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경요집 제3권
2.7. 수고연(修故緣)
『상법결의경(像法決疑經)』에 의거하여 말한다.
“새것을 만드는 것은 묵은 것을 수리하는 것만 못하고 복을 짓는 것은 화를 피하는 것만 못하다.
이렇게 말한 것을 정험할 수 있다.
어떤 마을에 탑사(塔寺)ㆍ고분(故墳)ㆍ가람(伽藍)ㆍ당전(堂殿)이 썩어 무너진 것이 있었다. 사옥(舍屋)이 무너지고 석선(蓆扇:멍석)과 봉호(蓬戶)는 연기나 먼지를 막지 못하며 옹유(瓮牖)와 모자(茅茨)로는 서리와 이슬을 가리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문과 담이 모두 헐어져서 더러운 물질이 섬돌에 가득차고 길에는 사람의 자취가 끊겼다. 그러나 승려들은 떠돌아다니기만 할 뿐 고치지도 않고 단장하지도 않아 그것들이 날이 가면 갈수록 허물어져 가니, 그 짓는 죄와 허물이 잠시도 쉬지 않았다.
어두운 밤에도 등불과 춧불이란 것은 본래 들어 본 적이 없었고 대낮에도 번기와 꽃은 원래 보질 못했다.
법당에는 범패(梵唄)소리가 끊어졌고 향로에는 다만 재와 먼지만 가득하며, 마침내는 악귀로 하여금 영(靈)처럼 행세하게 하고 선신으로 하여금 호위하는 것을 버리게 했다. 가람이 단단하지 못한 것은 곧 승려들이 게을렀기 때문이요, 부처님 법이 이미 쇠한 것도 또한 속인들이 공경함이 없었기 때문이니, 이런데도 걱정하지 않고서 다시 그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또 『보량계경(寶梁契經)』에서 말하였다.
“어떤 현자(賢者)의 얼굴 위에 국왕이 될 무늬가 있었다. 관상장이가 그 모습을 보고 나서 그에게 딸을 시집보냈다.
뒷날 어느 때에 현자는 승사(僧寺)에 들어가서 가람에 의지하여 살았다. 그러다 보니 교만한 마음이 생겼고 그 때문에 국왕이 될 무늬를 잃고 큰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다.”
또 『살차경(薩遮經)』에서 말하였다.
“탑과 절과 여러 불상들이 걸리적거린다 하여 그것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람이 있으면, 이와 같은 악한 사람은 악한 중생를 속에 포섭되어 있어서 상품(上品)으로 다스려진다.”
또 『십륜경(十輪經)』에서 말하였다.
“만약 절을 부수거나 비구를 살해하면 그 사람은 목숨을 마칠 때에 사지의 뼈 마디가 지끈지끈 아프고 여러 날 동안 말을 하지 못하다가 죽고 나면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져서 여러 가지 고통을 갖추 받는다.”
또 『삼천위의경(三千威儀經)』에서 말하였다.
“탑 위를 쓰는[掃] 데에는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는 신을 신고 올라가면 안 되고,
둘째는 부처님을 등지고 탑을 쓸면 안 되며,
셋째는 탑 위의 좋은 흙을 가져다가 밑에다 버려서는 안 되고,
넷째는 불상 위에 있는 묵은 꽃을 내리지 않아야 하며,
다섯째는 마땅히 하루에 한 차례씩 손을 씻고 스스로 깨끗한 수건을 가져다가 불상을 털고 닦아야 하는 것이니라.
또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는 반드시 먼저 땅에다 물을 뿌리고,
둘째는 반드시 땅을 고르며,
셋째는 반드시 마르기를 기다려야 하고,
넷째는 거꾸로 쓸지 않아야 하며,
다섯째는 바람부는 반대로 쓸지 않아야 한다.
또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는 좋은 흙을 버리지 않아야 하고,
둘째는 반드시 제 손으로 풀을 뽑아야 하며,
셋째는 반드시 중간 흙을 가져다가 밑에다 옮겨두어야 하고,
넷째는 사방 비질한 곳에 흔적이 남지 않게 해야 하며,
다섯째는 탑 앞의 여섯 걸음 정도까지 깨끗하게 쓸어야 한다.“
[사무가 바쁠 때에는 여섯 걸음으로 한정하지만 한가하여 일이 없을 때에는 많이 쓸면 쓸수록 더욱 좋다.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에서 말하였다.
“만약 어떤 중생이 깨끗한 마음으로 많은 스님들에게 공양하고 여래의 탑을 쓸면 목숨을 마친 뒤에 의락천(意樂天)에 태어날 것이다. 그리하여 뼈와 살이 없고 또한 더러운 때도 없으며, 향기가 능히 일백 유순(由旬)까지 풍기고 그 몸은 깨끗하기가 마치 맑은 거울과 같을 것이다.”
또 『정법념경』에서 말하였다.
“만약 복밭[福田]을 아는 불탑이나 또는 승려들의 방사(房捨)가 비바람에 무너진 것을 보고 복덕을 지을 마음으로 바르고 꾸미고 수리하고 보수하며, 또 다른 사람을 시켜 오래된 탑을 수리하게 하면, 목숨을 마치고 난 뒤에 백신천(白身天)에 태어날 것이다. 그리하여 그 몸은 곱고 희며, 산호(珊瑚) 숲에 들어가서 여러 천녀(天女)을 스스로 즐길 것이다. 그 업이 다하여 다시 물러나와 만약 인간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그 몸은 곱고 흴 것이다.”
또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만약 한 염부제(閻浮提)만한 승방을 쓸더라도 그것은 한 손바닥만한 불탑을 쓰는 것만 못하다.”[『성론(成論:成實論)』에서도 똑같이 말하였다.]
또 『찬집백연경(撰集百緣經)』에서 말하였다.
“땅을 쓸면 다섯 가지 공덕을 얻는다.
첫째는 제 마음의 때를 없애고,
둘째는 남의 때를 없애 주며,
셋째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넷째는 마음을 조복(調伏)받으며,
다섯째는 공덕을 증장(增長)시켜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 『무구청정녀문경(無垢淸淨女問經)』에서 말하였다.
“땅을 쓸면 다섯 가지 공덕을 얻는다.
첫째는 제 마음이 청정해지고 남을 보고 청정한 마음을 내고,
둘째는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며,
셋째는 하늘이 마음 속으로 기뻐하고,
넷째는 단정한 업(業)을 쌓으며,
다섯째는 목숨을 마치면 좋은 세계인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또 『사미위의경(沙彌威儀經)』에서 말하였다.
“땅을 쓰는데에 다섯 가지 법이 있다.
첫째는 사람을 등지지 않아야 하고,
둘째는 거슬러 쓸지 않아야 하며,
셋째는 마땅히 물을 뿌려야 하고,
넷째는 마땅히 깨끗하게 해야 하며,
다섯째는 마땅히 나누어 버리는[分却] 것이다.”
또 『증일경(增一經:增一阿含經)』에서 말하였다.
“불탑을 쓰는데에 다섯 가지 법이 있다.
“첫째는 땅에 물을 뿌려야 하고,
둘째는 기와 조각이나 돌을 제거해야 하며,
셋째는 그 땅을 평평하고 바르게 해야 하고,
넷째는 단정한 마음으로 땅을 쓸어야 하며,
다섯째는 더렵고 추악한 것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땅을 이미 깨끗하게 하고서 능력에 따라 한 가지의 향과 꽃을 땅 위에 흩어 공양하면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화엄경』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꽃을 흩어 깨끗한 광명을 장엄하고
미묘한 꽃으로써 장막을 만들어 장엄하며
갖가지 종류의 꽃을 시방에 두루 흩어
모든 여래께 공양하여라.
또 『소법멸진경(小法滅盡經)』에서 말하였다.
“훗날 겁화(劫火)가 일어날 때에도 일찍이 지어놓은 가람(伽藍)은 그 불에 타지 않고 마침내는 금강계(金剛界)의 토대가 되느니라.”
또 『보살본행경(菩薩本行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오백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각각 전세에 행한 행업과 지은 공덕과 지금 나를 만나 도를 증득한 인연을 말해 보아라.’
그 때 어떤 아라한이 았었는데 그 이름은 바갈다리(婆竭多梨)였다. 그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기억해 보니 과거 무앙수겁(無央數劫) 전에 어떤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그 부처님의 명호는 정광(定光)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열반(涅槃)에 드신 뒤에 사리(舍利)를 골고루 나누어 탑을 세우고 공양하였습니다.
법이 없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한 가난한 사람이 있었는데 스스로 살아갈 방법이 없어 밸감을 파는 것으로 업을 삼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늪지대에 나가 나 무를 하다가 멀리서 늪 속에 있는 한 탑사(塔寺)를 보았는데, 그 탑은 매우 우 뚝하게 솟아 있었습니다.
그는 곧 탑의 주변에 이르러서 불상을 쳐다보고 기뻐하면서 예배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오직 여우와 이리, 나는 새와 달라는 짐승들이 머물러 자는 곳으로서 풀과 나무, 가시덤불과 깨끗하지 못한 것들이 그 속에 가득하였으며, 인적 이 끊어진 지 아주 오래되어 아무도 공양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가난한 그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 속으로 슬퍼는 하되 여래의 신령스런 덕을 깨달아 알지 못했었습니다. 그저 무턱대고 기뻐만 하면서 풀과 나무를 베고 깨끗하지 못한 것을 쓸어 없앴습니다.
그렇게 청소를 마치고 나서 기뻐하면서 그 둘레를 여덟 바퀴 돌고 나서 예배하고 떠나갔습니다.
이러한 공덕으로 인연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습니다.
온갖 보배로 된 궁전은 광명이 번쩍번쩍 빛났고 모든 하늘들 중에서 우뚝 솟은 그 최상의 훌륭함이란 이루 계신하여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그 하늘의 수명을 마치고는 또 백 번이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었으며, 일곱 가지 보배가 저절로 생겨나 사천하의 왕노릇을 하였습니다.
그 후 다시 목숨을 마치면 항상 국왕이나 큰 족성이나 장자의 집에 태어나 풍부한 재산이 한량없이 많았으며, 얼굴이 단정하고 빼어나며 절묘하기가 짝이 없어서 사람들이 그를 보면 기뻐하여 사랑하고 공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걸어서 가려고 할 때에는 도로가 저절로 깨끗해지고 허공 중에서 수많은 꽃을 비오듯 내렸습니다.’
바갈다(婆竭多)가 이어 말하였다.
‘옛날 가난했던 사람은 바로 지금 내몸이었습니다. 옛날 그 탑을 청소함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자연 그대로였으며, 일 아승기 구십 겁 동안 악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았으며, 천상과 인간 세계에서는 부귀하며 존경받고 영화를 누렸습니다. 그리하여 자연 쾌락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지금 최후의 몸으로 석가 모니부처님을 만나 부귀를 다 버리고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어 삽명(三明) 육통(六通)과 팔해탈(八解腳)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든 능히 불ㆍ법ㆍ승에 대하여 미미한 선행을 조금이라도 지으면 태어나는 곳마다 받는 과보는 넓고 커서 다함이 없을 것입니다.’
또 『비유경(譬喩經)』에서 말하였다.
“기타(祇陀)태자는 옛날 비바시(毘婆尸)부처님 때에 남종과 여종 각 한 명씩을 보시하고 사묘(寺廟)를 청소하였다. 이러한 공덕 때문에 세상마다 항상 일곱 가지 보배로 장식한 궁전을 얻을 수 있었고 문호(門戶)의 양쪽에서는 언제나 금과 은이 저절로 생겨나고 남자와 여자가 받든 보배 발우에는 일곱 가지 보배가 가득 차 있어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었다. 밤중에는 항상 저절로 하늘의 군사 오백여 기병(騎兵)이 와서 그의 집을 호위하였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
전륜성왕의 일곱 가지 보배란,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요, 둘째는 백상보(白象寶)며, 셋째는 감마보(紺馬寶)요, 넷째는 신주보(神珠寶)며, 다섯째는 옥녀보(王女寶)요, 여섯째는 주장신보(主藏臣寶)며, 일곱째는 주병신보(主兵神寶)이다.
또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사위국(舍衛國) 안에 어떤 장자가 있었다. 그는 탑사(塔寺)를 세우고 훗날 목숨을 마치고 난 뒤에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났다. 그의 부인은 밤낮으로 남편을 사모하였기 때문에 몹시 시름하고 괴로워하였다.
그녀는 남편을 추모하였기 때문에 늘 남편이 세운 절을 청소하고 수리하였다.
남편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곧 부인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서 그녀에게 안부를 묻고 위로하면서 말하였다.
‘당신은 나를 사모하기 때문에 매우 근심하고 시름하는 것이오?’
아내가 즉시 대답하였다.
‘당신은 어느 하늘 사람입니까?’
조금 있다가 대답하였다.
‘내가 바로 당신의 남편이오. 탑사를 지은 공덕의 인연 때문에 전상에 태어났는데, 그대가 나를 추모하며 탑사를 수리하고 고치는 것을 보고서 그대가 있는 곳으로 내려온 것이오.’
아내가 말하였다.
‘좀 가까이 오십시오.’
남편이 즉시 대답하였다.
‘사람의 몸에서는 냄새나고 더러워서 가까이 갈 수 없소. 당신이 다시 나의 아내가 되고 싶거든 부처님과 승가에 열심히 공양을 올리고 탑사를 수리하고 청소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하늘에 태어나게 해 달라고 소원하시오. 만약 하늘에 태어나면 내가 꼭 다시 그대를 내 아내로 삼을 것이오.’
아내는 남편의 말대로 모든 공덕을 지으면서 하늘에 태어나게 해 달라고 발원하였다.
그 뒤에 그녀는 목숨을 마치고 나서 천상에 태어나게 되어 그들은 다시 부부가 되었다. 그들 부부는 서로 인도하여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갔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자 부부가 함께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하였다.
이미 과를 얻고서 다시 천상으로 돌아갔다.”
또 『분별공덕론(分別功德論)』에셔 말하였다.
“옛날에 사위성에 어떤 부부가 실고 있었는데 그 부부에겐 자식이 없었다. 그들 부부는 정진하며 삼보를 믿고 공경하였다. 그러다가 아내가 일찍 죽었다.
그러나 그녀는 부처님을 믿고 공경하였기 때문에 도리천에 태어나서 천녀(天女)가 되었는데, 얼굴 모습이 단정하여 하늘에서도 비교할 만한 이가 드물었다.
천녀는 생각하였다.
〈나는 매우 단정하다. 그런데 지금 이 세계에선 누가 나의 남편감으로 적임자일까?〉
그리고는 곧 천안(天眼)으로써 본래의 남편을 보았다.
그랬더니 지금 그 남편은 출가하였고 게다가 늙고 눈까지 어두웠다. 그러나 오로지 믿음으로 항상 부지런히 탑묘(塔廟)를 소제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었다. 그가 탑을 소제하므로 그는 틀림없이 하늘에 태어날 것임을 알았다.
천녀는 조금 있다가 내려가서 광명으로 밝게 비추면서 그의 남편 앞에 머물러 있었다.
비구(남편)는 그것을 보고 그 인연을 물었다.
천녀가 대답하였다.
‘나는 곧 당신의 부인으로 지금은 천녀(天女)가 되었습니다. 내가 살펴보았더니 천상에는 나의 남편감으로 적임자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정진(精進)하여 항상 탑을 부지런히 소제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하늘에 태어날 것입니다.
만약 하늘에 태어나기만 한다면 한곳에 살면서 다시 나의 남편이 되어주시 기 바랍니다. 이런 까닭에 그 상황[情狀]을 여기에 와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그의 뜻을 아뢰고 나서 다시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의 남편인 비구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그 뒤부터는 더욱더 정진하여 탑묘를 수리하고 보수함으토써 공을 쌓아 점점 세력을 키웠더니, 결국은 네 번째 하늘인 도솔천상(兜率天上)에 태어날 수 있게 되었다.
천녀는 남편을 생각하고 다시 내려와서 말하였다.
‘당신의 복은 더욱 훌륭하여 마땅히 도솔천에 태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다시는 그대를 남편으로 삼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말을 마치고 나서 다시 떠나갔다.
비구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배나 더 정진하여 마침내 아라한과(阿羅漢果)를 획득하여 삼명(三明)ㆍ육통(六通)과 팔해탈(八解脫)을 갖추었다.”
또 『백연경(百緣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가비라성(迦毘羅城) 안에 어떤 장자(長者)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한량없이 많은 재물과 보배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부인은 한 아이를 낳았는데 단정하고 절묘하여 보는 사람마다 공경하고 우러러 보았다.
그 아이는 점점 자라나서 부처님을 뵙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구십일 겁(劫) 전에 비바시(毘婆尸)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어떤 왕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반두말제(槃頭末帝)였다. 그는 사리를 거두어 네 개의 보배탑을 세우고 공양을 올렸다.
그 뒤 탑이 조금 허물어지자 어떤 동자(童子)가 탑에 들어가서 이 탑의 부서진 곳을 보고 화열한 얼굴과 기뻐하는 표정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 함께 그 탑을 바르고 수리하면서 발원한 뒤에 떠나갔다.
그는 이 공덕의 인연으로 구십일 겁 동안 지옥(地獄)ㆍ축생(畜生)ㆍ아귀(餓鬼)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서 즐거움을 누렸으며, 항상 천상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추앙을 받았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지금에 이르러 나를 만나 여러 사람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고 출가하여 도를 증득한 것이니라.’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환희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후세에 남긴 몸이 세운 팔만 개의 탑은
보배로 장식한 데다 높이는 백 장(丈)인데
위의 있는 봉황은 영악한 까마귀와 다르며
금 소반은 부처님의 손바닥을 대신하네.
포개진 두공[栱]은 조각(彫角)을 떠받들고
높은 처마는 나무 그물에 결려 있네.
보배의 땅은 못물 아래 모래 같고
바람에 울리는 풍경 쌓이고 쌓인 메아리와 같네.
깎고 깎아 천 가지 변화를 자아내고
단청(丹靑)은 온갖 형상 그려냈네.
연기와 노을은 때때로 나왔다 사라졌다 하고
신선(神仙)들은 잠깐 왔다가 가곤 하네.
새벽 안개는 절반쯤의 층계에서 피어오르고
흩날라는 번기[幡]는 구름 위에 닿았네.
떠 있는 무지개도 감히 쉬지 않거늘
날으는 곤(鵾)새인들 어찌 쳐다볼 수 있으리.
복의 땅에 금으로 만든 새끼 [繩]타고 내려오니
하늘의 과보가 어찌 헛된[虛枉]것이겠는가.
원하노니 저 배 꼬리나마 빌려준다면
저쪽 언덕을 그 누가 넓다고 말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