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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어셔 家의 沒落 에드가 앨런 포우[미국] 에드가 앨렌 포우[Edgar Allan Poe (1809.1.19 - 1849.10.7)] 미국의 시인, 평론가, 단편소설 작가. 그는 추리소설, 탐정 소설의 영역을 개척한 작가로 유명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 <황금 벌레> <어셔 가의 몰락>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검은 고양이> <병 속의 수기> <도둑맞은 편지> <마리로제의 비밀> 등이 있고, 시 <에너벨 리> <애니를 위하여> <갈가마귀> 등이 있다. 그대의 마음은 걸어 놓은 거문고, 손을 대면 곧 소리를 낸다. ―― 드·페랑제 구름이 하늘을 나지막하게 눌러 덮은 음산하고 어둡고 쓸쓸한 어느 가을날 나는 혼자 말을 타고 이상하게도 무시무시한 시골길을 지나 황혼이 깔리기 시작한 무렵에 음침한 어셔의 집이 보이는 곳까지 다달았다. 나는 그 집을 한번 바라보는 순간, 까닭없이 견딜 수 없는 침울한 감정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내가 견딜 수 없다고 말하는 까닭은 아무리 거칠고 사나운 자연의 경치를 바라보아도 마음은 시적인 감정을 지니고 반쯤 유쾌한 기분을 갖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눈앞에 전개된 경치를――다만 한 채의 집과 집안의 보잘 것 없는 정경, 황폐한 땅, 멍하니 크게 뜬 눈과 같은 창들, 서너 포기의 무성한 왕골, 몇 개 썩은 나무의 흰 줄기들을 침울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의 내 기분은 현세적인 것으로 비교하면 마치 아편쟁이에게 아편기가 사라져 억울하게도 달콤한 꿈이 깨지고, 현실생활로 되돌아왔을 때에 느끼는 비통한 감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은 차디찬 얼음덩이 같이 가라앉아, 아무리 풍부한 상상력을 구사하더라도 도저히 숭고한 마음으로 돌아 갈 수 없는 적박감에 빠졌다. 나는 우두커니 서서 그 까닭을 생각해 보았다. 어셔의 집을 바라볼 때 이토록 내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나는 여러모로 깊이 생각해 보았지만, 불길한 환영이 밀어닥치는 것을 물리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불만수러운 대로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즉 그안에는 극히 단순한 자연물이 결합되어 있어 그것이 이처럼 우리를 괴롭하고 있지만, 즉 그 안에는 극히 단순한 자연물이 결합되어 있어 그것이 이처럼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이 힘의 물체를 분석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하나하나의 경치나 그림을 좀 다르게 배치한다면 슬픈 인상을 주는 힘을 어느 정도 융화시킬 수 있고 혹은 아주 없앨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그 집 옆에 묵묵히 누워 있는 검은 연못가의 깎아지른 언덕으로 말을 몰아, 아까보다 더욱 오싹 몸서리가 치는 것을 느끼며 푸른 왕골하며 무시무시한 마무 줄기와 멍하니 뜨고 있는 눈과 같은 창들이 그래로 못물 위에 거꾸로 비치고 있는 그림자를 내려다 보았다. 그런데 나는 이 음침한 집에서 몇 주일 묵을 예정으로 찾아온 것이다. 이집 주인 로오데릭·어셔는 나의 소꼽친구로, 서로 헤어진 뒤로는 오랫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먼 시골에 떨어져 살고 있는 나에게 그가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던 것이다. 그 사연이 너무나 증대하여 내가 직접 와서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거기에는 그가 신경과민에 바진듯한 구절이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그 편지 속에는 몸이 극도로 약해진 것과 정신이상으로 몹시 시달림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며, 이어서 그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가장 사랑하는 친구인 나를 한번 만나 정답게 이야기라도 주고 받으면, 병이 어느 정도 수그러질 것 같다는 것이었다. 편지 속에 적혀 있는 이러한 사연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사랑, 그리고 그의 간청에 곁들여 포시된 그의 열성은 나로 하여금 주저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매우 이상한 초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즉시 응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매우 친밀한 사이었지만 사실 나는 이친구에 대하여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는 너무나 말이 없었다. 그러나 유서깊은 그의 집안은 오래 전부터 독특한 감수성을 지닌 기질로서 유명하였다. 그리하여 그 기질은 때때로 많은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나타났으며, 근대에 와서는 너그러움과 자비로운 자선사업으로 나타났고, 한편으로는 인습적이고 일반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음악의 멜로디보다 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음(音)에 대한 열렬한 정열로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셔 집안의 역사가 깊음에도 불구하고 지끔까지 한번도 분가(分家)를 하지 않았다는 것――다시 말하면 집안 전체가 직계에 속하여 약간의 일시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종시 일관하여 그대로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 집의 특질과 어셔네 집안 사람들의 특이한 성질이 완전히 일치되어 있다는 것과,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흔이 앞의 것이 뒤의 것에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것을 생각하면서――분가를 하지 않고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가명과 함께 재산이 직접 계승되었기 때문에 드디어 가명과 재산이 한데 엉켜, 이 땅의 본이름이 없어지고, 어셔 집이라는 묘하고 애매한 명칭이 된 내막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이 집안의 이름을 입밖에 내는 농부들은 진심으로 가족과 저택을 둘 다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유치한 실험――즉 연못 속을 들여다본 것이, 내가 느낀 맨처음의 기괴한 인상을 더욱 강하게 했다는 것은 전에도 말하였다. 물론 나의 미신이――나는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다――갑작이 강해졌다는 자각이, 오히려 그 미신을 더욱 강하게 채찍질 한 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오랜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지만, 공포에서 우러나는 모든 감벙은 모두가 이처럼 어뜻 보아 모순된 경로를 거쳐서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연목속에 비친 집 그림자에서 눈을 돌려 집 자체를 처다보았을 때, 마음속의 이상한 공상이 머리에 떠오른 것도 어쩌면 이러한 이유에서인지도 모른다. 그 공상이란 너무나 우습기 때문에, 나는 다만 그때 나를 괴롭힌 감각의 히미 얼마나 강했는가를 표시하기 위해 여기 기록할 뿐이다. 나는 멋대로 이리저리 궁리해본 결과, 집 안팍과 그 근처에 독특한 공기가 떠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공기는 하늘의 공기와는 달라서, 썩은 나무와 회색 벽과 조용한 연못에서 증발된 것으로, 침침하고 활기없고 뿌연, 독기(毒氣)있는 이상야릇한 것이었다. 나는 꿈으로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이러한 망상을 마음속에서 쫓아내려고, 더욱 상세히 집모양을 살펴보았다. 매우 오래된 집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오랜 세월을 경과 하였으므로 빛이 많이 퇴색하였다. 그리하여 집 외부 전체에 온통 자디잔 곰팡이가 퍼져가는 가는 거미줄처럼 추녀끝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집 전체가 황폐한 것은 아니었다. 주춧돌의 어느 부분도 상한 곳이 없지만, 돌이 하나씩 부스러져서 집전체가 완전히 남아 있는 것과 현저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것을 보자 사람이 쓰지 않고 그대로 내 버려둔 채 오랫동안 조금도 바깥 공기를 쐬지 못하고 썩어 버린 나무집이 겉보기에는 전체가 아무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 었다. 이렇게 몹시 황폐해 있기는 하였으나 쓰러질 염려는 없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관찰하는 눈이라면, 극히 가는 금이 집 정면 지중에서 내려와, 벽을 꾸불꾸불 스쳐서, 음침한 연못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들을 바라보면서 짧은 길을 지나 집에 이르렀다. 기다리고 있던 하인에게 말을 맡기고 현관의 고대풍의 아취 문으로 들어섰다. 하인은 조용히 어둡고 침침한 낭하를 지나 주인의 서재로 나를 안내하였다. 중간에서 눈에 뜨인 여러 가지 물건들은 웬일인지 내가 앞서 말한 그 적막감을 한층 더 북돋아 주었다. 주위에 있는 물건들――천장의 조각, 벽에 걸린 어둠침침한 양탄자, 검은 마룻바닥, 발을 옮겨놓을 적마다 덜컥거리는 유령같은 절리품, 이모든 것들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눈에 익은 것이었지만, 이런 평범한 물건들이 이르키는 내 마음속의 환상은 악 경험하지 못한 것이므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층계에서 이집에 출입하는 의사를 만났다. 그의 얼굴에는 교활하고 당황한 표정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황급히 나에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 버렸다. 이윽고 하인은 문을 열고 나를 주인 방으로 안내하였다. 그바은 매우 넓고 천장도 꽤 높았다. 기단 창문이 벼에서 툭 튀어나와 달려 있어, 검은 마룻바닥에서는 닿을 수 없을만큼 높은 위치에 있었다. 붉게 물든 약한 햇살이 색유리창으로 비쳐서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한층더 뚜렷이 보이게 하였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방구석과 반원형의 완자무늬 장식한 천장 구석을 똑똑히 보려고 보려고 하였지만 허사였다. 벽에는 어둠침침한 양탄자가 걸려 있고, 가구들은 많았으나 좋지 않으며, 낡아빠지고 무늬가 떨어져 있었다. 책들과 악기가 산재해 있었지만 방안을 활기 있게 하지는 못하였다. 이것들을 바라볼 때 나는 슬픈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엄숙하고 쓸쓸하고 겉잡을 수 없는 침울한 기분이 방안에 깊숙이 감돌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어셔는 누워 있던 쏘파에서 일어나 진심으로 반가이 맞아 주었다. 그러나 그 친밀감은 처음 보기에는 인생에 지친 사람이 억지로 갖는 그런 종류의 지나친 친절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고 나는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마주앉았다. 나는 동정과 두려움이 반반씩 섞인 감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본명히 로오데릭 어셔처럼 단시일에 이렇게 변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눈앞에 앉아 있는 이 창백한 사나이가 소년시개의 내친구였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의 특징은 지금도 지금도 변함없이 현저히 드러나 있었다. 누런 얼굴빛, 크고도 부드러운 번쩍이는 두 눈, 앒팍하고 프르지만 매우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입술, 유태사람형이면서 보기 드물게 넓은 콧구멍, 잘생겼지만 쑥 들어갔기 때문에 정력이 없어 보이는 턱, 거미줄보다 더 부드럽고 가느다란 머리칼――등, 이러한 것들이 넓은 관잣노리와 함께 인상적인 쉽사리 잊을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 지금은 전의 이목구비의 현저한 특징과 그것이 보여주는 표정들이 매우 과장돼 있지만, 너무 변화가 심하여 나는 누구하고 이야기하고 있는지 의심할 지경이었다. 몸시 창백한 피부색과, 이상하게 빛나는 눈이 무엇보다도 놀랍고 두려움을 주었다. 비단결 같은 머리칼은 제멋대로 자라서 굵게 짠 명주처럼 얼굴에서 너물거리고 있었다. 그때문에 나는 이 아라비아 품의 괴상한 용모를 보통 사람의 얼굴이라고는 도저히 불 수 없었다. 나는 친구의 태도에 앞뒤가 맞지않는 모순이 있는 것을 때뜸 알아차렸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습관적인 경련――극도의 신경질적인 흥분을 억제하려는 연약하고도 부질없는 노력을 하는데서 생기는 것임을 발견하였다. 하진 이것은 내가 그의 어릴 적의 모습과 그의 체질의 특색을 종합해 생각하고, 또 그의 편지사연에 의해 예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태도는 명랑하면서도 갑자기 우울해졌다. 목소리는 만사가 귀찮을 때의 약하고 우유부단한 음성이 되었다가, 갑자기 주정뱅이나 아편쟁이가 극도로 흔분하여 지르는 다급하고 무겁고 침착하게 우리는 소리, 그 납덩이처럼 착 가라앉은 자연히 균형이 잡힌 완전히 조절된 후음(喉音)으로 변하느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목소리로 니를 부른 목적과 나를 만나고 싶은 욕망과, 또 게서 얻어려고 기대했던 위안 같은 것이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자기 병의 성질에 대하여 상당히 길게 이야기하였다.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기 병은 유전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이므로 치료할 도리가 없다고 단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신경계통의 병이므로 곧 낳을 것이라고 덧붙여 말하였다. 이 병은 여러 가지 부자연스러운 감갇으로 나타나 그가 이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 그 어떤 감각이 그의 말투와 말하는 태도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주었을 테지만, 나는 재미있기도 하고 또 당황하기도 하였다. 그는 감각이 병적으로 지나치게 예민하였으므로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음식은 아주 깨끗한 것이라야 하고, 옷도 일정한 색깔의 것이 아니면 입지 않았다. 그리고 꽃향기는 어떠한 것이고 간에 그를 숨막히게 하였고, 그의 눈은 약한 광선에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에게 두려움을 주지 않는 소리는 오직 현악기의 소리뿐이었다. 그는 언제나 이상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처참하고 무서운 병으로 죽어야 할 거야. 오직 이것 때문에 이 모양으로 죽을 거야.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일세. 비록 사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네 영혼에 이런 참을 수 없는 충동을 일으키는 그 절대적인 영향을 무서워할 뿐이라네. 이렇게 기진맥진한 가련한 상태에서 불길한 환상인 두려움과 싸우는 동안에 생명도 이상도 모두 버려야 할 때가 올 거야.」 그는 이렇게 말 하였다. 나는 이밖에도 때때로 그가 입밖에 내는 단편적인 애매한 암시에서 그의 정신상태의 또다른 이상한 특징을 발견하였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살아오면서 한 발짝도 문밖에 나가지 않은 그의 집에 대하여 어떤 미신적인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것은 너무 막연한 말로 표현했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설명하기가 매우 힘든 실제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어던 가공적인 힘의 양향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그의 말에 의하면 대대로 살아온 집의 형태와 그 어떤 특징이 오랬동안 그의 마음에 끼쳐진 것이라고 한다. 다시말하면, 희색 담과 작은 망루(望樓), 또 이것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어둠침침한 연못의 모양이 그의 정신에 끼친 양향이라는 것이다. 그는 좀 주저하면서도 이와같이 그를 괴롭하는 특수한 우울증의 대부분이 자연스럽고 명확한 원인――즉 여러 해 동안 그 유일한 친구이며,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육신인 사랑하는 누이동생이 중병으로 오래 앓아 그녀의 죽음이 목전에 닥쳐온 데 있다고 말하였다. 「누이동생이 죽으면 절망적인 허약한 내가 이 유서깊은 어셔 집안의 마지막 생존자가 되는 걸세.」 그는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는 비통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가 이렇게 말하고 있을 때, 마델린양(그의 누이동생의 이름)이 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조용히 방 저쪽을 지나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두려움과 놀라운 마음으로 그녀의 뒤를 불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저리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쫓고 있는 동안 나는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꼈다. 그 여자가 문뒤로 사라지자, 나는 본능적으로 그 오빠의 얼굴을 돌아다보았지만, 그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므로, 나는 다만 그의 빼빼 마른 손가락이 말할 수 없이 창백하고, 그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리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마델린양의 병은 노련한 의사까지도 매우 애를 먹였다. 그것은 만성 지각불감증으로, 몸이 날로 허약해지고,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자주 전신경직(全身硬直)의 증세를 나타내는 드문 병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병의 고통을 참아 자리에 드러눕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도착하던 날 저녁에, 그녀는 드디어 그 병의 사나운 위력에 지고 말았다. 그날밤에 그녀의 오빠는 흥분한 어조로 이것을 말하였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그녀를 힐긋 쳐다본 것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아마 나는 더는 그녀를 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 후 며칠을 두고 어셔와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동안에 주로 어셔의 우울증을 덜어 주려고 애썼을 뿐이다. 우리는 함께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미친 듯이 치는 카타의 즉흥곡에 꿈결인양 귀를 모으기도 하였다. 이리하여 나는 그와 단짝이 되고, 모든 것을 거리낌없이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나는 드디어 그를 즐겁게 하려는 나의 노력이 헛수고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서글픈 마음을 글할 길이 없엇다. 그것은 그의 마음에서 타고난 암흑이 마치 확고한 성질처럼 하나의 방사(放射)가 되어 정신계와 물질계의 모든 현상에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아는 이 집 주인과 이렇게 보낸 엄숙한 여러 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나를 불러들여 나에게 제공한 연구의 대상들이 어떤 성질의 것이었는지 여기서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한 일이다. 흥분되어, 극도로 본성을 져 버린 상상력만이 모든 것 위에 인광(燐光)같은 새파란 빛을 던지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의 긴 즉흥적인 노래는 지금도 내 귀를 쟁쟁 울리는 것 같다. 측히 그 중에서 본·웨버의 <마지막 왈츠>의 분방한 곡조에 그가 부연한 일종의 기묘한 전곡(顚曲)과 변곡(變曲)이 내 마음에 애절한 여운을 남겨 주고 있다. 그가 붓 한번 놀리적마다 막연한 느낌을 한층 더 자아내는 정밀한 환상으로 그린 그림은 나를 몸서리치게 하였다. 그 그림은 아직도 내 눈앞에 뚜렷이 아른거리지만, 어찌하여 내가 그토록 큰 충동을 받았는지 도저히 글로는 무어라고 표현할 수가 없다. 아무튼 그의 단순한 필치와 노골적인 의도가 보는 사람의 눈을 끌고 몸서리치게하는 것이었다. 만일 누가 어떤 하나의 관념을 무난히 그렸다면, 그것은 바로 로오데릭 어셔 그 사람이었다. 적어도 나한테는――그때 나를 에워산 환경 아래서는――이 우울병자가 그 캔버스 위에 그리려고 한 순순한 추상(抽象)에서 견디기 어려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일찍이 프젤리(Fuseli Henry 1746~1825:스웨덴의 화가)의 그 타오르는 듯하면서도 구체적인 환상화를 조용히 내려다보았을 때에도 느끼지 못한 공포감이었다. 이 친구의 환상적인 그림의 하나는 그다지 강하게 추상적인 기분이 나타나 있지 않았으므로, 좀 모호한 대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어떤 작은 그림은 아무런 변화도 없는 편편하고 흰벽으로 에워싸인 길다란 움속이나 굴속의 내부를 그린 것이었다. 구도상의 어느 부대적(附帶的)인 부분은 이 구멍이 땅에서 상당히 기피 파인 곳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그 넓은 곳에는 어디나 나갈 구멍이라고는 없었다. 그러나 화폭 전체에 강한 빛이 넘쳐흐르고, 그 모든 것을 무서운 이상한 광휘 속에 나타내고 있었다. 어셔의 청각이 고장나 있었기 때문에 현악기를 제외한 다른 악기는 그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는 것은 전에도 말했다. 그의 연주에 미묘한 성격을 부여한 것은 그가 키타라는 좁은 범위의 악기만 다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즉흥곡을 쉽사리 제작해 낸다는 것은 이것으로서는 설명될 수 없다. 그의 환상적인 즉흥곡이며 가사는(그는 때때로 키타를 치면서 운율적인 증흥시를 읊었다)최고의 예술적인 감격에 도취된 순간에 찾아볼 수 있는 강한 정신적인 통일과 집중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즉흥시의 한 구절을 곧 외울 수 있었다. 나는 거기서 더욱 강한 충동을 받았다. 왜야하면 그 시의 뜻깊은 곳, 즉 그 신비로운 흐름 속에서 나는 그 자신의 이성이 혼란된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읊은 유령이 날뛰는 <궁정>이라는 시는 제목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대략 다음과 같다. 1 짙은 초록빛 골짜기에 천사들이 모여 살던 아름답고 웅장한 궁전이 눈부시게 우뚝 솟아 있노라. 사상(思想)의 왕국에 그 궁전은 솟아 있노라! 이처럼 아름다운 궁전에는 천사도 날개를 편 적이 없으리라! 2 눈부신 금빛 깃발이 지붕 위에 펄럭이고, <이것은 모두가 먼 예적의 일이었다.> 그리운 그날 부드러운 바람결은 깃으로 장식한 푸른 성벽으로 향기로운 날개를 달고 살며시 스쳐 갔노라. 3 행복의 골짜기를 헤매던 무리들은 빛나는 두 개의 창문으로부터 은은히 들리는 거문고 소리에 맞춰 정령이 춤추도다. 보좌에 앉은 이는 <황제 포오피로진!> 그럴듯한 위엄을 띠고 나라의 지배자는 임하도다. 4 화려한 궁전의 문은 노래하는 수정(樹精)들이 그리로 흘러들어 아름다운 음성으로 황제의 크신 공덕을 찬미하누나. 5 그러나 비애에 젖은 요귀(妖鬼)들이 황제의 보좌를 보셨나니 <슬프도다, 아침 해가 다시는 그의 머리 위에 비치지 않으니.> 궁정 일대를 감돌던 찬란하게 빛나던 영광은 깊숙이 파욷힌 지난날의 한 줄기 흐미한 추억이 될 뿐이다. 6 이제 이 골짜기를 지나는 나그네들은 붉게 빛나는 창문을 통해 미친듯한 곡조에 맞추어 흐미하게 흔들이는 커다란 그림자를 볼 뿐, 사나운 급류와도 같이 푸른 문을 지나 불길한 괴물들이 튀아나와 큰 소리로 껄껄대지만 벌써 미소는 찾아볼 수 없구나. 이 짤막한 시에서 나는 여러 가지 암시를 받아 이생각 저생각에 사로잡히다가 마침내 어셔의 견해도 분명히 알 수 있게 된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의 겸해라함은―― 신기하다기 보다는(어떤 사람은 이렇게도 생각하였지만) 그가 너무나 고집을 부리는 것이 재미있어 이야기하는 바이지만―― 대체로 식물이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공상이 산란해질 때면 이러한 견해는 좀더 대담해져서, 경우에 따라선는 무기물의 영역에까지 뻗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확신이나 또는 그가 믿고 있는 열렬한 신앙을 전부 말할 수 없다. 그 신념은(전에도 말한 바와 같이) 그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이 집의 희색 돌담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이 감각을 지니고 있던 증거는 주춧돌의 배열양식에 있다고 그는 생각하였다.――즉 돌의 배열순서, 돌을 덮고 있는 수많은 곰팡이, 돌담 근처에 서있는 썩은 나무들의 배열된 순서, 그리고 특히 이순서가 오랫동안 뒤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것과, 그 모습이 고요한 연못 수면에 비치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증거――감각이 있다는――는 수면과 벽 근처에 있는 대기가 저절로 점점 그리고 확실히 굳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이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는 또 말하기를 몇 백년에 걸쳐서 그의 집안의 운명을 좌우하고, 또 지금의 자기자신을 만든 것은 그 잠잠하지만 강력하고 무서운 힘의 결과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견해에 대해서는 별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므로 나는 더 이야기하지 앟기로 하겠다.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이 환자의 정신 생활의 대부분을 지배해 온 책들은 물론 이런 환상적인 생활에 꼭 알맞는 것들 뿐이었다. 우리는 그렛세의<벨베르와 샤트러스>, 마키아벨리의<벨피이고>, 웨덴브르그의<천국과 지옥>, 홀베르히의<니콜라스·클림의 지하여행>, 로버트플러드와 장·탕다지네와 드·라·샹블의<手相學>, 티익의 <푸른 하늘에의 여행>, 그리고 캄파넬라의<태양의 도시>와 같은 책들을 탐독하였다. 에이데릭·드·지론느라는 토미니카파의 승려가 쓴 <종교심리법>이란 작은 팔절판 책도 애독서의 하나였다. 그리고 폼포니우스 멜라의 저작 중에 있는 고대 아프리카의 반인반양(半人半羊)의 사탄 신과 지이팡 신에 대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어셔는 몇 시간 동안이나 열심히 읽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가장 즐겨 탐독하는 책은 4절 고딕체의 아주 진귀한 책――<마이엔스 교회 성가대의 철야(徹夜)>라는 책이었다. 나는 이 책 속에 씌여 있는 광폭한 의식과 그것이 우울병 환자에게 미치기 쉬운 영향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그러던 차에 어느날 밤, 그가 갑자기 누이동생 마델린양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나한테 하고 그 시체를 묻을 때까지 이 건물 속에 있는 움안에 두 주일쯤 가장(假葬)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데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내가 함부로 간섭할 것이 못되었다. 그가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은(그의 말에 의하면) 죽은 누이동생의 병이 보통 병이 아니라 의사들이 병에 대하여 열심히 연구하고, 또 선산이 먼곳에 있고 황폐한 것을 고려한 때문이라고 하였다. 나도 이집에 처음 온 날 계단에서 만난 그녀의 불길한 얼굴을 회상하고, 그렇게 하여도 무방할 뿐만 아니라, 조금도 부자연스럽게 생각되지 않았으므로 이 계획에 반대하지 않았다. 나는 어셔의 간청으로 이 임시매장의 준비를 도와 주었다. 우리는 시체를 관에 넣고 단 둘이서 관을 메고 가장할 장소로 갔다. 관을 넣어 둘 움은(오래 그대로 닫아 두었기 때문이 우리가 손에 든 횃불이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껌뻑거려 주위를 잘 볼 수 없었다) 작고 축축하며 광선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리고 그곳은 내가 자는 방의 바로 아래쯤 되는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 마루의 일부와, 우리가 그곳을 갈 때 지나가는 낭하는 모두 구리판이 깔려 있었다. 분명히 옛날 봉건시대에는 땅속 움이란 가장 흉악한 목적에 사용되었으며, 나중에는 화약이나 그밖에 폭발되기 쉬운 물건들을 감춰 두는데 사용한 것 같았다. 커다란 철문도 역시 구리로 되어 있었는데, 너무나 육중하였으므로 돌저귀가 돌 때마다 이상스럽게 갈리는 소리를 내었다. 우리는 무시무시한 곳에 있는 선반 위에 슬픈 짐짝을 올려놓고 나서, 아직 못을 박지 않은 관 뚜껑을 살짝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빠를 닮은 것이 내 주의를 끌었다. 그러자 그가 내 마음을 짐작했던지, 그는 죽은 여자와 쌍둥이었으며 두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눈꼽만한 우애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무서워서 오랫동안 죽은 사람의 얼굴을 들여달 수도 없었다. 꽃다운 청춘시절에 이처럼 그녀의 목숨을 앗아간 병은 모든 간질병의 증상과 마찬가지로 가슴에서 얼굴에 걸쳐 아직도 흐미한 붉은 점이 남아 있었으며, 입술 위에는, 죽은 사람으로서 볼 때에는 무섭고 끔찍한 미소가 떠돌고 있었다. 우리는 뚜껑을 맞추어 못을 밖고 쇠문을 꼭 닫은 후에 토굴과 별로 다름이 없는 음침한 위층방으로 돌아왔다. 이럭저럭 슬픈 며칠이 지나자 어셔의 병세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평소의 태도는 사라지고, 지금까지 해오던 일도 등한시하거나 아주 잊어 버렸다. 그는 괜히 비틀거리면서 이방 저방으로 돌아다녔다. 그의 창백한 얼굴은 더욱 파리해지고 눈에는 썩은 생선처럼 아무런 윤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목쉰 소리도 인제는 들을 수 없고, 극도의 공포심에서 비롯되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가 특징의 하나로 되어 버렸다. 끊임없이 시달리는 그의 마음은 어떤 참을 수 없는 비밀과 싸우면서 이 비밀을 누설하기 위해 필요한 용기를 얻으려고 초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때로는 미친사람의 이상한 환상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때도 있었다. 그는 무엇에 깊이 열중하거나 혹은 들리지 않는 음악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기라도 하는 듯이 몇 시간을 계속해서 명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나에게 공포심을 일으켰으며, 마침내 나한테까지 그 기분이 감염되었다. 나는 그의 환상적이고도 인상적인 미신이 무서운 감화력을 가지고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한테 스며들어 오는 것만 같았다. 내가 이러한 감정의 압박을 무엇보다도 크게 느낀 것은 마델린양을 매장하고 난지 7, 8일째 되던 날 밤, 늦게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다. 나는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나는 나를 지배하고 있는 신경과민증을 이성의 힘으로 극복하려고 애를 썼다. 내가 느낀 것은,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 대부분이 안방에 놓인 침울한 가구, 점점 심해가는 바람 때문에 벽위에서 건들거리며 침대의 장식물 언저리에서 바스락바스락 이상스러운 소리를 내는 검고 퇴색한 벽모전(壁毛氈)의 고약한 영향 때문이라고 구태여 믿어보려고 까지 하였다. 그러나 나의 노력은 허사였다. 어찌할 수 없는 공포가 온몸에 점차로 퍼져서 나중에는 공포의 악마가 내 심장을 꽉 눌렀다. 나는 숨을 헐떡이고 몸을 비꼬며 이 공포를 물리치려고 벼개 위에서 머리를 들었다. 몸을 일으켜 방안의 어둠 속을 뚫어져라고 바라보며――나의 본능이 이렇게 시켰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까닭도 없이―― 폭풍우가 그친 뒤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막연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커다란 공포감에 사로잡혀 급히 옷을 주워입고(새벽까지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으므로)방안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이 처참한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이렇게 하여 방안을 몇 번인가 도는 동안에 별안간 옆 게단에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것이 어셔의 발길 소리임을 곧 알아차렸다. 그는 가볍게 문을 노크하고 나서 한손에 남포등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송장처럼 창백했지만 눈에는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기쁨의 빛이 떠돌고 전신의 거동은 분명히 히스테리의 발작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나는 그의 태도에 놀랐다. 그러나 내가 오랫동안 참아온 고독보다는 나을 것 같았으므로, 나는 그 가 찾아오는 것이, 차라리 무슨 구원이나 되는 것처럼 반가이 맞아들였다. 「자네 그걸 못 봤나?」 그는 한동안 잠자코 주위를 살펴보더니 별안간 이렇게 말하였다. 「그럼, 자네 그걸 못 봤군 그래. 잠간 기다리게, 보여 줌세.」 그는 조심스럽게 등불을 가려놓은 다음에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불어닥치는 폭폭은 우리 두 사람을 날려보낼 듯하였다. 이렇듯 사나운 밤이었지만 한편 아름다운 이상한 밤이기도 하였다. 회오리바람은 분명히 이집 주위에 그 맹위를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람 기세는 시시각각으로 맹열하게 변하고, 지붕 위의 소탑을 누를 듯이 야트막하게 덮은 구름도 사방에서 서로 부딪치며 몰려들어 멀리 사라지지도 않고, 마치 생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재빨리 소용돌이치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겁게 떠도는 구름도 아름다운 밤 경치를 보지 못하게 막지는 못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달이나 별이 떠도는 것도 아니고, 또 번개가 번쩍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눈앞에 우리를 에워싼 삼라만상은 물론, 이렇게 격동하는 수증기의 커다란 밑바닥까지가 이집 주위를 에워싸고 떠도는 희미한 가스같은 증기에서 발산하는 부자연스러운 관선에 비쳐 번쩍이는 것이었다. 「안돼, 자넨 이런 것을 봐선 못써……」 하고 나는 부드러우나 강력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며, 그를 창가에서 의자 앞으로 끄러왔다. 「자네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이러한 광경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증기현상에 지나지 않네. 아니면 연못의 썩은 독기가 발산하는 것일지도 몰라. 어서 창문을 닫게. 바람이 차서 자네 몸에 해로울 테니까. 여기 자네가 좋아하는 소설이 있네. 내가 읽어 줄테니가 들어 보게. 그리고 이 무서운 밤을 우리 함께 보내기로 하세.」 내가 손에 든 책은 러스로트·컨닝경이 쓴 <어지러운 회합>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책을 어셔가 좋아한다고 말한 것은 농담이었다. 왜야하면 사실 이책의 미숙하고도 피상상적인 이야기 속에는 내 친구가 지닌 고상한 정신적인 상상력에 대하여 흥미있는 대목이라고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그 책뿐이고, 또 어쩌면 지금 이 우울병환자의 마음을 산라케 한 흥분을, 이책 속에 있는 우스운 이야기를 읽으므로써 가라앉힐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이렇게 좀 색다른 것도 때로는 정신이상자의 마음을 가라앉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한귀절 한귀절에 빼놓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적어도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만일 내가 그의 긴장되고 생기있는 태도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내 계획이 훌륭히 성공하였다고 기뻐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이 소설 주인공 에델레드가 은자를 만나려고 그의 집에 찾아가, 공손히 그의 뜻을 전하였으나 받아주지 않았으므로 드디어 폭력으로 그집에 친입하려는 유명한 대목에 이르렀다. 아마 독자들도 기억하고 있을 줄 알지만 그것은 다음과 같다. <……이리하여 용감한 에델레드는 술기운으로 완고하고도 짖궂은 은자와 이상 더 담판해도 소용이 없을 것을 깨닫고, 때마침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 폭풍우로 변할 기세를 보인지라, 별안간 창을 빼들고 문 판장을 몇 번 갈겼더니 금새 장갑을 긴 손이 들어갈만큼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에 손을 넣고 닥치는 대로 잡아채었더니 문짝이 깨어지고 벗겨지고 산산 조각이 되어 바짝 마른 판장이 깨지는 소리가 하늘에 진동하였다……> 이 대목을 읽고 나서 나는 깜짝놀라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흥분된 공상 때문이라고 추측은 하였지만) 이집 맨 구석으로부터 분명치 않았지만, 런스로트경이 이렇게 자세히 묘사한 대로 그 찢어발기는 듯한 음향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물런 내가 이렇게 생각한 것은 우연의 일치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창문들이 덜컥거리는 소리며, 또는 여전히 계속해서 불어오는 소란한 폭풍 소리에는 분명히 내 주의를 끌고 내 마음을 산란케 할 만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읽기를 계속하였다. <……그러나 용사 에델레르가 문안에 들어가 보니 흉악한 은자는 간 데 없었다. 그는 그만 버럭 화가 치밀면서도 한편 놀랐다. 은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비눌이 번쩍거리는 커다란 용이 불길같은 혓바닥을 널름거리며 쭈구리고 앉아 은마루를 깐 황금 궁전 앞을 지키고 있었다. 벽에 걸린 번쩍이는 방패에는 이렇게 새겨 있었다. 이곳에 들어온 자는 승리자이니라. 이 용을 죽이는 자는 방패를 가질지어다. 이것을 본 에델레르는 창을 들고 용의 대가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용은 그앞에서 독기를 내 뿜으며 귀를 찌를 듯한 무시무시한 소리를 질렀다. 에델레드는 그무서운 소리를 피하기 위해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런 소리는 일지기 한번도 들어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여기서 또 다시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왜냐하면, 바로 그때(어디에서 들려왔는지 알 수 없으나)먼 데서 들리는 것 같은 나지막한하면서도, 거칠고 길게 끄는 괴상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쩌면 무슨 물건이 부딧치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작자가 쓴 용의 괴상한 부르짖음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꼭 같은 것이었다. 이 두 번째의 이상한 우연의 일치가 일어났을 때, 나는 저으기 놀라며 극도로 두려움을 느꼈지만, 어셔의 예민한 신경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꾹 침으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 소리를 어셔가 들었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한동안 그의 행동에 어던 변화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나와 마주앉았던 그가 차차 의자를 돌려 방분 쪽을 향해 앉게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얼굴을 한쪽밖에 볼 수 없었다. 또 그가 무어라고 중얼거리는지 입술이 부들부들 떠는 것이 보이기는 하였지만 알 수 없었다. 그는 얼굴을 가슴에 푹 파묻기라도 하려는 듯이 수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잠자는 것이 아님은 그의 옆 얼굴을 보았을 때,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이 움직이고 있는 것도 자고 있지 않은 증거였다. 그는 좌우로 조용히 그리고 한결같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러한 그의 모습을 눈여겨 보고 나서, 런스로경의 책을 계속해 읽었다. 그의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이제 용의 사나운 격노에서 몸을 피한 용사 에델레드는 그 방패를 생각하고 그 위에 새겨져 있는 주문(呪文)을 풀려고 생각하고 용의 시체를 한편으로 치우고 나서, 은으로 깐 성안 마루를 지나 방패가 걸린 벽에 이르렀다. 그러자 그가 가가이 가기 전에 무서운 소리를 내며 은마루 위 그의 발 밑에 떨어졌다.……> 이 구절이 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정말 방패가 은마루 위에 떨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속성의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크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어셔의 태도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나는 그가 앉아 있는 의자로 달려갔다. 그는 앞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돌과 같이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얹었을 때, 그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입술에 병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가 있는 것도 모르는 듯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재빨리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에게 허리를 굽히고 바싹 기대어 그의 말의 무서운 뜻을 놓지지 않으려고 하였다. 「저 소리 안들려? 아냐, 들려. 아까부터 들렸어. 오랫동안 오랫동안 몇 번, 몇 시간 며칠 동안을 두고 들어 왔었지. 하지만 말은 안했어. 아, 나를 불쌍히 여겨 주게. 나는 얼마나 불쌍한 인간인가. 나는 차마 말할 수 없었어. 우리는 내 누이동생을 산채로 매장했어. 내 신경이 예민하다는 것을 자네한테도 이야기했었지. 이제야 말이지만 내 누이동생이 텅 빈 관속에서 약간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어. 그래 나는 들었던 거야. 며칠, 며칠 전의 일이야. 그래도 나는 차마 말을 못했어, 그런데 오늘밤 에델레드가 하, 하, 하, 은둔자의 집 문판대기를 부수는 소리, 그리고 큰 용이 죽을 때의 외마디 소리, 방패의 물리는 소리! 아니 그보다도 누이동생의 관이 터지는 소리, 또는 지하로의 철문 돌저귀 삐걱거리는 소리, 토굴 속의 동판 깐 마루에서 그애가 울부짖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걸세. 아, 어디로 도망쳐야 할까? 그 애가 곧 이리로 오지나 않을까? 내 조급한 행동을 책하어 달려 오지나 않을까? 층계를 올라오는 그애의 발길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말이야! 그애 심장이 무겁고도 무섭게 고동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말이야! 응, 이 미친놈아!」 그는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벌떡 일어나 있는 힘을 다하여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놈아! 그애가 지금 바로 문밖에 서 있어!」 이말의 초인간적인 기세는 무슨 마법이라도 숨어 있었는지 그가 가리킨 커다란 벽에 붙은 판대기가 별안간 무거운 흑전(黑氈)의 한 모퉁이를 조용히 뒤로 열어졎혔다. 그것은 사나운 폭풍의 짓이겠지만――그 때 문밖에는 시의(屍衣)를 몸에 걸친 키가 호리호리한 마델린이 서 있었다. 흰옷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고, 메마른 몸의 군데군데에는 몹시 고민한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무지방에서 부들부들 떨며 몸을 비틀거리더니 얕은 신음소리를 내며 방안에 있는 오빠에게로 몸을 던지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는 격렬한 최후의 고민속에서 시체가 되어 오빠와 함께 마룻바닥에 쓰러졌다. 이리하여 어셔는 그가 일찍이 얘기하고 있던 바와 같이 공포의 희생이 되어 버렸다. 나는 이 방에서, 그리고 이 집에서 질겁을 하여 도망을 쳤다. 내가 오랫동안 언덕길을 달릭 있을 때에도 사나운 비바람은 여전히 불어닥치고 있었다. 갑자기 한줄기의 이상한 빛이 비쳐왔다. 가는 그 빛이 어디서 나오나 하여 뒤를 돌아다보았다. 내 등 뒤에는 다만 쓸쓸한 한 채의 큰 집과 그 그림자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저 피가 흐르는 듯한 달빛이었다. 그 달빛은 내가 앞서 발한 보일까 말까한 벽이 갈라진 틈으로 밝게 비치고 있었다. 내가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이 갈라진 틈새가 점점 넓어져, 회오리바람이 한번 획 불어오더니, 갑자기 둥근 달의 모습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커다란 벽이 무너져 박살이 나는 것을 보고 나는 머리가 아찔하였다. 그러자 무수한 파도소리 같은 긴 소란한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내 발밑에 있는 길고 어두운 연못은 어셔집의 파편들을 말없이 삼켜 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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