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1) / 박충상
첫째 날
2022년 5월 9일(월)
새벽 6시에
제주여행을 위해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익숙하질 않았다.
특히 아내와의(왕눈이)
해외여행은 왜 그런지?
갈 때마다 싸우게 돼
되도록 같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모임과 여행이
중단되었다가 3년 만에 풀려
여행을 하게 된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번에 같이 여행을 하게 된
유진방, 구순옥 부부는
왕눈이와 이화여고 동창인
구순옥 전도사님을 알게 되고
두 분이 나의 모교인
서강대 캠퍼스 커플인 것을
핑계로 식사를 같이하고
집도 방문하며 얼굴을 익혔다.
그러나 여행을 같이 갈
정도인지 나도 잘 모르는데
3박 4일의 여행이
은근히 걱정되었다.
원래 여행은 서로 즐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혹시 모를 심적 불편함과
갈등이 생길 수도 있기에
염려가 되긴 했다.
08:10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도착한 김포공항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조금은 시골 냄새를 풍기던
모습에 비하면 훨씬 세련되고
밝아져 나라의 발전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새벽에 집을 나섰기 때문에
아침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나와서 공항식당이 열었을까
걱정을 했지만 / 유 박사 부부가
빵을 챙겨온 것을 알게 된
왕눈이가 너무 좋아한다,
원체 빵 박사이다.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게 되니
어린아이처럼 신기한 듯
기분이 좋다.
저가 항공이지만 훌륭하다.
이륙할 때도
전에는 불안하면서
뭔가 표현하기 어려운
긴장과 묘한 두려움이 들곤
했었는데
나이 탓인지 너무 편안한
느낌이 든다.
비행기가 뜨고
창밖의 구름을 보다가 바다가
보이려나 하는데 제주공항에
착륙한다는 기내 방송이 나온다.
셔틀버스를 이용
렌터카 회사에 도착해 차량을
인수받고 운전대를 잡았다.
살짝 긴장됐지만 곧 감이 잡히고
도로도 익숙해져 갈 즈음
80km/h에서 느닷없이
30km/h로 바뀌는 바람에 당황
했지만 학교 앞을 지날 때
꼭 지켜야 할 법규가 아니던가.
화학과 동기인 박의병 장로님과
약속하고 집을 찾아 나서는 길
엄청 키가 큰 비자나무가
울창한 숲길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고, 하늘을 향해 솟구
치는 나무 숲에서 큰 에너지를
나누어 주는 것 같았다.
박장로님 댁에 도착했다.
너무 예쁘게 가꾼 마당과 정원,
작은 분수와 연못,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아름다움이다.
부인되시는 금속 공예가
이성경 여사님과 둘이서 7년을
고생하여 일구었다는 말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박장로 님의 깊은 신앙심을
생각하여 구순옥 전도사님이
집필한 “성경의 맥을 따라
읽으라" (상, 하)두 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집에서 가져와 두 사람 앞에
내놓았다.
박 장로 댁에 온 기념으로
현장에서 저자가 친필 서명을
하여 책을 준다면
주는 사람 받는 사람이 함께
좋아할 것 같아 책을 가져왔다고
내 뜻을 설명하니 모두 좋아한다.
저자의 친필 서명을 받은
박장로 님도, 저자도 그리고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도
즐거워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금속 공예가이신 부인의 작품을
감상하고, 과일 대접도 받고,
근처 식당으로 옮겨 점심까지
대접을 받았다.
그저 무심히 식당에 간다고
생각했는데 '영희네 우럭 명가'
(064-784-3340)의 식사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우럭의 가시와 뼈는 매우
강하여 살만 발라서 먹는데
주인이 직접 튀긴 우럭을
발라 주는데 새우튀김처럼
뼈까지 쉽게 씹을 수 있는
그 맛에 너무 놀랐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꼭 가고 싶다.
박 장로와 작별하고 서귀포로
가는 중에 도로의 특성에 따라
제한속도가 너무 자주 바뀌어
초행길인 여행객에게는
무척 신경이 쓰인다.
잘못하면 속도위반 딱지가
날아올 테니
잘 따르는 것이 상책이다.
17:30
서귀포에 위치한
국군 호텔에 도착했다.
방에 들어서니 60평이나 되는
으리으리하게 넓은 VIP 룸이다.
방이 세 개 two bed room이
2개, 특히 넓은 거실과 확 트인
전망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호텔에서 최고의
방임을 증명한다.
오늘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도
있었고 다른 뉴스도 궁금하여
TV를 켜는데 리모컨이 말썽을
부려 front에 연락했다.
이렇게 훌륭한 호텔의
리모컨이 말썽을 부려 TV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서비스가
엉망이다.
객실을 출입할 때 문을 여는
시스템도 너무 어렵게 되어있어
3류 모텔의 키로 된 시스템보다
어렵다.
새벽부터 서두른 탓에 모두
피곤하여 호텔 내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육포로 저녁을 먹었다.
물론 나 혼자서만 소주 한 잔
마셨지만 격의 없는 대화로
분위기가 따스하고 가족들과의
대화처럼 편안하여 출발 전의
걱정은 봄날 눈 녹듯 사라졌다.
전도사님이 사준(?)
소주 한잔을 마시며 나누는 대화
인데 어찌 분위기가 나쁘겠는가?
특히 유진방 박사의 깊이 있는
지식과 재미난 화술이
모두를 집중하게 하기도 하고
웃게 하기도 하는 재주꾼이었다.
내일 여행이 기대되는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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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Today
제주여행(1) / 박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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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4 03:4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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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 어르신 글도 참 잘 쓰시넹~!
박선생님 술솜씨 못지않게 글솜씨도 대단하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