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즐거운 3시간 넘는 혹등고래 투어를 마치고 차로 돌아가며 생각하니 파킹머신에 2시간 페이를 했는데 주차 티켓이라도 발급되어 있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주차티켓이 없다.....주차단속이 강력하지 않나보다.....안심이다.
점심을 먹고 곧바로 골드코스트를 떠나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서퍼스 파라다이스 비치에서 모래 놀이를 조금하고 긴 이동 시간을 갖기로 했다.
언제낙 내 가족이 생기면 다시 한번 오고 싶다 생각했던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18년만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왔다.
그때처럼 맨발로 해변을 걸어본다.
그때와는 다르게 해변에서 놀고 있는 내 아이들과 와이프가 눈에 들어온다.
왜 이리 뿌듯하고 벅차 오르지......
혼자 센치해진다....하하하~~!!!
아빠~!! 이리와 같이 모래놀이 해~~
아이들이 나를 찾는다. 난 이 말이 너무 좋다.
그래 너희들이 있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이지~!!!
아이들과 함께 모래놀이도 하고 조개줍기 놀이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여행객의 도움을 받아 가족사진을 찍고 기분 좋게 차로 향했다.
가는 동안 아이들이 못내 아쉬운지 자꾸 늦장이다.
아빠 마음은 살짝 조급해지는데......
주차 시간은 2시 52분까지......이제 슬슬 주차시간이 오버되어 간다......
괜찮겠지....건 2시간이 지났어도 괜찮했는데.....
차로 가는데 행사진행 요원과 3명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낌이 이상하다.....
현재 10분 정도 주차시간이 지났다.....
그분들을 붙잡고 물어봤다.
경찰이신가요?(우리처럼 격식이 강한 경찰복을 입지 않고 있는 경찰이 많았다. 얼핏보면 경찰인가 싶을 정도로)
아닌데요. 저희는 주차단속 요원입니다. 왜 그러시죠?
제가 저쪽에 주차를 했는데 약10분정도 지나서.....혹시 주차티켓을 발급했는지 걱정되어서 물어보내요.
아~그래요. 혹시 주차장 번호가 어떻게 되나요?
5226인가 5227인가 되는데요
그럼 주차티켓이 발급된 것 같은데요. 그쪽 주차장에서 3대에 주차티켓이 발행되었네요.
2시 52분가지였는데 발급되었나요?
발급된 것 같네요. 가서 확인해보세요.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빨리 가봤는데.....아이고....AUD75의 주차티켓이 발급되어 있었다.
렌트카인데......이를 해결하고 다음 도시로 출발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차요원들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내 잘못이지만 왜 그분들의 모습이 얄미운지.....
다시 가서 문의를 했다.
제가 여행객이고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주차료를 지불했는데 시간이 조금 늦은 것이다......이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도시로 가야할 것 같다....어떻게 하면 되나요?
아......티켓 뒷면.....여기 메일 주소로사유와 여권, 티켓, 숙소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세요. 여행객이기에 별 문제없이 지워줄 것이네요.
다행히다......난 벌금을 바로 내고 해결하고 싶어서 물어본 것인데.....벌금을 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뭔 땅도 넓고 휴양도시로 먹고 살면서 주차비는 이렇게 비싸고 주차 인심이 이렇게 박한지......미국이나 호주나 똑같다...
운전하는 내내 마음이 안 좋다.....
규칙을 지키지 않을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이렇게 박하게 몇 분 넘었다고 바로 티켓이라니.....에구에구.....
살짝은 억울할 수 있지만.....그래도 규칙을 어긴 것은 나의 책임이다.....
선의든 악의든......놀다가도 시간되면 무조건 달려야겠다.
열심히 아끼며 아끼며 아낀 돈으로 가족들과 하나라도 더 보고 좋은 추억을 더 쌓아도 모자랄 판에 주차 위반 범칙금으로 아까운 돈을 날리고 싶지 않다.....
몇 달러 아끼려다 몇십 달러 날리지 않아야겠다.
여유있게 주차시간을 확보해 놓고 움직여야겠다.
그래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음 목적지인 바이런 베이로 출발~!!!
바이런 베이까지는 1시간 30분쯤 걸린다.
서둘러야 한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야 조금이라도 멋진 해안과 등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해지기 1시간 전에 도착했다.
해넘이와 서녘하늘의 노을을 보기 위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쪽 해안을 보며 자리를 잡고 있다.
늦게 온 우리는 스포츠 음료 광고의 배경이 된 바이런 베이 등대에서 기념 사진도 찍고 주변을 구경했다.
진짜 어디를 가든 해변이 아름다운 호주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해안 풍경을 갖었다.
아들고 ㅏ딸이 여기서도 점프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아마도 여행 일정 내내 점프 자신을 찍을 듯 싶다.
근데 배경과 잘 어울린다. 이것도 나름 추억이니 다 찍어줘야겠다.
등대를 보고 해가 남아 있을 때 바이런 베이 곶을 가야겠다.
등대에서 산책길로 500미터쯤 떨어져 있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가니 호주 최동단 표지가 나온다.
표지석 주변에서 바라보는 해안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사진을 찍고 풍경에 심취해 있는데 아이들이 누군가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주변에 몰려든 새떼를 쫓으며 놀고 있다.
하지 말라고......너희들이 버린 것이 아닌데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는다고 설명을 하고, 야단을 쳐도 이미 새 쫓기 놀이에 빠져 있다....
걱정했던 일이 버러지고 말았다.
지나가던 관광객이 아이들을 보며 한 소리 하신다.
아이들이 기죽어 눈치를 본다.
옹호해주지 않았다.
이런 행동을 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등대로 돌아오는 길에 이야기 하니 자신들도 후회한다며 다시는 안 하겠다고 한다.
그래 경험을 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배우면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에 의해서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실수도 하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느끼고 성장하는 것이지........대신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기로 하자.
가끔은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지켜보며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기다릴 수 있어야 하는데......
가끔 힘들 때도 있으니......
다른 가족여행객과 서로 가족 사진을 찍어주며 바이런 베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너무 짧게 보고 마무리 했다.
이제 다시 오늘 숙소가 있는 Coffs Harbour로 이동해야 한다.
이미 해는 지고, 숙소에는 한 9시쯤 도착할 것 같다.
바이런 베이에서 유명한 수제 햄버거를 사먹기로 했다.
블러그에 올라와 있는주소를 찍고 갔는데 가게가 없다.
주차를 하고 가게를 찾아 이리 저리 걷는 데 뒤가 이상하다. 낯선 남자가 계속해서 나를 따라 온다. 이럴 땐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를 따라 오지 말라. 계속 따라오면 경찰을 부르겠다.
다행히....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가끔 관광지에서 노숙하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아까 와이프가 내게 돈을 주는 것을 봤나보다....
그래도 다행히다.....한 마디로 끝나서.
수제 햄버거 2개를 시켰다.
햄버거 패드를 2개 넣어 주라고 하니 너무 많을거라고 한다.
가족들과 나눠 먹을거라고 하니.....아 그러냐고.....나눠먹기 편하게 잘라 주겠다고 한다.
햄버거가 만들어지는 동안 무료로 음료수를 마시며 가게를 구경했다.
작은 가게인데......작은 마을인데.....참으로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절대 싼 가격은 아닌데 말이다.......진짜 맛이 있나보다 생각하며 맛에 대한 기대감이 마구 마구 상승한다......
근데 한쪽 벽면에 이런 글귀가 써져 있다.
We make a living by what we get but We make a life by what we give.
(우리가 얻는 것으로 하루 하루를 살 수 있지만 우리가 주는 것(나누는 것)으로는 인생을 만들다)
이 친구 뭐지.......다시 한번 가게 주인을 보았다.
가게 주인과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 분과 둘이서 열심히 햄버거를 만들고 있다.
햄버거를 전달해 주며 음료수를 더 가져 가라고 말하고, 아는 사람에게는 오늘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묻기도 하며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눈다.....
솔직히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시대와 장소를 떠나 통하는 진리가 존재한다고 하지 않던가.....
난 햄버거를 사러 왔는데....이 친구의 인생과 철학을 사가지고 나온 것 같다.
내게도 어디까지 여행하느냐.....어린 아이들고 여행하는 것이 멋져 보인다.....음료를 더 챙겨가라.....운전 조심하라고 말하며 햄버거를 전한다.
절대 싸지 않은 햄버거......왜 이 가게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게가 되었는지 알겠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묵묵히 자기의 방식으로 살면서 보여주고 있는 그 친구가 멋진 스승처럼 보였다.
햄버거가 참으로 맛있다~!!!
이 친구가 언제까지나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기를 응원한다.
만약에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시 바이런 베이를 오게 된다면 멋진 등대와 해안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친구의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서 일 것이다.
호주에서 첫 야간 운전을 해야 한다.
바짝 긴장을 하며 출발했다.
바이런 베이 중심지를 벗어나니 가로등 불빛도 없고, 완전 암흑이다.....
난감하다.....내비가 유도하는 데로만 간다.......맞게 가고 있겠지....이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고속도로(?)에 올라오니 한결 안심이 된다.
다른 차를 등대 삼아 뒷 따라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내가 앞장서기에는 상대 차선에서 오는 차의 불빛이 무섭기까지 하니.....완전 초보 운전자가 된 기분이다.......
한동안 같은 방향으로 내려가는 차를 동무 삼아 달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 차가 왼쪽으로 빠질 때는 어찌나 아쉽던지......
다행이 목적지인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헉~!!! 직원이 장난 아닌 장난을 친다....
예약이 안 되어 있다고......뭔 말이냐......내가 아침에 예약을 했다.....
잠깐 기다려라 예약번호를 보여주겠다....
그제서야 저기 오른쪽 방으로 가라고 한다.
살짝 기분이 나빴다.
그래도 이 밤에 어딜 간단 말인가.......참자.....하루 밤이다....
이런 젠장할.....방에 들어가니 욕이 나올려고 한다......
사진 상으로는 그럴 듯 했는데......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과 와이프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오늘 하루 밤만 자고 내일은 시드니로 갈 거니까.......조금 불편해도 참고 자자.
그래도 가족들이 괜찮다고 말해주니 기분이 한결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