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오은영 씨, 그녀를 붙잡고 하염없이 우는 환자들과 그들의 어머니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고 싶어 웃음치료사가 되었다. 하지만 환자들의 마음속 깊은 상처는 무조건 웃는다고 아무는 것이 아니었다고. 이제는 눈물로 환자들의 아픈 마음까지 보살피는 오은영 씨를 만나 눈물이 주는 행복에 대해 들어 봤다.
참을 수 없이 슬프거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도 억지로 웃어야 할 때가 있다. 한때 오은영 씨 역시, 직장 상사에게 혼이 나도, 동료들과 갈등을 빚어도, 환자들에게 쓴소리를 들어도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탓에 마음의 병만 키웠다고. 그러던 중 환자들을 위해 배운 웃음치료와 눈물치료로, 환자들의 행복뿐 아니라 그녀 자신의 행복도 찾았다고 한다.
현재 화상 전문병원인 베스티안병원에서 근무 중인 오은영 씨는 경력 12년 차의 베테랑 간호사이다. 눈에 띄게 환한 미소와 엄마 같은 따뜻함으로 순식간에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그녀를 마주하면, 보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원래 이렇게 잘 웃으시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지금의 제 모습을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처음 사회생활 시작할 때 인상이 날카롭다는 지적을 참 많이 받았어요. 일을 열심히 해도 그에 비해 평가를 못 받을 정도니 그 당시에는 제 표정 때문에 많이 속상했죠. 그래서 미소 트레이닝이라는 것을 받으며 열심히 거울을 보고 미소 짓는 연습을 했어요. 덕분에 인상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때부터 저에게는 문제도 함께 생겼어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얼굴은 웃고 있어도 마음은 울기 시작했다’는 것. 병원에서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며 자신의 의지와 기분에 상관없이 언제나 미소 짓고 친절해야 하는 ‘감정노동’에 큰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게다가 병원이라는 직장 안에서 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언제나 싫은 내색 한번 못하고 웃음으로 대하려니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자 결국에는 사람을 기피하는 마음의 병이 생겼고, 곧바로 몸에도 이상 반응이 일어났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얼굴 가득히 여드름이 났고, 불면증에 시달렸다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이 간다.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 때문에 여드름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직장까지 옮겼어요. 그래서 지금의 화상병원으로 왔는데, 색다른 점은 이곳에서는 유독 환자들의 어머니들이 참 많이 우시더라고요. 보는 저도 마음이 아파 환자와 어머니들에게 웃음을 찾아 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될 정도였죠. 그때부터 웃음치료법을 배우면서 저 역시 웃음치료를 받았어요. 첫날 실컷 웃고 집에 돌아와서, 참으로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웃음치료를 통해 진심으로 웃게 되자 여드름도 많이 호전됐고요. 환자들을 위해 배웠는데 저 또한 많은 효과를 보게 된 셈입니다.”
약 1년 동안 한국웃음임상센터를 비롯해 유명한 강좌는 다 쫓아다니며 웃음치료법을 배운 뒤 환자들을 대상으로 웃음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본격적인 치료 전에 긴장을 풀고 서로 친해지기 위해 간단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마음 열기’라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상하게도 환자들이 웃기는커녕 우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마음을 가다듬고 곰곰 생각해 보니 그 이유는 화상을 입은 환자들은 외상도 크지만 마음의 상처도 큰데, 아픈 마음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웃음부터 강요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환자들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기나’ 하는 분노와 화가 가득 찬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마음의 상처와 화는 덮어둔 채 ‘하하’ 하고 웃으라고만 주문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제야 먼저 눈물로 마음속의 분노와 화를 비워 내야지 비로소 웃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녀의 웃음치료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눈물치료가 공존하게 됐다. 먼저 차례대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다른 이의 말을 들으며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는 시간부터 갖는다. 그리고 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의 화를 씻어 낸 다음 웃는 시간으로 넘어간다. 처음에는 환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분노의 눈물을 흘리지만, 끝날 때가 되면 그래도 살아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눈물을 흘린다고.
“환자 분들 중 50대 초반의 한 아버님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처음 웃음치료 교실에 와서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한 시간 내내 계속 울기만 했어요. 그래서 다시는 안 오실 줄 알았는데 두 번째 시간에 또 오셨더라고요. 그날은 잠시 눈물을 흘리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저번에 왔을 때, 실컷 울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다른 사람들이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며 다시 희망을 얻었다고 말이죠. 알고 보니 그 아버님의 실수로 집에 화재가 나서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던 상황이었더라고요. 하지만 눈물치료 후, 가족들에게 반성의 눈물을 흘리며 용기 내서 사죄했고, 덕분에 다시 함께 살게 됐다고 하셨어요. 퇴원하면서 저한테 고맙다고 인사하시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그런 환자들의 변화에 저 역시 감사의 마음과 용기를 얻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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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은영 씨는 병원의 직원들과 동료 간호사들을 대상으로도 웃음치료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들 ‘이게 뭐야?’ 하고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즐긴다고. 2.3. 한 달에 한 번 하는 웃음치료 시간 외에 그녀가 일하는 곳은 소아화상센터이다. 어린 환자들 어머니들의 눈물이 그녀를 웃음치료사의 길로 가게끔 만들었다고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