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롱이 출연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
사랑은 오직 한 길 (Christine) -1958년
데뷔 초에 옛 연인이었던 로미 슈나이더와 출연. 둘은 이 영화로 처음 만났고 실제로 약혼까지 했었던 사이. 선남선녀 커플로 많은 이들의 인기를 얻었다. 이 영화의 메인 타이틀 곡은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참 아름답지만서도 애절한 멜로디는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는 듯.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1960년
24살의 청년 알랭 드롱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게 한 영화. 많은 사람들은 알랭 드롱 하면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의 고독한, 때로는 악마 같은, 그러나 도저히 미워할 수는 없는 톰 리플리의 그 눈빛을 잊지 못해서인 것 같다. 니노 로타의 테마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여운으로 남는다.
로코와 그의 형제들(Rocco E I Suoi Fratelli)-1960년
감독은 루키노 비스콘티. 시칠리아 극빈 노동자 가정의 삶을 다룬 영화. 그들의 평탄치 못한 삶, 한 여자를 두고 갈등하는 형제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범죄 등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된다. 밑바닥 인생을 헤쳐나가는 로코 역의 알랭 드롱의 연기가 매우 돋보이는 작품. 알랭 드롱의 연기가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났다는 평도 있다.
태양은 외로워(L' Eclisse)-1962년
일상의 허무를 상징적으로 그린, 안토니오니 감독의 대표작으로, 원 제목은 태양이 달에 가려진 일식을 뜻하는데, 증권 회사 직원 피에로(알랭 드롱)와 그의 연인(모니카 비티)과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멜로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60년대 초 급작스런 경제발전 속에 도덕적인 가치가 불분명해진 이탈리아의 모습을 그렸다.
이 영화에서는 두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일들을, 도시의 허무와 고독으로 표현하였다. 어수선하고 복잡하기 그지 없는 증권 중개소에서의 엉뚱한 첫 만남처럼, 그들의 이별 또한 정치,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도시의 상황 가운데 이루어진다. 감독은 그냥 단순한 로맨스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대사회의 각박함과 허무함을 표현하고자 한 듯. 그야말로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알랭 들롱을 왜 피에로 역에 캐스팅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레오파드(The Leopard)-1963년
19세기 가리발디가 이탈리아를 통일했던 시기의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쇠락해가는 귀족들의 모습을 오페라처럼 그려낸 웅장하고 우아한 시대극. "로코와 그의 형제들"을 제작한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작품. 할리우드 스타인 버트 랭카스터와 출연했다. 그의 귀족적이면서도 섬세한 용모는 이런 고전적인 시대극에도 잘 어울리는 듯.
지하실의 멜로디(Melodie En Sous-Sol)-1963년
두 감방 동료가 칸느에 있는 카지노를 털기 위해 철저히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 하지만 결국은 실패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프랑스의 원로배우 장 가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 이들은 이후에도 몇 편의 느와르 영화에 함께 출연한다.
한 밤의 암살자(Le Samoura? )-1967년
한 밤의 암살자, 고독 등 황당하게 번역한 제목들이 몇 가지 있지만 원제는 "사무라이', 중절모와 트렌치 코트로 무장한 시종일관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의 킬러로 등장한 알랭 드롱은 이 영화에서 보여준 강한 이미지로 "고독의 표상"이 되었다. 장 피에르 멜 빌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인데, 60년대 영화지만 느낌이 전혀 촌스럽지 않고, 긴장감 있게 제법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알랭 드롱의 대사는 사실 몇 마디 없다. 연기의 90%는 그의 눈빛과 표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포스는 실로 대단하다. 입을 굳게 다문 가운데 흐르는 정적, 그 가운데서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모든 일, 그리고 긴장감...멋진 영화다.
아듀 라미(Adieu L'Ami)-1968년
홍콩 느와르 영화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처럼 남자들의 피같이 끈끈한 우정을 다룬 걸작이다. 아듀 라미가 훨씬 먼저 만들어진 영화인 것만 봐도, 프랑스 느와르는 사실상 홍콩 느와르의 원전이다. 콤비를 이뤄낸 이 영화는, 추리 소설처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두 명배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4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빛을 발하는 작품...
알제리 전쟁 직후 우연히 만나 우정을 맺게 된 프랑스 군의관 출신인 두 남자가, 한 여자에게 사주를 받아 지하금고를 털려다가 오히려 음모에 빠지게 되어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사건은 해결되지만 두 남자는 씁쓸한 결말을 맞는다는 내용. 이 영화의 엔딩씬은 수많은 남자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하니, 남자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
말없이 찰스 브론슨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는 알랭 드롱. 바로 이 엔딩 씬 때문에 이 영화가 두고두고 남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명작이 되었다.
암흑가의 세 사람(Le Cercle Rouge)-1970년
사무라이에 이어 장 피에르 멜 빌 감독이 연출한 두번째 작품. 멜 빌의 작품 중에 가장 세련되고 가장 감동적이며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흔히 누아르 영화가 다 그렇듯이 이 영화 또한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알랭 드롱 외에 이브 몽땅, 지안 마리아 볼론테 등 뛰어난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연기력 또한 이 영화의 상업적인 성공에 단단히 몫을 했다고 한다. 콧수염을 기른 드롱의 모습은 이전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영화에서는 비록 범죄자이지만 "셜록 홈즈"와 같은 탐정도 어울리는 캐릭터가 될 듯 하다. 형사 역으로도 많이 출연한 바 있다.
형사(Un Flic)-1972년
이 영화 역시 장 피에르 멜 빌 감독의 작품이다. 앞의 두 작품에 비해 그다지 좋은 평은 얻지 못했으나 볼 가치가 있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치밀한 계획을 세운 범죄자들 가운데에는 형사 에드와르 콜만의 친구도 연루되어 있다. 그래서 상황은 더 복잡해져간다는...알랭 드롱이 에드와르 콜만을 연기한다. 냉정한 형사로 범인들을 심문하면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정보원인 여인이 일을 성사시키지 못한다고 뺨을 때리는 모습은 비정해보이기까지 한다. 다른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라 좀 놀랐다. 세련되고 지적인 정보원 여인은 프랑스의 미녀 여배우 카뜨린느 드뇌브가 연기한다.
암흑가의 두 사람(Deux Hommes Dans La Ville)-1973년
12년의 교도소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출옥한 "지노"에게 또 다시 뻗쳐오는 암흑가의 손길들. 그리고 이어지는 사회의 외면과 감시...그리고 본의 아니게 저지르게 되는 살인...이 영화는 사형집행을 반대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장 가뱅과 출연한 세번째 영화로, 두 배우의 명연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려오는 그런 영화. 그리고 마지막 단두대로 향하기 전 순간 뒤돌아 형사 제르몽 (장 가뱅)의 눈과 마주치는 지노의 그 눈빛...말로 다 못 할 수천가지의 심정이 담긴 그 눈빛은 영화가 끝나고 그 날 밤 잠 이루기 전까지, 아니 꿈 속에서라도 자꾸만 떠올라 잠을 못 이룰 정도다.
캡쳐로만 보아도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사형 집행 장면
이 외에도 '암흑가의 두 사람'을 만든 감독 호세 지오반니의 1975년작인 르 지땅(Le Gitan)'에서, 정의를 구현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되는 집시로 출연하는데 정말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보헤미안 스타일의 조니 뎁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정말 여러가지 색깔을 가진 배우였다. 물론 특유의 그 고독과 우수에 찬 분위기가 없는 역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말이다.
그의 변신은 조각같은 외모를 가졌기에 오히려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다 거뜬히 해낸 것을 보면 그는 정말로 뛰어난 배우였음은 틀림이 없다. 1990년대까지 꾸준히 연기 활동을했으나, 98년 할리우드 영화에 대항하여 프랑스 영화계의 죽음을 선언하고 돌연 은퇴했다.
가장 최근 2008년에 제작된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 아스테릭스:미션 올림픽 게임 (Ast?rix aux jeux olympiques)에서 줄리어스 시저로 출연했으며,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비록 나이가 많이 든 노장이지만 아직 그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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