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비분다리경 제4권
14. 삼억소동자수기품(三億少童子授記品)
선남자야, 그때 해제 바라문의 3억(億) 제자들이 동산의 입구에 앉아서 생각하기를,
〈어떤 사람이 와서 우리들에게 삼귀의를 시키고, 보리를 권유할 것인가?〉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그때 해제 바라문이 모든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 동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만하니, 각각 원하는 바에 따라서 불국토를 취하여 여래 앞에서 마음대로 원을 내도록 하라.’
그 제자 가운데 월인(月忍)이라는 동자가 스승에게 말하였다.
‘이 도(道)는 어떤 것입니까?
무슨 덕을 쌓고, 무슨 행을 닦고, 무슨 생각을 지어야 보리를 얻습니까?’
대사(大師)가 말하였다.
‘동자여, 보살은 네 가지 한량없는 창고[四無量藏]를 갖추어야 보리를 증득할 수 있으니,
무엇이 그 네 가지인가?
무진복장(無盡福藏)과 무진지장(無盡智藏)과 무진혜장(無盡慧藏)과 무진일체불법장(無盡一切佛法藏)을 갖추는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4무진장(無盡藏)을 구족(具足)하는 것이라고 한다.
선남자야, 여래께서 이와 같이 보리도(菩提道)를 말씀하신 것을 총집정덕도생사법문(摠集淨德度生死法門)이라 하니,
보살이 보시행을 구족하여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지계(持戒)를 구족하여 원을 만족히 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인욕(忍辱)을 구족하여 상호(相好)를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정진을 구족하여 여러 가지 일을 갖추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선정(禪定)을 구족하여 마음을 조복(調服)하기 위한 까닭이다.
보살이 지혜(智慧)를 구족하여 모든 번뇌를 없애는 까닭이며,
보살이 들음[聞]을 구족하여 아승기 변재(辯才)를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공덕을 구족하여 모든 중생을 윤택하고 이익되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이 지혜를 구족하여 아승기 지혜를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지(止)를 구족하여 마음을 따라 짓는 까닭이며,
보살이 관(觀)을 구족하여 의혹을 제거하기 위한 까닭이다.
보살이 사랑하는 마음[慈]을 구족하여 마음에 걸림이 없게 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슬퍼하는 마음[悲]을 구족하여 중생을 제도하고 교화하는 데 피곤하거나 싫어함이 없게 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기뻐하는 마음[喜]을 구족하여 법희(法喜)를 즐거워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평등한 마음[捨]을 구족하여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제거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사문을 어루만짐[摩沙門]을 구족하여 장애를 제거하기 위한 까닭이다.
또한 보살이 출가를 구족하여 일체의 함이 있음[有爲]을 버리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한가한 곳에 거처함을 구족하여 착하지 못한 업을 없애고 착한 업을 닦아서 이익되게 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기억[念]을 구족하여 수지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뜻[意]을 구족하여 깊은 견해를 깨닫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굳센 의지를 구족하여 깊은 이치를 깨닫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4념처(念處)를 구족하여, 몸[身]ㆍ느낌[受]ㆍ마음[心]ㆍ법(法)을 관(觀)하기 위한 까닭이다.
또한 보살이 올바른 평등[正捨]을 구족하여 모든 착하지 않은 법[不善法]을 버리고 일체의 선법(善法)을 닦아 만족히 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신통을 구족하여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5근(根)을 구족하여 근을 잘 거두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5력(力)을 구족하여 모든 번뇌[結使]를 조복시키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7각분(覺分)을 구족하여 진실한 법을 깨닫기 위한 까닭이며,
보살이 6화경(和敬)의 법을 구족하여 제도할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동자여, 이것을 총구족정도생사법문(摠具足淨度生死法門)이라고 이름하느니라.’
그가 대사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보시는 모든 권속들이 큰 부자가 되거나 이익을 얻고, 지계(持戒)는 하늘에 태어나고, 다문(多聞)은 큰 지혜를 얻는다〉고 하셨습니다.
세존의 이러한 말씀은 정덕(淨德)을 닦아서 생사윤회를 벗어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사가 말하였다.
‘동자여, 즐거이 생사윤회하면서 보시하는 것은 그대가 말한 바와 같다.
동자여, 선남자ㆍ선여인이 보리도를 믿어 보시하는 것은 마음을 조복시키기 위한 까닭이며,
지계는 망심(妄心)을 없애기 위한 까닭이며,
다문을 구하는 것은 마음의 혼탁함을 제거하기 위한 까닭이며,
비(悲)를 닦는 것은 대비심(大悲心)을 위한 까닭이고,
나머지 다른 법도 지혜방편을 구족하여 행하는 것이다.
동자여, 이것이 보리도가 구족하게 모인 것이니, 이와 같은 덕(德)ㆍ이와 같은 닦음ㆍ이와 같은 염(念)으로 보리를 성취하는 것이다.
모든 동자들이여, 보리도를 이와 같이 행하면 보리를 구할 수 있다.
모든 동자들이여, 보리도는 청정하니 지극한 뜻으로 원(願)을 세우면, 반드시 만족함을 얻는다.
모든 동자들이여, 보리도는 청정하여 뜻을 청정하게 하는 까닭이며,
보리도는 곧고 맑아서 모든 번뇌를 제거하고 아첨과 거짓이 없는 까닭이며,
보리도는 안온한 무상열반(無上涅槃)을 성취하는 까닭이다.
이런 까닭에 그대들은 지금 세운 원에 따라서 엄정(嚴淨)한 불국토와 부정(不淨)한 불국토를 취할 수 있다.’
선남자야, 그때 월인(月忍) 동자가 보장여래의 앞에 나아가서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이 혼탁한 불국토에서 중생들이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적고, 잊어서 잃어버림이 없으며,
혼탁함이 없는 마음ㆍ원망이 없는 마음ㆍ간탐이나 질투가 없는 마음ㆍ삿된 견해가 없는 마음ㆍ바른 견해에 머무는 마음ㆍ불선(不善)이 없는 마음ㆍ항상 착함을 구하는 마음ㆍ3악취(惡趣)가 없는 마음ㆍ인간이나 하늘에 태어남을 구하는 마음ㆍ세 가지 복전[三福地]과 선근을 모으는 마음ㆍ삼승(三乘)을 구하는 마음 등을 얻기를 원하니,
저는 마땅히 이 가운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제가 이와 같은 뜻을 만족히 한다면
저의 두 손에 저절로 용상(龍象)이 있게 해주십시오.’
말을 마치자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 두 손에 저절로 용상이 생겨났으니, 그 몸은 순백색이며 7지(支)를 구족하였다.
그러자 그가 직접 쳐다보면서 말하였다.
‘그대 두 용과 코끼리는 허공에 올라가 이 국토에 두루 지극히 미묘한 향과 8공덕(功德)의 비를 내려 이 불국토의 모든 중생들을 깨우치며,
그 빗방울로 중생들의 몸을 적시고 향기를 맡는 자는 5개(蓋), 즉 탐욕개(貪欲蓋)ㆍ진에개(瞋恚蓋)ㆍ수면개(睡眠蓋)ㆍ도회개(掉悔蓋)ㆍ의개(疑蓋)를 제거하게 하여라.’
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 두 용과 코끼리가 허공으로 올라가니, 빠르기가 대역사(大力士)가 화살을 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그 두 용과 코끼리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 앞에 섰다.
선남자야, 그때 월인 동자가 크게 기뻐하니, 보장여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선남자는 오는 세상에 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을 지나 비로소 두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에 들어가면,
조명겁(照明劫)의 밝음이 모인 불국토의 사천하에서 부처를 이루고 명호를 보개용광(寶蓋勇光) 여래,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선남자야, 그때 월인보살이 오체투지하여 보장여래의 발에 예를 올리니, 보장여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티끌이 없는 마음 매우 깨끗하여
그대는 수억 중생들에게 수기를 주리라.
가장 미묘한 보리도(菩提道)를 깨끗하게 닦았으니
그대는 부처를 이루어 많은 중생들을 인도하리라.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천 사람이 만족하지 못하였으므로 3억의 동자가 이 불국토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원을 세우니, 보장여래께서 그들에게 수기를 주셨으며,
그 가운데 맨 마지막은 비바시여래(毘波尸如來)ㆍ시기(式棄)여래ㆍ비시라피(毘尸羅披)여래였는데, 이들도 동자들에게 수기를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