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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대집회정법경 제4권
[선근, 나무 심는 것의 비유]
그때 부처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해보니 지난 옛날 어느 때 한 마나박가(摩拏嚩迦)가 있었다.
그가 고르고 알찬 땅에 겨우 나무 종자 한 알을 심었는데, 심자마자 싹과 줄기, 가지와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려 반짝반짝 한 것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 나무는 뿌리가 1유순이나 뻗어 잠깐 사이에 다 큰 나무가 되었다.
그 후 다른 마나박가가 한 사람이 앞 사람이 심은 나무 곁에 붙여 한 그루를 심었다.
그 나무는 뿌리를 내리자마자 갑자기 큰바람에 뽑혀 싹과 줄기, 가지와 잎이 피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꽃과 과일이 열렸겠는가?
뒤에 나무를 심은 사람이 이런 상황을 보고 나서 즉시 그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심으려 하자
먼저 심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다.
‘어째서 고르고 알찬 내 땅을 망치려 하는가?’
뒤에 심은 사람이 말하였다.
‘나는 지금 내가 심은 나무를 옮겨 심는 것이지, 고르고 알찬 너의 땅을 일부러 망치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옥신각신 서로 다투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이 일을 밀고하자 왕이 듣고는 붙잡아오라고 명하였다.
사자가 왕명을 받들어 그곳에 달려갔더니, 다투던 두 사람이 매우 놀라며 두려워하였다.
사자가 왕의 처소에 잡아다 바쳤더니
왕이 그 두 사람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다투었느냐?’
먼저 나무를 심은 사람은 사실대로 자세히 말하였고,
뒤에 심은 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살펴 주십시오.
저에게는 땅이 없어 나무를 심을 수가 없으므로 잠시 이 사람에게 땅을 빌려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심은 나무는 뿌리가 튼튼하지 못해 바람에 뽑혔으며 싹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도 다 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이 사람이 심은 나무는 잠깐 사이에 싹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과일이 다 구족하였으며, 게다가 뿌리가 1유순이나 뻗었습니다.
제가 이 일을 보고는 내심 부끄러워 즉시 그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심으려 하자 그는 마음대로 수확했음에도 저에게 화를 냈습니다.
이 일로 서로 다투게 된 것입니다. 왕께서는 굽어살피시어 저에게 죄와 벌을 주지 마십시오.’
그러자 왕은 즉시 칙령을 내려 신하와 각료를 소집하였다.
그때 모든 신하와 각료들이 30구지가 있었는데, 왕명을 듣고 일제히 왕의 처소에 이르러 왕에게 아뢰었다.
‘어떤 명령을 선포하시렵니까?’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알아두어라. 지금 우리나라에 마침 매우 드문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 한 사람은 나무를 심자마자 잠깐 사이에 싹, 줄기, 가지, 잎, 꽃, 과일이 다 구족하게 자랐으며 뿌리가 1유순이나 뻗었다고 한다.
너희들은 이런 일을 본 적이 있느냐?
내가 본 수목들은 꽃 피고 열매 맺는 데 빨라봤자 보름이나 한 달이 걸리는데, 지금 이런 나무는 이제껏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너희들은 어떠냐?’
이때 신하와 각료 가운데 한명이 앞으로 나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도 이 일을 곧이곧대로 믿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왕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희도 의심이 납니다.
왕께서는 이 나무 심은 사람을 다시 불러 자세히 따져 묻고 사실 여부를 밝히십시오.’
왕이 즉시 먼저 나무를 심은 사람을 불러 다시 질문하였다.
‘네가 심은 나무가 잠깐 사이에 꽃을 피웠다는 등의 일이 사실이냐?
만일 거짓이라면 내가 반드시 너에게 벌을 주리라.’
그러자 그 사람이 말하였다.
‘왕은 부모와 같아서 저를 살려주시는 분인데 제가 지금 대왕을 대하여 어찌 감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왕께서는 의심치 마소서. 이 일은 사실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나는 이런 일을 이제껏 들어본 적도 없는데, 더구나 보았겠느냐?
내가 이 일을 어떻게 믿겠는가?’
저 사람이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혹시라도 믿지 못하시겠다면 그곳에 가서 직접 살펴보십시오.’
그래서 대왕은 즉시 30구지의 신료들과 함께 그 나무가 있다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고 나서 가지와 잎이 더욱 무성해지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그 나무를 보고는 믿음이 생겨 그 희유함을 찬탄하였다.
그리고는 왕도 그곳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으나 싹ㆍ줄기ㆍ가지ㆍ잎은 바로 나오지 않았으니, 더구나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리지 않았음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왕이 보고 나서는 신료들을 대하기가 부끄러워 크게 성을 내며 저 먼저 심은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명하자 힘센 장사들이 모두 왕명에 따라 도끼를 잡고 다투어 쳐버렸다.
그러나 한 그루를 쳤더니 일곱 가지 보배로 장엄된, 매우 크고 특이하고 오묘한 나무 열두 그루가 동시에 다시 났다.
왕은 이것을 보고 더욱 성을 내며 또 이 나무들을 베어버리라고 명하였고, 모든 힘센 장사가 또 함께 도끼를 잡고 열두 그루를 베어버렸다.
그러나 이 나무들을 베자 이 곳에서 다시 스물네 그루가 동시에 났으며, 그 하나 하나의 나무에 가지와 잎과 꽃과 과일이 더욱 무성해졌다.
게다가 금시조 한 마리가 그 위에서 유유히 노닐었는데, 갖가지 색깔로 몸을 장엄하였으며 음성이 청아하고 묘하였다.
왕이 보고 나서 다시 매우 성을 내며 직접 도끼 하나를 찾아 한 그루를 끊어버리려고 하였는데, 도끼가 닿은 곳에서 감로(甘露)가 흘러 넘쳤다.
왕은 이것을 보고 믿는 마음과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먼저 나무를 심은 사람을 불러오라고 명하였다.
그 사람은 포박되어 있다가 그제야 풀려나 왕의 처소로 달려나갔다.
왕이 다시 물었다.
‘너는 어떤 인연이 있기에 처음 한 그루를 심자마자 바로 싹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가 생겨났느냐?
내가 베어버리게 하였더니 일곱 가지 보배로 장엄된, 너무도 커서 비교할 것이 없는 나무가 열두 그루나 났다.
이렇게 베어 버리면 전 보다 배나 되는 나무가 즉시 났으며, 기이한 새가 기이한 소리로 울었는데 매우 희유하였다.
나도 나무를 심어봤지만 바로 살아나지도 못했는데 더구나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갖가지로 장엄한 등의 일이 있었겠는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있는지, 너는 사실대로 말해야 된다.’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제가 지은 복과 덕의 힘 때문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때 모든 신료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다들 크게 성을 내며 모두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은 왕 앞에서 자신이 지은 복덕의 힘이라고 뽐낼까’라고 생각하면서
그를 꾸짖었다.
‘너 어리석은 인간아, 어찌 왕 앞에서 스스로 복과 덕을 뽐내느냐?
그렇다면 네가 왕 보다 낫거나 혹은 동등하다는 것인가?’
그러자 그 사람이 신료들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공경히 이 게송을 말하였다.
나는 왕위나 재물과 보배
많이 모으기를 좋아하지 않고
오랫동안 가장 훌륭한 원을 세워 성불하고
두 발을 가진 자 중 가장 높은 이가 되었노라.
나는 열반의 세계에 이르렀으나
적멸에 머물지 않고
방편과 원력으로
세상에 출현하였다.
법을 설하여 중생을 제도하여
모두 저 언덕에 이르게 하였으며
결박을 벗어나 자유로이
가장 높은 안락을 얻게 하였다.
내가 지난 생의 업 때문에
지금 왕에게 포박을 당했으나
훌륭한 원력이 이미 그러하여
나의 업이 다 소멸하였다.
이때 다시 24구지 금시조가 허공을 날며 맑고 묘한 소리로 모든 음악을 연주하였다.
게다가 3만 2천 채의 묘한 보배 누각이 동시에 출현하였는데, 누각 하나 하나의 높이와 넓이가 25유순이나 되었다.
그 누각 사이마다 따로 25구지 금시조가 훨훨 날아들어 이 게송을 설하였다.
대왕이시여, 무엇 때문에 악한 마음 일으켜
즉시 자라난 저 아름다운 나무를 베셨습니까?
부처의 신통력으로 찰라 사이에
열두 배로 다시 자라났습니다.
왕께서는 ‘나[我]’라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싹과 줄기, 꽃과 열매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을 보고도 믿지 않고
그저 번뇌만 더해 화를 내다가
왕께서는 선근력으로 뒤에 믿음을 냈으니
반드시 훌륭한 과보를 얻으리다.
그때 왕이 말하였다.
‘공중에서 소리내는 분이여, 매우 훌륭하고 착하십니다.
제가 그땐 무슨 마음으로 베어버릴 생각을 했을까요?
제가 이제 믿고 깊이 자책하고 후회합니다.’
왕이 또 공중에서 이렇게 하는 말을 들었다.
‘대왕이여, 저 먼저 나무를 심은 자는 즉시 성불해 세간에 출현하여 천상과 인간에서 존귀한 분이 될 것입니다.’
왕이 즉시 공중의 훌륭한 분을 우러러 질문하였다.
‘뒤에 나무를 심은 사람은 무슨 인연 때문에 심은 나무가 살지 않았습니까?’
공중에서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아소서. 이 사람은 죄업을 많이 지어 선근이라고는 조금도 없기 때문에 모두가 파괴된 것입니다.’
그때 저 왕은 선근의 힘이 오래 성숙했기 때문에 이렇게 희유한 일을 보게 되었고, 또 공중에서 나는 이러한 말들을 듣고 가장 훌륭한 선심을 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10지(地)에 안주하여 선법을 평등하게 실천하였으며, 저 30구지의 신료들도 성숙한 선근의 힘으로 저 10지법에 안주하였다.”
그때 약왕군보살은 부처님 세존의 이 말씀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하며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고 찬탄하고는 합장하고 공경히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옛날 왕과 그의 신료들은 무슨 인연 때문에 바로 저 10지법에 안주할 수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저 왕과 신하는 모든 여래께서 다들 성불하리라고 오래 전에 수기한 자들이다.
약왕군아, 저 나무들은 다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힘으로 나타낸 것임을 알아야 하며,
내가 오늘 다시 이 일을 나타낸 것도 그 옛날과 다름없음을 알아야 한다.”
[커다란 나무들에 수없는 사람들이 모인 인연]
그때 세존께서 대중이 모인 가운데 얼굴에서 매우 희유한 8만 4천의 청정하고 오묘한 광명을 놓으셨다.
저 낱낱의 광명은 각각 셀 수 없는 백천 가지 색깔로 되어있었는데, 즉 파란색ㆍ노란색ㆍ빨간색ㆍ하얀색ㆍ분홍색ㆍ자주색ㆍ짙푸른색ㆍ녹색이었다.
이렇게 갖가지 색깔을 띤 빛이 끝없는 세계를 널리 비추고 나서 그 광명이 바로 돌아와 부처님 몸을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는 다시 세존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약왕군보살이 합장하고 공경히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이 희유하고 광대한 광명을 놓아 세계를 두루 비추십니까?
인연이 없다면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광명을 놓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부디 자비로 간략히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너는 지금 각 방향으로 모든 세계의 셀 수 없는 사람의 무리가 이 대중의 모임에 모여드는 것이 보이느냐?”
약왕군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보지 못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자세히 살펴보고 거듭 관찰해 보거라.”
약왕군보살이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을 받들어 사방 상하를 다 관찰해 보니
동쪽에 큰 나무 한 그루가 보였는데, 특수하고 묘하게 장엄되어 있었으며 높이와 넓이가 7천 유순이나 되었다.
2만 5천 구지 사람들이 있어 두루 에워싸고 부처님 모임 속에 들어갔으나
부처님 세존께 문안을 여쭙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고요히 부처님의 한 쪽에 자리잡았다.
남ㆍ서ㆍ북방과 상ㆍ하방 등에도 마찬가지였다.
약왕군보살이 이 일을 보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조그만 의문이 있어 질문을 펴고자 하오니 부처님 세존께서는 부디 분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의심이 있거든 마음대로 묻거라. 내 너를 위하여 낱낱이 열어 보이리라.”
약왕군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사방 상하 세계마다 커다란 나무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 두루 에워싸고 모임 속에 들어와 고요히 말없이 각각 한쪽에 자리잡았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네가 지금 이 일이 일어난 인연을 알고싶다면 직접 각 방향의 세계에 가서 낱낱이 그곳 부처님 세존께 여쭈어 보거라.
반드시 너를 위하여 사실대로 말씀해주실 것이다.”
약왕군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지금 직접 각 방향의 세계마다 가서 저 세존들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무슨 신통력으로 저기에 갈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네 신통력으로 모든 세계에 가거라. 내가 너를 위해 신통력을 보태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