받들어 대왕으로 삼았소. 그는 일곱 나라를 차지한 뒤 일체 군사와 대중들과 그 아내를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왔소.
부왕은 그가 온다는 말을 듣고 국경까지 나가 맞이하였소. 그리고 그 아들이 거느린 군사와 인민이 매우 많은 것을 보고 곧 그 나라를 아들에게 미루면서 대왕이 되기를 권하였소. 그러나 주올은 사양하면서 말하였소.
‘아버지가 살아 계신데 이치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는 궁중으로 돌아와 그 아내를 꾸짖었소.
‘너는 왜 전날 밤에 나를 버리고 도망갔던가?’
그 아내는 대답하였소.
‘당신 형상이 하도 추하기에 처음 보고 놀라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였습니다.’
다라후시는 거울을 들고 스스로 비추어 보았소. 그 모양은 참으로 썩은 나무 그루터기 같았소. 그는 그만 제 몸이 싫어져서 차마 볼 수 없었소. 그는 곧 숲 속으로 들어가 자살하려 하였소.
그때 제석천은 멀리서 그것을 알고, 곧 내려와 밑으로 가서 그 사정을 물어 보고 마음을 위로하고는 보배 구슬 하나를 주면서 말하였소.
‘이것을 항상 네 정수리에 넣어 두면 그 얼굴이 나처럼 단정하게 될 것이다.’
그가 기뻐하면서 곧 그것을 받아 정수리에 넣어 두자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깨달았소.
그는 궁중으로 돌아가 활을 가지고 바깥으로 놀이를 나가려 하였소. 아내는 그를 보고도 알지 못하고 곧 물었소.
‘당신은 어떤 사람이오? 거기에 손을 대지 마시오. 남편이 오면 상할는지 모르오.’
그는 말하였소.
‘나는 네 남편이다.’
그래도 아내는 믿지 않고 말하였소.
‘내 남편은 얼굴이 매우 추악한데 당신은 아주 단정하오. 당신은 어떤 사람이기에 내 남편이라 하오?’
다라후시는 곧 구슬을 뽑고 본래 얼굴을 보여 주었소.
아내는 놀랍고 기뻐서 물었소.
‘어떻게 그리 되었습니까?’
그는 그 구슬을 얻은 내력을 모두 이야기하였소.
아내는 그때부터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하였으며, 주올이라는 이름도 그때부터 없어지고, 다시 이름 지어 수타라선(須陁羅扇:보배구슬)이라 하였소.
그 뒤에 수타라선은 생각하였소. 군사를 내어 다시 궁성을 짓자고. 그는 편편하고 넓은 땅을 택하고 신하들에게 명령하기를,
‘여기가 적당하다’고 하였소.
그때 네 용왕은 사람 형상으로 와서 물었소.
‘성을 쌓으려면 어떤 재료를 쓰겠습니까?’
수타라선은 대답하였소.
‘흙을 쓰겠다.’
‘왜 보배를 쓰지 않습니까?’
‘성이 큰데 어떻게 그 많은 보배를 구할 수 있는가?’
용은 다시 말하였소.
‘우리가 대겠습니다.’
곧 사방에 네 개의 큰 우물을 만들고는 말하였소.
‘동쪽 우물로 해자[塹]를 만들면 곧 유리가 될 것이요, 남쪽 우물로 해자를 만들면 금이 될 것이며, 서쪽 우물로 해자를 만들면 은이 될 것이요, 북쪽 우물로 해자를 만들면 파리가 될 것입니다.’
그가 곧 명령하여 해자를 파자 그 말대로 모두 보배가 되었소. 그래서 사방 4백 리 되는 성을 쌓았소.
그리고 다시 명령하여 사방 40리 되는 성을 쌓았소. 그리하여 궁성과 거리와 누각과 사택과 수림과 연못은 모두 네 가지 보배로 되어 장엄하고 아름답고 깨끗하기 거의 천상과 같았소.
궁성이 이루어지자 다시 일곱 가지 보배가 저절로 이르렀소. 그리하여 사방 나라를 모두 통치하면서 백성을 교화하고 선행을 닦았소.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그때의 마하사구리는 바로 지금의 내 아버지 정반왕이요, 그때의 어머니는 지금의 내 어머니 마하마야이며, 추한 왕자 다라후시는 지금의 내 몸이요, 그때의 부인은 지금의 구이(瞿夷)요, 그 부인의 아버지는 지금의 마하가섭(摩訶迦葉)이며, 그 여섯 국왕으로서 병력을 가지고 핍박하여 여자를 구한 이들은 바로 지금의 저 여섯 스승이오.
그때에 나와 여자를 다투어 내가 그를 해치고 그 군사를 빼앗았는데, 그는 오늘에 와서도 명예와 이익을 탐하여 나와 겨루려고 하였으나 마음에 맞는 술법이 없어 물에 몸을 던져 죽었고, 나는 그 무리 9억 인을 거두어 내 제자로 만든 것이오.”
그때 병사왕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다라후시는 본래 어떤 업을 지었기에 복덕과 힘은 강하였지만 얼굴은 그처럼 추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다 그런 인연이 있소. 과거의 헤아리기 어려운 무량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이 바라내였고, 그 나라에 선인(仙人)이 사는 산이 있었는데, 이름이 율사(律師)였소.
그때 그 선산(仙山)에 어떤 벽지불이 있었소. 그는 풍병(風病)이 있어 기름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어떤 기름 집에 갔소. 주인은 성을 내어 도로 꾸짖었소.
‘머리는 썩은 나무 그루터기 같고 손발은 수레 굴대 같은 것이 제 힘으로 살려고 하지 않고 남의 집을 엿보며, 돈으로 사려 하지 않고 다만 거저 얻으려 하는구나.’
이렇게 나무라면서 기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주었소. 그러나 벽지불은 마음으로 매우 고맙게 여기면서 그것을 받아 둘러메고 갔소.
마침 기름 집 부인이 밖에서 오다가 그 벽지불을 보고 마음으로 매우 공경하고 우러르면서 그에게 물었소.
‘어디서 오십니까, 그 찌꺼기는 무엇에 쓰려 하십니까?’
벽지불은 사실대로 대답하였소. 부인은 남편이 원망스럽고 미안하여 도로 데리고 들어가 그 발우에 기름을 가득 채웠소. 그리고 남편을 원망하고 꾸짖었소.
‘당신이 잘못했소. 어떻게 이 찌꺼기를 주었소? 당신은 뉘우치고 그 말을 사과하시오.’
주인은 마음으로 뉘우치고 그에게 사과하였소. 그리고 두 부부는 한마음으로 그에게 아뢰었소.
‘만일 기름이 필요하면 날마다 와서 가져 가십시오.’
그 뒤로 그는 자주 가서 기름을 가져 가고는 그 은혜에 감격하여 그 주인 앞에서 신통을 나타내었소. 곧 허공에 날아올라 몸에서 물과 불을 내고 몸을 나누었다 합했다 하면서 갖가지 변화를 부렸소.
주인 부부는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존경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더욱 더하였소. 주인은 그 아내에게 말하였소.
‘네가 보시한 복으로 그 과보를 같이 받아 부부가 되자.’
그러나 아내는 대답하였소.
‘당신은 그 도사에게 나쁜 말을 썼고, 또 기름 찌꺼기를 보시하였으니 깨끗한 마음이 없소. 그러므로 태어나는 곳마다 그 얼굴이 추악할 것이오. 그런데 어떻게 당신과 부부가 되겠소?’
남편은 대답하였소.
‘내가 항상 고생하여 기름 자료를 쌓아 두었는데, 네가 어떻게 혼자서 보시하였겠는가? 만일 나와 부부가 되지 않으면 결코 다른 사람과 부부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당신 아내가 되어 그 추한 꼴을 보게 되면 밤에 당신을 버리고 도망칠 것입니다.’
‘아무리 네가 도망쳐도 나는 쫓아가서 잡고야 말 것이다.’
그 부부는 이렇게 말하고 벽지불에게 몸과 마음으로 귀의하고는 지성으로 참회하였소.
벽지불은 그들에게 말하였소.
‘너희들이 준 기름으로 내 병은 나았다. 너희들의 소원은 무엇인가? 마음대로 말하라. 모두 이루게 하리라.’
그들은 매우 기뻐하면서 꿇어앉아 소원을 말하였소.
‘우리 부부로 하여금 천상이나 인간의 어느 곳에 나든지 만사가 뜻대로 되게 하소서.’
대왕은 알아야 하오. 그때의 기름집 주인은 바로 다라후시요, 그 주인의 아내는 바로 다라후시의 아내였소.
다라후시는 그때에 기름 찌꺼기는 주었지만 벽지불을 보고, ‘머리는 썩은 나무 그루터기 같고 손발은 수레 굴대 같다’고 성내어 말하였기 때문에 태어나는 곳마다 처음에는 그 나쁜 말처럼 형상이 추악하였다. 그 뒤에 참회하고 좋은 기름으로 보시하기를 즐거워하였기 때문에 태어나는 곳마다 얼굴이 도로 단정하게 된 것이오.
또 그 기름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항상 힘이 세어 수천만 명이 감당하지 못하였으니, 모두 그 복덕 때문이었소. 그리고 전륜왕이 되어 사방 나라를 다스리는 복을 받고 다섯 가지 향락을 누렸던 것이오.
선악의 업은 썩지 않는 것이오. 그러므로 중생들은 언제나 도를 생각하고 몸과 말과 뜻을 조심하여 도행(道行)을 닦아야 하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병사왕 등 모든 왕과 신민과 네 무리와 하늘ㆍ용ㆍ귀신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 등을 얻는 이도 있었고, 벽지불이 될 좋은 뿌리를 심는 이도 있었으며, 위없는 큰 도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었고, 혹은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옮아앉는 이도 있었다. 그리하여 모두 기뻐하면서 예경(禮敬)하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