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본행경 제3권
14. 위병사왕설법품(爲甁沙王說法品)
뜻은 무겁고 경사스런 구름이
때맞춘 감로의 비를 내리려는 듯
깊고 그윽이 흐르는 목소리는
청정한 범천의 음성인 듯
또 여덟 가지 부드러우면서
고르게 퍼지는 메아리인 듯
미묘한 말씀과 교묘한 변재로
병사왕(甁沙王)에게 내려 젖게 하였네.
“모두 비춰보고 알았나니 왕의 뜻은
정직하고도 청정하며
자애롭고도 공경하는 뜻이
속마음에 가득하오.
지금 왕은 비록 쇠잔하고 끝나가는
혼탁한 세상을 일으켰지만
잘 스스로 거느려 다스림으로
옛 세상의 왕보다 뛰어나오.
왕의 여러 깨끗한 뜻들을 보니
속마음이 청정하게 사무쳐서
마치 대낮 어두운 안개 속에서
꽃이 피니 해가 나왔음을 아는 것 같으오.
비록 어리석은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도
은덕을 마침내 자처하지 않고
작은 선(善)을 현인에게 베풀어도
그 은혜는 좋아 나날이 두터워지오.
지금 보니 왕은 매우 기특하게도
왕위에 미혹되지 않소.
교만하고 방자함에 가려져
토지의 주인은 다 미혹하건만
지혜로운 사람은 재물을 얻게 되면
재물을 바라지 않음으로 중요함을 삼고
몸은 마치 불꽃인 양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몸에서 요긴함을 취합니다.
중생이 하늘에 오르면 큰 이익을 얻고
모든 토지의 주인은 바름으로써 법을 다스리나니
정법의 왕이 이치에 따라 다스리면
일체 인민들은 다 그 바름을 따르오.
만약 재보(財寶)가 있더라도 먼저 중요함을 살펴 취하면
다시 떠나더라도 후회심이 없소.
마치 소젖에서 타락을 빼낸 뒤에는
국물을 엎질러도 후회심이 없음과 같으오.
귀빈의 예절로써 맞이하며
은혜롭고 두터운 뜻을 열되
착한 벗의 의(義)로써 하니
내 이제 마땅히 벗의 은혜를 갚고
충고 드리고자 하니 마음 열어 잘 들으오.
일체 중생의 목숨은 아침 이슬 같나니
나의 지금의 일체는 후세를 성취하기 위함이니
마치 사나운 불에 타락을 부으면 더욱 타서
초목까지 살라도 끝내 만족함이 없는 것 같으오.
마음에 미움과 사랑은 어리석음에서 비롯되는 것
모두 미혹하여 미치고 취하는 고약을 먹음이라
늙음의 병과 죽음의 불은
세차게 5도(道)를 태우고 잠기어 벗어남이 없소
내 이제 이미 사나운 불의 힘 알았거니
이제 방편으로 이 큰 근심을 벗어나게 하고자
그러므로 친족과 친지를 버렸소.
애욕은 독과 같거니 어찌 버리지 않으리오.
내 이미 이 모든 독한 뱀과
우박과 사나운 불이며 빠르고 사나운 악풍도 겁내지 않으며
또한 칼을 빼어든 도적도 두렵지 않으오.
다만 두려움은 은애로 자주 나고 죽는 것
애욕에 미혹한 자 일찍이 싫은 줄 모르나니
일체 세간은
욕심 구하기에 싫음이 없어
불이 타매
또한 그칠 줄 모름과 같으오.
넓은 세계와 네 큰 바다 안에
또한 건너기를 탐내고 피안(彼岸)에 이르려 하거니
일체를 찾음에 싫고 다함이 없이
마치 온갖 흐름이 큰 바다에 돌아감 같다오.
7일 동안 보배 비를 내려 내지 무릎에 찼으며
사방을 항복 받아 위로 천상에 이르렀거니
천상의 수명은 7겁(劫) 반이나 길지만
정생(頂生)이란 전륜성왕도 5욕에 싫음이 없었소.
또 전륜성왕이 있으니 하늘의 복록(福祿)을 먹었으나
때에 제석천왕도 물러나고 아수라를 두려워하면서
교만함이 매우 성해 선인(仙人)들이 무리를 메었고
삿됨을 모르다가 천상에서 타락했소.
만유왕(滿唯王)이 있었으니 천상에 가서
하늘의 채녀를 얻어 몸 그대로 데려왔는데
신선(神仙)을 범하므로 금 보배의 궁전은
탐심 때문에 멸망해 재가 되고 말았소.
또 담중왕(擔重王)도 군사를 거느리고 천상에 올라가
다시 천상에서 채녀들을 데려오니
이로 인연해 스스로 죽음을 불렀으며
이런 중생은 싫음을 모르다 죽어 버리오.
나쁜 이름이 들리되 굳센 화살이 달리듯
왕위를 버리고 숲에 들어가 신선을 배우되
마음대로 안 되면 그 몸으로 행하여
남을 살해하고 그 몸도 망하고 말았소.
현(賢)이란 미녀가 있어 모든 왕이 서로 다투므로
군사를 이끌고 와 진(陣)을 치고 싸웠소.
애욕 때문에 원수를 맺고 다투니
애욕을 버리되 원수를 버리듯 해야 하오.
모든 왕이란 종족들은 혐의를 끼고 질투하므로
찰제리를 죽이기를 210이나
지난날 열사(列士)도 진에(瞋恚)를 품어 해치나니
마땅히 악심 버리기를 뱀이 껍질 벗듯 해야 하오.
기러기니 학이니 다툼만 이루었고
이래서 서로 살상하기 내지 수억이 되었소.
어리석고 미련해 싸우나 발단은 미미한 데 있으니
미련하고 어리석음을 버리면 스스로 어두운 병도 버리게 되오.
지난 옛적 두 왕이 택향(澤香)으로 다투어
거만을 부리므로 드디어 서로 죽였소.
철봉을 쳐 그 머리를 부수었거니
교만함을 버리기를 구름이 걷히듯 해야 하오.
또 열사가 있으니 매우 용맹하여
탐애함으로써 남의 부녀를 겁탈하였소.
애착하기 때문에 멸망하고 말았나니
죽음을 두려워하거든 애착을 버리오.
두 아수라가 여색을 좋아하다 망하고
여색을 탐내어 소리를 듣고 목숨을 다했다오.
그리고 허공에 날아오르던 빈두(賓頭) 왕자는
두 가지 좋아하는 맛으로 목숨을 빼앗았소.
옛적 이상왕(伊象王)은 코로 향기를 탐내어
길상천(吉祥天)을 범하고 멸망했으며
옛날 은두왕(殷頭王)은 몸에 부드러움을 즐겨
탐착하여 마지않다가 머리가 갈라져 죽었다오.
이들은 욕심으로 6정(情)을 마음대로 하여
바다에 물이 흘러들 듯 끝이 없었나니
마갈어(摩竭魚)의 입이나 채우려니와
6정의 욕심이란 다 채우기 어렵다오.
이렇게 크게 탐함을 이루 헤아릴 수 없나니
6정은 만족함 없이 큰 어려움[艱難]을 만난다오.
왕의 말과 같이 먼저 6정을 멋대로 하니
뉘라서 싫음이 있어 이것을 생각하리오.
왕은 공경하는 뜻으로 나라로 청하나
자세히 왕위를 보면 또한 온전한 낙(樂)이 없고
완전히 사람마다 큰 쾌락을 받아도
낙이 없어진 뒤엔 큰 어려움을 당하오.
그 두텁고 따뜻한 옷이 겨울엔 맞지만
여름날 더우면 도리어 괴로우니
주린 사람이 밥을 얻어 포식하여 즐기면
억지로 많이 먹어 반드시 큰 괴로움을 이루리다.
좋은 연꽃 못에도 벌레가 살고
마치 꽃나무 숲에 사자가 가득하며
금 보배의 집도 사나운 불이 차듯
왕위도 그러한데 서로 청할까요.
고기가 미끼를 삼키자 강한 낚시에 걸리듯
마치 칼날에 발린 꿀과 같거늘
왕위란 마치 7보(寶)의 형틀이어니
비록 겉보기엔 즐거워도 몸과 마음은 매우 괴롭소.
왕의 용모장식은 하늘의 복색이요
나라의 수레를 타나 감옥을 굳게 다짐이라
왕의 무거운 짐은 큰 산보다 무겁고
괴로움이 말[馬] 싸움 같은데 보는 사람이 즐길 뿐이오.
홍수ㆍ화재ㆍ태풍과 풍설(風雪), 질병과 주림
도적들과 굳센 적국들이 있어
국경을 파수해도 침략을 당하여
이 모든 어려움은 홀로 왕의 마음을 끊으오.
밤낮으로 걱정해 잠자리도 편치 않고
어떤 방편이라야 나라 근심을 덜 것인가를 생각할 뿐
마음에 의심을 품어 신하와 백성을 믿지 못하며
독 있는 곳에 가서 남에게 밥을 얻음과 같으오.
가령 왕이 무수한 성을 거느리더라도
그 몸 두는 곳은 하나뿐이오.
한 궁실에 잠자고 한 자리에 앉으므로
영화와 복락은 얼마 되지 않고 근심과 수고로움은 매우 넓다오.
옷으로 한 형상을 가리고 먹음도 한 몸을 채울 뿐
나아가 구경해도 수레 하나를 타거니
대개 편함은 적고 나머지는 노동뿐
사치를 마음대로 해도 오직 왕 하나라오.
자재로움을 즐거움으로 삼지만
이 즐거움은 또
모든 괴로움이 섞이어 있다오.
마치 칼로 수레를 만들다가
일 처리가 밝지 못하면 도리어 자신을 상하듯
마치 좋은 집을 꽃으로 겉을 장식해도
독한 뱀이 도사려 그 속에 가득하듯
보기엔 번드르르해도 큰 독해에 부딪치듯
이런 까닭에 나는 왕위를 버리고
이런 까닭에 받지 않는다오.
나고 죽음은 보장하기 어려워
마치 꼭두각시 같으니
죽음의 사자가 어디로 몰고 갈지 어찌 알리.
내 이러므로 왕의 간함을 받을 수 없다오.
왕은 집을 버림이 그때가 아니라 하나
이제 잘 들으오, 내 대답하리다.
음식을 좋아한다 돌아보지 않으면
죽음이 온갖 방편으로 뒤쫓게 되오.
감자종(甘蔗種)의 정반왕이란 분이 있소.
왕은 아십시오. 이 분은 나의 부왕인데
나는 괴로움을 해탈하려고 왕위를 버렸다오.
방편을 베풀어 선법(善法)을 세우고
길이 제일가는 두려움 없는 열반을 구하려고
항상 생로병사를 영원히 떠난다오.
감로를 구하여 보전할 곳을 찾으려고
이러므로 모든 욕(欲)으로 만남을 피하여
마치 들짐승이 목말라 물 찾듯 한다오.
피로해 지치고 목말라 미혹해 달아나다가
마침 사냥꾼에게 쫓기고 피습되어
목마름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반드시 죽음을 당하듯
세간도 그러해 주리고 목마름으로 만 가지나 미혹하다오.
죽음이 박두함도 모르고 쾌락을 즐겨
음식을 탐내어 마지않으며
이룩된 일 다시 무너질 줄 모르고
늙어 굽어지면 굳센 활을 당기듯
질병이 사람을 상함은 빠른 화살이 깊이 박히듯
죽음이 핍박함은 사냥꾼이 포위를 하듯
어리석게 근심하니 어떻게 때를 기다리리오.
자나 깨나 낮이나 밤이나 물이나 불이나
각각 사람마다 죽으면 돌아오지 못하오.
급히 달림이 마치 물이
마갈 고기의 입에 들 듯 한다오.
법의 등빛을 아름답게 밝히려
정진하는 뜻을 더함은 타락의 기름을 보태듯
착한 일 하는 이는 크게 기쁨을 품고 가나니
목숨을 다할 양식을 이미 다 갖추듯 했소.
좋은 꽃을 받들어 빛이 매우 곱고
뜻 있는 선비는 착한 일 즐겨서 탑상(塔像)을 받드오.
만약 뒷날에 꽃이 시든 것을 보고
꽃의 본성을 알면 마음이 매우 기쁘다오.
만약 명달(明達)한 사람이라면 젊어서부터
몸과 목숨을 다스려 착한 법에 부합하여
저절로 그 몸이 이미 기울어짐을 보고
스스로 생각을 다스려 매양 기쁨을 품는다오.
마치 나쁜 도적이 감옥을 뚫고 달아나
쓸쓸한 들판 큰 못 가운데나
대나무 숲에 범과 이리가 노는 데를
미혹 속에 달리느라 더위와 목마름에 시달리는데
다섯 역사(力士)가 칼을 빼어 들고 뒤를 쫓으니
공포로 겁에 질려 분주히 달아나다
그 앞에 갑자기 또 흉악하게 취한 코끼리가
문득 다가오며 짓밟아 죽이려 드오.
그 사람은 칼과 창 싸움도구 가지지 못하고
양식도 가짐 없고 일산도 신발도 없고
사방을 돌아보나 돌아가 의지할 데 없고
마음이 어지러워 어찌할 줄 모르오.
내 이제 짐짓 왕을 위해 비유로써
생사의 뜻을 깨닫게 하려 하노니
대왕은 생ㆍ사가 이러함을 아십시오.
중생들은 감옥에서 뛰쳐나와 도적을 만남 같고
쓸쓸한 못은 3도(道)에 비유함이요
범과 이리 나쁜 짐승은 이 번뇌인 줄 깨달으오.
달아나고 지쳐 목이 타고 초췌함은
곧 이것이 미움과 사랑, 미련하고 어리석음인 줄 아십시오.
지혜는 날카로운 칼이요 널리 베풂은 양식이며
크고 바른 법은 일산이요 금계(禁戒)는 신발이니
저 사대부가 이런 행이 없고
덕을 심지 않음이니 그 비유가 이러하오.
앞에 흉악하고 사나운 취한 코끼리가 있다 함은
세상에 죽음이란 이런 줄 깨달으오.
이때를 당해 믿고 의지할 곳 없으리니
오직 계행을 지키고 착함을 행하여 의지를 삼으십시오.
왕은 뜻을 돌려 백성을 도와 기르고
위태로움을 구하고 재액을 건지되 어린 자식과 같이 하십시오.
널리 사랑하는 마음으로 백성을 보되 자식과 같이 하며
왕은 나라를 보호하되 마치 궁성을 지키듯 하십시오.
마치 벌레가 방편으로 용맹이
빨리 몸을 피해 빗방울을 만나지 않듯
대왕은 또 이렇게 뜻을 숨기어
나쁜 상(相)을 만나기 전에 스스로 벗어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