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항동 철길… 마을한적한 농촌 닮은 풍경, 수목원·생태공원 만들기로
경의선 서울역~신촌역… 시간이 멈춘 '철길 건널목', 기찻길 옆 맛집도 많아
낡은 철길과 건널목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 좋은 곳이다. 쭉 뻗은 철둑길 주변을 종종걸음으로 내딛던 등·하굣길의 기억은 레일을 따라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진다. 유선형의 은빛 기차들이 쏜살같이 내달리는 요즘에도 서울 주변에 70~80년대 추억을 간직한 철둑길이 남아 있다. 용케 개발을 피해 살아남은 철길 주변에서 띄엄띄엄 지나가는 기차를 구경해도 좋고, 향수를 머금은 한적한 간이역에서 빈 기찻길을 바라보는 것도 오랜만에 한적한 가을 나들이가 된다.
◆도심 속 시골길, 구로구 항동 기찻길마을
서울 구로구 항동 주변에는 시골의 한적한 농촌을 닮은 철길이 있다. 지난 1998년 개통된 구로구 오류동역~경기도 부천시 옥길동 부천생태공원 구간의 20km 길이 '3군지사선'으로, 요즘 일주일에 2번 정도 화물열차가 운행한다.
지하철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로 나와 300m 정도 걸어가면 '멈춤'이라고 적힌 오류1건널목이 보이고, 양쪽으로 쭉 뻗은 낡은 철길을 만날 수 있다.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은 오류동 방향이고 왼쪽은 항동 철길마을로 가는 길이다.
자주 이용하지 않아 무상한 세월의 흔적이 아련히 드러나는 침목 사이사이에 잡초가 무성하고, 논밭 너머 매봉산이 보인다. 봄에는 목련,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아름다워 사진 찍는 나들이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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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2일 구로구 항동 철길을 찾은 시민들이 한가롭게 산책을 하고 있다. 내년에‘푸른수목원’이 들어설 구로구 항동 주변에는 오류동역과 부천 생태공원을 잇는 3군지사선이 지나간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내년에는 '서울 푸른수목원'이 들어설 예정인 철길 주변에서 항동저수지와 원두막 등을 만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철로 위를 걷는 방문객들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오류동역 이찬우 역장은 "폐선되지 않은 철길을 걷는 것은 철도법상 불법인 데다 위험하니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3군지사선 끝 부분에서 남쪽 방향으로 갈라지는 800여m의 철로는 인근 공장에 시멘트 등의 원료를 공급하던 '경기화학선'으로 현재 폐선된 구간이다. 오는 11월 말 '철길따라 추억속으로'라는 테마로 자연생태공원이 들어서고 레일바이크도 운영된다. 이 구간에서는 긴장을 풀고 침목과 침목 사이를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도심 따라 이어진 철길, 충정로
기찻길 하면 생각나는 것이 '철길 건널목' 아닐까. 검은 유니폼을 입은 역무원이 호루라기를 불고, 기다란 막대가 내려가면 3색 깃발을 번갈아 흔들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도 건널목을 찾아볼 수 있으니 '서소문 건널목'이다.
서소문 근린공원 맞은편 고가도로 아랫길에는 정겨운 '멈춤' 표시가 우뚝 서 있다. 빌딩 숲 한가운데서 열차 도착을 알리는 "땡땡" 소리가 울려 퍼지고 차와 사람들이 일제히 멈춰 덜컹거리는 열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바쁜 걸음에도 철길 한가운데서 한참을 바뀌지 않는 '정지' 사인이 성가시지만 않은 것은 잠깐이라도 일상을 잊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이 철길은 문산에서 서울역까지 향하는 경의선이다. 도심인 광화문과 서소문 부근에 있는 곳이라서 기찻길을 따라 한적한 도보여행은 할 수 없지만, 띄엄띄엄 늘어선 철길 중간에는 철둑길 주변 특유의 골목길과 맛집들이 있다.
충정로역 8번 출구에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다 충정로 지구대 옆길로 들어가면 낡은 성냥갑 모양의 '철길 떡볶이'집이 나온다. 2대째 운영 중인 이곳은 칙칙폭폭 기차 소리를 들으면서 어릴 적 학창시절에 먹던 떡볶이 맛을 볼 수 있다. 서소문 건널목 안쪽으로 나 있는 골목길에 있는 '철길옆돈이야기' '나무철길' '알쌈쭈꾸미' '청기와생고기' 등 옛 정취를 담은 음식점들이 주변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서울에서 30분 거리 간이역, 일영·송추·온릉역
'간이역'이라는 이름은 참 정겹다. 경기도 고양시 능곡동과 의정부시를 잇는 서울교외선에서는 작은 간이역을 만날 수 있다. 서울교외선 간이역은 2004년 4월 이후 여객영업이 중지돼 현재 화물열차만 하루 약 25여대씩 운행하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일영역은 지하철 3호선 불광역에서 360번 버스, 구파발역에서 350번 버스를 타고 삼상초등학교에서 내리면 찾아갈 수 있다. 역무실에서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도 찍을 수 있다. 역사 밖에는 광장 대합실이 목조로 만들어져 있고 역 주변에는 전형적인 시골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작은 마을도 있다. 경치가 좋아 '엽기적인 그녀' 등 영화와 광고의 단골 촬영지이도 하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23번 버스를 타고 송추유원지 정류장에서 내리면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송추역을 만날 수 있다. 정적이 감돌아 한산하고 쓸쓸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며, 인근 송추유원지에 들러도 좋다. 송추역 다음 역은 온릉역이다. 역명을 알리는 간판 하나 없는 온릉역은 잡풀들이 플랫폼 사이를 메우고 있으며, 산과 계곡이 어우러져 작은 시골마을을 연상케 한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360번·7725번 버스를 타면 된다.
온릉역에서 장흥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에는 177m 길이의 일영터널이 있는데, 터널 사이로 새어들어 오는 밝은 불빛이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이 철길이나 터널 안을 걷는 것은 불법이다.
첫댓글 서울특별시 에도 이런 농촌 풍경이 있다니 놀랍군요~~~~
나두 의하해 합니다
이런 곳이 있을까 하고
그래서 한번 가볼까 합니다
집에서 그리멀지 않은 곳이니
그리고 알려 드릴께요
비주님 건강하시고요
행복하세요
서울의 곳곳을 자세하게 알려 주시는 둥지 지기님..과 행복이 가득 하세요
수고 하셨습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사랑 합니다
어머나~~~
도심속에 이런 곳이 있었어요??
놀래라~~
정말 놀랠일이에요
역시 지기님은 탁월하신 분이세요
이런 정보를 접하시는걸 보니
보통분 아니신건 확실하고
너무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