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森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본질적으로 석정은 처음부터 뒤에 까지 일관하여 자연과 친근하여 그것을 등장 사사(師事)하는 가운데 시상(詩想)을 발전시키고 다듬어 온 전형의 자연시인이다.”(백철·한국신문학발달사) “그는 한국 최초의 전원시인으로 소재를 거의 자연과 농촌에서 구했고, 목가적·전원적·명상적인 독자적인 세계를 개척한 시인이다”(조남익·한국현대시해설) “석정은 적극적으로 현실을 개조하려는 지사(志士)로서의 기질은 아니었을지라도 멍든 역사와 얼룩진 현실을 거부하려는 선비적 기질을 가진 시인이었다”(채수영·한국현대시의 색채의식 연구) “시의 사상적 깊이와 진폭에 있어서는 만해, 지용, 영랑을 능가해 가고 있다”(박두진·한국현대시인론) “한국근대시사에서 단 하나의 뿌리의 시인”(김윤식·신석정론)
“이 시인의 시작생활 50여년에 이르는 일생은 오로지 우리의 시문학에 헌신한 것이었고, 그 불요불굴의 정신은 민족문학에 커다란 거화(炬火)로 길이 우리 정신사를 빛내게 한 것이었다”(최승범·신석정의 생애와 시) 신석정(辛夕汀). 대나무처럼 키가 크고 눈썹이 시커먼 이 사나이(시인이자 석정의 동서인 張萬榮의 표현)는 일생동안 자연을 품에 안고 살아온 천성적인 시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