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밀해탈경 제5권
11. 성자문수사리법왕자보살문품[2], 여래의 모습
[여래의 몸과 마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마음이 날 적에 어떠한 모습이었습니까?
바라건대 저희들에게 말씀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여래는 마음과 뜻과 의식(意識)으로 이름을 얻는 것이 아니며,
모든 행(行)과 마음 낼 것이 없으므로 이름을 얻으니,
응화(應化)의 몸에 의지하여 난다고 말한다.”
“세존이시여, 만일 법신이 모든 행을 여의었다면 짓는 마음[作心行]을 여읜 것인데, 어떻게 마음을 내야 합니까?”
“문수사리여, 본래의 방편과 반야로 수행하였음에 의지하여 자연히 나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비유하자면 자는 이가 깨어날 마음이 없으나 깨어나는 것과 같다.
문수사리여,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간 이는 일어날 마음이 없으나 본래 지은 마음에 의지하여 자연히 일어나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마치 수면과 멸진정 두 가지는 모두 일어날 마음이 없으나 근본에 의지하여 일어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여래의 마음을 내는 것도 본래의 반야와 방편에 의지하여 수행하고 성취하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여래의 응화(應化)로 지어진 화신은 마음이 있습니까, 마음이 없습니까?”
“문수사리여, 마음이 있다고 할 수도 있으며, 마음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기의 마음이 자재하지 못한 까닭에 마음이 없으며, 남의 힘인 까닭에 마음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래의 행하는 곳과 여래의 경계]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여래의 행하는 곳과 여래의 경계는 이 두 가지 법에 어떠한 차별이 있습니까?”
“문수사리여, 여래의 행하는 곳이란 일체 부처님의 공덕이 평등하여 불가사의하며, 무량한 공덕으로 장엄한 청정 국토이니,
이를 모든 부처님의 행하는 곳이라고 한다.
문수사리여, 여래의 경계란 다섯 가지가 있으니,
그 다섯 가지란 이른바
중생계(衆生界)ㆍ세계(世界)ㆍ법계(法界)ㆍ교화할 만한 중생계[可化衆生界]ㆍ방편계(方便界)이다.
문수사리여, 여래의 행하는 곳과 여래의 경계는 이렇게 차별되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큰 보리를 얻으시고 큰 법바퀴를 굴리시며, 큰 열반에 드셔서 이 세 가지 모습이 어떻게 차별됩니까?”
“문수사리여, 두 모습이 없으니
보리를 증득하지 않았으며, 보리를 증득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법바퀴를 굴리지 않았으며, 법바퀴를 굴리지 않은 것도 아니며,
큰 열반에 든 것이 아니며, 큰 열반에 들지 않은 것도 아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았으니
무슨 까닭인가?
여래의 법신은 본래부터 항상 청정한 까닭이며,
응화의 몸으로 나타난 까닭입니다.
[여래의 공덕과 과보]
세존이시여, 중생이 저 응화의 몸을 보거나, 응화의 몸을 듣거나, 응화의 몸을 알거나, 응화의 몸을 공양하고 찬탄하면 모든 공덕을 얻는데, 어떤 몸에서 얻습니까?”
“문수사리여, 능히 바르게 여래의 몸을 생각하는 까닭이며,
응화의 몸은 여래 법신의 머무르는[住持] 힘에 의지하여 얻는 까닭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평등하게 마음이 없으며[無心], 조작이 없으며[無作], 행동이 없는데[無行]
무슨 뜻으로 여래의 법신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광명을 내며, 무량한 응화의 그림자를 내는 것입니까?
그리고 모든 성문ㆍ벽지불들의 해탈한 몸에는 이러한 모습이 없습니까?”
“문수사리여, 평등하게 무심하며 작용 없는 것은 비유하자면 해ㆍ달ㆍ마니구슬 따위와 같아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광명과 가지가지 물건을 낸다.
그러나 물ㆍ유리ㆍ파려구슬 따위는 무심하고 작용이 없으나, 일체 광명 등의 사물을 내지 못하니
무슨 까닭인가?
큰 중생의 머무르는 힘에 의지하는 까닭이며, 모든 중생의 가장 높은[增上] 업에 의지하는 까닭이다.
문수사리여, 비유하자면 재주 있는 이가 구슬과 보배를 단련하고[練] 불리면[冶] 능히 그림자를 나타내지만 다른 공교하지 못한 이는 광명을 내지 못한다.
문수사리여, 모든 부처님도 그러하셔서
무량한 법과 바른 관법과 수행하는 방편이 반야에 의지하여 모든 착한 업을 지으며,
모든 착한 공덕을 모으며 부처님의 법신과 지혜에 의지하여 모든 광명을 내며,
무량한 응화의 그림자를 내지만,
성문ㆍ연각의 해탈하는 몸으로는 일체 착한 공덕을 닦거나 모으지 못했으므로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시되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머무는 힘에 의지하는 까닭에 일체 중생이 세간의 공덕의 몸을 성취하니,
이른바 찰제리[刹利]와 바라문과 큰 장자의 집이거나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일체 처소와 일체 몸으로 태어나서 일체 공덕과 과보를 성취하되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머무르는 힘에 의지하여 얻는다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뜻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까?”
“문수사리여, 여래의 머무르는 힘과 보살의 힘은 어떠한 갈래[道]이든지, 어떠한 수행이든지,
만일 어떤 사람이 능히 그 갈래에 의지하여 여실히 수행하면 그 사람은 일체 태어나는 곳과 일체 몸과 일체 세간의 과보를 성취한다.
문수사리여, 만일 어떤 사람이 능히 그 길을 믿지 못하거나 또 능히 여실히 수행하지 못하면 나의 법을 비방하는 것이며, 내 몸에 나쁜 진심을 내는 것이니,
그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일체 하열(下劣)하고 악한 몸을 얻으며, 악한 과보를 받을 것이다.
문수사리여, 이러한 뜻에 의지하여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다만 최상으로 묘하고 수승한 몸과 수승한 과보를 성취하는 것만이 부처님의 머무는 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며,
못나고 악한 몸과 악한 과보를 얻는 것 또한 여래의 머무는 힘에 의지하는 것이다.”
[쉽게 얻는 여덟 가지 일과 어렵게 얻는 두 가지 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청정하지 못한 국토에서는 어떠한 법을 얻기 쉬우며, 어떠한 법을 얻기 어렵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맑지 못한 국토 안에 여덟 가지 쉽게 얻는 일이 있으며, 두 가지 어렵게 얻는 일이 있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이른바 외도를 쉽게 얻고,
고통 받는 중생을 얻기 쉽고,
파계한 중생을 얻기 쉽고,
나쁜 갈래에 드는 중생을 얻기 쉽고,
하품(下品)의 마음을 내는 소승의 중생을 얻기 쉽고,
보리심을 내었으나 좁고 하열한 마음을 지니는 이를 얻기 쉽다.
문수사리여, 어떤 것이 두 가지 얻기 어려운 일인가?
높은 마음으로 수행하는 보살을 얻기 어렵고,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심을 만나기 어렵다.
문수사리여, 맑은 국토에서는 여덟 가지 일이 얻기 어렵고, 두 가지 일이 얻기 쉬우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문수사리법왕자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법문의 이름]
“세존이시여, 이 심밀해탈수다라 가운데 이 법문을 무엇이라 하며,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법왕자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이 법문은 ‘설제불여래주지력요의경(說諸佛如來住持力了義經)’이라고 한다.
문수사리여, 여래가 말한 요의수다라는 그 뜻이 이러하니, 그대는 받들어 지녀야 한다.”
이 『여래주지력요의경』을 말씀하실 때에 7만 5천 보살이 법신을 만족하게 하였으며, 문수사리법왕자보살마하살과 일체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 대중은 기쁘게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