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2권
14. 불설사리불반니원경(佛說舍利弗般泥洹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유행하시고 계셨다.
이때 현자 사리불(舍利弗)은 나라(那羅) 마을에 있었는데 병을 얻어 병석에 앓아누워 여러 현자 사미들과 함께 있었다. 그때 사리불이 갑자기 반열반[般泥洹]에 들었다.
순나(諄那) 시자가 사리불의 시봉을 하고 있었는데 여법하게 일을 마치고는 발우와 의복을 가지고 왕사성으로 가서 가란타죽원에 도착하였다. 그때 이미 오후 두 시경이 되었는데 좌선을 하고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발우와 의복을 가지고 아난이 있는 곳으로 갔다.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한 편으로 물러나 앉아 순나 사미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런데 인자(仁者)께서는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
현자 사리불께서는 이미 멸도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화상의 사리와 발우와 의복을 가지고 왔습니다.”
현자 아난은 순나에게 대답하였다.
“즉시 나와 함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자. 공경하여 섬기고 예를 닦자. 아마도 세존의 말씀을 따르면 중요한 법에 대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순나는 대답하였다.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때 아난과 순나는 함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발아래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 몸은 극도로 여위고 힘이 없으며 유약하고 피로합니다. 그리하여 법을 닦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 하면 순나[진나라 말로는 쇄말(碎末)이라고 한다.] 사미가 제가 있는 곳에 와서 발아래 머리를 조아린 뒤에 저에게
‘인자께서는 현자 사리불께서 이미 멸도하신 일에 대해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라고 물으면서,
의복과 발우와 사리를 가지고 왔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순나는 사리불 비구가 계품(戒品)을 갖추고 멸도 하였고, 정품(定品)ㆍ혜품(慧品)ㆍ해탈품(解脫品)ㆍ해탈지견품(解脫知見品)을 갖추고 멸도 하였다고 생각한다’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이 법을 요달하여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었느니라. 그리하여 분별하여 설하고, 또한 4의지(意止)ㆍ4의단(意斷)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의(覺意)ㆍ8성도행(聖道行)을 설하느니라.
부처가 있는 곳에서 믿음을 나타내면서 너는 지금 사리불 비구가 반열반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슬퍼하면서 비애에 젖어 울며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구나.”
현자 아난은 세존께 아뢰었다.
“사리불 비구는 계ㆍ정ㆍ혜ㆍ해탈ㆍ해탈지견품을 갖추지 못하고 멸도하였으나,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법을 분별하셔서 최정각을 이루셨습니다.
분별하여 설한다면 4의지ㆍ4의단ㆍ4신족ㆍ5근ㆍ5력ㆍ7각의ㆍ8성도행이리니, 또한이를 갖추지 못하고 멸도 하였습니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리불 비구는 계의 진리[眞諦]를 받들고 묘한 변재(辯才)를 가졌으며, 법을 강의함에 싫증을 내지 않았고, 사부대중은 그의 설법을 듣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그도 설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이들을 힘써서 도왔고, 깨닫지 못한 이들을 교화하였으며, 그 마음을 기쁘게 하였고, 명을 받들지 않음이 없었고, 절제를 알아서 만족한 데에 머물렀으며, 항상 정진하고 뜻을 정(定)에 두었으며, 대성인의 끝없는 지혜를 가지고 있어서 갑자기 질문을 받아도 그 근기에 맞는 언사로 대답했으며, 널리 달통하고 능히 요달하여 곧바로 답을 주었습니다. 일체에 능통하고 지혜는 보석과 같았으며, 여러 가지 덕을 갖추었으니, 사리불 비구의 높고 높음은 이와 같았습니다.
때문에 저는 사리불 비구가 멸도한 것을 보고 슬프고 비애에 젖어 마음이 울적하여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살아 있는 자가 세상에 어찌 영원히 있을 수 있겠느냐?
여러 가지 사상의 연기의 법이 있을 뿐이니라.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이니라. 무너지고 패하며 영원히 멸하는 것이니라.
법은 당연히 쇠퇴하고 패하며 법은 마땅히 흩어지게 되어 있느니라. 그렇지 않기를 바라도 결국은 그렇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는 본래 스스로 설하기를
‘일체의 사랑하는 사이에는 당연히 헤어짐이 있다’고 하였느니라.
무릇 태어남이 있으면 종말이 있고, 사물이 생성되면 쇠퇴하는 것이 있으며, 모이면 흩어지는 것이 있고, 멸하는 것과 끝나는 것과 무너지는 것과 패하는 것이 있게 되느니라. 그렇지 않기를 바라도 어찌 뜻대로 되겠는가?
당연히 종말에는 몰락하여 무상(無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니라. 이별의 법칙도 흩어지지 않게 하고 싶다 한들 어찌 붙잡을 수가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 노니는 곳은 부처님의 마음인 즉 평안하여 근심할 까닭이 없나니, 이별이나 무너지고 패하는 무상함은 당연한 것이니라. 그렇지 않으려 한다 한들 어찌 붙잡을 수 있겠는가?
법은 일어나면 멸하는 것이 있고 사물이 생성되면 쇠퇴하는 것이며, 사람이 생겨나면 끝이 있고, 흥하고 성하면 반드시 쇠퇴하나니 마땅히 무상(無常)한 것이니라. 이별의 법칙은 그렇게 되지 않으려 한다 한들그것을 붙잡을 수는 없느니라.
비유하자면 큰 보석으로 이루어진 산이나 아주 높은 산꼭대기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니라.
아난아, 사리불 비구도 대중 스님들 속에 있다가 이제 멸도 했으니 마치 큰 보배산이 무너짐과 같은 것이니라. 무상하여 무너짐이니 이별의 법칙은 그렇게 되지 않으려 한들 어찌 뜻대로 되겠는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큰 보석과 같은 나무가 뿌리와 싹과 줄기와 마디와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구족하게 무성하고 좋다가 갑자기 대고(大觚)가 떨어지면 나무가 앙상해지며 그것을 보면 위엄이 없는 것처럼 보이느니라.
아난아, 이와 같이 사리불 비구도 대중 스님들 속에 있다가 이제 멸도 했으니, 대중 스님들 가운데서의 위엄도 없어졌으며, 끝이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무상하여 쇠해지는 것이니라. 그렇지 않으려 한다 한들 그것을 붙잡을 수는 없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오늘부터 스스로 신행(身行)을 닦고 이미 귀의를 구하였으니, 법으로써 증명을 삼아 경전에 귀명(歸命)하되, 다른 것에 귀의하려고 구하지 말라. 비구라면 어찌 이러한 수행을 하지 않겠는가?
이에 비구는 스스로 신행(身行)을 관찰하여 안팎으로
‘이것은 내가 아니다’라고 알며
스스로 관찰하여 그 마음을 다스리며 세간의 여러 일들도 관찰하되, 교활함이 없게 하여야 하느니라.
안으로 느낌[痛痒:受]을 관찰하고 밖으로 느낌을 관찰하여 안팎에 내가 없다고 알아야 잘하는 것이니라.
그 마음을 다스리고 세간의 무명을 관찰하며, 안으로 그 마음을 관찰하고 또한 밖으로 그 마음을 관찰하여 안과 밖을 얻을 수 없어야 잘하는 것이니라.
스스로 그 마음을 잘 조절하여 세간에 대하여 교활함이 없음을 관찰하고 위로 해와 달을 관찰하고 또한 밖으로 법을 관찰하여 안팎에 치우치지 않으면 잘하는 것이니라. 그 마음을 다스리고 세간에 대하여 교활함이 없음을 관찰하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그 신행(身行)을 닦는 것이며, 스스로 귀의를 구하는 것이며, 법의 땅에 머물고 법에 귀명하는 것이니, 다른 땅에 머물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귀의하지 말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비구(比丘)ㆍ비구니(比丘尼)ㆍ청신사(淸信士)ㆍ청신녀(淸信女)는 나의 가르침에 따라 그 몸을 닦고 스스로 귀의를 구하며, 법의 땅에 머물고 법의 땅에 귀의하고 법에 귀명하라.
다른 땅에 머물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귀의하지 말라.
출가 비구여, 불제자가 되어 이 가르침을 따르는 자가 곧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아난과 사미와 여러 비구 대중들은 이 경(經)을 듣고 기뻐하며 가르침을 받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