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수행보살행문제경요집 중권
13. 희락엄경(戱樂嚴經)
실천해야 할 한 가지 조목을 드러내어 설명했다.
훌륭하고 좋은 방편으로 다섯 가지 욕락(欲樂)을 베푸는 까닭에 일체 중생들을 권화(權化)하여 위없는 보리를 내게 한 것이다.
그때에 장로 수보리(須菩提)가 부인에게 말했다.
“선여인이여, 그대의 남편은 지금 어느 곳에 있습니까?”
부인이 대답하였다.
“수보리여, 마땅히 아셔야만 할 것입니다.
지금 저에게는 오직 한 지아비만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왜냐하면 세간의 중생들이 오욕에 얽매어 유희와 즐거움을 익히는 까닭에 모두가 나의 지아비입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어떤 것이 훌륭하고 좋은 방편으로 마음대로 유희하고 즐거워하는 것입니까?”
부인이 말했다.
“수보리여, 마땅히 아셔야만 할 것입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오욕을 탐하여 구하면 저는 당장에 곧 이를 도와서 받들어 베푼 후에 권유하고 교화하여 그로 하여금 보리의 마음을 내게 할 것입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탐욕의 마음이 불꽃처럼 왕성하면 저는 반드시 되돌려 베풀어 주어서 감정을 따라 마음대로 즐기고 기뻐하게 할 것입니다.
이것을 훌륭하고 좋은 방편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유희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여래께서는 중생들이 욕망을 탐닉하는 데에 젖어드는 것을 허락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부인이 대답하였다.
“여래의 경전 가운데 말씀하신 것은 들은 것과 같습니다.
만약 어떤 비구가 가사(袈裟)와 석장(錫杖)과 와구(臥具)와 병들었을 때 쓰는 여러 가지 약품과 일용품 등 부속된 물건을 받아 지니되 반드시 많이 비축하지 않아야만 합니다.
동자(童子)와 모든 단월(檀越)과 마을에 나아가 얻은 최고로 묘한 공양구들을 사승(師僧) 화상(和尙)과 함께 사는 스님들에게 공양하되 좋아하는 것을 따라 받게 합니다.
만약 이 한 물건만 원인이 되어도 악행이 없어져 큰 도를 증득합니다.
이러한 이치 때문에 여래께서 비구들한테 이러한 물건을 받아 비축하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진실로 말한 것과 같습니다. 그 말은 진실한 말이고 거짓말이 아닙니다.”
부인이 말했다.
“일체 중생들이 오욕을 즐기고 집착하므로 여래께서 이러한 방편으로써 이익이 있다면 또한 허락하시고 막지 않으셨습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선여인이여, 얼마나 많은 중생들이 이 훌륭하고 좋은 방편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유희와 즐거움을 받아 위없는 보리를 성숙하였습니까?”
부인이 대답했다.
“만약 삼천대천세계의 허공에 있는 별의 수량이 가없이 많은 지경에 이르렀거늘
그러나 오히려 그 수량을 안다고 해도 저의 훌륭하고 좋은 방편으로 세간에 유희와 즐거움을 누리게 하여 조복하고 권유하여 교화한 까닭에 모두 위없는 보리를 내게 하였는데
이러한 중생들의 숫자가 하늘의 별보다 더 많습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선여인이여, 그대는 어떻게 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안락함을 증득하게 할 수 있습니까?”
부인이 대답하였다.
“수보리여, 마땅히 아셔야만 할 것입니다.
모든 중생들이 범천(梵天)에 즐거운 일이 있다고 하면,
저는 4선(禪)의 기쁨과 즐거움으로써 뜻을 따라 받들어 보시한 뒤에 권유하여 그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할 것입니다.
또 어떤 중생이 제석천(帝釋天)에 즐거운 일이 있다고 하면
저는 당장에 제석천이 누리는 쾌락으로써 받든 뒤에 권유하여 그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할 것입니다.
또 어떤 중생이 모든 용왕이나 야차(夜叉)나 아수라(阿修羅)나 건달바(乾達婆)와 금시조(金翅鳥)와 여러 큰 뱀에 대하여 좋아하면서 모든 유희와 즐거움이 거기에 있다고 하면,
저는 당장에 저들이 각각 즐거워하는 것을 따라 베풀어 주고 받들기를 빠짐없이 한 뒤에 권유하여 그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할 것입니다.
또 어떤 중생이 마음으로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유희와 더 나아가서는 대신(大臣)과 국읍(國邑)과 작은 마을의 족성자(族姓子)와 바라문(婆羅門)과 하층 서민들이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이와 같은 중생들에게는 각각의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을 따라 모두 다 베풀어 주되 빠지거나 모자람이 없게 한 뒤에 권유하여 그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할 것입니다.
또 어떤 중생은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을 좋아하고,
또 어떤 중생은 마음으로 탐하고 집착하여 꽃다발ㆍ영락ㆍ바르는 향ㆍ가루 향ㆍ의복ㆍ비단 따위로 장식하고자 하거나,
또 어떤 중생은 돈ㆍ재물ㆍ금ㆍ은ㆍ구슬ㆍ피리ㆍ마노ㆍ북ㆍ악기ㆍ노래 따위에 대하여 탐하고 집착하면
이와 같은 중생들이 마음에 즐거워하는 것과 오욕과 희락을 모두 베풀어 주고 난 다음에 권유하여 그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할 것입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선여인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이 모든 오욕은 8성도(聖道)와 열반(涅槃)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 장애가 되고 선(善)을 얻을 수 없으나,
이러한 오욕을 바르게 받을 때에는 역시 중생들도 이 인연 때문에 잘 조복하고 권유하고 교화하여 보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이치는 그 차례를 매우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선여인이여, 큰 보살이 수행하는 법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 수행하는 보살로 하여금 좋은 일을 성취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등의 일은 다 이 중생들이 수행하는 도를 장애하는 한 가지 일입니다.
또한 모든 종류의 중생들은 인연을 다시 되돌려 조복하여 선에 들어가게 할 것입니다.”
그때에 정사(精舍)에서 법을 설하는 법회 자리에 두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일찍이 부인과 더불어 교유하여 훌륭하고 좋은 방편으로 뜻을 따라 유희하고 즐거워한 까닭에 권유하여 위없는 보리에 들었다.
그때 이 두 장자의 아들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수보리여, 제 자신의 지혜로써 다른 이의 지혜를 가려 선택하지 마십시오.
수보리여,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만약 약간의 기름이 남아 있는 등불을 입으로 불거나 부채로 부쳐서 끌 수 있겠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불어서 매우 쉽게 끌 수 있을 것입니다.”
장자의 아들이 말했다.
“만약 성문이 수행하는 것이라면 선남자와 선여인이 작은 지혜의 밝음 때문에 또는 한 번 유희하는 지혜를 쓰는 까닭에 곧 없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이와 같습니다.
수보리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비유하면 겁이 끝날 때 일곱 개의 태양이 나타나는 것과 같아서 여러 개의 태양이 세간을 비추면 큰 불이 일어납니다.
이 불을 항하의 물로 끌 수 있겠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백천의 바다 물을 가지고서도 오히려 끄지 못할 것이거늘 하물며 항하의 물로 끌 수 있겠습니까?”
장자의 아들들이 말했다.
“수보리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보살의 한량없고 그지없이 많은 지혜의 광명과 한량없고 그지없이 많은 공덕의 광명도 이와 같습니다.
만약 수행하는 보살이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겁 동안 다섯 가지 욕망으로써 유희하고 오락하며 세상에서 쾌락을 누렸습니다.
이것은 수행하는 보살의 지혜의 광명이며 공덕의 광명으로서 감당할 수 없으나 능히 없앰을 얻게 합니다.
비유하건대 가난뱅이 한 사람이 병이 들자 그 병을 고칠 의원을 찾는 것과 같나니,
그는 가난하기 때문에 의사가 단방(單方)으로 처방하였는데, 그때에 가난뱅이는 병이 낫기를 원했습니다.
약값은 매우 쌌으며, 그 약을 먹자 병이 곧 나았습니다.왜냐하면 이 가난뱅이 병자는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성문도 또한 그러합니다.
열두 가지 두타행(頭陀行)으로 마음을 닦고 다잡기 때문에 혼자서 아란야에 머물면서 해진 옷을 좋아하였으며, 그러고 난 연후에 세간의 번뇌를 해탈하게 됩니다.
수보리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가난뱅이 병자에게 훌륭한 의사가 그를 위하여 그 근기에 따라 약을 처방하여 병이 낫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성문이 해탈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또 비유하건대 찰제리[刹利] 국왕이 이미 관정(灌頂)을 하였는데, 왕이 만약 병이 들었을 적에 훌륭한 의사가 왕을 위해 귀한 약으로 화합하자 광택이 나고 향기가 나며 입에 달고 사지(四支)가 편안한 약이었습니다.
왕이 먹을 만하여 약을 먹고 나서 음악을 연주하고 꽃을 장식하고 향을 사르게 하여 오락을 하며 기뻐하였습니다.
이러한 방편으로써 국왕의 병을 낫게 한 것과 같습니다.
수보리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또한 이와 같아서 수행하는 보살에게도 훌륭하고 좋은 방편이 있어 뜻에 따라 유희하고 즐거워하며 모든 다섯 가지 욕망을 느낍니다. 환락(歡樂)의 승(乘)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합니다.
수보리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왕이 병이 들면 가장 미묘한 약을 먹는 것과 같이
수행하는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훌륭하고 좋은 방편과 지혜의 힘으로 해탈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