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4. 미다구 비구, 타표 비구를 비방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迦蘭陀)의 죽림(竹林)에 계실 때였다.
당시 역사(力士)의 아들인 타표(陀驃) 비구가 있었는데, 세존께서는 타표 비구에게 스님들의 일을 맡아서 처리하라고 분부하셨다. 타표 비구는 부처님의 명을 받들어서 일을 맡아 보고 있었다.
그 후 비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미다구(彌多求)였다. 반드시 대중 스님들의 차례에 따라 공양 청장을 받게 되어 있었으므로 타표 비구는 스님들의 차례에 따라 미다구 비구를 보내서 공양을 베푸는 곳에 가서 공양청을 받도록 하였는데, 미다구 비구가 갈 때는 공양을 마련한 음식이 변변치 못하였다.
이런 일이 두세 번이나 되자 미다구는 스스로 섭섭히 여기면서 매우 괴로워하다가 그의 누님인 미다라(彌多羅) 비구니에게 타표 비구가 보내는 인연마다 매양 음식이 변변치 못하여 나를 괴롭게 한다고 하면서 곧 미다라 비구니에게 말하였다.
“누님! 타표 비구가 세 번이나 나쁜 음식으로 나를 괴롭히는데,
누님은 어찌하여 나를 위해 온갖 방편을 베풀어서 이 원한을 갚아 주지 않습니까?”
미다라 비구니가 말하였다.
“내가 어떻게 도와 줄 수 있느냐?”
미다구 비구가 말하였다.
“누님이 꾀를 내어 부처님 처소에 가서 타표 비구가 전날 나에게 청정치 못한 행을 했다고 하시오.
나는 정말 그런 짓을 했다고 증언하겠습니다.”
미다라 비구니가 말하였다.
“내가 어찌 계행이 깨끗한 사람을 훼방한단 말이냐?”
미다구가 말하였다.
“누님이여! 누님이 나를 위해 그 일을 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부터 다시는 누님과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 비구니가 말하였다.
“너의 뜻이 꼭 그렇다면 너의 말대로 해 보겠다.”
미다구 비구가 말하였다.
“누님! 내가 지금 먼저 갈 테니, 누님은 뒤에 오시오.”
미다구 비구는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미다라 비구니도 뒤이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역사의 아들인 타표는 어찌하여 저에게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까?”
미다구 비구가 옆에 있다가 말하였다.
“정말 그런 짓을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타표 비구는 대중 속에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타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들었느냐?”
그러자 타표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저를 아실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타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렇게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러한 일을 했으면, 마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며,
만약 하지 않았으면, 마땅히 ‘기억에 없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타표 비구가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실로 그런 일이 기억에 없습니다.”
그때 라후라(羅睺羅)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타표 비구는 미다라 비구니와 함께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했습니다.
미다구 비구가
‘타표 비구가 미다라 비구니에게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으니,
타표 비구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저 미다라 비구니가 너를 무고하기를,
‘라후라가 지금 나에게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하였다’고 하고,
미다구 비구도
‘정말로 라후라가 저 미다라 비구니에게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걸 내가 보았다’고 증언한다면,
너는 어떻게 말하겠느냐?”
라후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무고를 당한다면 오직 바가바(婆伽婆)께서 스스로 저를 증명하여 아실 것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오히려 그런 걸 알고 있거늘 하물며 그는 청정하여 범한 바가 없는데, 어찌 그렇게 말할 줄 모르겠느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타표 비구를 위하여 기억에 대한 갈마(羯磨)를 해야 할 것이니, 미다라 비구니는 스스로 말했기 때문에 배척해야 한다.”
비구들은 부처님의 지시를 받자, 미다구 비구에게 엄하게 따지면서 물었다.
“타표 비구가 미다라 비구니와 함께 깨끗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을 어느 곳에서 보았는가? 혼자 보았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보았는가?”
이렇게 따지고 묻자, 미다구 비구는 능히 대답하질 못하고 마침내 무고로 비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표 비구는 저번에 스님들의 차례에 따라서 저로 하여금 공양청을 받게 했는데 세 번이나 변변치 못한 음식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 때문에 그러한 비방을 한 것입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정실(靜室)에서 나오셔서 대중 앞에 자리를 정하고 앉으셨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미 타표 비구를 위하여 기억에 대한 갈마를 마쳤으며,
또 미다라 비구니를 배척하는 일을 끝냈으며,
미다구에게 물어서 그것이 비방임을 알았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온갖 허망한 말을
만약 하게 된다면
후세를 망치는 것이라서
나쁜 일 하지 않음이 없으리.
차라리 이 몸으로써
뜨거운 쇳덩이를 삼킬지언정
계율을 깨뜨린 몸으로는
깨끗하고 신뢰하는 시주는 받지 않으리.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