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 시집 『가슴 꽃 이야기』
제 1 부 : 영롱한 빛처럼
50호 생일에
대청호에서
오월밤 戀歌
민화 한 폭
배나무골의 배서방은
마지막 잔치
빗속의 戀歌
4월과 나는
相對性 原理
목탁 선생님
샘머리 공원에서
난순이
봄비
그날의 作業은
장미꽃과 女人
말씀
파도를 말아 넣어 놓고 하늘을 접어 펼쳐 넣을
영롱한 빛처럼
故鄕散策
제 2 부: 아내의 겨울 바다는
수통골의 연달래
설악동의 아침
계족산 진달래
봄은 다시 오네
계룡 단풍
경상땅 하회마을에 가니
무지개 꿈
제주에 하나만 더
천제연 폭포에서
서귀포 관광유람선에서
불일폭포에서
개골산에는 별금강도 있다는데
징검다리 건너
또 하나의 직함
수박밭 며느리
산, 山은
종로의 달
可逆反應
아내의 겨울 바다는
설날 情感
가슴꽃 이야기
눈 내리는 밤에
제 3 부 : 오늘 같은 세상은
江을 밀어 바다로
어항속
진도굿.1
진도굿.2 -지왕맞이 굿
진도굿.3 -씻김 굿
진도굿.4 -희설
강강술래야
친구가 棺에 들어갈 때
터지는구나, 복장이
요즈음엔 가끔씩
그대는 연꽃
세상 훔치기
공습경보
엘리뇨 현상이
오늘같은 세상은
일천 구백 구십 구년의 구슬픈 노래
제 4 부 : 노을에 띄우는 노래
노을에 띄우는 노래
知天命에
人生의 한 획을 다시 그으며
自然生命館에서
통일전망대에서
모두가 한마음
내 마음을 파도에 실어-호주기행.1
쪽빛 바다가 춤추는-호주기행.2
푸른 안개 속에는-호주기행.3
코알라의 고집-호주기행.4
동화속의 나라-뉴질랜드 기행.1
로토루아 노천온천탕에는-뉴질랜드 기행.2
원주민 마을, 와카레와레와-뉴질랜드 기행.3
와이토모 동굴의 불가사의-뉴질랜드 기행.4
鷄龍山
제 1 부 : 영롱한 빛처럼
50호 생일에
대청호에서
오월밤 戀歌
민화 한 폭
배나무골의 배서방은
마지막 잔치
빗속의 戀歌
4월과 나는
相對性 原理
목탁 선생님
샘머리 공원에서
난순이
봄비
그날의 作業은
장미꽃과 女人
말씀
파도를 말아 넣어 놓고 하늘을 접어 펼쳐 넣을
영롱한 빛처럼
故鄕散策
50회 생일에
더도 덜도 말고
딱 오십 년 후에
제 발로 떠나버린 사람
등 밀어 보내버린 사람
돌 던저 과녘 맞춘 사람
맞은 사람 가리지 말고
눈자위 맴도는 사람
뒤퉁수마져 멀어저간 사람
한 사람도 빼놓지 말고
지난날에 입었던
헌 누더기 옷 과감히 벗어버린 채
알몸으로 이 자리에 다시 만나
가슴속에 깊이 묻어둔
우리들의 이야기 모두 꺼내
막소주나 한 잔 곁들여 나누며
과거 여행 떠나보면 어떨까
내 귀빠진 턱
톡톡히 한 번 낼터니.
대청호에서
산그리메 물빛
물빛에 젖은 산. 산 .산
여름비 곱게 내리는
캔버스 위, 대청 호반
피어나는 석양에
분홍빛으로 물들어 오는
知天命의 둥지
내 마음은 아직도
어머니의 태반 속
강바닥에 묻혀 있는
유년의 신비를
세월은 무심코 덮은 채
유유히 흐르고.
황홀한 시간만이
수면위에 떠올라
물새처럼 푸른 하늘을
어김없이 오늘도 비행하고.
오월밤 戀歌
노을꽃
막 지고나면
밤 꽃몽올 다시 피어나는
오월 밤 달무리
철없는 불나비
눈부신 불빛 따라
무작정 찾아온 것도
큰 죄가 되나요
새 생명
싹 터 올라
천상에서 지상으로
울려 퍼지는 사랑의 음율
개골, 개골골, 개골개골
둔산동 샘머리 공원
공사장 빈터마다는
오월 밤의 戀歌만이.
민화 한 폭
보름달빛 곱게
색동옷 받쳐 입고
세월 나들이 나선
백두대간 암호랑이는
계룡 장터 구경나온
숫총각 하나 나꿔
등위에 들쳐 업고
가을 하늘 아래 첫 동네
처녀 하나 어금니로 찍어
새벽달 목 넘어 갈 때까지
추억 속 대바구니에
과거의 다슬기 줍기.
배나무 골의 배 서방은
천년 냇가에
은밀히 숨겨놓은
솜털 구름 속을
가을나비와 피라미는
하늘 천 따지
속절없이
숨바꼭질을 즐겨도
아내와 딸년마져
도회의 불나비로
떠나버린 뒤
배나무 골의 배 서방은
배반의 반세기를
오늘도 어김없이
가슴속 깊히 못 박고 있지
박힌 못 피와 함께
세상을 떠돌고 있지.
마지막 잔치
우리 아주 어렷을 때
시골 논빼미에서 듣던
개구리 울음소리가 아직도
포크레인 소리 막 숨지고
눈부신 가로등 빛 밀물로 넘실대는
한밭벌 둔지미 마을
변해버린 대전광역시 둔산동
정부종합 3청사 공사장 빈터마다
오월 밤 어스름을 펼쳐놓고
초승달빛 정겹게 불러와
짝짓기 즐기며 불러대는 세레나데
또, 그 선율 따라 세월 속
거슬러 흘러가 보고 있음은
그대와 나는 아직까지
참으로 가슴 뛰는 사연을
마음 깊히 간직하고 있음이리라
일천 구백 구십 구년이 남기는 선물
이승에서 치르는 마지막 잔치이리.
빗속의 戀歌
새벽비에 촉촉이 젖어든
삼월의 가녀린 산자락은
시골 소녀의 청초한 눈망울
아침비로 머리 감은
오월의 상큼한 산마루는
새 새댁 정갈한 자태
칠월 대낮 소낙비
산파도 몰아 솔숲 씻고
금빛 태양 수놓는다
가을비 곱게 내리는
시월상달 언덕에는
낙엽 속에 시와 음악이
달빛 받아 더욱 푸른
겨울밤의 뜨락 곳곳마다
밤비 뿌리고 간 설레임이.
4月과 나는
4월은 나의 비워둔 가슴 속에
나는 4월의 목마른 가지 위에
연초록의 부푼 꿈과 사랑
형형색색의 꽃등을 소중히
달아주는 둘만의 친구
개나리, 벚꽃, 라일락, 진달래
꽃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4월 속에서만은 어김없이
꽃이 되어 머물고 싶다
너 안의 나로 남고싶다
서로가 바라만 보아도
그저 정겹고 따스한 눈길
닫친 마음의 창을 열어 제치고
용서 못할 일까지도 받아들여
한 가족처럼 살아가고 싶은.
相對性 原理
女人의 마음과
가야금의 散調는
튕기는 듯 쓰다듬어야
제 소리가 울리고
男兒의 自尊과
북소리의 함수는
뛰는 심장을 한껏
재우는 듯 두드러쳐야만
제 자리에서 풀린다.
목탁 선생님
山이면 山마다
玉이 나는 것도 아니고
玉이면 玉마다
보석이 되는 것도 아닌데
선비 중의 선비
文士중의 文師
선생중의 스승
선배 중에 진짜 어른
어른 옆에만 서있어도
달빛 향기가 그윽하고
비단 강바람도 달려와
옷깃을 여미라 타이른다.
샘머리 공원에서
커튼 내린 창 밖엔
오월밤 늦 안개비
검은 포장 위에
별빛을 쏘아 붇는
그믐밤의 잔칫상
신축 정부 대전 제 3청사 앞
샘몰이, 휘몰이로
바짝바짝 몰아가는
둔산동의 개구리 울음소리.
난 순 이
교원 정년 단축 발표로
세상이 온통 뒤숭숭 하던
동짓달 어느 토요일 오후
대전 시내 중앙통을 지나
변두리 마을 판암동이 종착지인
105 번 좌석버스에 올랐다
비어 있는 뒷자리를 목표로
적도의 정글을 헤치듯 지나
어렵사리도 찾은 내 자리
위치를 채 확인하기도 전에
낯익은 앞자리의 중년 부인이
새로 들어서는 나를 몇 번이나
처다보며 머리를 갸우뚱한다.
혹시 선생님이......
혹시 난순이가.....
둘은 앞과 뒤의 서로를 확인 하며
이십 몇 년 전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였고
초등학교 삼 사 학년쯤 된 듯한 딸과
아직 유치원을 벗아나지 못한
아들네미가 동시에 엄마에게
이 아저씨는 누구야 ?
여학교 총각 선생이었던
오십대 중년의 아저씨와
사십대 초반의 제자 엄마와의
이십 몇 년 만의 우연한 만남.
그런데 선생님께서 어떻게
지금까지도 제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시고 있는지요?
중학교 교사가 된 현재의 저도
최근에 담임 했던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기조차 힘든데요
이점이 옛날과 현대의 차이고
젊은 자네와 나의 다른 점이고
스승과 제자의 차이점이지.
봄비
머리맡 창가를
언뜻 스쳐가는
긴 머리칼 보이기에
나즈막히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
조용히 들려오기에
잠자리 박차고
커튼을 열어 제치니
싱그러운 분내음
은실비, 봄비
온몸 구석구석에
촉촉히 젖어 들어오는
뜨락의 푸른 숨결
비운 가슴 깊이
소복소복 채워오는
少女의 맑은 눈동자
큰 숨으로 맞으면
초록 색소 배어와
어린 싹 눈들로
마음 밭을 덮는다.
그날의 作業은
누구의 섬김 속에
깊이 놀다
떨어져 나간 꽃이냐
내 지금 쓸고 있는
이 조그만 작업
싸리비를 들이대면
곱게 모이는
추억 속 별들의 소리.
나뭇가지마다
톡톡 맺히는
동그마한 열매
손이 트이도록
모래알을 세던 그날의 작업은
고개 넘어
외갓댁 토방에서
소꿉놀이 하던
붉은 기왓쪽 그것일까?
새금파리 반짝이는
용숫골 돌다리 밑에서
띄워보낸
꽃씨
그것이겠지.
장미꽃과 女人
장미꽃의 매혹은
밖으로 드러난 가시
女人의 매력은
안으로 숨겨놓은 질투
가시로 찔린 가슴에서
곱게 피어오르는
분홍빛 꽃봉.
장미꽃의 신비는
향내 담긴 꽃술
女人의 진실은
딱 한 방울의 눈물
겹겹이 잠가둔
마음의 창문을 열고
알가슴을 드러날 때
장미꽃의 사랑은
가시 끝에 맴도는 향내음
女人의 사랑은
열매 벙글기 전의 청초함
사랑의 원액
작은 질투의 눈물은
꽃과 열매를 키우는 양식.
말씀
당신의 그 말씀은
오늘도 기차바퀴처럼
레일 위로 달려오는데
나는 감나무에 올라
피리를 불고 있오
기적소리에 쫓긴
나의 黙想은
나뭇가지를 흔들다가
빨갛게 익은
감알을 떨어뜨렸오
곁가지에 붙어 發芽하는
나의 義足을 보았오
당신의 말씀보다
훨씬 부족한
나의 낭패한
몸 곳곳에서.
파도를 말아 넣어 놓고 하늘을 접어 펼쳐 넣을
여름실밥 탁 터저
忘却의 낚시에 걸려나온
푸른 하늘, 오색 무지개
안경을 벗어버린 눈으로
훔쳐보면 볼수록
머리 위는 깊은 바다
거꾸로 헤염쳐 나르는 하루
파도에 깃을 터는 작은 새와
구름 타고 노는 물고기들이
계절의 앞뒷문 다투며
時間給 챙겨 여왕과 함께 사라지자
머슴 김씨의 등 땀내음도
時流가 처놓은 안개그물에 걸리어
푸르름 밖으로 내쫓기었다.
도회는 깨어져버린 항아리
담겨 있던 보석과 꿈이
보도블럭처럼 흩어지고
살아 꿈틀거리는 목소리는
昨醉未醒의 난간 위에서
떠내려가는 沈黙의 조각과
석양에 불붙은 비취색 하늘을
하나로 노래 부르고 싶다.
파도를 말아 넣어 놓고
하늘을 접어 펼쳐 넣을.
영롱한 빛처럼
한 톨의 작은 씨앗도
제 몸을 속으로만 썩힌 뒤
두꺼운 각질을 벗고
싹으로 다시 태어나
샛가지를 치며
잎과 꽃송이
열매까지도 약속 하고
한 방울의 하찮은 물도
들샘을 차고 나와
햇볕과 바람과 싸우며
세천으로, 대하로, 대양으로
오직 한 줄기가 된다
속세의 부귀영화
누더기 장삼 속에
깊히 묻어 놓고
산사의 피말리는 고행
뼈속 깊히 숨겨 놓고
열반하신 그 후에
무지개빛처럼 내보이시는
성철스님의 영롱한
그 빛, 사리처럼이나
故鄕 散策
춘삼월 산나물 한 소쿠리에
보리고개 넘겨볼 마음이 가벼워
오뉴월 푸장나무 한 바지개에
동지섣달 구들장이 정겨워서
산말랭이 빛드는 곳에 터를 잡았지
그때, 울할배는.
복사나무, 살구나무
빈터마다 심궈놓고
울아버지와 엄니는
남새밭 가꿔가며
새벽같이 똥장군 등에 진 채
꺼먹고무신 다 달아 헤어지도록
삼백 예순날을 하루에 다 담아 살며
아래뜸 돌려가는 바람개비
가슴밭에 묻으려 하지 않고
반딧불 쫓다
큰 불빛 따라 떠나버린 가시나들
실개천 돌틈 헤집고 가재 잡던
소꼽동무, 선머스마들 눈에 그려지고
돌미나리, 쑥부쟁이, 찔레순
치마폭에 가득 담고
망아지처럼 뛰놀던
그때 고 계집애들
눈 감으면 선하고.
제 2 부: 아내의 겨울 바다는
수통골의 연달래
설악동의 아침
계족산 진달래
봄은 다시 오네
계룡 단풍
경상땅 하회마을에 가니
무지개 꿈
제주에 하나만 더
천제연 폭포에서
서귀포 관광유람선에서
불일폭포에서
개골산에는 별금강도 있다는데
징검다리 건너
또 하나의 직함
수박밭 며느리
산, 山은
종로의 달
可逆反應
아내의 겨울 바다는
설날 情感
가슴꽃 이야기
눈 내리는 밤에
수통골의 연달래
싸락눈 내리듯
쏟아져 내리는
푸른 별빛이
여린 가슴을
빗질해 가는 그믐밤
온몸에
열꽃이 난 수통골의
열아홉,진달래는
忍苦의 아픔을
분홍빛으로 뽑아내는
산 아래 마을
골목골목마다
흥건히 적셔놓은
지난 밤 대자연의
흥겨운 잔칫상
붉은 피.
설악동의 아침
아쉬워 아쉬워서
벗어 걸어 놓은
4월의 잔설인가
참다가 참아대다가
방사해 놓은
산벚꽃 화폭인가
은하수를 휘감아
지하로 계곡으로
거침없이 떨어지는
토왕성 폭포의
숨은 마음이여
아침 햇살에
서서히 벗겨지는
은빛 야회복
권금성의 골안개는
설악동의 하루를
5월상 위에 차려 놓고.
계족산 진달래
핏멍울 붉게 물든
백제의 혼
역사를 시간에 묻어
돌담을 쌓고.
쪼개진 와당
세월의 음영
아침 햇빛 받아
꽃으로 피었나.
피어라 마음껏
피어나라 활짝
계족산의 붉은 피
4월의 꽃,진달래로.
봄은 다시 오네
감춰둔 이 마음을 다시
설레이게 하고 하는
새벽까치가 또 운다.
차가운 물이라도 한 잔
들이키며 ,닫쳐 있는 창문을
확, 커틴처럼 열어제쳐야지
기다리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까지도
가리어 사귀지 않고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봄은 고마운 손님
엄마는 시장에서
노란 병아리와 오리 새끼를
사다가 풀어놓으실 것이고
고 조그만 놈들이
온 마당을 그림으로 가득가득
채워 색칠해 놓을 터이고
밖으로 뛰쳐나가
양지 뜸의 쑥도 뜯고
마른나무 가지 위에 내비친
보드라운 솜털 버들강아지의
싹눈과 눈맞춤도 즐기며.
계룡 단풍
연다홍 갑사치마
살금살짝 걷어올린
동학의 쎈 바람
드러나는 신비
보이는 속살
암용추
숫용추
사이로
石間水.
먼발치에서
그대 모습 바라보며
그믐달빛 한 올을 뽑아
가을 밭 계룡 치마 폭 속에
연거푸 방사해댄다
찢기우는 초승 밤
타오르는 시월상달.
경상땅 하회마을에 가니
왕소나무 고집
모진 돌 깍여 조약돌
조약돌 달아 모래알
세찬 강줄기 품에 안고
돌고 돌아온 세월
류성용 선생이
강가,솔숲 자리펴고 앉아
찿아준 나그네
술 한 잔 가득 따라주시며
귓속말로 넌즈시
세상사 고되고 힘든 일
볼 것 못볼 것
들을 것 못들을 것
눈 씻고 귀 닦자
타이르실 때
강 저쪽에서 몰고오는
저 솔바람소리
오랑캐의 말발굽소리
세상 온갖 시끄러운 소리.
무지개 꿈
동편 雙 무지개
분홍 깃볼 한 쪽을 떼어
솜사탕을 만들었네
입속에서 녹아
온 몸에 퍼질 때
코 끝에선 향내가 풍겼을 뿐.
그 후엔 무지개 꿈만 吐했을 뿐.
제주에 하나만 더
제주에는 여자보다도
바람이, 그 보다는 돌이
三多에 하나만 더
비 오는 날.
도둑이 없으니 대문이
天性이 부지런하니 거지가
있을 수가 있나
三無에 하나만 더
버릴 것, 쓰레기
가는 곳 어디나 自然의 寶庫
틈실한 열매만큼 넉넉한 人心
三麗에 하나만 더
바다, 남해의 푸른 물결
천제연 폭포에서
살아보고 싶다
우리와 같은 하찮은 인간도
언젠가 한 번 쯤은
세상사 복잡한 생각
미련 없이 툭툭 털고 일어서
일상에서 찌든 때
정갈히 씻어놓고
선인, 선녀와 함께
예, 나와 피리나 불며
하늘 떠받고 서서
구름으로 놓은 다리
서귀포, 선임교를 건너면
천상에서 지상으로 흐르는
천제연 2段 폭포
내가 찾아가니
天帝도 무지개 타고 내려와
선남선녀들과 목욕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서귀포 관광유람선에서
제주 앞바다에서
관광유람선을 타고
뱃길 따라 서귀포 칠십리
부숴지는 남해의 푸른 물결
따라붙는 흰 파도
손에 잡힐 듯 말 듯, 문섬
바다 위에 한반도 지도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는 범섬
벌룸벌룸 대문바위 속에
넘실넘실 파고드는 白馬떼
남쪽의 해금강에는
저녁노을에 불타오르고 있는
기둥 바위 하나, 외골괴
그 위에 해송 한 그루
머리 긑은 더욱 푸르고.
불일폭포에서
하늘 아래 물
물 따라 산
산 아래 구름
天上에서 地上으로
은하수 휘몰아
낙하 하는 천둥 소리
저, 울부짖음
지리산 계곡마다
묻힌 寃鬼 찾아 싣고
강으로 ,바다로
산으로 ,하늘로.
칠월밤의 大返亂
자연이 내쏟아 놓은
최후의 나들이.
개골산에는 별금강도 있다는데
옛부터 여태까지는
우리같은 속인들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가고 싶어도 못가는 곳을
선택받은 신선들만이
간간히 들려갔을지도
몇 십 년을 더 참고 기다려야
마음을 닦고 쓸어야
금강의 바위가 되고
계곡의 물이 될 수 있나.
태초에, 온 세상을 빚을 때
조물주가 맨 처음으로
돌과 물을 섞어 대자연의
작품을 만들어 펼쳐놓고
생명의 혼을 불어 넣어
초목과 기암괴석이 되었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과
지상의 물비단이 만나
수정이, 진주가 되어가는
조화의 묘기가 펼쳐지고.
내 여기에 차라리
금강문 안의 자연으로 남아
하나의 돌덩이로나 주저앉던지
꼿꼿한 소나무 가지로 뻗어
금강산 나라의 한식구가 되어
계곡의 물소리나 이웃하고
흘러가는 뭉게구름과 속삭이며
세상물정 눈과 귀 막고 살아도
하나도 불편하지도, 부러웁지도 않은.
징검다리 건너
내 예까지 걸어온
반평생은 맨발에 자갈길
뒤돌아 보면 가시밭길
한발 헛디디면 빠져버릴
한 치 아래 수렁길
징검다리 건너 저쪽엔
뭉게구름 꿈처럼 피어나고
논두렁 물소리, 숲속의 새소리
저녁놀 받아 불타는 사르비아꽃
보름달 마중나온 가로수
해 돋는 곳, 달 뜨는 곳
그대 찾아 수 십 년
징검다리 건너 새로운 길엔
땀에 젖은 작은 이마 씻어 줄
새색씨 기다리고 있다네
지나온 길 벗삼아 노래하며
오는 세월 악수하여 줄.
또 하나의 직함
아내는 달걀장사 사모님
나는 수박장수 선생님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양계장 집 아줌마 좀
도와주며 살고 싶다며 몇 번 거들더니
아내는 아파트 통로의 달걀장사 사모님이 되셨고
트럭운전수와 눈 맞아 도회지로 줄행랑친
수박밭 며느리의 홀시어머니 사정이 하 딱해서
스무나문 통 남짓 사다가 인심 좀 썻더니
그 이틑날 부터 나는 수박장수 선생님이라는
또 하나의 직함을 달고 다니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의 젊은 주부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최고만 찾기 때문에
알이 굵은 계란과 조금 싱싱한 수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뽑혀서 나가고
작은 것, 깨진 것, 꼭지 빠져 시든 것만 남아
중년 부부인 우리들의 마지막 차지가 된다
사실은 가정에서도 매한가지다.
수박밭 며느리
봄 나비, 가을 고추잠자리로
꽃과 나무, 창공이건 바위거나
싫도록 앉았다 마음껏 날고파서
말라 비틀어져 가는 세월
역류하는 물줄기 되돌려 놓고
동굴 빠져 불빛 따라 왔어요
토끼 같은 자식, 능구렁이 남편
여수 같은 시어머니, 호랑이 시아버지
헌신발작 엎어놓듯 해놓고
보름달 바라보며 헛간 기둥 부여잡고
삼백 예순 닷새 그 어느 하루인들
뼛속 깊히 찾아드는 전율, 그 추위
그 누구 하나 알아주면 덮어줄까
2.5톤 트럭에 내 인생 모두 싣고
망 뚫고 나온 까투리처럼
들판 지나 숲, 비탈진 언덕에
장승처럼 서 있어요
산 아래 저 쪽에 불빛이 보여요
내 아직은 잘 몰라요
한 세상 박수 치며 살아가는 법
민들레꽃은 밤에 활짝 피고
설익은 수박도 달빛 받아
분홍빛 속살 더욱 돋아나고
한낮 땡볕 받아 세상사는 맛
찾아내는 것이 삶이 아니겠어요
삶의 답은 모범답이 따로 없고
오답이 더 정확할 때도 있거든요.
산, 山은
한라에서 백두, 록키에서 후지까지
이 세상의 산은 산대로
계절 따라 비위 맞추어
인간을 받아들일 겸허한 자세로
몸단장을 하며 님을 기다리는
자연의 새 새댁이요, 낭군 이다
골바람 남몰래 불어올 때
젖꼭지 간지러워 산등성 맴돌다
꽃불 타는 연달래, 산철쭉
속샛길 옴팡진 계곡따라
숨은 물 돌돌돌 , 산새소리 풀꽃 향기
가슴 젖어드는 리듬, 여름산
핏빛 가을 단풍 터널 뚫고 나서면
온몸에는 오색빛, 가슴에는 분홍꽃
다람쥐 도토리 문 채 텃새 쫓고
알가지로 남아 더욱 좋은 겨울나무
속가지 매디마다 활짝 눈꽃송이
눈밭으로 마음것 달려간 유년의 추억
먼 발치에서 바라보면 마음 설레이고
가까이서 대할수록 가슴 따습고
산을 오르면서 내일을 그리고
산을 내려오면서 오늘을 짚어 보고
山, 山은 인생 체험 스켓치북
인간을 깨우치는 자연의 선생님.
종로의 달
서울특별시 종로 네거리에
충청도 산마을의 그때 초승달
마음속 상현달로만 자라온 반 세월
세월 속 눈부신 네온 불빛 삭이며
중년의 보름달로 높히 떠올라
퇴색해가는 추억의 길다란 담벽을
무지개 빛으로 다시 색칠하고 있다.
반쯤 벙근 연달래 꽃가지 꺽어
양깃볼에 살며시 꽂아주며
저 불빛 좀 봐요, 그래도 부끄러워
검은 눈 다시 꼭 감고
아직도 별님이 내려다 봐요
열일곱 춘향의 눈썹달이 흘겨봐요.
可逆反應
분유만 먹고 자란
우리 집 막내는
소젖을 빨고 있을 때에도
엄마 젖가슴을 파고든다.
다른 女子 훔쳐보며
솟은 열정으로
잠든 아내의 몸을
덮어가는 모순
처녀 때의 풋사랑 얘기로
몸구석 빈 곳
버들강아지 물오르고 있는
십년만의 외출
이십년 客地에서
뿌린 땀, 눈물
송이구름 되어
故鄕 하늘 맴돌고 있다.
아내의 겨울 바다는
아내의 겨울 바다는
저녁에 벗은 속옷을
아침에 다시 꺼내 입지 않는다
파도에 씻긴 돌은 조약돌 그대로
갯별에 묻흰 사연은 추억 그대로
아내의 겨울 바다는
하얀 리본 위에 앉은
노랑 나비 보다는
비취빛 하늘 보다는
분홍색+청록색+회색=흰색
수정알 그 단단함이
지금까지의 내신 점수다.
설날 정감(情感)
가는 섣달 그믐날 저녁에는
누우면 죽어버린 듯하던
늦 사십 줄의 꿈같은 단잠을
채워 놓으려 마음쓰지 않았다
여태껏 지불해버린 세월이
남달리 아까워서 그랬을까
아껴온 시간이 아쉬워서였을까
올 설날 아침 일찍 서둘러
아버지와 어머니, 어린 것들까지
모처럼만에, 줄줄이 三代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에 갔다
작년 이때 까지만 해도 깨끗하던
몇 개의 묘 터는 보이지 않았다
흰 눈발에 억새꽃만 태극기처럼 휘날리고
산등성이를 아직은 어렵지 않게
앞장 서 오르시는 아이들 할아버지
팔십 청춘 우리 아버지는
양지 뜸 굴참나무 숲을 헤치시며
내세의 문패라도 미리 달아 놓으신 듯
당신이 손수 잡아놓으신 묘자리를
벌써 몇 번째 우리에 확인시키신다.
겨울 햇살 봄 빗줄기 되어
지혜롭게 내리쬐어 주는
굴참나무 숲 양지 볕에는
나의 어린 것들이 보물찾기라도 즐기듯
산 다람쥐가 힘겹게 저축해 놓은
도토리 몇 알, 겨울 양식 찾아내
세월 속 호주머니 깊이 숨겨 놓고
성묫길에 집안 어른들 몇 분
찾아뵈옵고 세배 인사드렸다
내가 한 절의 숫자보다도
받은 세배의 수치가 늘어난
올해의 설날에는 그래도 다행히
십 년쯤은 어린애로 보아주시는
웃어른 몇 분이 아랫목을 덥히고 계시었다.
가슴꽃 이야기
恨이라는 이름의 江을 사이에 둔 남쪽과 북녘 마을에는 눈이 고운 총각과
마음씨가 착한 처녀가 하늘과 땅처럼 서로가 바라다만 보며 살았습니다.
보름달이 솟아 오르는 날에는 뗏목을 만들어 타고 갈대숲에서 만나 내일을
약속하며 오늘을 다지기도 하였습니다.
진눈깨비 쎄게 내리치던 그믐밤, 등이 붉은 이무기가 나타나 사랑의 뗏목을
삼켜버린 후 둘이는 다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강물줄기를 타고 흘러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어버린 두 총각과
처녀는 변함없이 찾아주는 보름달만 바라보며 추억 속에 살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각자 마음씨가 비단결 같은 손자와 손녀가 그 때
그만큼 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움에 불타버린 마음밭에 깊히 심겨줄 가슴꽃 한 송이, 마지막 단 한번만의 안타까운 사연을 찾아 이른 봄 첫 새벽 희망산 골짜기로 들어갔습니다.
복사꽃이 피었다가 다시 지기도 몇 번 ,눈꽃송이 세상을 뒤덮을 때까지,그 누구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먼 훗날 막다른 골목, 절망봉 아래에는 남녀가 부등켜 앉고 있는 모양의 큰 바위가 있다는 이야기만 전해올 뿐입니다.
바위틈 가슴 속에는 이름 모를 하얀 꽃이 피어있었다고 하여 나는 가슴꽃이라는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눈 내리는 밤에
마음결에 그려진
그 하얀 그림자
바람처럼 따라와
나뭇가지를 흔들고 계시나
달빛으로 멎어
온 세상 한빛으로 비추고 계시나
새벽안개 구름 따라
흰 구름 다시 이슬비 되어
천지사방 동서남북
상하좌우 온몸 족족
젖어들어 바다 되어
파도 치고
새싹이 돋아 나와
싱그러운 잎으로 보플고
꽃도 피고 열매도 열렸지요
진실을 나르는 겨울 나비
내 마음 밭에는 함박눈이.
제 3 부 : 오늘 같은 세상은
江을 밀어 바다로
어항속
진도굿.1
진도굿.2 -지왕맞이 굿
진도굿.3 -씻김 굿
진도굿.4 -희설
강강술래야
친구가 棺에 들어갈 때
터지는구나, 복장이
요즈음엔 가끔씩
그대는 연꽃
세상 훔치기
공습경보
엘리뇨 현상이
오늘같은 세상은
일천 구백 구십 구년의 구슬픈 노래
江을 밀어 바다로
십대는 이십대를
칠십대는 팔십대를
신세대는 구세대를
똘강물, 시냇물은 큰 강물을
봄은 여름, 가을은 겨울을
양떼 몰듯이 술술 몰아가고.
앉거나 서있는 이 자리
악쓰며 발버둥치지 말자
기꺼히 물려주며 흘러가자
밀리다보니 든든한 삼십대의
아름다운 청춘도 만나 즐겁고
쫓기고 쫓긴다 생각한 것이
봄이 되고, 푸른 바다를 향해
소리 한번 크게 칠 수도 있어
좋았다고 자위하며 살자.
확보한 현 위치의 내 자리
너무 집착해 연연하다보면
잘도 흐르던 물결 꽉 막혀
長江의 대 홍수가 날 수도
옆에서 구경하던 이웃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어 역겹고
막쓰레기처럼 느낄 수도 있고
언제나 툭툭 털고 일어서
지금은 정말로 떠나야 할 때라고
빨리 흘러가야만 앞은 깨긋해진다고
가다보면 또 다른 고향은 있다고
새롭게 만나는 위치와 자리가
나에게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떠나야할 때를 정확히 알고
떠나주면 필요는 존재를 낳고
존재는 또 다른 미를 창조한다고.
어항 속
조그마한 방안엔
둥근 탁자가 놓여 있고
그 위엔 사각 어항이 있다
유리벽 너머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금붕어
우리들은 바라보며, 즐기며
내일을 맞이하는 주인
아홉 살짜리 조카놈의
책받침에 그려진 세계지도
눈 크게 뜨고 찾아야
겨우 보이는 땅
갈라진 틈벽 양쪽에서
애비와 에미는 속절없이
서로 바라보고만 있다.
샘물이 그리운
금붕어는 용기가 없다
만나고 싶은 부부는
말을 잊은지 오래다
표정만 움직인다
만나고 싶으면 한 숨결
튀고 싶으면 한 번 용트림
그러면서도 언제나 어항속
그러면서도 책받침 위 빌며
손바닥 안의 지도일 뿐.
진도 굿.1
사람이 태어나기 전엔
삼신제왕님께 지왕맞이 굿
태어난 애기 세상 살아가며
별일 없이 잘 키워달라 빌며
몸이 아프면 살맥이, 액맥이나, 물림
운이 나빠도 미리 막아주고
장가 갈 때도 굿을 해주고
별의 별 축원 다 해주며
사람이 죽으면
그 망자 신칼에다
넋 올려 씼어서
고풀어 갖고 길 닦아
다리염불로 극락 세상
밤새 곱게 해가는데.
진도 굿.2
-지왕맞이 굿
시집 온 각시 설흔이 넘도록
태기 없어 걱정하다가
정월 초이렛날 되면
산골짝에 있는 샘에 가
깨끗하게 주위를 치워놓고
왼손으로 비벼 꼰 새끼로
아이들 손타지않게
금줄 꽈다가 샘갓에 처놓고
초승달 찾아온 초저녘에
떡시루 하여 짊어지고
바가지에 쌀도 좀 넣고
미역에다 정갈한 짚 한 줌
새볔까지 경을 읽으니
서리에 떡시루가 깨지고
애기 낳을 여자는
샘을 자꾸만 들여다본다
날벌레 ,거머리가 있구나
영락없이 잉태했네.
진도 굿.3
-씻김굿
죽은 사람의 옷을
돗자리에 말아 짚으로 묶어
반듯하게 펼쳐 놓고
그 위에다 또가리 올려 놓고
밥그릇에는 넋을 담아
복개뚜껑을 살그머니 덮어
또가리 위에다 올려 놓고
또 또가리,그 위에다가는
누룩 놓고,쏱뚜껑 쒸워 놓고
쑥물, 향물, 맑은 물을
빗자루에 깨끗이 씻어
양돈말이 죽죽 시쳐가며
상탕인 쑥물에는 머리 씻고
중탕인 향물에는 몸을 씻고
하탕인 맑은 물에는 손과 발
고이고이 씻어 내고
신칼에 지전도 끼운 채
엇중모리장단 구성지게 퍼진다
꽃은 젔다가 봄이 오면
잎도 피고 싹도 나 다시 피니
죽었다 설워마오, 망자씨요
생왕극락 가십시오
진도굿.4
-희설
왕생극락으로 가는
어렵고 험한 길
바람도 잠시 쉬어 가고
구름도 머물다 가건만
인정 없던 망자들이
넘다 못넘고 머물러 있는
실무산 저 고개.
저승에서만 자란다는
잎도 없고 키만 큰 나무
싹둑싹둑 베어다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는
월천강에 다리를 놓으니
건너는 이 하나 없네.
배를 타고 푸른 강 위로
두둥실 떠가는데
무거우면 가라앉으니
일월에,월월에 천근이요
천근을 세 번 외우네.
배곺은 자에 밥을 주고
목마른 자에 물을 주고
헐벗은 자에 옷을 주고
공덕성심이 지극하면
십대 지옥을 면하고
생왕극락에 간다네.
서황모 예비전에 회포 말씀
삼신산에 쉬었다가 스님한테
생왕길을 인도 받고
층암절벽 노송 아래
약 캐는 동자에 불사약 얻어
인생으로 다시 태어나소.
강강술래야
달 떠온다 달이 떠온다
동해 동천에 둥근 달이 떠온다
깊은 마당 얕아지고
얕은 마당 깊어지게스리
억신억신 자꾸만 뛰어보세
팔월이라 한가위 달 밝은 밤
선창가의 구성진 목소리
푸른 달빛 아래 繡 놓아 퍼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야
남생아 남생아 놀아라
절래절래 가 잘 놀아라
동그라미 속에선 남생이 춤
원 밖에서는 엉덩이 춤이 들썩들썩
천냥짜리 처네 띠고
만길 담장 뛰어 넘보다
곤때 묻은 자색 조끼
열댓번은 찢고 찢었다네
우리 어매 이를 보고 야단커든
달 밝은 뒷동산에 유자나무
유자 따러 올라갔다 찢겻다고
그래도 안 듣거든 청사홍사
당사실로 흠침 없이 감쳐주세
말자말자 덕석 말자
비가 온다 덕석 말자
풀자풀자 멍석 풀자
햇빛 나온다 멍석 풀자
비야 오지마라 딸밭에 장구 친다
기왓장 밟아 깨지는 소리
넓고 넓은 들판 한가운데
가슴 뛰는 연분홍 저고리
햐얀 치마, 옥양목 외씨버선
동네 처녀, 아낙들 모다
동구 밖 안산 벌판에 모여
강강술래야, 강강술래야.
친구가 棺에 들어갈 때
자네나 나나, 한 세상
손쉽게 태어난 만큼이나
살기는 무척 힘들더라, 이 세상
이럭저럭 올곶게만 살다보니
어느새 반백에 반평생
힘들게 번 돈 몇 푼
눈물겹게 얻은 빛 바랜 명예
가지고 화려히 저승 가는 것도
정말로 아닌데, 이 친구야
우리 모두 그렇게도
착하게만 , 힘겹게만
이 세상 떠받치며 살아보려고
여직껏 지켜왔단 말이던가
먼저 잘 가서 편히 쉬게나, 친구여
가서 욕이나 억세게 하시구료
더러운 그 세상 빨리 피해서
내 여기 아름다운 곳 일찌기 왔노라고
앞으로 친구여, 내 남은 생애
좋은 사람들이 허락만 해준다면
자네들한테 빌린 것은 반쯤이라도
많은 분들에게서 얻은 것은 다소라도
하루하루 갚으며 성심껏 살아 보려네
어차피 우리네 인생 모두는
빈손으로 이 세상 조용히 왔다가
빈손으로 계절 바뀌듯 ,떠나야 할
낙옆 같은 그런 인생이 아니던가.
터지는구나, 복장이
다보탑 받침 돌사자가
명가 안의 족보가
황금에 눈에 멀어
오천년 길이길이 지켜온
문화재에도 돈다발의 두께가
주인이 되어 들어서서
그 참된 의미를 잃듯
묘지안의 시신에서도
불상의 복장물 까지도
탑안의 사리 장엄구 까지
대중의 간절한 소망마저
생생한 사회상 또한
도굴꾼에 파헤쳐지고
무참히 마구 털리다니
터지는구나,복장이.
터지는구나, 복장이.
요즈음엔 가끔씩
엊그제부터
등 뒤쪽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어디쯤일까?
누구일까?
하늘과 땅 사이일까?
머리와 가슴 사이일까?
이승과 저승의 어디쯤일지도
뛰는 가슴을 안고
머리는 午睡에 빠져
손발을 굼길로 내몰고.
그대는 연꽃
갓밝이 새벽에서
저녘 어스름까지
산자락을 맴돌다
산파도 치는 날
옷섶을 파고드는
산사의 목탁소리.
물밑의 험한 세상을
연분홍 빛깔로
불처럼 달구어
칠흑의 그믐밤에
곱게 빚은 초승달로
이승에 내보이는.
세상 훔치기
나는 밤이면 밤마다
그대를 훔쳐 마음속 姦淫을
즐기듯, 시간을 엿보며
오늘을 뽑아다가
내일에 심는 꿈을 꾸는
재미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네
너무 쉽게 차지했어
쉬운만큼 힘겹던 인간사, 잡동산이.
엄마 뱃속 들어서기 이전부터
이승을 노리다가 탐탐이
인간 도둑질을 했고
내 나이 너무 어려
들고 나는 것조차
가리지 못할 그때에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오직 食貪의 대상이 되었지
집 나온 새벽별이거나
늦잠 깬 낮달까지도
마음도 키처럼
반 뼘씩 자라나
전. 후진 겨우 알 때
향내 짙은 들꽃의 목은
눈 대신 손에 잡히어
칠성사이다 병에 꽂히었지
액자 속을 흐르는 폭포처럼.
내 나이 제법 들어
세상 돌아가는 이치
조금씩 알 듯도 한데
적도를 끄슬리던 태양도
북극해를 가로지른 빙산도
마음구석 한 곳에 숨겨놓고
푸른 하는 은하수
담 넘어 꽃밭.
남의 부인이 된 여자
무지갯빛 언덕
가슴 뛰는 추억만
훔쳐보고 있으니
세상은 더 아름다운가봐.
공습경보
첫 번째 공습경보 싸이렌이 울렸다
보통 승용차론 차체가 약해서 불안하다며
앞뒤로 공룡처럼 뿔 달린 지프 사서 몰고 다닌지
불과 몇 달 안되, 고향 찾아 가던 길
시골집, 처갓집 한 눈에 들어오는 들녘
하루에 겨우 두세 번 오갈까 말까하는 건널목 위에서
화물열차와 정시에 정면으로 충돌하여
늦동이 아들만 품에 안고, 노부모 앞질러
이승 떠난 친구 중 호걸 유명동 교수.
두 번 째 공습경보 벼락이 떨어젔다
고향에 허름한 땅 사서 자동차 학원 차려놓고
교통법규만은 전직 교사인 자기가 강의해야 한다며
안전 운전만이 파리 목숨 지켜준다며
제 속도 제대로 한 번 내보지 못한 2.4그렌저는
공터만 있으면 수시로 세워 놓고
아예 걷거나 남의 차 끼어 타더니
法 앞에 가만히 서 있는 옆구리 뚫고 나가
빈 손으로 저승 찾은 억대 부자 정헌주 사장
세 번 째 공습경보가 지축을 흔들었다
사람 살만한 곳 찾아
그래도 조금은 조용한 곳
등 따슨 사람들 마주보며 시나 쓰며
시인 같은 사람들 속에서 시인답게
남은 생애 살아보겠다며 정담 나눈지 며칠
자동차 운전대에 세상살이 운전까지
부인한테 맡겨 놓고 아주 조용한 곳 찾아
이승 빠져나가 가슴에 숨어버린 정의홍 시인
네 번 째 공습경보는
정수박이 위에 미그기 떠있어도
눈 하나 감짝하지 않은 서울특별시 경보반이 맡았다.
엘리뇨 현상이
아마존의 화재
양자강의 홍수
한반도 모조리 족족
게릴라성 폭우
세기말의 대재앙은
반 백 억의 인구를
안개 눈물 속에
태풍으로
몰아 흔들고.
오늘도
아슬아슬한 삶
엘리뇨 현상속에서
인생은 구름 타기.
오늘 같은 세상은
한보는 한숨만
아리아.기아는 G 선상의,
北風 稅風 銃風
태풍 애니, 아니지
아이 엠은 f 학점
대통령의 아들, 현철한 김부통령
현대판 홍길동 오리무중 신창원
충청 경기 실향민의 어느 은행
오대 재벌에서 오대양까지
하나로 헤처 모여라, 빅딜.
해와 달 별 지구
나와 그대까지도
태초의 인간과 만물은
빗방울이 모여 강이 되듯
오직 하나였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판문점의 총성 요청
그 전에도,그 그 전에도
그때만 되면 그랬을지도.
아, 우리 하느님 ,예수님
어, 부처님, 우리 공자님
오, 맹자님 노자, 놀아보세
우, 박통, 전통, 먹통, 깡통
이승, 저승, 성인, 간 큰 어른들
영자 ,순자의 전성시대
예, 다 불러대 모셔놔도
긴 머리에 대머리를 맞대봐도
멥쌀 찹쌀 ,살을 뒤섞어
민주 우량아가 태어나도
떡 같은 떡은 처지지 않고
겨울이 가고 봄이 지나도
얼음장 정답은 해빙되지 않고
온 세상은 시도 때도 없이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우는
세기의 여우, 에리자베스테일러
세계의 배우, 레이건 전미대통령
성한 사람 , 상한 인간
모두 함께 모여 살아가는 / 초대형 중병 환자 병동.
일천 구백 구십 구년의 구슬픈 노래
계획된 보험금은 사랑하는 아들의
손가락만 잘라 인륜에 내팽개치고
이십세만 넘으면 이 세상 끝이라며
조금 더 늙기 전에, 아직 쓸만한 때에
대망의 이천 년이 찾아오기 전에
풋 내음 가시지 않은 이십대 주부와
십대의 천진난만하던 학생들마저
남편도, 부모도, 자신의 양심까지도
속이며 ,먹고 살 돈벌이만 된다면
일천 구백 년 대의 마지막 슬픈 노래나
목청 돋구워 구성지게 부르며
그보다도 말초신경만 허락한다면
이곳 저곳 가리지 않고 기웃거리다가
가서는 안되는 곳도 모두 찾아 가고
생판 모르던 남자와 여자들은
우주 정거장에서 신비로운 부킹
사랑하는 애인, 부부까지도 바꿔치기
놀이인지 ,색다른 삶인지는 모르지만
네온불빛 휘청거리는 어느 파티에서고
자존은 눈에 가시. 체면은 역겨운 존재.
살맛 찾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
강남의 어느 호화 나이트크럽에서는
새로 나온 경자동차를 상품으로 내걸고
댄스경연대회라는 것을 열었더니
어떤 여자들은 입었던 체면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무대 위에 나와 춤도 추었고
키스경연대회 등의 이벤트도 성황이라네.
지금 일천 구백년 대 마지막의 슬픈 노래는
어느 곳에서 어디로 울려 퍼지고 있나
지폐를 모래 뿌리듯 무더기로 던지며
광란의 춤판을 죽자 살자 여기저기 벌리고
실직자 가족들은 어려운 내일의 삶보다
쉽게 얻을 죽음을 오늘 이 순간에 택하니
어깨를 축축 늘어트린 가장들마저
동면에 들어간 북극곰이 되어버려
땅 밑으로만 눈을 아주 박아버린 채
돌덩이처럼 두문불출 하고 있으니
우리는 지금 자구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제 4 부 : 노을에 띄우는 노래
노을에 띄우는 노래
知天命에
人生의 한 획을 다시 그으며
自然生命館에서
통일전망대에서
모두가 한마음
내 마음을 파도에 실어-호주기행.1
쪽빛 바다가 춤추는-호주기행.2
푸른 안개 속에는-호주기행.3
코알라의 고집-호주기행.4
동화속의 나라-뉴질랜드 기행.1
로토루아 노천온천탕에는-뉴질랜드 기행.2
원주민 마을, 와카레와레와-뉴질랜드 기행.3
와이토모 동굴의 불가사의-뉴질랜드 기행.4
鷄龍山
노을에 띄우는 노래
이 세상 너무 쉽게
구경 나오듯 태어나
그 죄 값 치루기 위해
힘겹게 겪었을지도 모를
나의 반평생
이웃에, 친구에
남겨 돌린 것보다는
마음의 보자기에 챙겨
넣은 것, 빌린 것 , 갚을 것 뿐.
앞으로 다소간
남겨준 이 생애
허락만 해준다면
가녀린 손대신 거친 발
차디찬 머리 보다는 다스한 가슴으로.
숨겨 놓은 비밀
오거리 한복판에 펼쳐놓고
마음속 깊이 새겨두고 싶은
그리운 얼굴들
세월속 화첩 위에 그려가며
불타오르고 있는 活火山
동해 바다 태양을 맞이하듯
서녘 하늘 무르익는 노을 위에
그대 찾는 노래 띄워 보겠네.
知天命에
인생의 年輪은
공짜 나이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진 두 눈에
달리 보이던 만물이
하나의 초점에 모여지고
두 귀를 때리던
양철 긁는 소리까지
唱으로 바궈 놓고 싶은.
풀꽃 한 송이
작은 나뭇가지 하나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녹슬어 망가져가는 쇠붙이까지
때로는 온기가 느껴지고
유년의 화첩 속에다
노랑 꽃 빨강 열매를
예쁘게 그려 놓으며
마구 처낸 마음 속 겯가지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이름들
다시 한 번 불러보고 싶은.
人生의 한 획을 다시 그으며
산과 바다를 건너
험준한 세상이라
비껴가지 않고 날라 와
비, 바람 멈추는
고향 언덕 오동나무 위에
잠시 지친 날개를 접고 있는
당신은 仙鶴.
이제 조용히 일궈온
사십년 지기 반평생, 텃밭에서
人生의 한 획을 다시 그으며
삶의 의미를 새롭게
재음미하고 있는
당신은 赤松.
아름답기만한 세상도
순탄한 길만이 주어진
과거만도 아니었지만
징검다리 건너 저쪽에
기다리고 있을 큰 길
사르비아꽃 활짝 핀
내일을 쫓아 숨가쁘게
달리며 살아온 날들.
세월은 강물 따라 바다로
어김없이 오늘도 흘러들고
산이면 산마다 큰 나무가
큰 나무면 큰 나무마다
쓸 나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바다면 바다마다 고기다운
고기가 나는 것도 아닌데.
自然生命館에서
여름밤을 수놓은
저 별빛이 이렇게도 아름답게
쓰레기더미를 비춰주고 있음은
빛을 깔아준 어둠이 있기 때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한층 정겹게 느껴지는 연유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탄생, 성장, 사멸을 순환하기 때문.
깊은 숲속의 다람쥐처럼
레일 위를 달리는 기관차처럼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삶과 죽음의 바톤이 이어져도
인간사 모든 것을 오직
자연의 이치로 돌리기 때문.
통일전망대에서
강 건너 바로 저기가
아버지의 고향
지금의 아들쯤 됬을 때
뛰놀며 즐기던 곳
눈을 살며시 감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마음속에는 경계가 없고
남과 북이 따로 없고
새들은 산에서 강
강에서 산
남에서 북, 북에서 남
동네 마실 떠나듯
자유롭게 오가건만
초승달 여린 빛에
빛바랜 금강산이
대보름달 맞아들여
한껏 살아 숨쉴지
돌아가던 실핏줄
잠시 막혀
회색 들판으로 변해버린
눈 아래 저 땅, 이제
소떼 뛰어 놀, 초록빛
다시 살아 움직일지
감았던 눈
반백년 만에 다시 뜨고
북녘을 바라다보니
현실로 나타나는 회한의
저 철조망, 바다 밑 두더지.
모두가 한마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김천 무주 영동
삼 도에 삼 시군일세.
일 천 일 백 칠십 육 미터
三道峰 정상 위에서
三道民이 함께 얼싸안고
우리는 한민족, 한마음
화합의 마음과 정신으로
남북통일의 기운으로
어제처럼 편 가르지 말고
내일을 사는거야.
내 마음을 파도에 실어
-호주 기행.1 골드코스트
남태평양을 마시자
모래밭은 미숫가루
가슴속 깊이 빨려드는
백사장, 42km
요동치는 파도
황금의 땅, 골드코스트
콩코드 호텔 14층
베란다엔 몸만 놔두고
마음은 대륙과 대양을
넘나드는 파도
성황당 목 부러진 나무에
걸린 오색 깃발처럼
유람선 불빛은
흰 파도를 끌어안고.
쪽빛 바다가 춤추는
-호주 기행.2 시드니항
황금빛 노을과
쪽빛 바다가 만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시드니항의 스카이라인
오페라하우스의 미소가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호주 최대의 도시
여기는 세계 3대 미항의 하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은
그림 같은 형형색색의 요트와
관광유람선 몇 척 뿐
조각난 스티로폴 한 쪽
떠도는 병마개 하나 없이
항구의 퀴퀴한 짠 냄새도
맡을 수 없는 이곳이
오히려 이상하다
적도 아래 남쪽에서
제일 높은 300m의 시드니 타워
바다 위를 가로지른
503m의 아치형, 하버브릿지
지붕 위를 달리는
장난감 같은 전차를 타고
그림 같은 풍경들 속에
나도 하나의 그림이 된다.
푸른 안개 속에는
-호주 기행.3 블루마운틴
손가방을 옆구리에 끼듯
남태평양을 허리춤에 달고
내륙의 서쪽으로 100km
블루마운틴이 기다리고 있다
푸른 안개 속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는
고산지대의 봉우리들
다이아몬드 빛, 푸른 안개 속
겉껍질이 다 벗겨져도
거뜬히 살아 갈 수 있는
유칼립투스 나무에서는
푸른 유액을 햇빛에 내품고.
코알라의 고집
-호주 기행.4 코알라
녹용 달린 사슴 보다든
발 빠른 캥거루가
그 보다는 느림보 코알라가
대접 받고 사는 나라
동물의 천국, 호주
자다 먹고
먹다 자는
하루 스믈 네시간 중 스므시간
비몽사몽간에도 오직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 사는
그의 고집 또한 가상하다.
동화 속의 나라
-뉴질랜드 기행.1
지구상에서 맨 먼저
아침 해가 떠오르며
양과 소가 대우받고
남자보단 여자가
여자보다는 강아지가
우대 받으며 사는 나라
그림같이 펼쳐놓은
초원의 양탄자
동화 속의 궁전
너무나 조용해서
너무도 심심해서
재미없는 천국
시청 직원이 찾아와
양을 함께 몰아주고
경찰관이 지나다
잔디도 깍아주고
운전기사는 캡틴
양치기가 최고인 나라
지저분한 쓰레기가 없고
포악한 맹수나
징그러운 뱀도
지독한 모기와
사기꾼과 범죄자도
살지 않는 나라
그믐달이 초승달보다
서둘러 떠오르듯
덤덤하게 사는 것보다
쇼킹하게 죽는 것이
더 재미있을지도 몰라
때로는 자살률이
세계 제일이 되는 나라.
로토루아 노천 온천탕에는
-뉴질랜드 기행.2
먼 곳을 바라보면
그림 같은 초원과 창공이
양떼인가, 송이구름인가
선 그어 구분하기 어렵고
가까이서 바라보면
흐르는 개천에서나
집 앞 못가에서도
온천수가 하늘을 뚫고
노천 온천탕은
유리벽 없는 하나의 어항
색깔 다른 인종들이
빅쑈에 나온 돌고래인양
어머니의 태반에
다시 회귀하는 태아처럼
피부색의 명암에 관계없이
과거 속을 물장구 치고 있지.
원주민 마을, 와카레와레아
-뉴질랜드 기행.3
아름드리 고사리나무 숲
그 사이로 흐르는 간헐천
마을 입구엔 진흙 열탕
어디를 가나 온천지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원주민, 마오리족은
과거보다도 오늘이
오늘보다도 내일이
마냥 행복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코와 코를 두 번 찍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키아오라」어서 오십시오
손은 정겹게 악수를 한 채
풍채가 수려한 몸매
그 보다도 더 매력적인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과 함께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때 묻지 않은 인간의 모습
온천수의 지열을 이용하여
고구마와 호박도
통돼지나 생선까지도
통째로 찜을 한 「항이」라는
전통 음식으로 이방인에게
저녁식사를 대접 한다
자연에서 버림받고
인간에게 쫓기다
지구상에서 물러가는
다른 원주민에 비하면
와카레와레와의 마오리족은
사는 맛이 저절로 난다.
와이토모 동굴의 불가사의
-뉴질랜드 기행.4
유년의 반딧불인가
동굴 속 강 위에는
어둠에 수를 놓은 은하수
개똥벌레가 싸놓은 빛
그로우윔(Glow worm)
환호성 삼킨 침묵
중국의 만리장성과 함께
세계 8대 불가사의의 하나
지구 반대편에서
하루 종일 비행기 타고 와
잠깐 보고만 가도
지불한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게 생각되는 곳
모두가 숨을 죽인 채
갈잎만한 카누를 타고
칠흙의 강을 따라
동굴을 뚫고 나오니
맑은 아침 햇살이
개똥벌레가 되어
원시림을 뒤덮고 있었다.
鷄 龍 山
영산 백두에서 기지개 켠 발끝
소백산으로 내리치자 무릅, 俗離
다시 한번 뒤돌아 북으로 대둔산
계룡산에 멈춰 山太極을 만들고
水太極과 만나 천지 음양의 조화
天地가 화합하여 산과 물을 빚고
그래서 계룡은 빼어난 신비의 靈山
숫용추 물줄기 암용추에 닿아
두계천을 잉태하여 갑천을 낳고
충북, 영동, 옥천에서 흐르는 물
신탄진에서 다시 만나 큰 강
계룡산 북쪽을 돌고 휘돌아서
웅진 ,사비. 갱개미 어깨동무한 채
서해 바다로, 인도양, 태평양으로
산과 강의 양 덕이 합치하여
역사의 발원이 된 中心地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子孫
금남정맥의 북쪽 끝에 자리 잡고
할아버지격인 덕유산을 돌아보며
하늘로 飛翔하고 있는 鷄龍山
鷄龍의 닭계자는 陽이며, 山
龍은 陰이며 水를 뜻하고
산의 모습은 龍이 닭벼슬을 쓴 듯
몸을 돌려 조상을 돌아본다는
복 받을 땅 回龍顧祖의 자세
덕유산 ,운장산, 물살 끌어 안으며
忠淸의 젖줄 비단강 깔아
春夏秋冬에 뽐내 놓았으니.
임금 帝자 모양의
주봉은 천황봉 이요
금계산은 靑龍이 되어 날고
一龍山은 白虎로 변해 달리고
일찍이 황제의 수도라 하여
帝都라 이름 하기도 했다지
삼국통일 때 우리 땅을 찾았던
당나라 장수 설인귀라는 자는
이곳이 부러워 배가 아팠던지
이 작은 나라에 무슨 황제냐고
산의 양쪽에서 획 하나씩을 떼내
매운 서울, 辛都라 이름 했다나
어째서 이런 일이, 이 안타까움이.
계룡산의 돌이 하햫게 변하고
논산 상월면에 배가 드나들 때
도읍이 여기에 들어선다고 해서
임진란 이후 인심은 흉륭해지고
柳成龍은 정비록을 써 배포하여
민심을 수습하였고, 정감록을 공개
조선조 500년 설을 유포하기도
이씨는 망하고 정씨가 흥한다는
참언과 사건은 계속 꼬리를 물어
조선 선조조 정여립의 모반사건
이용신의 계룡천도 상소 사건
인조 때 유효립의 계룡 건도설
성조시 홍복영의 정감록 옥사 등이
하루같이 줄줄이 이어젔고
연천봉에 현존하는 騰雲岩을
민비는 정씨를 누룬다는 의미인
壓鄭寺라고 고쳐 놓았단다.
계룡의 9봉 중 하나인
연천봉의 바위에 새겨진
이끼속을 헤처본 참언에는
희미한 方百馬角 口或禾生
이뜻을 해석해 보니
方은 네모이니 4이고
馬는 牛로 글자를 풀면 80
角은 뿔이니 둘이며
口或은 國자가 되고
禾生은 옮긴다는 移자의 고어
그래서, 四百八十二 國移
이씨조선이 탄생하여
나라를 일제에 넘겨준
순종 임금이 태어난 해가
1874년으로 조선 창건 후
482년이 되는 해 망한다
예언 하였는데 518년 만에
일제에 빼앗기고 말았으니
여기서 36년의 차이는
연천봉에 숨겨진 참언은
무었을 의미하는 수치일까
朝鮮이 넘겨준 수도는
한양, 지금의 서울이지만
베일에 쌓힌 정감록에는
계룡은 천지조화를 부릴
팔만대장경에 숨은 신비
계룡산은 이씨조선 후
정씨의 도읍지가 된다는
알듯 모를듯한 이야기만
마음속에 자리 잡아
울림으로 전하여 오고.
鷄龍山의 봉우리는
천황봉, 쌀개봉, 관음봉
삼불봉, 연천봉, 수정봉
장군봉, 신선봉 등이 있고
하얀 눈 덮힌 저녘 노을에
젖어드는 봉우리를 바라보며
은선폭포의 청아한 물소리와
남매탑 전설을 마음에 묻고
별과 달을 친구로 하고 있는
鷄龍 八景은 천황봉의 일출
삼불봉의 설화, 연천봉의 낙조
관음봉의 한운, 동학사 계곡의 신록
답사 계곡의 단풍, 은선폭포의 운무
오뉘탑의 명월.
鷄龍의 九曲은 도덕 계곡
암룡추 계곡, 숫룡추 계곡
상신리 계곡, 천쟁이 골
신원사 계곡, 갑사 계곡
동학사 계곡, 오성대 계곡
계룡산내 東鶴寺는
金時習이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嚴興道와 은밀히 둘이 만나
死六臣의 초혼제를 지낸 뒤
지금까지 이어 오는 숙모전
고려말의 3은을 모신 3은각
신라의 충신인 박제상의
제사를 지내던 東鶴寺가 있지
이곳은 비구니의 講院
그래서인지 일주문 대신
충의와 절개를 기리는
홍살문만 우뚝 솟아 있고.
고풍찬연한 갑사에는
의병장인 서산, 사명
영규대사를 모신 표충원
선조때 주조된 천근의 銅鐘
28 마디의 원통 철 당간지주
부처님이 보이지 않는
갑사의 부속 암자 신흥암에는
석가여래 진신사리를 모신
천진보탑만 눈에 들어오고
가끔은 영롱한 빛만을
영산의 精氣로 내뿜는다고.
이태조와 무학대사의 꿈이
곱게 잠들어 있는 계룡산 서쪽
신원사에는 신라시대
5 악에 제사 지내왔던
그 후 조선조에 와서도
한해에 두 차례 ,상악단은 묘향산에
하악단은 지리산에 제사를 지내던
중악단이 여기에 자리하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