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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의족경 하권
14. 연화색비구니경(蓮花色比丘尼經)
이와 같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도리천(忉利天)에 계셨다.
그때는 마침 여름이 끝난지라 파리질다(波利質多) 나무꽃이 매우 예쁘게 활짝 피었는데 보드라운 돌 위에 앉아 어머니와 도리천 하늘의 대중들을 위하여 경을 설하셨다.
그때에 제석천왕[天王釋]이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아뢰었다.
“지금 어느 시간[時]을 써서 거룩하신 님을 맞이하오리까?”
부처님께서 천왕에게 말씀하셨다.
“염부제의 시간을 써서 나를 맞으라.”
천왕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기뻐하면서 물러갔다.
그때에 현자(賢者)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도 사위국(舍衛國)에 있었는데 그도 또한 기수급고독원에서 여름 안거를 마친 참이었다.
그때에, 사부대중들이 모두 목건련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ㆍ청신녀 등 사부대중이 모두 목건련에게 절하고 각각 한 쪽에 서서 함께 목건련에게 이렇게 물었다.
“지금 세정안(世正眼:부처님)께서는 어디서 여름안거를 마치셨습니까?”
목건련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도리천에서 여름 안거를 마치시고 어머니께서 회임하셨을 적에 받았던 괴로움을 생각하여 그분과 도리천의 하늘대중들에게 경을 설해주시기 위하여 파리질 꽃나무 밑에 있는 보드라운 돌 위에 계시는데
나무의 높이가 사천 리나 되고, 가지의 너비는 이천 리나 되며, 나무 뿌리는 이백팔십 리나 밑으로 뻗어 내려갔으며, 앉아계신 돌은 누르면 네 치쯤 내려갔다가 놓으면 다시 회복되곤 한다.”
마하목건련이 다시 널리 사부대중을 위하여 경법(經法)을 설해 마치고 문득 잠자코 계시니 모든 사부 대중들이 경법을 듣고는 기뻐하면서 마음에 간직한 채 목건련에게 절하고 물러갔다.
여름 석 달의 안거가 끝나자 다시 사부대중이 모두 목건련의 처소로 와서 머리 숙여 절하고 한 쪽에 앉아 입을 모아 목건련께 아뢰었다.
“훌륭하다. 현자여, 배우는 이 중에서 유독 신족이 많으시니 원하옵건대 번거로우시겠지만 위신력으로 부처님 계신 곳에 가셔서 저희들을 위하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시고 저희들의 이름으로 이렇게 아뢰어 주소서.
‘염부제의 사부대중들이 주리고 목마르듯 부처님을 뵙고자 하오니 거룩하신 부처님이시여, 세간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염부제에 하강하옵소서’하고 여쭈어주소서.”
목건련이 이 말을 듣자 잠자코 있으므로써 사부대중들에게 허락하고 다시 경법과 계법을 일러주니 사부대중들은 모두가 기뻐하였다.
목건련이 하직하니 사부대중들이 모두 일어나서 절을 하고 다시 일어나서 목건련을 돌고는 물러갔다.
그때에 목건련이 문득 뜻을 굳히고는 마치 장사가 팔을 한번 굽혔다 펴는 사이에 염부제에서 사라져 하늘세계로 가서 부처님과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무수한 하늘 무리의 중앙에 앉으셔서 경법을 설하고 계시니, 목건련은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하늘 무리 속에 계시는 것도 마치 염부제에서와 같으시도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목건련의 생각을 아시고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세간과 같지 않나니, 빨리 가게 하려면 문득 가게 하고 오게 하려면 곧 온다. 가고옴이 내가 생각하기에 달렸느니라.”
목건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하늘 무리에게는 좋은 일도 많고 즐거움도 많사온데 전생에 일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한 이가 목숨이 다하면 이 하늘에 와서 태어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몸소 법에 귀의하고 어떤 이는 승에 귀의하였으면 목숨이 다한 뒤에 모두 이 하늘에 와서 태어나기도 하므로
어떤 이가 전생에 맑은 마음으로 도를 즐겼다면 목숨이 다한 뒤에 모두 이 하늘에 와서 태어나리라 여기나이다.”
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이 하늘에는 전생에 일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했거나 법에 귀의했거나 승에 귀의했거나 마음으로 도법을 즐긴 이는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이 하늘에 와서 태어나느니라.”
그때에 제석천왕[天王釋]이 부처님 앞에 있다가 마음속으로 부처님의 말씀과 목건련의 말씀을 존중히 여겨 이렇게 말했다.
“현자 목건련의 말씀이 진실로 옳습니다.
전생에 몸소 불ㆍ법ㆍ승에 귀의했거나 깨끗한 마음으로 도를 즐긴 이는 모두가 이 하늘에 태어나리이다.”
그때에 팔만의 하늘 무리가 제석천왕의 뒤에 앉아 있었는데, 모두가 세존의 말씀과 그리고 목건련과 자기들 왕의 말씀을 존중하려는 마음을 내어 문득 이렇게 말했다.
“현자 목건련의 말씀이 옳습니다.
실로 현자의 말씀과 같이 어떤 이가 전생에 인간세계에 있을 적에 몸소 세 가지 바른 것[三正]에 귀의했거나 깨끗한 마음으로 도를 즐겼으면 목숨이 마친 뒤에 모두 하늘세계에 와서 태어나리이다.”
그때에 팔만 하늘무리들로서 목건련과 인연있는 이들 모두가 스스로 구항(溝港:수다원)을 얻었다고 진술했다.
목건련이 문득 앞으로 나서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허락하옵소서. 염부제의 사부대중들이 주리고 목마른듯이 부처님을 뵙고자 하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세간을 가엾이 여기시어 때에 맞추어 염부제로 하강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우선 내려가서 세간의 사부대중들에게 말하라.
‘여래는 칠일 뒤에 하늘에서 내려가 우담만(優曇滿) 나무 밑에 좌정하리라’고.”
목건련이 “알겠습니다”하고는 분부를 받들어 일어나서 부처님께 절하고 세 번 돌고 난 후 문득 신통의 힘을 부려 마치 장사가 팔을 한 번 굽혔다 펴는 사이에 도리천에서 사라져 염부제 땅 위에 이르러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앞으로 칠일이면 하늘에서 내려오셔서 우담만 나무 밑에 편안히 머무르시리라.”
부처님께서 하늘 위에서 문득 신통의 힘으로써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듯한 사이에 도리천에서 염천(塩天)에 이르셔서 그 하늘 무리에게 경법을 말씀하시고,
염천에서 사라지신 뒤엔 도술천(兜術天)에 이르시고, 다시 도술천에서 사라지시고는 불교락천(不憍樂天)과 화응성천(化應聲天)과 범중천(梵衆天)과 범보천(梵輔天)과 대범천(大梵天)과 수행수미천(水行水微天)과 무량수천(無量水天)과 수음천(水音天)과 약정천(約淨天)과 변정천(遍淨天)과 정명천(淨明天)과 수묘천(守妙天)과 현묘천(玄妙天)과 복덕천(福德天)과 덕순천(德淳天)과 근제천(近際天)과 쾌견천(快見天)과 무결애천(無結愛天)에 차례로 이르시어 경법을 말씀하셔서 큰 기쁨을 주셨다.
그리고는 문득 색천(色天)의 하늘무리와 더불어 내려와서 수대시천(須大施天)에 머무르시니, 아래 위로 24천의 무리가 모두 내려와서 제3천에 머물러 위의 유색천(有色天)이 모두 비고 다시 아래의 유욕천(有欲天)이 모두 비어 마침내는 제2천인 수미산 정수리에 머물렀다.
그때에 타피라(墮彼邏)라는 천자(天子)가 있었는데 천왕의 명을 받들어 세 가지 계단을 만드니 첫째는 금이요, 둘째는 은이요, 셋째는 유리(琉璃)였다.
부처님께서 수미산 정수리에서 내려오실 적에 유리계단 앞에 이르러 멈추시니 범천왕(梵天王)과 모든 유색천의 무리는 모두가 부처님의 오른쪽 금계단을 따라 내려왔고, 제석천왕과 모든 유욕천의 무리들은 부처님의 왼쪽 은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부처님과 무수한 유색천의 모든 무리와 제석천왕이 거느린 모든 유욕천의 많은 무리가 모두 염부제로 내려와서 우담만 나무 밑에 조용히 모이니 이는 무수한 인민들로 하여금 모두 와서 부처님을 뵙거나 법을 듣게 하고자 하심이었다.
그때에 연화색비구니(蓮花色比丘尼)가 변화로 금륜왕(金輪王)을 만들어내니 칠보의 옷을 입은 인도자[導]가 앞에서 인도했고, 뭇 역사(力士)들이 앞다투어 부처님께 달려왔다.
이때에 인민대중과 장자와 제왕들이 멀리서 금륜왕을 보자 모두 길을 따라 내려왔으나 감히 가까이 갈 수 없었으므로 길을 넓히니 연화색비구니가 부처님께 가까이 갔다.
이때에 하늘들도 사람들을 보았고, 사람들도 모두가 하늘을 보았는데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하늘이 낮아지고 땅이 높아졌으며 사람들도 모두 평등하였으니, 하늘무리들로 인간세계를 탐낼 마음이 없고 사람들도 하늘을 탐낼 마음이 전혀 없었으나 간혹 어떤 사람은 금륜왕을 탐내고 즐기는 이가 있었다.
그때에 어떤 비구가 부처님과 멀지 않은 곳에 앉았다가 문득 자리를 털고 앉아서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속으로 계행을 굳게 지킬 것을 다짐했다.
그 비구는 하늘의 즐거운 모임과 인간의 즐거운 모임을 보고 생각하기를
‘이들은 모두가 무상하고, 모두가 괴롭고, 모두가 공하고, 모두 ≺나≻가 아니거늘 무엇을 탐내고 무엇을 원하랴? 이렇게 따져보면 무엇이 있는가?’라고 하였다.
비구는 앉은 자리에서 구항(溝港)을 얻어 도를 이미 증득했다.
부처님도 그 사람을 아셨고, 사람들도 알았고, 하늘무리도 이 사실을 알았다.
그 비구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이렇게 게송으로 읊었다.
이익된 일이 있으면 인간의 몸을 받고
계행을 지니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으며
세간에 있으면 유독 왕이 되고
진리를 깨달으면 부처님이 되네.
그때에 연화색비구니가 부처님의 앞에 이르르자 문득 신통력을 거두니, 칠보와 군사의 무리가 모두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고, 머리칼 없이 법의를 입은 모습으로 홀로 있었는데 머리를 숙여 부처님의 발에 절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로 인하여 우담만 나무 밑으로 가셔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고 앉으시자마자 대중과 인민들을 위하여 널리 경법을 설하시고,
보시와 지계는 선현천(善現天)에 태어나는 지름길이라 설하시고,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는 것은 고통이라 설하시고, 그밖의 죄악에 대하여 구족히 설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약간 부드러워져서 거친 번뇌를 여의었음을 아시고 문득 고제(苦諦)의 습기를 다해버리는 도제(道諦)의 법을 나타내시니
“중유(中有)의 몸으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승에 귀의한 자와 중유의 몸으로 힘을 따라 계를 지킨 자와 중유의 몸으로 구항자증(溝港自證)을 얻은 이는 자주 와서 마침내는 불환도자증(不還道自證)을 얻으리라”고 하셨다.
그때에 현자가 몸소 자리에 있다가 문득 일어나서 한쪽 어깨를 벗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부처님을 우러른 채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이제 공경히 예배합니다. 대웅께서 두루 관찰하셔서
타당하다고 보이실 땐 말씀하셔서 제도해 주시되
항상 자애로움으로써 복된 생각 주시오니
섣부른 인천(人天)이야 어찌 다 찬탄하리.
제도하심이 끝없고, 다시 그들을 인도하시어
두려움을 여의고 안락함에 나아가게 하시니
널리 설하신 법이 세간에 두루할 제
듣는 이마다 즐거워 죽지 않는 편안함 얻네.
높으신 계율의 바다 넓고 그지없으며
이치는 깊고 커서 잘 행하여 밝히시네.
더럽고 깨끗함도 없으되 때묻지 않으시고
지혜의 배 크시어 삼계를 건너시네.
이지러지거나 상함이 없으시고 증감도 없으시며
존귀한 데 집착하지 않아 이미 평등함[捨]을 행하시니
존귀한 계를 좇으면 삼계의 스승이시고
세상을 바르게 보시고는 가고 돌아오지 않으시네.
마음을 어진 데 머무시니 허물없는 님이시고
자재한 선정을 얻으시니 인간과 하늘의 영응이어라.
밝은 지혜의 힘으로 황금빛 이루시어
인간과 하늘무리 뉘라서 예배 존중 않으랴?
세간의 두 모임이 대중을 관찰하는 스승이시니
비록 관찰하나 허물에 집착되지 않으시고
뜻으로 뜻을 관하시되 때묻은 마음이 없으시니
삼계가 공하고 존귀하심마저 공하시네.
이 세상의 행으로 후세의 뿌리 뽑으시고
지극한 선정에 안정하셔서 감로에 나아가시니
이제 신과 하늘 모두가 님에게 감복하여
모두가 합장하고 자기 몸을 관찰하옵니다.
이미 의심이 없어져서 법을 즐기는 마음 견고하시어
인간과 하늘의 마음 모두 아시네.
벌레와 짐승의 마음까지도 모두 아시되
맑은 물인양 연좌(宴坐)하사 괴로운 무리 가엾이 여기시네.
마음대로 천하를 교화하시되
바르고 참된 선정 거두기 쉬워라.
뜻으로 망념을 제어하여 남을 굴복시켜 믿게 하시니
하늘과 인간 세상에 깨달음이 홀로 존귀하시네.
도덕이 묘하시니 누가 쌍벽을 이루랴?
거룩한 모습 뵙노라면 싫을 줄 모르겠네.
삼계에서 홀로 걸으시되
계율의 이치 견고함이 보배산[宝山] 같으시네.
장엄한 서원 드리우시면 삼계가 두려워하나
미워하는 마음 버리게 할 뿐, 치우친 사랑은 없으시고
지혜가 선정에서 솟으니 밝기가 해와 같고
한 점의 티도 없음은 밤하늘의 달과 같네.
청정한 계행으로 청정한 행 나투시고
밝은 지혜 있으시니 청정함을 지나시며
맑은 법에 머물러 맑은 광명 나투시니
높은 산의 눈빛[雪光]같이 보기에도 분명하셔라.
보름 밤, 별들 속에 밝은 달처럼
이제 세존님 뵈오니 인간과 하늘의 영웅이시니
법이란 법 모두 밝혀 인천(人天)을 밝히시고
몸 모습 나투실 때 진주ㆍ영락 장엄하시네.
진실되고 또 진실됨을 명쾌하게 설하심은
스스로의 수행으로 얻은 것이요 본래 스승이 없으시고
석씨집 아드님으로 홀로 진리를 깨달으사
지혜로운 천안(千眼)으로 번뇌[瘡疣]를 덜어주시네.
말씀은 우렁차고 부드러우시며 마음에는 거칠음이 없으시고
음성에는 자비를 머금어 듣는 인천(人天)의 마음이 가라앉고
세존의 말씀 들으면 감미로운 법과 같아
목마른 이에게 배불러 마실 물이 바다의 흐름 같으시네.
법을 얻는 것 또한 그렇거니 무슨 잘못 있으랴?
그저 받들어 행하여 저 언덕에 이르러 편안함을 얻을 뿐
말의 길이 끊어진 자리 생각으로도 미칠 수 없으니
거룩한 말씀 들을 때마다 눈이 감기네.
지혜로 나타내신 지름길 곧고도 삿됨 없으시네
옛자취 따르기만 하면 묵은 법 이루어진다고
뒷 일을 염려하사 사후의 일 일러 주심이여
마치 범왕이 허공을 끝까지 비추듯하네.
신과 하늘무리도 세상 사람을 생각하는데
그 신비로운 행과 의리 견줄 데 없어라.
법을 따라 계교할 뿐 세상 생각버리고
세존께만 마음 들 뿐 딴 곳은 생각하지 않으리.
그때에 현자 사리불(舍利弗)이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 쪽 어깨를 벗고 합장하고 게송으로 찬탄했다.
일찍이 이런 일을 보지 못했고
이런 말씀 듣지 못했나니
세존은 이와 같이 위신 있는 하늘이신데
도솔천으로부터 이리로 내려오셨네.
하늘과 인간 세상이 모두 옹호하되
존중하고 아낌이 세속의 몸과 눈 같이 하면서
모두가 안정되어 흔들림 없는데
즐거이 홀로 걸으시어 중앙에 자리하셨네.
무우수 밑에서 깨달으신 무리의 부처님[善行:善逝]께서
윗세계에서 가르치고 다시 여기 오시니
마음의 이해 넉넉해지며 애욕의 몸 무너지고
나쁜 행에서 벗어나 좋은 이익 얻게 됐네.
어떤 비구가 싫어하는 마음이 있어
행에 결함이 있으면 헛된 삶 있을 뿐이니
나무 밑에서나 넓은 들에서나
혹은 깊은 산에서나 방 안에서나
혹은 높은 곳에서나 평상에서 내려와 누웠을 때
와서 두렵게 하는 무리가 몇 종류이던가.
혹은 오랜 뒤에나 현재 행하고 있는 곳에서
어떤 행을 따라야 두려운 마음 없을까.
세상의 몇 부류가 왕래하거나
제자리에 있으면서 두려운 소리 보내어도
비구가 제자리에 처해 마음에 개의치 않으면
있는 곳마다 고요하여 메아리 사라지리.
입에서 좋은 말 궂은 소리 나오면
수행하는 이 어떻게 해야 할꼬.
계행에 머물러 행하기를 버리지 않고
비구는 더욱 배의 평온함을 구하라.
어떻게 배워야 계를 범하지 않을까.
홀로 수행하여 항상 짝이 없게 하고
어두움을 씻고 밝은 눈을 구하며
수행의 바람을 일으켜 속의 때를 불어버리라.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마음에 싫어하는 바가 있고 또 집착하는 바가 있어 빈 평상에 앉았거나 누워 있으면서 법다움을 배우고자 하거든 이제 설하여 너로 하여금 알게 하리니 자세히 들으라.”
다섯 가지 두려움에도 지혜로운 이는 두려워하지 않나니
지극한 마음으로 배워 욕심을 멀리 여의어
부지런한 책명[蚱]과 메뚜기가 허물을 벗듯
사람들의 나쁜 소리 네 발 달린 짐승으로 보라.
몸에 딸린 법도 아니요 마음으로도 알 수 없으며
빛과 소리 없음이 빛이 모습 없듯이
모두가 ≺나≻가 아니니 모두 차마 버리어서
좋은 소리를 들어도 탐착하고 달려가지 말라.
내게 가해진 고통 몸으로 견디기 어렵고
두려움이 원수 같아도 모두 받아들이리라.
이런 고통 참기는 어려우나
정진으로 막아 물리치리라.
바라노니 기이한 생각 따르지 말고
악의 뿌리 파내어 그치게 하라.
가하건 불가하건 애착에 빠지면
자기의 허물만이 있을 뿐 뒷날의 소망이 없으리.
똑똑한 생각으로 선근을 익힌 이는
이 법을 초월하여 거친 소리 피할 수 있으니
참아서 즐기지 않고 자기 행에 머물러 있으면
네 가지로써 슬퍼함과 가엾이 여기는 법을 확인하리.
항상 어디에 머무르며 어디서 먹을꼬?
고통이 있을 땐 어떻게 참을꼬?
이렇게 생각하면 대단히 슬픈 일이니
버리기를 배우고 멀리 여의는 행을 닦으라.
있는 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괴로움과 즐거움도 괴로움일 뿐
그 법도를 알아서 멈출 자리를 알고
고을과 나라의 관문을 닫아
추악한 소리일랑 원하지 말라.
눈을 들어 허망됨을 보지 말고
선정에 들어갈지언정 많이 눕지 말며
인연법을 관찰하여 마음을 안정시키고
안정되어 잡념을 막으면 의혹이 끊어지리.
삿되게 취하지 말고 줄 때에 속이지 말며
자애로운 눈으로 볼지언정 두렵게 하지 말며
마주 보듯이 평등한 마음으로 행하면
어두운 무명은 찾을 길 없으리.
나쁜 말을 들어도 화내지 말고
원망하는 말을 동학(同學)에게 하지 말며
소리를 내어 말하기를 흐르는 물 같이 하고
부끄러운 짓 하지 말며 망상하지 말라.
만일 그들의 존경을 받거든
수행에 뜻을 두어 받아들이지 말고
빛과 소리와 그리고 좋은 맛,
향기로움과 부드러운 것 모두가 손해되는 욕심의 경계니라.
이 법에 대하여 집착하지 말고
계율의 뜻 배우면 잘 벗어나리니
계로 두루 관찰하고 평등하게 법을 밝히되
오직 한 가지 묵은 어두움을 버리라.
부처님께서 이 『의족경』을 설해 마치시니 비구들이 모두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