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 대만. 나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는, 여행을 떠나는 날이 둘째를 잉태한지 31주. 가족뿐만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께도 염려가 될 터라 망설였다. 하지만, 오매불망 대만. 대만행 비행기를 타기 전 리무진 버스에서 친절한 대만 아줌마를 만났다. 배부른 나를 보고 얼른 자리를 비켜준다. 호호 감사. 왠지 여행이 순조로울 것 같다.
중정(장개석의 다른 이름) 공항에 내려 먼저 소인국에 갔다. 소인국은 중국 대륙과 대만의 중요건축물을 축소해 놓은 곳이다. 중정기념당 계단 수와 장개석의 나이가 일치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직접 가서 꼭 세어 보리라. 용산사로 이동, 중국인들의 종교는 관대해서 도교, 불교 그리고 다른 많은 신을 한자리에 모신다는데 용산사도 그랬다. 가이드에 설명대로 한 번 해 봤다. 향7개를 두 손으로 쥐어 이마에 대고 선채로 기도를 하고, 주석 향로에 향을 꽂는다. 향냄새가 너무 짙고 그 연기가 연신 기침을 나게 했다. 대만인들이 점을 볼 때 쓴다는 나무 조각 2개를 나도 집었다. 한 쪽 면은 평평하고, 다른 쪽은 둥글다. 마음속에 갖고 있는 질문을 한 다음 나무 조각을 떨어뜨린다. 모두 평평한 쪽으로 떨어지면 그 소원은 안 이루어지는 것이고, 한쪽이 둥글고 다른 한쪽이 평평하면 이루어진단다. 나도 소원을 빌고 조각을 떨어뜨렸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쪽으로 나왔다. 기분 좋았다.
세계4대 박물관 중에 한 곳, 고궁박물관. 모택동이 대만으로 건너가는 장개석의 배를 공격하고 싶었지만 소중한 유물들까지 수장될까봐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중국5천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72만점의 유물을 다 보려면 16년이 걸린다는 고궁 박물관. 장개석 왈, 고궁 박물관 입장료 수입으로 대만 국민이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고, 풍부한 대리석을 팔면 3년 동안 대만 국민이 살 수 있다했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니, 실내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었다. 정말 그런 것도 같다. 2층에 들어서자마자 우리와 마주친 양귀비 석상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 가수 방실이가 생각난다. 등을 긁고 있는 시원한 얼굴 표정을 실감나게 묘사한 작은 나한상, 상아를 깎아 만든 '다층구', 다층구는 속이 꽉 찬 상아 덩어리의 겉면을 먼저 조각한 다음 차츰 안쪽을 파고 들어갔다. 3대에 걸쳐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려 17개의 구를 조각했단다. 돼지 삼겹살과 똑 같이 생긴 자연석. '옥 배추' 중국에서 배추는 '신부의 순결함을 상징'. 잎새에 벌레가 붙어 있으므로 신부가 곧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을 의미한다는데 작품을 만든 사람의 속뜻은 언젠가는 배추벌레가 배추 잎을 먹듯 청나라를 삼켜서 망하게 한다는 뜻이란다. 작품 속에 담긴 속뜻이 오히려 이 작품에 매력을 한 층 더 끈다.
야류 해상 공원은 정말 신비로운 곳이라 생각한다. 바다의 침식작용이 만들어낸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공원내에 가득했다. 양명산 온천에서 여독을 풀었다. 임산부라 족욕만 했는데 족욕만으로도 피로가 풀리는 듯 뜨거운 온천은 오히려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화련에서 만난 빈랑서시. 빈랑서시는 복장이나 화장을 야하고 짙게 한 일명 대만껌을 파는 아가씨를 가리킨다. 대만 문화에 일부분이라 생각하니 흥미롭다. 빈랑을 나중에 씹으려 지갑에 슬그머니 넣는데 임산부는 씹지 말라는 가이드 말이 이어진다. 대만은 과일 종류도 많고, 당도가 높다고 들은바가 있어서 종류를 다양하게 사 봤다. 까만 피자두와 노란 수박은 정말 처음 보는 과일이었는데 맛도 좋았다.
마지막날 중정기념당으로 이동했다. 지붕은 북경의 천단을, 본체는 이집트 피라밋 양식으로 지었다. 1층 전시실은 장개석에 관한 자료 사진들로 이루어졌다. 장개석과 박정희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장개석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다시 배웠고, 장개석의 아내 송미령도 관심을 끌었다. 사람들은 송씨의 세 자매를 두고 이렇게 평한다. 돈을 사랑한 송애령, 중국을 사랑한 송경령, 권력을 사랑한 송미령. 1층 전시실을 다 보고 장개석 좌상이 안치된 곳으로 올라갔다. 여러 선생님들은 올라가면서 계단이 몇 개인지 세어 보았을까? 가이드는 계단 수를 질문했다. 87, 88, 89 여러 선생님들의 답변이 이어진다. 결론은 89개 반이란다. 장개석 나이를 헤아리느라 다리가 좀 아팠다.
중국어를 할 수 있어서 그런지 더 오고 싶었고, 언어를 안다는 것이 외국이라는 느낌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웠다. 중국말에 大哥(형)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 1호차 가이드는 성이 양씨라 양大哥, 2호차 가이드는 성이 왕씨라 왕大哥. 양大哥는 한국 화교로 대만에 건너와서 한국과 대만의 문화 차이를 잘 설명해 주었다. 왕大哥는 지금 한창 비리에 연루된 대만 총통 천수벤 퇴진 운동에 열성적이란다.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새긴 모자까지 쓰고 왔다. 아무튼 이래저래 또 다른 나라를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어서 우리 문화를 다른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고, 이런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소중한 경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