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훈 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1 년에 눈을 한번도 보기 힘든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추위에 무척 민감합니다. 이번 추위가 끝나면 따뜻한 봄이 올테니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하고 힘껏 이겨내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갑상선 수질암에 대한 질문입니다. 사실 질문이 점차로 어려워 지고 있습니다^^
갑상선 암은 크게 5 가지로 구분됩니다.
1. 갑상선 유두암 (Papillary thyroid carcinoma)
2. 갑상선 여포암 (Follicular thyroid carcinoma)
3. 갑상선 수질암 (Medullary thyroid carcinoma)
4. 갑상선 이형성암 (Anaplastic thyroid carcinoma)
5. 기타
이 중 한국인의 대부분이 갑상선 유두암이고 수질암은 한국에서는 1.2~2%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수질암에 대한 자료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삼성서울병원에서 한국인에 대한 자료를 발표한 일이 있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저는 2009년 미국 갑상선 학회 자료(ATA)와 2011년 한국 갑상선 학회 자료(KTA) 그리고 2010년 삼성서울병원 자료(정재훈 선생님-현 대한 갑상선 학회 이사장)를 가지고 갑상선 수질암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갑상선 수질암(이하 수질암)은 다른 갑상선 유두암이나 여포암과는 달리 갑상선의 여포 상피(follicular epithelium)에서 발생하는 암이 아닙니다. 수질암은 여포상피주변세포(Parafollicular cell) 나 칼시토닌 분비세포(calcitonion producing cell(C-세포)) 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보통의 갑상선 암과는 성질과 양상이 전혀 다릅니다. 수질암은 기본적으로 더 공격적이고 파괴적 이어서 림프절 전이 및 타 장기로 전이를 잘 합니다.
l 여포상피세포 – 요오드를 섭취하여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세포
l C-세포 – 칼시토닌을 분비하는 세포: 칼시토닌(Calcitonin)의 C 에서 따온 이름
l 칼시토닌 – 칼슘의 대사와 관련된 호르몬
수질암은 70~80% 에서 산발형으로 발생하고 20~30% 에서 가족형으로 발생합니다.
가족형이라는 것은 RET 유전자의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가족 전체가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는 형태입니다. 상 염색체 우성 유전이기 때문에 수질암 환자의 자손중 50%에서 수질암이 발생합니다. 무서운 질환이지요. 이것은 또 다시 다른 내분비 질환과 연관되어 2 가지 형태로 나뉘어 지나 설명이 복잡해 지기 때문에 추후 기회가 오면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산발형, 즉 우연히 수질암으로 진단된 경우에 국한해서 치료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수질암의 기본적인 치료는 전체 갑상선 조직과 일차 림프절군을 모두 제거하는 갑상선 전 절제술과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실시하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일부 갑상선을 남기는 엽절제술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수질암의 경우 반드시 갑상선을 전 절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갑상선에 전반적으로 분포하는 C-세포를 남기면 재발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질암은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조기에 림프절에 전이가 일어나므로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이 필요합니다. 즉, 수질암이 손으로 만져질 정도라면 약 81%에서 경부 임파선 전이를 보입니다. (보통의 유두암도 20~90% 정도에서 경부 임파선 전이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유두암은 온순한 암이고 수술 후 동위원소 치료에 효과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참고로 보면 갑상선 유두암으로 갑상선 전 절제술과 좌측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마친 상태입니다. 수술을 마치면 이런 모양의 갑상선과 임파선 들이 적출됩니다.
수술 후 보조 치료로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 외부 방사선 조사, 항암 화학요법의 단독 혹은 병합요법을 시도하기도 하나 대체로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수질암은 기본적으로 요오드를 흡수하는 세포에서 기원한 종양이 아니므로 방사선 요오드를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는 효과가 없습니다. 이것이 다른 갑상선 암과 가장 큰 차이입니다.
수질암이 발생하는 C-세포가 분비하는 칼시토닌 수치는 수술 전 종양의 크기와 관련이 있고, 수술 후의 추적검사의 지표가 됩니다. (이것은 갑상선 유두암 수술 후 Tg로 추적 검사를 하듯이 수질암은 칼시토닌으로 합니다)
외부 방사선 조사는 수술이 불 완전할 경우 남아있는 작은 종양을 제거하는 등의 제한적인 경우에만 효과적인 치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원격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수술은 금기이며 경과 관찰을 권합니다.
수질암에서 원격전이는 가장 흔한 사망원인으로 초기 진단 당시에 50% 정도는 원격전이가 있습니다. (수질암은 그만큼 공격적인 암입니다) 간, 폐, 뼈 등의 장기에 전이가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폐전이는 macro-(거대결절) 또는 micro-nodular(미세결절)의 양상을 띄며 양측 폐에 광범위하게 퍼지는게 일반적입니다. 이런 경우 치료로는 증상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수질암의 의한 원격전이는 여러장기에서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수술은 큰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질문내용 중에 일반 폐암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것은
1. 수질암의 폐 전이는 갑상선에서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된 것으로 온 몸에 전이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폐에만 치료를 하는 것은 의미가 적은 반면
2. 폐암은 폐에서 발생하여 폐에 국한되게 존재할 경우 국한된 부위에만 치료를 하면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폐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 입니다.
즉, 수질암의 폐 전이는 말기암 일 가능성이 높지만 폐에서 발생한 폐암은 초기암일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항암치료도 수질암에는 효과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항암제들이 속속 개발 되고 있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항암제(Vandetanib)도 2011년에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Vandetanib의 경우 미국 FDA에서 2011년4월6일자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 병원에서 갑상선 수질암의 항암치료에 관한 임상 시험을 실시한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곧 시판을 위해 한국에서 자료를 축적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얼마지나지 않으면 갑상선 수질암에 사용되는 항암제를 국내에서도 만나실 수 있을겁니다.
수질암의 예후는 보통의 갑상선 암인 유두암이나 여포암보다는 나쁘고 역형성 갑상선암보다는 좋아 10년 생존율이 65% 정도이며 가족 검진을 통해 초기 병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는 거의 90% 정도입니다. (질문중에 수질암의 예후가 가장 나쁘다고 했는데 사실 예후가 가장 나쁜암은 역형성 암 입니다. 역형성 암은 수술을 했건 안 했건 진단 후 보통 6 개월 이내에 사망합니다. 따라서 갑상선을 수술하는 의사들은 역형성 암을 아주 싫어합니다)
수질암의 예후 인자로는 진단시 연령, 남성, 병기, 종양의 크기, 갑상선 피막의 침범, 혈관 침윤등이 있다. 이중 다변량 통계검사에서 의미있는 것은 진단시 연령과 병기입니다. (다변량 통계 검사란 다른 인자들 사이에 비교를 통하여 가장 의미있는 원인을 찾는 방법) 따라서 산발형 수질암이 유전형 수질암에 비해 예후가 더 나쁜 것은 종양의 생물학적 양상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진단시 종양의 크기, 전이정도가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늦게 발견되서 예후가 나쁜 겁니다.
2010년 서울삼성병원에서 조사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갑상선 수질암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1. 서구에 비해 유병율이 낮았다. (한국: 1.2~2%, 서구: 5~10%)
- 2. 여자에서 남자보다 호발하였고(2.7배), 비교적 늦은 나이에 수질암이 발견되었다.
- 3. 미세침흡인세포검사로 수질암을 진단할 수 있었던 경우는 약 60% 이었다.
- 4. 약 23%가 유전형 수질암 이었는데, 진단 당시 연령이 젊었고(38세), 60% 이상에서 양엽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다. 유전형의 70%에서 갈색세포종(부신에 생기는 내분비 종양)이 동반되었고,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매우 드물었다. 유전형은 MEN 2A형 이었고, 가족형과 MEN 2B형은 드물었다.
- 5. 갑상선외 조직 침범이 20%에서, 림프절 전이가 43%에서, 그리고 원격전이가 약 5%에서 각각 발견되었다.
- 6. 5년 및 10년 생존율이 약 95%로 서구의 67~78% 에 비해 매우 높았다.
정리하면 수질암은 빈도가 작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집니다. 따라서 초기에 발견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이 많이 진행된 상태로 진단이 됩니다. 이것이 갑상선 수질암의 경과가 안 좋은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치료로는 현재 수술밖에 없습니다. 갑상선 수술 하면 떠오르는 동위원소 치료가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도 제한적 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갑상선 수질암의 치료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리 알 수 있는 검사가 있을까요? 네, 그래서 일부 의사들은 갑상선 검사를 할 때 칼시토닌을 반드시 검사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검사에서 칼시토닌이 정상치 보다 높게 나온다면 의심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칼시토닌의 검사 비용(비싸요…)과 수질암의 적은 발생율 때문에 아직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의심되지 않으면 칼시토닌 검사를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이런 논란들이 아마 정리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항암제들도 만날 수 있게 될 것 이구요…….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삼성서울병원 자료를 인용하여 “5년 및 10년 생존율이 약 95%로 서구의 67~78% 에 비해 매우 높았다.” 는 것에 희망을 걸고 절대 포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2 월 17일
우승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