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편불보은경 제5권
7. 인자하신 품
[5백의 떼도둑]
마가다국에 5백의 떼도둑이 있어서 언제나 길을 끊고 사람을 겁탈하며 아무 죄 없는 이들을 잘못 죽였으므로, 왕의 길이 끊겼다.
그때 마가다왕은 곧 네 가지 병사들을 일으켜서 가서 붙잡아다 깊은 산의 험한 곳으로 보내 놓고, 곧 하나하나의 도둑을 잡아서 그의 두 눈을 빼고 귀와 코를 깎아 버렸다.
5백의 떼도둑은 몸이 고통스러워서 곧 죽을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때에 5백 명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부처님의 제자였으므로 여러 대중들에게 말하기를,
‘우리들은 이제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거늘 어째서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지 않는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5백 명이 함께 소리 내어 말하기를,
‘나무석가모니불’이라고 하였는데,
그때에 여래께서는 기사굴산에 계시면서 인자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건타산(乾陀山)에 노닐면서 곧 큰 바람을 일으켜 숲과 나무를 불어 움직여서 전단(栴檀)의 먼지를 일게 하여 공중에 가득히 채우고서
바람으로 그 깊은 산중의 여러 떼도둑의 처소로 불어 가게 하여 도둑들의 눈과 여러 몸의 상처에 모아들게 하시니, 평상대로 회복되어 예전과 같이 되었다.
그때 여러 도둑들은 도로 두 눈을 얻고 몸의 상처가 회복되며 피가 변하여 젖어 되었으므로 모두 함께 말하기를,
‘우리들은 이제 부처님의 무거운 은혜를 입고 몸이 편안하며 즐거워졌으니,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려면 응당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야 하리라.’고, 이렇게 부르짖은 뒤에
일체 대중들은 소리를 같이하여 말하기를,
‘아직 편안하지 못한 중생들을 우리가 편안하게 하여야겠으며, 아직 해탈하지 못한 중생들을 우리가 제도해야 하겠으며,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중생들을 열반을 얻게 하리라.’고 하였다.
여래의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과 방편과 거룩한 힘은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에 계셨는데, 그때에 기사굴산에서는 5백 인이 그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길을 끊고 사람을 겁탈하며 여러 그릇된 짓을 하였으므로,
여래께서는 방편의 힘으로 변화하여 한 사람이 되어서 크고 이름 있는 코끼리를 타고 몸에는 갑옷을 입고 활과 화살을 메고 손에는 창을 잡았으며, 타고 있는 큰 코끼리도 모두 칠보로 장엄하고 그 사람 또한 칠보로 스스로 장엄하여 구슬이며 가락지를 엄숙하게 갖추었으므로 모두가 광명을 내었는데, 혼자 몸만으로 험한 길에 들어서 기사굴산에 가 이르렀다.
산중에 5백 명의 떼도둑들이 멀리서 이 사람을 보고 서로가 말하기를,
‘우리들은 여러 해 동안 도둑질을 하면서도 아직 이런 이를 못 보았다.’라고 하였는데,
도둑의 우두머리가 여러 사람에게 묻기를,
‘그대들은 무엇을 보는가’라고 하므로,
그 사람들이 대답하기를,
‘어느 한 사람이 보이는데 큰 이름 있는 코끼리를 탔고 영락을 입었으며, 코끼리와 탈것까지도 순전히 칠보이므로, 큰 광명을 내쏘아 하늘과 땅을 비추고 움직이면서 길을 따라 옵니다.
겸하여 다시 말하면, 한 사람뿐이니 우리들이 만약 이 사람을 사로잡는다면 생활을 도우는 의복과 음식이 7대 동안을 모자람이 없겠습니다.’라고 하는지라,
도둑의 우두머리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하는 마음에 내며 은밀하게 같이 부르짖게 하되,
‘부디 베거나 쏘지 말고 천천히 붙잡아라.’고 하였으므로,
곧 앞뒤로 에워싸고 한꺼번에 나오면서 5백 사람이 소리를 같이하여 부르짖었다.
그때 변화한 사람은 자비의 힘으로 가엾이 여기어 즉시 활을 펴서 살을 당겨 쏘았는데, 5백 명의 사람마다 한 대의 화살을 맞아서 상처의 괴로움을 견뎌내기 어려웠으므로 곧 모두가 땅에 쓰러져서 뒹굴며 크게 울다가 일어나서 같이 화살을 뽑았지만 그 화살은 단단해서 힘으로는 감당할 바가 아니었다.
5백의 사람들이 곧 두려움을 품고,
‘우리들은 이제 반드시 죽을 것이 틀림없구나.
왜 그런가?
이 한 사람을 대항하기 어려운 일이란 이제까지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곧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물었다.
당신은 바로 어떠한 사람이오?
이는 주술(呪術)의 힘 때문입니까,
아니면 용이며 귀신이십니까?
한 화살로 5백 명을 쏘았습니다.
고통은 이루 말하기 어려우나
우리들의 몸은 귀의할 터이니
저희들을 위하여 독화살을 빼주시면
따르며 감히 어기지 않으리다.
그때 변화한 사람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쁜 짓은 찍힌 상처보다 더하며
성냄은 쏘는 화살보다 더하나니
이는 장사라도 뽑을 수 없고
오직 많이 들음[多聞]으로만 없어지느니라.
변화한 사람은 게송을 말하고 나서, 곧 부처님 몸으로 회복되어 큰 광명을 놓아 사방을 두루 비추었는데,
일체 중생으로서 이 광명을 만나게 되면 장님은 보게 되고 곱사등이는 펴지며 곰배팔이는 손발을 얻게 되고 삿되고 헷갈린 이는 참된 말을 얻게 되나니,
통틀어 말하면 모든 뜻에 맞지 않던 것이 다 소원대로 되었다.
여래께서 5백 사람을 위하여 보여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면서 갖가지 법을 말씀하시니,
5백 사람들은 법을 듣고 기뻐하여 몸의 상처도 낫고 피가 도리어 젖이 되었으며, 즉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고 함께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희들은 이미 마음을 내었으므로
널리 중생들을 이롭게 하겠으며
응당 언제나 공경 하면서
모든 부처님의 배움을 따르리라
생각건대 부처님은 자비의 힘으로
고통 뽑아 몸과 마음 편안하게 하셨으니
당연히 부처님 은혜와
보살과 착한 벗의 은혜를 생각하겠나이다.
스승과 어른과 아버지며 어머니며
그리고 모든 중생들에게
원수거나 친하거나 마음이 평등하여
은혜와 덕에 둘이 없으니라.
그때 공중에서 욕계의 여러 하늘과 교시가(憍尸迦) 등이 하늘의 꽃들을 비처럼 내리고 하늘의 풍악을 잡히어 여래께 공양하면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희들 먼저 세상의 복으로
광명을 매우 엄히 꾸며서
뭇 미묘한 공양거리로
일체를 이익 되게 하였습니다.
세존은 매우 만나기 어렵고
미묘한 법 또한 듣기 어려운데
전생에 심은 뭇 덕의 근본으로
석가종족 가운데 거룩한 분을 이제 만났나이다.
저희들은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또한 도의 마음을 낼 것이며
저는 이제 부처님을 뵈었으므로
가진 세 가지 업의 선함으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위없는 도에 회양하겠습니다.
그때 여러 하늘이 이 게송을 말하고는 백천 번을 돌고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중을 날아 떠나갔다.
여래의 방편과 인자하신 선근(善根)의 힘은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바라문의 아들]
그때 비사리국(毘舍離國)에 어느 한 바라문이 삿된 소견에 집착하고 젠체하는 데에 탐착하였는데, 사리불과 대목건련이 그 집에 가 이르러서 법을 말하여 깨우쳤지마는 믿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삿된 이론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 집은 크게 부자인지라 재물과 보배가 한량없었으나 집안에 아들이 없었으므로,
‘하루아침에 죽게 되면, 재산은 관청에 몰수되리라.’고 생각한 뒤에
여러 산과 여러 나무귀신에게 제사를 받들었더니, 90일 만에 그 부인이 임신하였는데, 달이 차자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단정하고 상호를 두루 갖추었으므로, 부모가 사랑하고 생각하며 뭇 사람들이 존경하였는데, 나이 12살이 되자 여러 벗들과 함께 바깥에 나가 유람하다가 길에서 취한 코끼리를 만나 밟혀서 문득 죽어버렸다.
부모는 듣자마자 소리 내어 크게 울며, 스스로를 땅에 던져 미친 듯이 되었으므로 먼지가 몸에 묻었고, 손수 머리칼을 뽑으면서 말하기를,
‘어찌 그리 박명한가! 살아서 나의 보배를 잃었구나.’ 하고,
아이에게 나아가서 죽은 시체를 끌어안고 소리 내어 통곡하며 기절하였다가 소생하여서는 미친 마음이 나서 벌거숭이 몸이 되어 다니다가 여래를 뵙게 되었다.
여래께서 인자하신 선근의 힘으로 변화하시여 그 아이가 되셨습니다.
그때에 부모는 곧 나아가 끌어안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미친 기운이 스러지며 본심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므로,
여래께서는 그때에 곧 그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으니, 법을 들음으로 인하여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여래의 인자하신 선근의 힘은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