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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국사 수심결] ④ 선지식 일갈은 만년 동굴 어둠 깨는 광명 어떤 스님이 귀종화상에게 물었다. “부처가 무엇 입니까?” “내가 그대에게 일러주고 싶어도 그대가 믿지 않을까 두렵다.” “큰스님의 간절한 말씀을 어찌 감히 믿지 않겠습니까?” “바로 묻는 그대가 부처니라.” “어떻게 보림공부를 해야 합니까?” “한 티끌이 눈에 있으면 허공꽃이 어지러이 떨어진다.” 그 스님이 말끝에 몰록 깨달았다. 입정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는 밑 없는 배를 삼매의 바다에 띄우고 금당으로 서서히 침몰하는 장엄한 낙조의 후광에, 천리를 달려왔던 생각의 길이 문득 끊어지고 거금도는 어느덧 부처로 좌정하고 있다.
나이 어린 동자스님이 공부하겠다고 이 깊은 산중에까지 찾아온 것이 기특하고 대견스러운데 어떤 물건이 이 몸뚱이를 끌고 왔는지 한마디 일러보라고 하였지만 첫 마디에 꽉 막히고 말았다. 영리한 마음은 마치 독약과 같아서 공부하는 데에는 가장 두려운 것이니 이 집안에서는 귀한일이 못된다고 하시며, 여기에서 삼년동안 내려가지 않겠다면 방부를 허락 하겠노라고 하였다.
세월은 흘러서 큰스님과 약속한 삼년이 지나고 군대에 가게 되었는데 공부에는 큰 힘을 얻었지만 아직 다 마치지 못한 줄 알고 전방부대에까지 찾아와 몇 번 면회를 해주시며 다시 선방에 삼년 입제한 것과 같으니 평지에서 죽은 사람이 수없이 많으니 오히려 펄펄 살아서 요동치는 삶의 현장에서 큰 힘을 얻어야 한다고 끝까지 공부를 격발시켜 물러나지 않게 해준 선지식의 은혜 골수에 사무쳐 잊을 수가 없다.
“어떤 물건이 왔는가, 다시 일러라?” “설사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습니다.” “도리어 닦고 증득함이 있느냐”고 물으니 “닦아 증득함은 없지 않으나 물들여 더럽힐 수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다만 오염될 수 없는 것이 모든 부처님께서 호념하시는 바이니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고 하시며 크게 인가하셨다.
어느덧 하루해는 바다에 떨어지고 황금빛 물결 비단 같구나. 오늘도 무심의 바다에 배를 띄워 바람 부는 데로 물결치는 데로 높았다 낮았다 남은 세월을 보내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부족함이 없구나.
거금선원장 일선 스님 [출처 : 법보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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