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소리, 그 따뜻한>(2011년)에서...
20년 전, 10년 전의 소리가 그리운 아침... 지나고 보니 모든 소리는 다 따뜻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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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그 따뜻한 1
김명옥
일요일 아침.
아파트 지붕위로 하늘이 빠끔히 보인다.
늦은 아침을 먹고, 리모컨을 켠다.
대한민국은 온통 코미디 바다에 빠졌다. 1박2일, 무한도전, 무릎 팍 도사, 스타킹, 봉숭아학당, 패밀리가 떴다, 놀러와……, 그것도 모자라 재방송까지 보다가, 잠이 들었다.
잠속에 계단을 따라 길게 올라오는 소리가 있다.
‘세 ~ 탁, 세 ~ 탁’
잠속에서 세탁 소리는 똥차를 만났다.
‘똥 ~ 퍼, 똥 ~ 퍼’.
똥차가 당당하게 골목길에 들어서고, 부릉부릉 몇 번에 똥차의 빨대가 팽팽해지고, 푸르르 몇 번에 구석까지 말끔히 핥고 나면, 똥차의 엄청난 식탐에 감탄하고, 홀쭉해진 똥통에 신기해하고, 골목골목, 집집마다 차별 없이 퍼지는 똥내에 가슴 훈훈해 하는 사이, 똥차는 기세 좋게 불룩한 배를 출렁이며 골목길을 나갔다. 좁은 골목을 비추는 햇살이 길게 뒤따랐다.
한낮이 훨씬 지난 햇살을 뚫고
아파트 지붕위로 빠끔한 하늘이 보인다.
‘세 ~ 탁, 세 ~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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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집<소리, 그 따뜻한>(2011년)에서
첫댓글 오후의 정겨운 풍경이 그려집니다. 사람사는 일상의 풍요로움~
콜라 권하시던 부회장님ᆢ따뜻한 소리 들리네요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