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단금강반야바라밀다경론석
1. 보는 것을 풀이함
보는 것을 깜깜한 밤에 반짝이는 별과 같은 헛된 집착이라고 본 것이다.
마음을 보니 칠흑 같은 밤 풍경이고
헛된 집착 어둠에 퍼진 지 오래이나
정토 향한 세 마음 이제 일으키니
허황된 집착들 모두 사라지네.
[별로 비유함]
별이 밤에는 반짝이다가 해가 뜨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비유로 나타낸 것이다.
느릅나무에 걸린 별들 밤하늘 수놓으니
버드나무의 풀빛에도 밝은 빛 비치네.
천 가지 별빛이 찬란히 반짝거려도
하루아침 뜨는 해에 모두 사라지리.
2. 인식 대상을 풀이함
우리가 인식하는 대상이 백태가 낀 눈으로 헛되게 허공에 그려진 꽃을 보는 것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분별로 인식한 세계는 장애일 뿐이니
백태가 낀 눈으로 헛것을 본 것이네.
그러나 반야의 참된 지혜의 힘은
다시는 미혹의 꽃을 보지 않게 하리.
[눈에 낀 백태로 비유함]
눈에 낀 백태로 대상을 인식하는 것을 비유하여 애초에 망집이 없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만물의 실재는 본래 막힘이 없고
청정한 삼매 에는 백태가 없었네.
그러나 백태가 낀 눈으로 바라보니
결국 허공의 꽃을 보게 된 것이네.
3. 인식 작용을 풀이함
인식 작용이 마치 등불이 계속 꺼지지 않고 일렁이는 것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감각의 작용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헛된 인식 다함이 없이 일어나네.
죽을 자리 머물러 움직이지 못하니
진실로 인식 작용 때문이로구나.
[등불로 비유함]
등불이 심지를 태워 불을 밝히는 것을 비유로 인식작용도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그침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붙여진 등불 끝없이 일렁이고
환한 불빛 한없이 퍼져가네.
심지를 태워 밤을 밝히니
진실로 애착의 기름 때문이구나.
4. 중생이 거주하는 세계를 풀이함
허깨비를 빌려 중생이 거주하는 세계가 업(業)이 생겨나서 모였다가 사라지는 세계임을 설명한 것이다.
업공(業功)의 장엄한 처소 아름다우나
미혹으로 여러 모습 생겨난 것뿐이네.
집착하여 만들어 낸 것 실재가 아니니
중생세계 완전히 실체 없는 허깨비라네.
[허깨비로 비유함]
허깨비로 비유함으로 중생세계가 거짓 장인이 생겨나서 끝없이 만든 세계임을 나타낸 것이다.
마술사의 솜씨가 교묘하여
헛되게 여러 형상을 만드네.
만든 것들 진실로 실재가 아니니
보이는 것 모두 허깨비일 뿐이네.
5. 육신을 풀이함
육신을 이슬방울과 같다고 하여, 육신이 오래도록 일정한 곳에 머물 수 없음을 서술한 것이다.
던져지듯 산자락 끝에 태어난 몸
잠시 맡은 목숨 강물에 빠져 죽네.
머문 곳에 이리저리 밤바람 부니
오히려 풀무의 세찬 바람 같네.
[이슬로 비유함]
이슬로 비유함으로 육신이 이슬처럼 바람을 맞으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이슬방울 풀잎에 머물다가
떨어져 꽃 속에 자리 잡았지만
숲을 흔드는 밤바람 구슬피 울면
이슬도 바람 따라 쓸쓸히 사라지네.
6. 감각의 작용을 풀이함
물거품처럼 감각의 작용은 오근⋅인식 대상⋅인식 작용이 잇달아 일어나는 것임을 진술한 것이다.
세상에서 오근에 여러 형상 쌓이면
이 때문에 가지가지 생각 일어나네.
진실로 세 가지 만나 서로 작용하니
드디어 세 감각[三受] 이 생겨났네.
[물거품에 비유함]
물거품으로 비유하여, 감각의 작용이 마치 물방울들이 잇달아 물결을 일으키듯 맞물려 작용함을 나타낸 것이다.
잔잔한 못에 수면은 고요한데
물방울 떨어지자 물결이 출렁이네.
이렇듯 세 가지 것들 합쳐지자
삼사(三事)만 가지 물거품 생겨나게 되었네.
7. 과거를 풀이함
과거가 꿈과 같이 생각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임을 서술한 것이다.
과거는 지나가 인식할 대상이 없지만
깊은 생각과 뜻은 여전히 이어져있네.
이렇듯 사방 한 치 마음 안에서
오히려 아홉 성의 위용이 드러나네.
[꿈에 비유함]
꿈에 비유함으로 과거가 생각 때문에 생겨난 것임을 나타낸 것이다.
낮엔 여러 인연 대상을 만들고
밤엔 기억과 생각으로 이어지니
마침내는 잠자는 동안에도
더욱 예전 모습 생각해내네.
8. 현재를 풀이함
현재가 번개와 같다고 하여, 잠깐 동안 있다가 사라지는 것임을 말한 것이다.
온갖 형상 번개칠 때 드러난 들과 같고
현상의 네 모습 번쩍이는 빛 같으나
어찌 찰나 한순간만 있음을 알았겠는가.
삼상(三常)이 있다는 건 그릇된 생각일세.
[번개로 비유함]
번개로 비유함으로 현재가 홀연히 나타났다가 곧 사라진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천둥소리 사방 들에 울리고
내려친 번개 수많은 빛 흩뿌리네.
만물은 찰나 한순간에만 존재하니
만물의 본체는 영원한 게 아니네.
9. 미래를 풀이함
미래는 구름과 같아서 아뢰야식[本識]이 미래의 종자를 지닐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아뢰야식은 시작도 끝도 없어
일어난 의념 계속해서 이어지니
진실로 탐욕과 애착 때문이구나.
종자를 지니고도 정녕 의심하는가.
[구름으로 비유함]
구름으로 비유함으로 미래의 종자가 반드시 부처의 윤택을 입을 것을 나타낸 것이다
두둥실 두둥실 구름들 모여들어
아름답고 밝은 모습으로 떠가네.
빛처럼 영화로워 사랑할 만하니
윤택을 입을 것 의심할 수 없네.
(비유의 마무리)
다시 한마디 말로 위에서 언급한 현상과 비유를 각각 정리하고 그 핵심 의미를 뽑아내어, 하나의 글로 지었다.
별빛이 사라지듯 집착을 지혜로 없애고
눈의 백태 제거하듯 미혹의 허상을 없애라.
등불의 불꽃처럼 인식함이 생각을 일으키니
세상은 생각이 만든 것이라 꿈속 수레 같네.
이 한 몸은 잠시 나타나는 아침 이슬과 같고
세 감각은 홀연히 생겨나는 물거품처럼 허망하네.
과거의 추억은 공허한 꿈을 꾸는 것일뿐이요
현재의 집착은 깜빡이는 번개를 좇는 격이네.
비를 뿌릴 구름 중에 머문 것을 이미 아니
미래 종자는 항상 아뢰야식에 의지해 있구나.
(??)확히 했다.
[次下別據三性, 三身, 眞俗, 般若, 以明
觀行九喩解九事云]
삶과 죽음의 세계를 잘 살피면 모두 이와 같으니
지혜로운 자는 당연히 열반[真常]에 힘써야 하네.
열반[真常]은 실로 깨닫기 어려운 것 아니니
눈앞에서도 원만히 이룰 수 있는 것이네.
두 몸이 공임을 알면 뱀과 노끈의 구별도 사라지고
진제도 속제도 없음을 깨달으면 거울에 달도 매다니
거울에 달도 매달 때 진실로 모든 근심 사라지고
다른 인연을 만들어서 비로소 복된 곳에 태어나네.
유식(唯識)은 초심자가 잠시잠깐 의지하는 것이요
진여(眞如)는 깨달은 뒤에도 오히려 기댈 수 없네.
기댈 것 없으니 곧 반야(般若)이고
진속을 초월하니 참과 거짓도 없네
피안의 복락은 나룻배를 버리느냐 버리지 않느냐에 달렸으며
자비와 지혜는 중생을 버리느냐 버리지 않느냐에 달린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