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6일 금요일. 맑고 덥다.
아침 식사는 누룽지로 한다. 속이 편하다. 아침 7시 시디부 사이드로 출발한다. 늙어서인지 아침 잠이 없다. 사람들이 출근한다고 거리가 바쁘다. 버스를 타고 간다. SIDI BOU SAID. 간판이 있는 곳에서 내린다.
시디부사이드 환경은 아마도 튀니지에서 제일 좋은 것 같다. 아프리카 같지 않고 유럽 부촌 같다. 고급 주택들이 있고 가로수와 정원 나무들이 싱그럽고 풍성하다. 조용하고 깨끗한 지역이다. 한 정거장 전에서 내렸다.
길가에 있는 저택들의 대문이 튀니지 답다. 대리석 벽에 보석돌 장식이 박혀있다. 인도에서 보던 장식이다. 파란색 커다란 대문의 장식도 규모가 있다. 슈퍼에 들러 물 두 개를 샀다.
큰길가 언덕 위에 있는 시비부사이드 모스크도 아담하고 깔끔하게 보인다. 흰색과 푸른색으로 예쁘다. 길가의 상가들도 흰색과 푸른색으로 파란하늘과 잘 어울린다. 골목길도 예쁘다.
아랍 글씨체도 멋지고 대문의 못 장식도 특이하다. 공원이 나타난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삶은 계란과 요플레를 먹는다. 커다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나와 산책하는 주민도 있다.
공원에는 커다란 바위와 등나무 같이 그늘을 만드는 하얀 꽃나무도 있다. 고목나무들 사이에 오렌지 나무도 보인다. 열매는 아직 초록으로 청귤이 생각난다. 급수대에서는 물이 졸졸졸 나온다.
오래된 급수대 같다. Bluee! 프랑스어로 기록된 간판이 보인다. 시디부사이드에 온 것이다. 언덕길을 올라간다. 기념품을 팔고 있는 가게들은 화려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튀니스(Tunis)의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조성된 시디 부 사이드가 처음부터 마을 전체가 온통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것은 아니다.
대부분 집들이 아랍식의 안달루시아 풍이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 출신 화가이자 음악가인 루돌프 데를랑게르가 정착하면서, 자신의 집을 지중해 도시처럼 칠한 것이 시작이었다.
튀니지 건축가에 의뢰해 1909년에서 1921년 사이에 저택을 지었다. 블루와 화이트를 상징하는 시디부사이드 풍광의 출발점이다.
현재 그의 집은 지중해 아랍음악센터가 되었다. 지중해의 파란빛과 재스민의 하얀 꽃을 바탕으로 집의 외부를 장식하였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는 시디 부 사이드는 알베르 카뮈, 모파상, 앙드레 지드 등이 사랑한 휴양도시이다.
‘튀니지안 블루’라 불리는 파란 창문과 돔 형태의 지붕, 아치형 문과 하얀 집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마을에서 앙드레 지드가 ‘좁은문’을 쓴 카페를 찾아보고 바다를 보며 민트차도 마셔 보기로 했다.
시디부사이드의 전경은 튀니지 여행의 꿈을 키워준 곳이다. 시디부사이드 여행객들은 보통 언덕 위에 있는 카페 데 나트(Cafe des Nattes)와 카페 시디 샤반(Cafe Sidi Chabane) 근처로 올라간다.
카페 데 나트 조금 못 가서 Dar El Annabi라는 문화유산 박물관이 있다. 18세기 후반에 지어진 후 20세기에 여름 별장으로 재건된 곳으로 당시 부유층의 가옥, 주거환경, 가구, 그림, 이슬람 장식품 등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
입장료는 5 디나르, 한국인이 손수 번역해 적어둔 한국어 안내서까지 있다. 이른 아침이라 정리중, 스쳐보고 나왔다. 지중해 하늘은 어쩌면 저렇게 파랄까?
여기도 남유럽이나 지중해 풍경이다. 포카리 스웨트 광고 속 장면의 그리스 산토리니느낌이다. 튀니지에서 같은 하늘, 같은 바다, 같은 색감을 주는 풍경이다.
밤발로니(BAMBALOUNI) 가게에서 도넛을 사먹는다. 달달한 설탕을 뿌려 갓 튀겨 나온 도넛은 맛있다. 3명의 젊은 직원들이 친절하게 맞아준다.
1932년이라는 작은 글씨와 오래되 보이는 튀김 도구가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지중해의 거침없는 태양,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는 하얀색 외벽, 하늘을 닮은 창문과 문, 파란 지중해, 핑크 빛과 하얀 종이 꽃(부겐베리아) 그리고 튀니지안 블루!
시디 부 사이드는 걷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고 행복해지는 곳이다. 위쪽에 작은 공원에서 뷰를 보다가 카페 시디 샤반(Cafe Sidi Chabane)로 들어간다.
좁은 계단 아래 멋진 뷰를 선사하는 카페다. 아침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에서 지중해 풍경 실컷 본다. 차 종류와 음식 값은 오래된 벽에 붙어있다.
바가지 씌우고 가격 갖고 장난치고 음식이나 서비스 관련 평가가 좋지 않은데, 뷰는 정말 좋다. 저 멀리 마리나의 모습과 정박한 요트들로 이곳이 휴양지임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의 글이 생각난다. 햇볕이 아낌없이 쬐는 여름날, 하얀 벽과 파란 대문으로 치장된 시디부사이드의 카페에 앉아 찐한 에스프레소 한잔 느긋하게 마시며 에메랄드 색 지중해 위로 저물어 가는 석양을 보고 있노라면 환상이란다.
석양이 아니라도 환상적이다. 옆에 비슷한 경관을 보여주는 카페 데 델리스(Cafe des Delices)로 들어간다. 전망이 멋지다. 파라솔을 정리하며 청소를 하고 있다.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뷰가 정말 환상적이다. 카페들과 나무 아래 노천 카페의 많은 빈 의자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거리는 청소중이다.
시디 부 사이드, 카페 데 나트(Cafe des Nattes)도 아침 손님맞이 준비 중이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비단 아름다운 전망이나 이슬람 특유의 이국적인 전통 스타일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이곳이 앙드레 지드, 사르트르, 모파상, 시몬느보봐르, 알베르 카뮈, 생텍쥐페리, 미셸 푸코, 파울 클레의 단골 카페였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유럽의 많은 화가와 문인들이 시디부사이드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사랑방이자 아지트인 카페 데 나트에서 차를 마시며 음악, 미술, 문학, 철학을 논했다.
카페 벽 한편에는 당시 이곳의 위상을 알 수 있는 신문 스크랩이 잔뜩 있다. 앙드레 지드는 1893년 24세에 아프리카 여행하며 문학과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여러 도시를 헤매던 중 시디부사이드에 찾아왔고 이곳의 매력에 빠진다. 매일 산책하고 카페 데 나트에서 차를 마시고 작품을 구상하며 삶의 해방구와 예술혼을 찾았다.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좁은 문을 처음 이 카페에서 구상하기 시작했다. 파울 클레는 튀니지에서 색채에 대한 강렬한 영감을 얻어 2주간 35점의 회화와 13점의 데생을 그렸다.
그의 친구 마케는 이곳을 그려 카페 데 나트라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프랑스어로 natter는 돗자리를 깔다, 머리를 땋다의 뜻이란다.
Cafe des Nattes는 돗자리 카페라는 뜻이 된다. 사진이나 그림과 비교해 보면 내부나 외부 모습이 100년 전에 비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고 기존의 흔적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중 두드러진 특징은 바닥에 깔린 돗자리다.
신을 벗고 돗자리에 앉아 작은 소반 위에 차를 놓고 마신다. 시디 부 사이드는 파란 하늘, 파란 바다, 파란 대문 때문에 3청으로 불린다.
잠시 걷다가 나왔지만 시디 부 사이드와 명소들을 조금이나마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