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산세의 아름다움은 우리나라가 태국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얼마나 다채롭고 사이사이 흐르는 계곡물은 또 얼마나 맑은지 말입니다. 산사의 느낌도 훨씬 더 경건한(?) 무드이구요.
물론 트레킹으로 만나는 태국 북부의 산속 여정은 코끼리 타기와 대나무 뗏목타기 그리고 고산족 마을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정말 생경하고도, 다른 곳 에서는 체험 할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해주니까 재미있는 느낌이 무진장 많이 듭니다만... 그런 걸 제외해놓고 딱 태국의 ‘산세’만 보자면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볼 건 없어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너그러이 봐주세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앙마이에서 도이 인타논(인타논 산)을 가 봤는데요, 바로 태국에서 가장 높은 거의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었어요. 왠지 태국에서 제일 높은 곳 한번 밟아보고 싶었다는...^^
가는 방법은 투어를 이용해서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희가 머물렀던 반 낫깐에서는 이 도이 인타논 하루짜리 투어가 800밧인데, 투숙객에 한해서는 10% 할인해줘서 1인당 720밧이었어요. 이 요금에는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입장료(외국인 200밧)와 점심, 가이드 비용 포함입니다.
산이 목적지이긴 하지만, 이 투어는 전형적인 관광투어이므로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트레킹과는 달리 아무 신발이나 신어도 됩니다.
일단 일정은 아래와 같아요.
오전 8시에서 8시 반 사이에 픽업을 나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실어야 되니까 이후 30분정도는 더 여기 저기 숙소를 다녀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출발~~
오전 중의 일정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일단 치앙마이 시내를 빠져나와 남서쪽으로 횡횡 달린 후에 첫 번째 목적지 ‘와치라탄 폭포’에 가게되요. 태국의 폭포가 다 별 볼일 없는데 비해 이곳의 폭포는 꽤 볼만합니다. 지금은 전형적인 건기이고 비가 오지 않아서 그런데 만약 우기 때 온다면 꽤 위용을 뻗칠만한 기세군요. 여기서 폭포 관람 후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서 산의 제일 높은 정상부로 가게되요. 그렇습니다. 그냥 산 정상까지 쭈욱~ 차 타고 이동하는 거에요. 찻길에서 50m만 걸으면 정상 표지판이 나옵니다. 발품을 팔 일은 별로 없지요. 정상도 우리나라 산처럼 꼭대기에 와있는 느낌이 아니고 그냥 숲속의 평평한 어느 부분에 말뚝하나 박아 놓은 곳입니다. 아무튼 제일 높은 곳에 와서 기념 사진 다들 한 장씩 찍어야겠죠. 정상에는 치앙마이의 마지막 왕이었던 인타논 왕의 무덤도 있습니다. 원래 이 산 이름은 도이 앙카였는데 왕 이름을 따서 도이 인타논이라고 바꾼지 100년 남짓 되었다지요. 정상 산책로를 걷고 내려오면 길 건너편의 ‘앙 카 트레일’이라고 불리워지는 또 다른 산책길을 잠시 걷습니다. 여기에는 이끼와 이름 모를 붉은 꽃이 피어나는 나무들이 있는데 아무튼 가이드를 따라서 줄서서 걷게 되요. 태국이라도 이 정도 높이까지 올라오니 낮인데도 좀 쌀쌀하네요~
자~ 청명한 느낌을 받으며 앙카 산책로를 자금자금 걸어 나오셨나요? 그럼 이제 차를 타고 아까 산 정상으로 올라올 때 살짝 봤던, 왕과 왕비의 탑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왕의 60세 생일을 맞이해서 지어 올렸다는 탑과 그와 대칭적인 면에 역시 세워져있는 왕비의 탑은 꽤나 볼만합니다. 여기서 둘러보는 인타논 산의 구비구비진 산세의 전경과 2개의 탑 주변으로 아기자기하게 가꾸어 놓은 정원의 꽃들이 볼만하구요. 태국인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꽂을 사서 바치기도 하네요. 아~ 이쯤 보고 나면 시계는 이제 거의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가장 높은 곳임을 알리는 표지판
와치라탄 폭포 / 이끼 낀 숲길
인타논 왕의 무덤 / 정상의 한낮 기온은 12도를 가리키고 있다.
왕의 탑, 쩨디 나파메타니돈
내부
왕비의 탑, 쩨디 나파폰품씨리
내부
이제는 우리가 밥 먹어야 할 시간 ~ 빨리 식당으로 가요~
대기해 놓은 봉고를 타고 때 맞춰 손님 맞을 준비를 해놓고 있는 식당으로 가는데요, 음식은 뭐 소박하게 나옵니다. 바짝 튀겨서 수분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고소한 생선 튀김, 신맛 나는 맑은 똠쌥, 넝쿨 볶음과 태국식 닭고기 커리 이렇게 4개의 반찬과 후식으로는 과일, 차와 커피가 나오는군요. 식성에 따라 잘 먹는 사람도 있고 밥만 깨작이는 사람도 있고 뭐 그래요.
식사를 마치셨나요? 그럼 ‘로얄 프로젝트’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으로 운영되어지는 농장으로 가게됩니다. 왕실의 지원 아래 고산족들이 재배하고 있는 각종 야채와 화초들이 자라나고 있는데 지금은 건기라서 그런건지 뭐 그렇게 풍성한 외양은 없네요. 쓰레기가 뒹굴고 국화는 좀 시들시들해 보입니다. 여기서 한동안 설명을 듣고 난후 고산족들이 운영하는 시장으로 가게 되요.
여기서 뭘 사셨나요? 이곳은 고산족들이 재배하는 수확물과 그 외 자금자금한 기념품들, 공예품들이 있던데 태국 현지인들은 딸기를 많이 사더라구요. 우리는 여기서 군고구마(아주 달콤하고 맛이 좋아요)랑 패션 푸르츠(1봉에 30밧)를 샀습니다.
오~ 여기 오니까 고산 지대라서 그런가요. 주키니 호박(애호박처럼 작아요)과 대파가 보입니다. 우리나라 시장처럼요. 물론 태국 현지 시장에서도 간혹 살 수는 있겠지만 대파랑 주키니 호박을 쉽게 볼 수는 없었거든요.
여기서 산 패션 푸르츠는 도대체 어케 먹어야 될지 모르겠어요. 태국인들은 반 갈라서 소금, 설탕, 고춧가루 넣고 막 휘저어서 먹는다고 가이드 아줌마가 말해주는군요. 먹어본바... 설명할수 없는 아삼삼한 맛입니다요. 아주 신맛이군요. 건강에 좋다해서 마구 우겨넣고 있는 중이에요.
자 그 다음에는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 씨리탄 폭포를 봅니다. 폭포는 뭐 그냥 폭포지요. 우기 때라면 아주 멋있을 거에요. 여기서 잠시 서성인 후... 오늘의 마지막 여정인 ‘화이트 카렌족’의 마을로 방문하게 되요. 카렌족 중에는 목긴 카렌족도 있는데, 여기 살고 있는 부족들은 그냥 평범한 외양의 흰 카렌족이라고 설명해주는군요. 흰 옷을 입어서 흰 카렌족~
아마 도이 인타논 투어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마을이 기억 나실 거에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베틀에서 직조를 하는 아주머니들이 직물을 짜고 있는 일종의 작업실로 데려갑니다. 타인의 삶을 보고 그들도 우리에게 보여주고... 뭐 그런 것이지요. 여기서는 손수 직조한 천으로 만든 스카프를 250밧에 살 수 있는데, 역시 서양인들이 주로 구매하고 동양인들은 별 흥미를 보이지 않네요.
마을 안에는 헌 집, 새 집, 교회, 논과 밭, 아기 돼지, 중닭 들... 뭐 이렇게 있습니다. 돼지에 끈 묵어놓고 키우는데 얼마나 귀엽던지, 남은 고구마를 줬더니만 정말로 냠냠짭짭 이런 소리 내면서 맛있게 먹어요. 우리나라 구제역 때 희생된 아기 돼지들이 생각나면서 좀... -_-;;
방문객들이 성가신건지 아니면 원래 마을 분위기가 이런 건지 주민이라고는 직조장의 아주머니들 말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조용한 마을입니다. 하긴 저라도 내 마을에 관광객이 들고 난다면 그 시간에는 집안에 둥지 틀고 있겠습니다.
씨리탄 폭포
이제 모든 일정은 끝이 나고 봉고는 다시 치앙마이로 달리고 각자 손님들의 각자의 숙소에 내려다 주는 걸로 끝이 납니다.
오늘만 어쩌다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우리를 제외하고는 다 고급 숙소 손님들이네요. 르 메르디앙, 홀리데이 인, 그 외 호텔들을 들러서 마지막으로 우리는 타페문 앞에서 내렸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다가 이 투어가 할 만 하긴 했느냐가 관건인데요... 저는 괜찮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투어가 그러하듯 한번은 해 볼 만 합니다. 720밧 정도(물론 숙소 투숙객에 한해서 10% 할인된 요금이긴하지만...)의 적당한 수준의 요금으로 태국에서 제일 높다는 산 정상에도 올라보고, 폭포도 보고 맛있는 군고구마와 패션 푸르츠도 사먹고... 왕과 왕비의 아름다운 스투파도 보고...뭐 이모저모 좋았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많긴 했지만요...
어쨌든 그다지 힘들지 않은 하루짜리 관광 투어였어요.
혹시 도이 인타논을 스스로 와보신 분 계신가요? 흔치 않은 경우이긴 한데 서양인들은 오토바이나 자전거(세상에나~~~)로 치앙마이에서 여기까지 왔더라구요. 체력이 마구마구 남아도는건지 하여튼 기운이 뻗쳤습니다. 썽태우를 이용해서 올 수도 있긴 하다던데, 저도 예전에 혼자서 그런 식으로 무작정 한번 와봤었는데 그때 말도 안통하고 해서 그냥 와치라탄 폭포만 보고 온 게 다였거든요. 그때 치앙마이문 주변에서 썽태우 타고 쩜텅 마을까지 와서 (거의 1시간 반 넘게 걸렸던거 같아요) 쩜텅 마을에서 다시 썽태우 잡아타고 폭포까지 갔다가 내려올때는 히치하이킹 해서 치앙마이까지 왔었어요. 정상까지는 올라가보지도 못했다는....-_-;; 썽태우 이용해서 정상까지 가보신 분 계시면 후기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