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무슨 말을 했던들 순재는 엄마를 납득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아홉 살 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 일은 그가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엄마의 옷을 눈물로 적시며 순재는 속으로만 말을 이었다.
‘내가 죽었으면 좋겠나 봐…….’ (21-22)
겨우 발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면서 순재는 때가 왔음을 느꼈다. 수상하기 짝이 없는 저 홍필립의 뒤를 파헤쳐 볼 ‘때’. 꺼림칙한 시선을 받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발표를 하는 데 방해를 놓다니! 이거 명백하게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기왕이면 새 친구 키완을 파트너 삼아 2인조 스파이가 되어 보리라. 순재는 마음먹었다. 도화선에 스스로 붙이는 불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29)
---첫 문장은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모양으로 나를 찾아왔다’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잔뜩 불어넣는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프롤로그를 넣어 이야기의 전개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처음부터 독특한 구조로 시작한다. 특이한 서술구조다.
화자는 ‘나’인데 홍필립의 누나다. 그런데 시점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순재와 키완의 아홉 살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인데 이 작품의 독자 대상은 몇학년인지 헷깔린다.
서사도 수상하다. 홍필립은 이름은 자기가 지었고, ‘순재는 죽는다’고 한다. 아무튼 호기심이 바짝 일어난다.
이야기의 도입에 해당하는 두 쳅터에서 순재는 ‘죽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과 그 배후에는 홍필립이라는 아이가 있다는 것, 여기에 키완과 함께 할 것이라는 것, 키완이 전학을 왔다는 것이 드러난다.
순재가 주인공이면서 아홉 살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러나 프롤로그에서 순재는 순재가 아닐 수도, 나이도 많거나 적을 수도 라고 하며 다소 모호한, 들은 이야기라는 전제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화자는 여행자이자 필립의 누나로 전지적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등장인물들이 생생하지 못하다. 심사평이 길고 장황하다. 심사평을 대표 집필한 유영진은 이 동화를 여러 번 읽었다 한다. 과연 여러 번 읽히는 동화가, 이는 어렵게 읽힌다고 나는 받아들여지는데 이 동화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의문이다.