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비유왕경 상권
[큰 항가강이 불어나서 가득 찼을 때]
사리불아, 비유하면 큰 항가강이 불어나서 가득 찼을 때는 그 양쪽 언덕의 초목과 가지와 잎이 다 떠내려가서 네 큰 바다에 이르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갑옷을 입고 이 언덕에서 일어나는 지옥에 떨어질 모든 나쁜 일과 갖가지 사견의 험한 길로 가는 것들을 자신이 다 가져가서 남음 없는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하겠다고 한다.
사리불아,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큰 항가강이 어느 때 불어나서 거품이 많아져 그 가운데 있던 많은 나무들의 뿌리ㆍ줄기ㆍ열매가 뽑혀 떠내려갔다.
그 가운데 항가강의 두 번째 큰 나무가 있어서 그 때까지 살아 버티다가 2년이 지난 뒤에 항가강이 전보다 더 불어나면 지난날의 큰 나무와 다시 난 모든 나무가 뽑혀 나간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만일 선남자ㆍ선여인이 착한 벗을 받들어 섬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냈지만, 악한 벗의 힘과 지난 업이 작용하는 힘 때문에 다섯 가지 복을 누리는 즐거움을 받는다.
즐거움을 받고는 거기에 묻혀 지내다가 뒷날 반드시 착한 벗을 받들어 섬기기를 구해야만 무생법인을 얻게 된다. 왜냐 하면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심은 모든 선근은 결코 헛되이 버려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저들은 세상에 출현하면 반드시 부처가 되어 변지(遍智), 혹은 보견(普見)이라는 명호를 갖게 될 것이다.
[삼천대천세계의 불]
사리불아, 비유하면 겁(劫)이 탈 때 삼천대천세계가 다 활활 타오르는데, 똑같은 빛으로 활활 타오르므로 타거나 파괴되거나 하여 어둠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은 갑옷을 입고 한 중생도 보는 것이 없으나, 저 중생계 가운데 알지 못하는 중생들을
‘내가 저들에게 물러나지 않는 법을 짓도록 하겠다’고 해야 한다.
사리불아, 비유하면 저 큰 불꽃 무더기가 탈 때 독이든 약이든 모두 함께 타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은 갑옷을 입고 탈 것[乘]이 있는 중생이나 탈 것이 없는 중생이나
‘내가 저들에게 다 평등하게 법을 설하여 그가 원하는 대로, 그가 믿는 대로, 그 중생들이 갖가지 믿음과 행을 내서 속히 제도하여 상대적인 관념을 짓지 않게 하리라’고 해야 한다.
왜냐 하면 모든 법은 둘이 없으므로 상대적인 관념을 짓지 않으며, 모든 법에는 주체가 없으므로 여(如)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리불아, 비유하면 저 큰 불꽃 무더기가 탈 때 생기는 불꽃이나 나아가 광음천(光音天)에 있는 불꽃은 먼 곳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성문 독각도 동일한 법계를 증득하여 평등하게 들어갔다 할지라도 시방세계에 지혜를 운용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저 여래아라하삼먁삼불타는 법계를 증득하고 나서는 한량없는 지혜를 충분히 갖춘다.
사리불아, 비유하면 저 큰 불무더기가 시방세계에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지만 그러나 삼천대천세계를 태우며, 저 불이 또한 인(因)이 없지 않은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저 모든 부처님의 지혜는 시방세계에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며, 또한 함께 모이지도 않는다.
지혜를 충분히 갖춘 여래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는 시방세계 모든 중생의 마음 작용을 사실대로 알지만 저 지혜는 또한 인(因)이 없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아는 가장 높은 지혜는 이와 같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