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섭문대보적정법경 제3권
[사통하여 낳은 아들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관정(灌頂)을 받은 찰제리왕(刹帝利王)의 그 왕후가 가만히 서인(庶人)과 사통하여 아들을 낳았다면,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낳은 아들을 관정왕의 아들이라 하겠는가?”
가섭은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저 무생(無生)을 얻은 법계 성문이 ‘나는 여래의 관정의 아들이다’ 하는 것도 이와 같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찰제리왕의 왕후가
서인과 사통하여
그가 낳은 그 아들은
관정의 아들이라 하지 않는다.
성문도 이와 같아
욕심 버리고 무생을 깨달았어도
오직 자리(自利)만을 행하나니
그는 여래의
관정의 법왕자가 아니다.
불자는 2리(利)를 행한다.”
[왕과 시비의 사랑으로 낳은 아들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관정을 받은 찰제리왕에게 친근한 사비(侍婢)가 있어 왕의 사랑을 받고 그 뒤에 아들을 낳았다면,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종에게서 난 아들을 왕자라 하겠는가?”
가섭은 말하였다.
“그는 왕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그와 같이 처음으로 발심한 보살이 도력은 비록 미약하더라도 저 중생을 교화하면 윤회는 면하지 못하지마는 여래의 아들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전륜왕의 여종이
왕의 사랑을 받아
그 뒤에 아들 낳으면
그도 찰제리의 아들이다.
보살도 그와 같아
처음으로 보리심 내고
덕행이 미약하나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면
삼계를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하는 일이 부처님 마음에 맞아
참 불자라 할 수 있다.”
[윤왕의 천 명의 아들의 상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윤왕(輪王)이 그 아들 천 명을 두었는데 모두 힘이 세고 용감하며 변재가 있고 단정하며, 반드시 윤왕의 상을 갖추어야 했다.
그래서 그들 중에서 한 아들이라도 윤왕의 상을 갖추지 못했으면 그 전륜왕은 그를 자기 아들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한다.
가섭아, 이와 같이 여래의 회하(會下)에 백천 구지의 성문이 호위하고 있지마는 만일 한 사람이라도 보살상이 없으면 여래께서는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느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전륜왕이
천 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만일 한 아이라도
윤왕의 상을 갖추지 못했으면
그는 왕의 자격 없고
왕도 아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불자도 이와 같아
천 구지 성문들이
호위하고 있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보살상이 없으면
선서(善逝)는 그 사람 보고
불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전륜성왕 왕후의 뱃속의 아기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전륜성왕의 왕후가 임신하여 이렛날 밤에는 반드시 아이를 낳고 그 아들은 윤왕의 상을 갖출 것인데, 그가 태 안에 있을 때는 가라라(迦羅羅)의 크기로 아직 눈ㆍ귀ㆍ코 등 감관의 형상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나 형상을 갖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발심한 하늘 사람들이 애중히 여기는 것과 같으니, 그의 용맹과 큰 힘을 애중히 여겨서가 아니니라.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 윤왕을 중히 여겨야 왕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느니라.
가섭아, 이것도 그러하나니, 처음 발심한 보살이 그 근기가 비록 미숙하여 윤회는 면하지 못하더라도 즐겨 불법을 행하면 과거 부처님이 그를 애중히 여기나 저 8해탈을 바로 본 아라한은 애중히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 처음 발심한 보살의 부처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전륜왕의
왕후가 임신하여
이레에 아직 형상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하늘 사람들이 애호하는 것과 같으니
용맹과 힘을 중히 여김 아니요
윤왕의 종자를 존중함이다.
보살도 그와 같이
보리심을 처음 내고
윤회를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에
과거의 모든 여래께서
그를 공경하나니
이 사람이 불사를 계승해서이다.
성문의 무리로서
8해탈을 바로 본 자에게는
경애한 마음 내지 않나니
그는 성불할 자격 없어서이다.”
[가짜 마니주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가짜 마니주(摩尼珠)와 유리주(瑠璃珠)를 묘고산(妙高山:수미산)처럼 쌓았더라도 그것은 참 마니보(摩尼寶)와 유리보(瑠璃寶)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설령 일체의 성문이나 벽지불이라 할지라도 처음으로 보리심을 낸 보살 한 사람에게 미치지 못한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가짜 유리주와
가짜 마니주를
수미산처럼 쌓았더라도
참 마니보와 유리보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보살도 그와 같아
설령 성문 무리와
또 저 연각(緣覺) 무리의
그 수가 티끌같이 많더라도
처음으로 발심하여
저 보리를 구하는
보살 한 사람에게 미치지 못한다.”
[가릉빈가새가 알 속에 있을 때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가릉빈가새[迦陵頻伽鳥]는 그 알 속에 있을 때부터 저 다른 새들과는 같지 않다.
가섭아, 왜냐하면 장차 일체 미묘한 소리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가섭아, 이와 같이 저 처음 발심한 보살은 비록 업의 번뇌의 무명장(無明藏) 속에 살더라도 일찍부터 일체 성문ㆍ벽지불과는 같지 않다.
가섭아, 왜냐하면 그에게는 회향할 선근과 설법할 방편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가릉빈가새가
그 알 속에 있을 때
비록 그 형상은 보이지 않으나
저 다른 새들과 다른 것과 같나니
장차 미묘한 소리 내어
항상 사람을 즐겁게 하겠기 때문이다.
불자도 그와 같아
보리심을 처음 낼 때는
번뇌장(煩惱藏)을 벗어나지 못하나
일체 벽지불과
성문 무리들과는
견줄 수 없나니
큰 안락을 회향하고
방편으로 유정을 이롭게 하려
번뇌 없는 자비의 마음으로
미묘한 소리로 연설하기 때문이다.”
[윤왕의 왕후가 낳은 왕자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윤왕의 왕후가 낳은 왕자는 윤왕의 복상(福相)을 구족하였으므로 일체 국왕과 인민들이 다 귀복(歸伏)하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처음 발심한 보살에게는 천상 인간의 일체 유정들이 다 귀복한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전륜왕의
왕후가 낳은 아들은
비록 동자 몸이나
왕의 복상을 다 구족하여
국왕과 신민들이
모두 다 귀향하는 것과 같다.
보살도 이와 같아
보리심을 처음 낼 때
불자의 상을 구족하므로
일체 모든 세간과
천상의 중생들이
청정한 마음으로 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