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비구경 하권
14. 대화 10
[사문의 몸]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대사와 같은 사문들은 뼈의 길이가 4천 리가 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몸의 뼈의 길이가 4천 리가 됩니까?”
“대왕께서는 일찍이 큰 바다 가운데 질(質)이라는 이름의 큰 물고기가 있는데 그 몸의 길이가 2만 8천 리가 된다고 들으신 일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나도 일찍이 그것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와 같이 2만 8천 리가 되는 물고기의 갈비뼈 길이가 4천 리라면 대왕께서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사문의 숨]
“대사와 같은 사문들은
‘나는 숨을 헐떡거리는 일을 멈출 수가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숨이 헐떡거리는 일을 멈출 수가 있습니까?”
나선이 왕에게 물었다.
“일찍이 마음[志]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본 일이 있으십니까?”
“들어본 일이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마음이 사람의 몸속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마음이 사람의 몸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왕께서는 어리석은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십니다.”
“그 몸과 입을 잘 제어하지 못하면 경계(經戒)도 잘 견지하지 못합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그 몸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선이 말했다.
“도를 배우는 사람은 그 몸과 입을 잘 제어하고 능히 그 경계(經戒)를 잘 견지하여 그 한마음으로 4선(禪)을 성취합니다. 그리하여 헐떡거리지 않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바다와 물]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우리가 바다라고 부를 때 이 바다는 물 때문에 바다라고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것 때문에 바다라고 하는 것입니까?”
“사람이 바다라고 부르는 까닭은 물과 염분이 각각 반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다라고 부릅니다.”
“어찌하여 바다는 모두 짜고 소금 맛을 가지고 있습니까?”
“바다가 짠 이유는 담축(啖畜) 이래 오래 됐습니다.
또한 물고기와 자라와 벌레들이 많이 물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짭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도를 성취환 사람의 생각할 수 있는 것]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사람이 도를 성취하고 나면 심오한 여러 가지 일을 다 생각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사람이 도를 성취하고 나면 심오한 일들을 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경전은 가장 심오하여 여러 가지 일들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 여러 가지 일들을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지혜로 그 여러 가지 일들을 판단합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명기(命氣)와 지혜와 자연]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명기(命氣)와 지혜와 자연의 이 세 가지는 같은 것입니까, 다른 것입니까?”
“명기에서 깨달음이 나옵니다.
지혜에서 도가 나옵니다.
자연은 허공으로서 거기에는 사람의 정신은 없습니다.”
[깨닫는다고 하는 것]
왕이 또 나선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사람에 대하여 깨닫는다’고 합니다.
이 사람에 대하여 깨닫는다고 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지금 눈으로 물건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맛을 알고, 몸으로 부드럽고 거친 것을 알며, 뜻으로 선악에 대한 일을 압니다.
사람에 대하여 깨닫는 것은 어디에서 합니까?”
나선이 왕에게 물었다.
“사람이 능히 눈으로 본다면 눈동자를 빼서 이를 멀리해서 보면 더 넓게 멀리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귀를 찢어서 소리를 들으면 더 넓게 멀리 들을 수 있지 않습니까?
코를 터트려서 향기를 맡으면 더 많이 맡을 수 있지 않습니까?
입술과 입으로 맛을 알면 더 많이 알지 않습니까?
살갗을 찢으면 거칠고 부드러운 것을 더 잘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의식을 뽑아서 거기에 생각을 담으면 더 많이 담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하신 일은 매우 어렵고, 부처님께서 아시는 바는 매우 미묘합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부처님께서 하신 일이 어떻게 어렵고 어떻게 미묘합니까?”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속을 통찰하시니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아시고, 그것을 다 이해하십니다.
눈에 관한 일을 다 아시며,
귀에 관한 일을 다 아시고,
코에 관한 일을 다 아시고,
입에 관한 일을 다 아시며,
몸에 관한 일을 다 아시고,
장사[販事]에 관한 일도 다 아시고,
그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도 다 아시고,
정신에 대한 일도 다 아십니다.”
나선이 물었다.
“사람이 바닷물을 취해서 입에 머금으면 이것은 어느 샘의 물이며, 이것은 어느 개울의 물이며, 이것은 어느 강의 물이라고, 입 안의 물을 구별해서 알 수 있습니까?”
“여러 종류의 물이 합해서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각각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부처님께서 하신 바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각각 구별해서 아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정신으로는 사람의 몸속에 있는 여섯 가지 일을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아십니다.
마음으로 생각하는 대로 따르면 눈으로 보는 데에 이르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대로 따르면 듣는 데에 이르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대로 따르면 코로 냄새 맡는 데에 이르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대로 따르면 입으로 맛보는 데에 이르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대로 따르면 몸이 괴로움과 즐거움과 춥고 따뜻하고 거칠고 단단한 것을 아는 데에 이르러서
마음으로 생각하는 대로 따라 그 향하는 바가 있으면 부처님께서는 그것들을 분별해서 아시는 것입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나는 이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