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영 그림책ㅣ 책읽는곰 펴냄
쓸모를 잃고 다시 성장통을 앓는
당신의 마음을 비추는 달빛 같은 이야기
제 몫을 다하고 있는지 늘 걱정스럽고,
스스로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짓고,
과거의 영광을 좇느라
현재의 모습을 마주하기 힘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
서지 정보
대상 : 전연령 | 페이지 : 40쪽 | 제본 : 양장 | 가격: 15,000원
판형 : 220×295mm | ISBN : 979-11-5836-481-6 (77810) | 발행일 : 2024년 9월 2일
분류 :그림책>유아그림책>한국그림책
주제어 : 자존감, 회복탄력성, 존재감
도서 소개
화병은 고급스러운 가게에서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던 물건이었다. 그런데 어느 겨울, 크리스마스 장식이 떨어져 입구가 깨지는 바람에 버려지고 만다. 하루아침에 차가운 거리에서 쓰레기 더미와 함께 먼지를 뒤집어쓰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한 할머니가 화병을 집으로 가져가 먼지를 씻어내고 바닥에 구멍을 뚫고 흙을 채워 볕 잘 드는 베란다에 내놓는다. 하지만 화병은 쿰쿰한 흙냄새와 스멀거리는 벌레, 너저분한 물건들로 가득한 베란다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 화분 아닌 화분들로 가득한 할머니의 베란다에서 화병은 자신의 쓸모를 되찾을 수 있을까? ‘어느 보통날 당신의 마음에 스미는 한 권의 그림책’, 보통날의 그림책 일곱 번째 이야기.
쓸모를 잃고 성장통을 겪는 당신에게
화병은 본디 품격 넘치는 가게의 얼굴 노릇을 하던 물건이었습니다. 연말이면 흔해 빠진 크리스마스트리 대신 세련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매단 나뭇가지들을 꽂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곤 했지요. 그런데 그 크리스마스 장식이 사단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툭 떨어지면서 화병 입구가 깨지고 만 것이지요.
가게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놓여 있던 화병은 하루아침에 춥고 어두운 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요.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쓰레기 더미와 함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화병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게 근처에 사는 할머니였지요.
할머니는 화병을 집으로 가져가 먼지를 씻어 내고 바닥에 구멍을 뚫고 흙을 담더니 볕 잘 드는 베란다에 내놓습니다. 하지만 화병은 쿰쿰한 흙냄새와 스멀거리는 벌레들, 너저분한 물건들로 가득한 베란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화병을 저희 멋대로 ‘10번’이라고 부르는 화분들도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화분 같지도 않은 화분들과 섞여 지내야 하는 제 신세가 한심하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할머니의 베란다는 제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의 쓸모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화병이 미처 알지 못했을 뿐 화분들에게도 반짝이던 지난날이 있었습니다.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지내던 포도주병, 바닷가 카페에서 손님들과 함께 노을을 즐기던 칵테일 잔, 구수한 옥수수차를 우려내던 주전자, 할머니 집안의 장맛을 책임지던 된장독까지… 누구랄 것도 없이 다들 제 이름과 쓸모에 걸맞은 멋진 삶을 살아왔지요. 하지만 빈 병이 되고 손잡이가 녹아내리고 금이 가고… 저마다의 이유로 쓸모를 다하고 할머니의 베란다로 와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화분들이라고 지난날이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닐 테지만, 그 누구도 지난날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더는 와인을 담거나 차를 우려내거나 장을 익히지는 못해도 대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화분들을 지켜보면서 화병의 마음도 계절이 바뀌듯 천천히 바뀌어 갑니다.
삶은 늘 예측 불허입니다.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지요. 계획한 대로 흘러간다 해도 그 결과가 기대했던 바와 어긋날 때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스스로가 아주 작고 무기력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들곤 합니다. 내게 빛나는 순간 따위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기분에 사로잡혀 한숨짓는 당신에게 《나의 쓸모》는 말합니다. 당신의 쓸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다시 빛날 수 있다고요.
작가 소개
최아영 글·그림
대학과 대학원에서 섬유 미술과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일상 속의 작은 순간들을 통해 인생의 깊은 의미를 탐구합니다. 《나의 쓸모》는 작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