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불교-발산리 석등과 5층석탑
이 석등은 원래 완주군 고산면 삼거리 봉림사지에서 일제시대 이곳 도곡농장 정원으로 옮겼던 것으로 현재 발산초등학교 후정에 있다. 석등의 복연대석 아래부분은 방형으로 위에는 원형으로 복연팔변이 조각되어 있는데 연화잎은 세장한 편이다. 간주는 원통으로 전면에 용이 감싸고 있음을 조각하였는바 이러한 조각의 예는 흔하지 않은 특이한 조각이다.
양연대좌인 상대석은 8각으로 8변의 앙연이 조각되어 있는바 화심과 화문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화강암은 불등변 8각으로 넓은 면에는 장방형에서 네모를 죽인듯한 화창(석등의 화사석에 나 있는 창)을 만들고 화창주위에는 주선을 따라 선대를 각출하였으며 좁은 비면에는 창을 들고 서있는 신장상을 양각하였다. 옥개석(탑신석위에 놓은 지붕같이 생긴 돌)은 팔각으로 옥개 받침 1단이 각출되었고 추녀에 낙수홈이 음각되었다.
귀퉁이는 반윤으로 인하여 간결한 느낌을 준다. 이 석등의 하대석은 전북대학교 박물관 학술조사단에 의하여 봉림사지(완주군 고산면의 옛 절터)에서 노출된 것이 1977년 발견되어 전북대학교 박물관에 옮겨졌다.
5층석탑은 석등과 함께 옮겨진 것으로 석등보다 시대적으로 훨씬 뒤지고 있다. 이 석탑의 지대석 위의 하대석은 우주 각주가 조각되어 있고 일층 갑석은 네판의 판석으로 처리되고 상대석은 우주가 조각되어 있으며 이층 이상의 탑신도 이와 동일형이다. 옥개석은 3단의 옥대석 층급 받침이 조각되고 낙수면은 급한 편이며 윤각은 약간 판윤되어 있다. 현재 4층까지가 본 석조물이고 탑두부의 상륜은 따로이 보결된 것이다.
발산초등학교와 일제의 문화재수탈
발산리 석조 유물은 개정면 발산리에 자리한 현 발산초등학교 자리에 있다. 이곳은 1903년 12월 야마구찌현(山口) 구카군 출신의 시마다니 야소야 라는 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시마다니 농장이 있던곳이다. 시마다니는 일본에서 주조업으로 돈을 번 후 술의 원료인 쌀을 찾아 군산에 들어온 자로서 당시로서는 거금인 칠만 원의 자금으로 임피 외 2개 군에 486정보의 농장을 설립하였다. 그런데 이 자의 이름이 다른 농장들과는 달리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불리는 이유는 발산리에 있는 그의 저택 정원에 장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우리 민족의 문화재를 많이 수집 약탈하였고 현재도 그 유물들이 발산 초등학교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군산의 근대 유물로 보호받고 있는 발산리 석조 유물은 식민지 시대 이 자리에 일본인 거대 농장주 시마따니에 의해서 충청남도와 전라남․북도에서 옮겨진 석조 유물들이다.
총 31기의 이 유물 중에는 보물 제234호인 용무늬 간주석이 특징인 석등과 보물 276호인 고려시대 5층 석탑 그리고 6각 정자형 부도라는 특이한 형태의 부도 등 다양한 우리 조상들의 유물들이 나라가 망하면 문화재조차 제자리를 빼앗기게 된다는 교훈을 말해주며 오늘도 초등학교 후원에 서 있다.
이곳 발산초등학교에는 석조 유물 말고도 관심을 끄는 건물이 있는데 그것은 그 용도가 금고로 이용된 3층 금고형 건물이다. 이른바 구라(倉)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지하 1층에 지상 2층의 3층 건물인데 외벽은 벽돌을 사용하지 않고 콘크리트 몰탈의 거푸집 공법으로 만든 후 내부의 각 층을 구분하는 나무 마루바닥을 만들었다. 외부로 난 창은 쇠창살을 대고 철문으로 2중 방범 장치를 하였다. 또한 출입문은 거대한 미국제 금고문을 달아 놓아 건물 자체를 금고로 만든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다. 이러한 모습의 건물은 군산에는 장미동의 十八은행에 한 곳이 아직 남아 있어 비교해 볼 수가 있다.
이 금고 건물에는 농장의 중요 서류와 현금 그리고 시마다니가 수집한 한국의 고미술품이 다수 소장되어 있었는데 고미술품은 해방 후 미군정청에서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해방 후 혼란기에 시마다니 농장의 주인이었던 시마다니 독 은 한국민으로 귀화를 요구하며 농장을 지키려고 하는 땅에 대한 애착을 보였으나 결국 그 또한 가방 두 개만을 지닌 채 부산에서 마지막 귀국선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이곳 발산초등학교는 한때 군산의 주인이었던 일본인 지주들이 이 땅을 자신들의 영지로 생각하고 이곳에 자신들의 작은 왕국을 꾸며 왕처럼 살았던 흔적으로 지금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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